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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앞 소리없는 전쟁 - 배달의 시대에 살다  <통권 424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07-03 오전 03:44:19

현관 앞 소리없는 전쟁

배달의 시대에 살다

클릭 한 번으로 배달 주문이 가능한 시대다. 24시간 365일 시간과 장소의 제약없이 유명 맛집 음식부터 커피 한 잔까지 
현관 앞에서 받아볼 수 있는 그야말로 배달의 왕국에 살고 있다. 단골 메뉴였던 치킨, 자장면, 피자에 이어 
최근에는 회나 삼겹살, 빙수 등도 배달영역에 포함되면서 그 메뉴 또한 다양해졌다.
글 김은석 기자 kesh@foodbank.co.kr  사진 월간식당 DB





PART 1

외식업 ‘배달’ 중심으로 재편 

지금 이 순간에도 음식을 실은 배달 오토바이는 골목길을 쉼없이 달리고 있다. 주소가 정확하지 않은 한강 공원에서도, 
해가 저문 늦은 시간에도 갓 조리한 음식을 몇 분만에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음식 배달시장 규모 20조 원 넘어서
음식 배달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것은 배달앱이 등장한 2010년 무렵이다. 배달앱을 통해 스마트폰 터치 몇번이면 주문과 결제가 끝나는 간편한 시스템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전단지나 스티커 중심의 홍보방법에서 벗어나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배달앱을 활용하는 업체들이 늘어났다. 이에 소비자는 클릭 한 번에 배달 음식을 손쉽게 시켜먹을 수 있고, 자영업자들은 부진한 매장 매출 대신 배달을 통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배달업계는 진화를 거듭하며 영역 확장에 분주한 모습이며 ‘언택트’ 소비까지 늘어나면서 지난해 음식 배달시장 규모는 20조 원을 넘어섰다. 

호텔 레스토랑도 드라이브 스루…프리미엄 시장 가세
배달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점점 다양한 니즈를 위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고급화된 서비스가 눈에 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즐길 수 있었던 메뉴들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변신한 것. 코로나19로 매출이 뚝 떨어진 호텔 레스토랑들이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 3월 가장 먼저 호텔 식당 음식을 미리 주문하면 자동차 안에서 음식을 받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족행사 등에 격식 있는 한 끼 식사를 쉽게 마련할 수 있도록 시그니처 박스를 선보인 것. 이에 국내 호텔 다수가 잇따라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했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중식당 ‘팔레드 신’의 단품요리 23가지와 도시락 등을 네이버 예약 페이지에서 주문하고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차를 타고 방문해 바로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경우 일식당 ‘스시조’, 중식당 ‘홍연’, 베이커리 ‘조선델리’의 포장 제품 판매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45% 상승했다. 이에 스시조, 홍연 도시락을 20개 이상 또는 100만 원 이상 결제하는 고객에게 호텔 차량으로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딜리버리 전문 매장 본격화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스쿨푸드의 경우 매장에서 메뉴를 포장해 가는 고객이 증가하고 야근이나 밤샘이 잦은 오피스 밀집 지역 일대 배달 매출이 증가하자 배달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스쿨푸드 딜리버리’를 2002년 오픈했다. 국내에서 치열하기로 손꼽히는 강남상권에서 10년 이상 스쿨푸드 딜리버리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1인 가구 및 2030세대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놀부는 최근 배달·포장 전문 매장인 놀부유황오리진흙구이 서초점을 열었다. 유황오리진흙구이를 토기째 배달해 따뜻하게 즐길 수 있게 한 것. 유황오리 특성에 맞춰 목장갑과 종량제봉투도 함께 제공한다. 유황오리진흙구이 외에도 훈제오리바베큐, 유황오리진흙구이와 쟁반막국수로 구성된 유황오리세트도 판매 중이다. 

이제는 주류도 배달한다
7월부터 전화나 스마트폰 앱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해당 음식값보다 낮은 수준에서 소주나 맥주를 주문할 수 있다. 정부가 주류 제조와 유통, 판매 등 주류 산업 전반의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음식에 술을 곁들일 경우 배달이 가능했지만 그 규정이 모호했다. 예를 들어 치킨 한 마리를 시킬 때 병맥주는 배달이 가능하지만, 생맥주 배달은 불법이었다. 생맥주를 페트병에 담아 판매하는 것은 주류를 가공한 경우에 해당됐던 것. 이에 온라인을 통해 주류를 배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업이 등장해도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규제가 완화되면서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주류로서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낮으면 통신판매를 할 수 있게 됐다.

집 안에서 외식 즐기는 ‘홈캉스’ 증가 
홈캉스는 집을 뜻하는 홈(home)과 휴가를 뜻하는 바캉스(vacance)가 합쳐진 단어로,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배달 음식을 통해 집 안에서 외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특히 배달앱을 통해 셰프가 직접 만든 요리를 집밥처럼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기내식 콘셉트의 신메뉴 또는 뉴욕 스트릿 커리 치킨 라이스, 멕시칸 부리또 볼 등 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의 전문 셰프가 만든 퓨전 요리도 집안에서 즐길 수 있다. 가격대도 부담스럽지 않은 1만 원대로 각 요리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최신 리뷰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디저트 또한 프랑스에서 공수한 재료만을 사용해 한국인 취향에 맞에 개발한 디저트를 배달해서 즐길 수 있다. 

배달 로봇 시장 경쟁 뜨거워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건물 앞에서 음식을 받아 배달해주는 로봇을 만들어 시범운영 중이다. 로봇 이름은 딜리타워로 앞부분에 서랍형 공간이 있어 배달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바퀴는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딜리타워는 엘리베이터와 연동돼 엘리베이터를 스스로 호출하고 타고 내릴 수 있다. 일단 배달의민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배송기사들은 건물 1층 로비에 있는 딜리타워에 주문번호를 입력하고 음식을 갖다놓는다. 배달원들은 직접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거나 1층에서 주문한 사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딜리타워로 인해 배달원 배달 시간이 약 12분 정도 단축된다고 강조한다. 배달 한 건당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더 많은 배달을 수행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PART 2 
배달음식 변천사

우리나라 최초 배달음식은 무엇이었을까. 교통 수단의 발달과 배달앱의 등장으로 급성장한 
지금의 배달시장이 있기까지 우리나라 배달음식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본다. 




우리나라 배달음식 1호 ‘냉면’ 
조선후기 실학자 황윤석은 1768년 7월 7일 자신의 일기 ‘이재난고’에 ‘과거시험을 본 다음 날 점심에 일행과 함께 평양냉면을 시켜먹었다’고 적었다. 이는 우리나라 배달음식의 역사가 최소 250년은 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말기 문신 이유원은 관직에 있으면서 틈틈이 작성한 ‘임하필기’에 11살에 임금자리에 앉은 순조가 즉위 초 군직과 선전관을 불러 달구경을 하던 중 ‘냉면을 사 오라고 시켰다’고 기록했다. 당시 궁중에서 즐기던 고급 요리인 냉면이 양반층에서 인기가 생겨 배달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새벽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이라는 뜻인 ‘효종갱’은 1800년대 한양 양반들이 주로 먹었던 배달 음식이다.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의 해장국집에서 배추속대, 표고버섯, 소갈비 등을 토장에 섞어 끓인 뒤 소달구지에 실어 한양으로 보내면 새벽종이 울릴 때쯤 먹을 수 있었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누비같은 솜으로 싸서 배달했다고 전해진다. 음식 재료가 호화롭고 배달을 시켰다고 하면 품삯도 추가적으로 들어갈테니 상당한 고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도 효종갱은 통행금지 해제 시간까지 술을 마시던 사대문 양반들이 즐겨찾는 속풀이 음식이었다. 

자전거 보급…냉면 배달 전성기 
1900년대 초 자전거 보급 확대로 냉면 배달은 전성기를 맞는다. ‘냉면열전’이라는 책을 보면 서울 종로구의 한 냉면집 배달부가 인근 양복집으로 냉면 81그릇을 배달했다고 전한다. 당시 규모가 큰 냉면집의 경우 배달부만 15명을 뒀다. 
1906년 7월14일 일간신문 <만세보>에는 첫 배달음식 광고가 등장했다. ‘각 단체의 회식이나 시내외 관광, 회갑연과 관혼례연 등 필요한 분량을 요청하시면 가까운 곳, 먼 곳을 가리지 않고 특별히 싼 가격으로 모시겠습니다.’ 이 광고의 광고주는 최초의 조선음식 전문점 명월관이었다. 일종의 한정식 출장 뷔페로 음식을 각각 그릇에 담아 교자상까지 차려 배달하기도 했다. 
1920년대 근대적 제빙 공장의 등장으로 얼음 공급이 자유로워지면서 냉면은 인기를 더해갔다. 자전거에 육수 주전자를 달고 한 손으로 냉면 그릇을 얹은 판을 짊어진 냉면 배달꾼이 경성 곳곳을 누볐다. 한 번에 얼마나 배달을 할 수 있나 내기를 하다보니 80그릇까지 배달을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배달 잘하는 일꾼은 서로 고액을 줘가며 스카우트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국밥, 비빔밥 등 배달 메뉴 확대 
냉면에서 각종 탕과 국밥, 비빔밥 등으로 배달 메뉴가 확대됐고 배달원의 일상이 신문에 소개될만큼 배달 문화가 널리 퍼졌다. 1931년 1월 2일 동아일보에는 ‘다리 쓰는 일 중에 제일 많은 것이 배달부다. 한 시간에 달리는 거리는 대개 이십리. 하루 밤낮을 달린다면 거의 오백리나 된다’는 기사가 실렸다. 1931년 2월 1일자 동아일보 기사 ‘직업별로 본 생활상’에는 배달부에 대한 소개가 간략히 나와 있는데 당시 배달부가 어엿한 직업으로 존재했다. 
냉면이 서울거리에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다. 한국 전쟁 이후 피난민들은 일정한 직업을 갖기 어려워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고향 음식을 만들어 팔았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다. 당시 소문난 냉면집으로는 백양루가 꼽힌다. 안에서 먹는 손님보다 배달해서 먹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전해진다. 배달은 장정 몇 사람이 냉면그릇을 담은 기다란 목판을 어깨에 메고 자전거로 쉴 새 없이 날랐다고 한다.

밀가루 원조…자장면 인기 메뉴 등극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 냉면 배달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미국이 밀 원조를 시작하면서 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자장면과 짬뽕 등이 대중적인 음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속배달 수식어도 이때 등장했다. 치킨은 1960년대 초 명동에 전기구이식 통닭 가게가 들어서면서 포장메뉴로 확산됐다. 당시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 가격은 500원으로 자장면 한 그릇이 50원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고급 음식에 속했다. 
1961년 전화기가 보급되면서 우리나라 배달 시장은 큰 변화를 맞았다. 당시 전화기는 관공서나 병원 혹은 부유층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사치품이라 전화기로 언제든 쉽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배달이 가능한 음식도 한식과 중식 정도로 한정됐다.  

집적화된 도시환경, 배달 문화 확산 기여 
1980년대에 이르러 각 가정에 전화기가 보편화되고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외식업의 성장과 함께 배달음식의 가짓 수도 늘어났다. 아파트 건설 붐이 일면서 단지마다 중국음식점이 들어선 것. 이와 함께 치킨 전문점들이 생겨났고 본격적인 배달음식 시대가 열렸다. 서울과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집적화된 도시환경이 형성됐고 이는 배달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1990년대는 인터넷망이 조성돼던 때다. 또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조기 퇴직자들의 음식점 창업 러시로 배달음식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BBQ, 교촌치킨 등 국내 치킨 브랜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치킨 배달도 증가했다. 
2000년대 스마트폰 보급은 오늘날의 배달음식 문화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수의 사람이 한정된 공간에서 밀집해서 살게 되고 정보처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인터넷을 통해 크게 낮아지면서 배달서비스가 성장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2000년대 배달 전문 대행업체 등장 
배달 수요가 늘고 음식 포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2000년대 초 배달 산업은 전성기를 맞게 된다. 당시 배달서비스 시장 확대를 이끈 대표적인 업종은 패스트푸드이며 가장 먼저 맥도날드가 2008년 업계 최초로 24시간 배달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어 롯데리아도 홈서비스를 적극 시행했다. 피자가 외식메뉴에서 배달메뉴로 차츰 포지션을 이동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1999년 피자헛이 단일번호 주문 서비스를 도입하고 배달영업을 강화, 일부 다이닝 매장을 배달매장으로 리뉴얼하면서 2001년에는 210개의 홈서비스 매장을 운영할 만큼 배달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워갔다. 
한식 배달 메뉴의 대표주자는 족발, 보쌈, 찜 등 일품메뉴 위주의 품목들이 많았다. 
2010년대부터는 배달 아르바이트 시급이 오르면서 배달을 하지 않는 중국집, 피자집, 치킨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대신 직접 찾아와서 먹거나 테이크 아웃을 해갈 경우 특별 서비스나 가격을 할인해주는 곳들도 많았다. 이와 반대급부로 배달대행사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삼겹살, 빙수배달도 가능 
포장 용기에 기름이 하얗게 응고되는 현상과 냄새로 배달 메뉴 아이템의 한계를 지녔던 삼겹살도 배달메뉴 대열에 당당히 올랐다. 숙성과 굽는 방법을 통해 문제를 보완하고 이중 포장으로 고기가 식는 속도를 최대한 지연시켜 삼겹살의 단점을 최소화했다. 
빙수배달도 시작됐다. 빙수 및 디저트만을 전문적으로 배달하는 동네 업체들이 늘어난 것. 아이스팩으로 포장되며 오는 동안 알맞게 녹아 오히려 바로 먹기도 좋고, 매장의 맛과 큰 차이가 없다. 
2020년 코로나19로 언택트가 생활화 된 현재, 대한민국에서 배달되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0년 7월호를 참고하세요.

 
2020-07-03 오전 03:44:19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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