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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네 식당 사장이 모여 공유주방 만들다 - 네모부엌  <통권 423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06-02 오전 02:56:23

한 동네 식당 사장이 모여 공유주방 만들다

네모부엌

미타우동 조호성 대표  / 마담타이 백지원 대표 / 오늘저녘 최정형 대표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외식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매장 내 외식보다 배달앱을 통한 배달음식 또는 HMR, 밀키트 등 비대면 방식의 외식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
이에 한 동네 잘나가는 식당 사장들이 한데 뭉쳐 지난 5월 배달전문 공유주방 ‘네모부엌’을 선보였다. 
자신의 브랜드를 가꾸며 또 다른 영역에서 비전을 엿보는 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봤다.
글 육주희 국장 jhyuk@foodbank.co.kr  사진 이종수 실장




작지만 자기 색깔이 뚜렷한 3인의 동행
송파구 삼전동의 잘나가는 식당 사장 3인이 공유주방으로 의기투합했다. 수요미식회를 비롯해 맛있는 녀석들, 생활의 달인 등 각종 맛집 방송 프로그램에서 극찬한 ‘미타우동’ 조호성 대표와 1인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늘저녘’ 최정형 오너셰프, 그리고 ‘마담타이’를 운영하는 향신료전문가이자 요리연구가 백지원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9월 처음 공유주방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10월 한 자리에 모인지 꼭 6개월만이다. 
공유주방에 대한 아이디어는 삼전동에서 가장 먼저 영업을 시작한 조호성 대표가 제안했다. 판교에 있는 아비뉴프랑에 호반건설이 ‘오늘의주방’이라는 편집숍 콘셉트로 8개의 맛집 전문 브랜드를 모아 선보이는 작업에 미타우동도 참여하면서 공유주방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 그러던 중 동네에 심상찮은 업소가 들어섰다. 마담타이라는 자그마한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지만 주인도, 드나드는 손님도 뭔가 느낌이 달랐다. 무작정 찾아가 인사부터 하고 안면을 튼지 두 어달 만에 공유주방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조호성 대표는 “공유주방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했다”고 말한다. “운영하고 있는 매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야 효율적이라는 것과 작은 업소라도 자기만의 색깔이 있고 메뉴개발 능력이 있으며, 합이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저녘과 마담타이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설득·계산없이 한 번에 일사천리로 시작
오늘저녘은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하며, 2인 테이블 3개와 바좌석이 전부인 작은 레스토랑이다. 파스타, 스테이크, 샐러드와 와인을 선보이는데 좌석이 한정돼 있어 주로 예약고객이 많다. 삼전동에서 영업을 한 지는 3년 정도로 미타우동이 조금 더 넓은 장소로 이전하면서 그 자리에 들어와 인연을 맺었다. 
최정형 오너셰프는 공유주방 동참에 대해 “규모가 작은 1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갈증이 느껴질 즈음 제안 받았다”며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이것 밖에는 없어 고민없이 바로 합류했다”고 말한다. 
마담타이는 지난해 7월 오픈해 단기간에 블루리본 맛집에 오른 것은 물론 SG다인힐의 프리미엄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브랜드 ‘셰프스 테이블’과 계약을 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백지원 대표가 공유주방에 참여한 이유는 최근 외식 소비트렌드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원 테이블의 작은 매장을 오픈한 것도 요리연구실 삼아 가까운 지인들에게 맛있는 국수 한 그릇을 말아주고 싶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배달이나 테이크아웃 형태의 영업을 원했다. 다행히 여러 외식기업의 R&D 자문을 하면서 매뉴얼 작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며 “결정적으로 ‘이 음식은 누가 채가도 채갈테니 내가 먼저 채가야겠다’고 말하는 조호성 대표의 말에 원한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네모부엌은 누구에게도 설득의 과정없이, 누구와 함께 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 번에 일사천리로 시작됐다. 





유통, 메뉴개발, 매뉴얼 작업 등 역할 분담
트라이앵글처럼 탄탄하고 안정적인 3인의 대표는 각각 역할이 있다. 원래 일식 식재료 유통을 해 온 조호성 대표는 유통 및 식재료 개발 등 외부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다. 조 대표는 또 삼전동 인근에 새로 공사를 하는 매장이 있으면 뭘하는 곳인지 오가며 모조리 꿰뚫는 동네 반장이다. 그렇게 마담타이와도 인연을 맺었다. 백지원 대표는 메뉴 개발과 레시피 구축, 매뉴얼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가장 나이가 적은 최정형 셰프는 요리개발과 총무 역할을 맡았다.
네모부엌에 주목할 부분은 기업형 공유주방 또는 프랜차이즈에서 운영하는 공유주방이 아닌 특정 동네에 기반을 둔 업소들이 말 그대로 서로 연합해 공유주방 브랜드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일식 우동 전문점, 파스타 전문점, 동남아음식 전문점 등 각자의 색깔이 분명한 꾼들이  브랜드 네이밍과 디자인부터 주방 설계, 배치, 메뉴 개발, 유통, 매뉴얼 구축까지 그 시너지를 모아 움직이고 있다. 
최정형 셰프는 “공유주방의 장점은 인적 구성이나 주방의 규모 때문에 개인이 혼자 하기에는 한정적인 메뉴와 서비스를 다양하게 펼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각자의 달란트로 신나게 준비하는 3명의 케미
네모부엌은 매장 계약 후 약 5개월 정도 다소 긴 준비 기간을 가졌다. 모두 개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공유주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시도하기 때문에 만약 실패해도 크게 타격 받지 않도록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의사결정은 SNS를 통해 빠르게 처리하되 매장 공사는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직접 시공해 비용을 절감했다. 
네모부엌을 만드는 동안 무엇보다도 빛을 발한 건 3명의 케미다. 셋 중 나이는 어리지만 외식업소 근무 및 업소 운영 경력이 가장 많은 최정형 셰프는 인테리어 전문업자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했다. “전문 업자를 불러서 일해도 완벽하게 맘에 들지가 않고 결국 여러번 손을 봐야하는 상황이 많다보니 직접하는 게 편했다. 오늘저녘도 직접 공사를 했었다”고 말한다. 
동네 반장 조호성 대표는 싸고 쓸만한 집기들을 척척 알아내 재빠르게 조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새 제품을 살 때는 물건을 보지 않고 모델명만 보고 사도 되지만 중고를 살 때는 직접 물건의 상태를 보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백지원 대표는 브랜드 네이밍과 디자인, 그리고 응원으로 힘을 주는 등 세심한 부분에 강점이 있다. “두 명의 재주꾼들이 실질적으로 힘쓰는 작업, 몸쓰는 일은 모두 해줘서 옆에서 응원만 열심히 했다”며 “비용절감을 위해 중고기물을 살 때도 두 대표가 직접 트럭을 몰고 황학동과 일산 등에서 실어 나를 정도로 열정적으로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모두 신나게 준비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배달외식 인기…네모부엌 확신 줘
공유주방을 준비하는 동안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것도 이들이 공유주방에 확신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전에는 각자 매장들이 나름 자리를 잡아 바빠질 무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든 활동이 일시 정지되면서 이들 매장도 어려움을 피해갈 수 없었다. 
마담타이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라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즉시 매장 영업을 중단하고 배달영업만 했고, 미타우동은 매장 영업과 배달을 병행해 운영했다. 오늘저녘은 주문 즉시 라이브로 요리를 해 주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배달을 전혀 하지 않아 초기에는 타격이 컸다. 최정형 셰프는 “오늘저녘 운영이 안정화되면서 약간 매너리즘에 빠질 찰나에 공유주방 제의가 들어왔고, 준비 과정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며 “커다란 비전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외식소비 트렌드가 배달이 대세여서 공유주방을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해 구조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백지원 대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마담타이 운영을 대면 서비스 대신 배달 및 테이크아웃 전문으로 완전히 전환할지 고민중이다. “지금도 매일 몇 통씩 언제 매장 문을 여냐는 문의와 국수 먹을 수 있냐며 불쑥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아 미안한 마음이지만 어차피 테이블도 하나 밖에 없고 혼자서 요리와 서비스를 하면서 겪는 정신적인 소모를 고려한다면 배달전문 매장으로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 같다”고 말한다. 

네모부엌을 플랫폼으로 밀키트, 케이터링 진출 꿈
네모부엌은 삼전동 부엌을 시작으로 다점포를 전개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점포개설 비용은 약 5000만 원 정도에 가능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구축해 놨다. 무엇보다 자기분야에 일가견 있는 전문가들이 자기 브랜드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 내는 음식이라서 음식의 퀄리티가 보통이 아니다. 모든 메뉴는 밀키트처럼 사전에 포션 작업을 해놓아 주문이 들어오면 누구라도 바로 조리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메뉴는 페페로니피자, 베이컨할라피뇨피자, 마담매운고기국수, 미타우동 외에도 술안주로 좋은 생고기국물두루치기 등이 있다. 메뉴는 지속적으로 개발해 추가할 예정이다. 
조호성 대표는 “배달음식은 왠지 매장에서 먹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네모부엌은 내가 먹고 싶은 배달음식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음식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수없이 많은 테스트를 거쳤다”고 말한다. 
이제 첫 걸음을 뗀 네모부엌은 삼전동 네모부엌을 시작으로 동네마다 네모부엌을 만들어 브랜드와 플랫폼을 구축하고 향후 맞춤형 단체 도시락, 밀키트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동네 식당의 반란, 네모부엌의 앞날이 더욱 궁금해진다.

 
2020-06-02 오전 02:56:23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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