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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숙 중식요리연구가, 배화여자대학교 교수  <통권 424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07-03 오전 02:28:20

꽃중년, 신계숙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신계숙  중식요리연구가, 배화여자대학교 교수   


코로나19로 일상이 정지된 것 같았던 지난 4월. 오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지치고 힘들었던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EBS <세계테마기행>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꽃중년 신계숙 앓이’를 
하게 했던 주인공, 중식요리연구가이자 배화여대 전통조리학과 신계숙 교수다.
글 육주희 국장 jhyuk@foodbank.co.kr  사진 이종수 실장



출구없는 매력으로 꽃중년의 대명사 되다
<세계테마기행> ‘꽃중년, 길을 나서다’(5부작) 편이 방송된 후 많은 사람들이 “신계숙 교수 세테기 봤어?”라고 할 만큼 신계숙 교수는 화제가 됐었다. 그동안 세계테마기행(이하 세테기)을 통해 수많은 나라가 소개 됐지만 ‘신계숙 교수의 세테기’라고 콕 찍어 회자될 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신 교수의 매력에 빠져든 사람들이 많았다. 
신 교수는 그곳에서 스쿠터를 몰고,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고, 남의 집 주방에 스스럼없이 들어가 요리를 해 나눠 먹는 등 남다른 친화력을 자랑했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타이난의 어느 음식점에서 “하느님, 오늘은 제발 그만 먹게 도와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할 때는 웃음이 빵 터졌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에 능통한 중국어, 통통 튀는 내레이션까지 출구 없는 매력으로 꽃중년의 대명사가 됐다.
세테기 방송 이후 신 교수는 경동시장에서 팬사인을 요청받을 만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어떤 이에게는 심신을 위로해주는 힐링의 아이콘이 됐다. 코로나19로 학교 강의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기존의 일상과 달라진 요즘, 중국의 고서 ‘수원식단’을 연구하며 새롭게 도전한 유튜브 ‘계숙식당’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신계숙 교수를 그의 개인연구소 ‘계향각’에서 만났다.


‘긍정의 에너지 얻는다’는 말에 오히려 감사
세테기 촬영은 지난 겨울방학 1달동안 중국과 타이난을 돌며 했다. 그가 진행한 이번 여행은 시청자들에게 뜻밖의 힐링을 선사했다. 수많은 댓글 리뷰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도 ‘힐링’이었다. 동트는 평원 앞에서 박경희의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를 시원하게 부르고, 스쿠터를 타고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며 질주하고, 기타 줄을 튕기는 신 교수의 매력에 모두가 시나브로 빠져든 것이다.
어쩌면 저리 재주가 많을까 싶어 언제 다 배우고 익혔나 물으니 “대학입학 당시 한 교수님이 축사를 해주셨는데 언어 한 가지, 악기 한 가지, 운동 한 가지는 꼭 갖고 이 세상을 살아가라고 했다. 언어는 중문과를 나와 기본적으로 시작했고, 기타에 대한 동경이 있어 50살에 배우기 시작했는데 사실 중간에 색소폰으로 악기를 갈아탔다. 이번 방송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다. 한꺼번에 다 보여주기보다 아껴 두었다가 기회가 되면 보여줄 생각이다”고 말한다.
그는 희노애락에는 총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재물은 없지만 건강과 노력한 만큼의 댓가를 받을 수 있어 행복하고, 불노소득은 없지만 일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인데 사람들이 세테기를 보고 긍정의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하니 감사할 따름이란다.


세테기 이전이 인생 1막, 지금은 인생 2막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 2막을 꿈꾼다. 신계숙 교수는 세테기 이전이 인생 1막이었다면 지금은 인생 2막을 향하는 여정이고, 그 가운데 세테기가 있다고 말한다. 
그의 인생 1막은 14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계신 충청남도 합덕에서 서울로 유학을 와 언니, 오빠와 함께 지내며 단국대학교 중어중문과에 입학을 하고, 졸업한 이후 중식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교수로 살아온 여정이다. 대학교 1학년 방학 때 교수님이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줬는데 그곳이 바로 중식요리의 대모인 이향방 선생의 ‘향원’이었다. 졸업 후 그의 선택지는 중식당 주방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중식당 주방에는 여성 조리사가 없었던 시절이다. 게다가 대학을 졸업한 여성은 더더욱 없었다. 이향방 선생까지 100일도 못 버틸거라며 반대를 했지만 체력의 한계와 남자 조리사들의 텃세를 견디며 향원에서 8년을 버텼다.”
교수가 된 것은 이향방 선생이 활동하는 식생활문화학회에서 조리보조를 할 때 박사과정에 있던 친구가 식품학 공부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해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식품학 석·박사를 했고, 36살에 중국어과 교수를 거쳐 현재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조리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인생 2막은 행복한 삶을 위한 도전의 여정
인생 1막이 삶의 기본인 일(직장)에 대한 도전이었다면, 인생 2막은 행복한 삶을 위한 도전이다. 2막의 시작은 쉰살부터 시작됐다. 타이난의 어느 식당에서 음식 맛을 본 그가 ‘그날이 그날인 맛’이라고 했던 것과는 달리 그의 인생 2막은 달고 짜고 맵고 시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하는 오토바이 면허도 2년 전 갱년기 때 땄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히터가 켜진 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확 더워지면서 가슴이 답답해 중간에 버스를 내렸다. 아는 선배를 만나 “선배 나 오토바이를 타야겠어”라고 했더니 “타던 것도 말아야 할 나이에 무슨 오토바이를 시작하냐”는 답이 돌아왔다.
그때 생각이 많아졌다. 이 나이도 그런데 70세, 80세 더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것보다 못하는 것이 많아지겠구나. ‘오늘 하고 싶은 건 바로 하자’는 생각에 바로 스쿠터를 사러 갔다. 처음 타보는 스쿠터라 넘어지기도 하고, 크고 작은 위험한 순간들도 많았다. 보다 안전하게 오토바이를 타려면 큰 오토바이를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오토바이 면허에 도전해 두 번 만에 땄다. 마침 적당한 할리데이비슨 소형 오토바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가 2019년 8월이었다. 꽃비가 내리는 봄날 섬진강에 할리 오토바이를 타고 가겠다는 꿈을 꾸며….



<수원식단> 연구와 맛있는 요리로 소통해요
신계숙 교수는 책보고, 사람 만나고, 요리해서 함께 먹는 것이 가장 즐겁다. 언젠가는 1년 동안 120명을 집으로 초대해 밥을 해 먹였다. 하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왁자지껄해 이웃으로부터 항의도 많이 받았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며 살기 위해 가장 먼저 개인 연구실을 열고 한중음식문화연구소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수원식단>을 연구하고, 맛있는 요리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수원식단은 중국 청나라 시인 원매가 40여 년간 풍류생활을 하면서 먹고 마신 것을 기록한 고조리서로 여기에는 요리사가 꼭 알아야 할 20계명, 요리사가 해서는 안될 14계명과 함께 360가지 음식의 조리법과 당시의 문화, 철학이 담겨져 있다. 오랫동안 이 책을 연구하고 공부하다가 지난 2015년 번역해 출판도 했다. 수원식단 연구 모임은 20%는 공부하고 60%는 수원식단의 레시피로 요리해 먹고, 나머지 20%는 담소와 교류를 한다. 
수원식단을 연구하면서 새롭게 깨닫는 것도 많다. 처음 요리를 배울 때는 양념을 하나라도 더 넣기 위해 궁리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양념을 뺄까를 고민한다. 더하지 않고 빼서 원재료의 맛을 오롯이 살리는 것, 오히려 그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 
“수원식단 연구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만나 공부하기 때문에 2년 과정(24개월)으로 진행해 대기자가 많다. 현재 5개 팀이 운영되고 있는데 수업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시장 2곳만 다녀와도 하루가 훌쩍 지나가고, 어떤 요리는 3일 전부터 미리 밑작업을 해놓아야 한다. 또 학교 수업에, 중간중간 가까운 지인들 불러 밥해 먹이고 하다 보면 무료할 틈이 없다.”

혼자 노는 법을 배우니 오히려 사람들이 몰려왔다
신계숙 교수는 주위에 사람들이 참 많다. 역설적이게도 혼자 노는 법을 많이 개발했더니 오히려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한창 일하느라 바빴던 시절, 선배들이 ‘계숙아 놀자~’라고 하는데 ‘언니 나 지금 바빠’라고 말하면 굉장히 서운해 했다. 그때 나는 꼰대 선배가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혼자 잘 놀기 위해 도전을 시작했다. 오토바이도, 기타도, 색소폰도 모두 쉰살이 넘어서 시작했고, 이제 유튜브까지 시작하니 오히려 후배들이 먼저 언니 요즘은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지내냐며 찾아온다. 오토바이 사니까 고사는 지내야지 하면 떡을 사오고….”
최근에 시작한 유튜브 ‘계숙식당’은 한 달동안 세태기 촬영을 하면서 정이 든 피디, 감독과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각자의 재능을 펼쳐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유튜브 촬영이라는 일을 핑계로 피디와 감독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그 자체가 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을 시작했다. 촬영기간 동안 드론의 매력에 빠져들어 중국에서 들어올 때 아예 사갖고 왔다. 가까운 미래에는 사람들도 드론을 타고 이동한다니 시작하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요리는 배움이 10%라면 스스로의 노력이 90%
신계숙 교수는 요리하는 사람은 스스로 연구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나의 요리를 내 몸 속 DNA로 체득하기 위해서는 배우는 것이 10%라면 스스로 해보고 평가하는 90%가 있어야 하는데 예전에 요리를 할 때는 어떻게 만들어야 맛있을까에만 집중했다. 이런 모든 것을 깨우치는데 50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신계숙하면 따라오는 티마미슈 동파육, 라즈지, 족발요리, 사천식 갈비찜 등 수많은 히트메뉴는 100번도 더 넘게 연구해 이뤄낸 결과물이다. 
고조리서를 수없이 보고 반복해가며 3년 동안 연구한 족발 레시피는 순대연구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을 갖고 외식업계에 선도주자 역할을 하는 순대실록 육경희 대표에게 존경과 우정의 정표로 봉헌했다. 3년 동안 연구한 족발이라서 ‘천일의 족발’이라고 불러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신 교수는 코로나 이후의 우리의 일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고 이미 학교 교육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환대, 서비스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음식도 뭔가를 더 많이 넣어서 손님의 입에 달게 만들기보다 원재료 자체의 맛으로 손님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 울림을 줄까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인터뷰 진행 전 어김없이 “밥은 먹었슈?”라고 묻고는 끝나자마자 여기까지 왔는데 맨입에 그냥 가면 쓰냐며 미리 공수해 놓은 활전복으로 근사한 요리를 뚝딱해 내놓는 신계숙 교수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언니 동생이 되어있었다. TV에서 시청자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애써 예쁘게 치장하지 않고, 어려운 말 쓰지 않고, 그냥 그 안에서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놀고 있었던 그녀가 바로 내 앞에 앉아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있었다. 

 
2020-07-03 오전 02:28:20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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