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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하는 명주(名酒)를 빚다 -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  <통권 425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07-29 오전 03:31:12

세계가 인정하는 명주(名酒)를 빚다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


‘술향기 그윽한 천년주막, 세계 명주가 익어가는 곳’. 경상북도 문경의 오미나라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오미자로 스파클링와인 오미로제(OmyRose′) ‘결’과 ‘연’을 만들어 그 품질을 인정받고, 고품격 증류주 ‘고운달’은 유명 위스키보다 마니아가 많을 정도다. 세계 어느나라의 유명 술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명주를 빚는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와 만나 술익는 얘기를 나눴다.
글 육주희 국장 jhyuk@foodbank.co.kr 사진 이종수




경상북도 문경에 위치한 오미나라는 우리나라 농산물을 이용해 명주(名酒)를 만드는 와이너리다. 오미나라에서 만든 오미로제 스파클링와인은 마스터 블렌더 이종기 대표가 한국이 자생지인 오미자를 이용해 국격에 맞는 명주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에서 탄생했다. 오미자로 빚은 스파클링 와인은 시고, 달고, 맵고, 쓰고, 짠 5가지 맛이 나면서 청량함이 일품이다. 무엇보다 오미자로 빚은 스파클링와인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한국와인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의 탄생은 이 대표가 1990년 스코틀랜드 수도 에딘버러의 헤리엇와트(Heriot-Watt) 대학원에서 양조학을 공부할 당시 창피를 당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급우들과 함께 하는 파티가 있었는데 주임교수의 제안으로 각자 자기 나라의 대표 명주를 가져와 시음을 했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약재 침출주를 준비했는데 주임교수가 시음을 한 후 “이 술은 허브향도 있지만 조미료 맛이 나는 것 같다”며 농담을 했다. 이 말에 동료들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모든 나라의 술이 호평을 받았는데 그가 가져간 술만 악평을 받았던 것. 이때 그는 세계의 모든 애주가들이 감탄할 만한 한국의 명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원료로 양조 실험을 시작했다. 그러나 원료를 구하는 것부터가 난제였다. 세계적인 명주들은 생식용과는 다른 별도의 양조용 품종으로 빚는 것이 상식이다. 와인을 빚는 포도, 사케를 빚는 쌀은 품종이 수백 종에 달하고 그 가운데 양조용으로 대표적인 품종을 분류해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에는 곡물이나 과일에 양조용 원료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일단 그는 쌀을 비롯한 곡물과 과일 그리고 온갖 약재에 대한 양조 적성을 검토했다. 
그가 오미자를 선택한 것은 한반도가 원산지인데다 매력적인 색조와 상큼한 신맛, 은은한 단맛, 쓴맛과 매운맛의 허브향, 그리고 간간한 짠맛까지 지녀 천혜의 양조용 재료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술은 소비자들에게 관능적 매력을 줘야 하기 때문에 원료의 색깔과 향기, 맛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국에서 구입 가능한 원료의 양조 적성을 비교해 가면서 연구하던 중 유독 오미자가 눈에 띄었고, 한국을 대표하는 명주를 만드는 데 오미자만큼 좋은 재료는 없다고 판단했다.”

양조 분야만 40년 넘는 외길 인생, 명주는 그의 운명 
이종기 대표는 41년간 양조 분야에 몸담은 자타공인 우리나라 양조 분야 최고의 권위자다.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한 후 OB맥주에 입사해 약 30년 세월동안 근무했고, 이후 양조학 교수에서 오미자 와이너리까지 술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국내 위스키의 대명사인 씨그램 진, 골든 블루 등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오미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와인과 증류주를 만든 것은 명주를 만들겠다는 그의 집념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2006년말 이종기 대표는 27년간 다니던 회사를 떠나 2007년 영남대에서 양조학을 개설해 후학들을 양성했다. 3년간 열심히 제자들을 배출했지만 현실은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었다. 방법은 한 가지였다. 직접 양조장을 설립해 명주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면 일자리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즈음 프랑스 부르고뉴나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보았던 풍경이 펼쳐진 문경의 산골 오미자 농장이 떠올랐다. 
“유학 당시 프랑스 여학생이 가져왔던 로제 스파클링와인의 영롱한 빛깔과 상큼한 탄산을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보았던 문경의 오미자로 스파클링와인을 개발한다면 빛깔이나 향, 맛 등에서 포도로 만든 프랑스 로제 스파클링와인에 버금가는 와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오미자 와인이 성공한다면 문경 산골마다 오미자 농원이 생겨날 것이고 먼 훗날 우리나라에도 백두대간을 따라 오미자 와인 가도가 생길 수 있다는 그림이 그려졌다. 무엇보다 오미자 송이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데도 소비량은 많지 않아 양조용으로 공급받는 것이 가능해 한국을 대표하는 명주의 원료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미자 스파클링와인 개발 위해 에페르네 10차례 방문
이종기 대표는 2009년 오미자 생산지 문경에 공장과 연구소를 세우고 오미자 와인 개발에 몰두했다. 오미자는 양조용 재료로 더할나위 없었지만 스파클링와인을 개발하기 위한 과정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오미자의 매력적인 색을 보존하고 신맛과 쓴맛을 조화시키며 특유의 스파이시한 향을 내는 오미자와인을 만들기 위한 온갖 실험에 도전했다. 오미자의 날카로운 신맛을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는 방법은 오크통 숙성으로 해결했다. 오미자 와인 발효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지만 스파클링와인을 만드는 샴페인 공법은 또 다른 난관이었다. 병에서 2차 발효를 해 충분한 압력으로 스파클을 만들어 내는 기술, 그리고 압력 손실없이 찌꺼기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어렵지만 재미있는 도전이었다. 
“스파클링 기술을 배우기 위해 약 5500여 개 양조장이 있는 프랑스 샹파뉴의 에페르네를 10차례나 방문했다. 그곳은 300여 년 전 피에르 페리뇽 수사가 실명하면서까지 돔페리뇽 샴페인을 만들었던 오빌리에 수도원이 있는 지역이다. 모엣샹동, 페리에 주에 등 유명 샴페인을 제조하는 와이너리도 모두 이곳에 있다. 결국 2010년말 오미자와인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받고, 2011년에 3년 숙성한 로제 스파클링와인을 완성했다.”

정부 주요 만찬장에 오미로제·고은달 건배주 채택 
세계의 명주들이 원료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처럼 오미나라는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된 원료로 술을 만든다. 오미로제는 해발 300m 이상의 산골, 천혜의 조건을 갖춘 농가에서 재배된 유기농·무농약 원료를 사용한다. 
오미자는 익는 정도에 따라 색깔과 맛이 다르다. 오미로제 양조용 원료는 완숙한 오미자만을 사용한다. 오미자로 만든 스파클링와인은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도 극찬하고 있다. 2012년 국제 주류박람회에 첫 출전해 호평 일색의 찬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국가의 주요 행사 만찬장에서 오미나라의 오미로제 스파클링와인 ‘결’과 오미자 와인을 만든 후 두 번 증류해 백자에 담아 3년간 숙성한 명품 증류주 ‘고운달’이 건배주로 자주 채택되고 있다. 국격에 맞는 술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종기 대표는 “오미자로 스파클링와인을 만든 동기 중 하나가 국격을 높여야 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정부의 국제 행사에 다른 나라의 와인으로 건배주를 하는 것은 스스로 국격을 낮추는 것이다. 우리나라 음식에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 술이 어우러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인이 인정하는 명주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말했다. 




6차 산업 성공사례로 타 지역에 모델이 됐으면
이종기 대표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지속가능하려면 지역 특산물을 원료로 제조하고 관광객들이 찾아와 소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것이 바로 6차 산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미나라는 지역 특산물인 오미자를 원료로 술을 빚어 관광객과 와이너리 투어 등 활동을 통해 소비를 하고 있는 6차 산업의 모델이다. 문경의 또다른 특산물인 사과를 원료로한 증류주 ‘문경바람’도 생산하고 있다.  
오미나라는 장소가 갖고 있는 상징성도 있다. 과거길에 오르던 선비들이 목을 축이고 쉬어가던 ‘천년주막’이라는 주막터에 와이너리를 지었고, 바로 옆이 최양업 신부의 선종지인 천주교 안동교구 진안리 성지여서 자연스럽게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30년 이상 주류업계에서 함께 해 온 동료들과 오미자로 스파클링와인 개발에 이어 증류주까지 완성시킨 그는 최근 오미자 스파클링와인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인 홍보와 유통 시작 단계에 있지만 이 또한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미나라가 지역의 특산물로 술을 빚어 성공한 사례를 만든다면 타 지역에도 지역 특산물로 2차 가공과 3차 소비까지 이어지는 6차 산업의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이종기 대표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 정도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특산물의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순이 있다. 식량자급률 만큼만 지역의 특산물이 술을 빚는 원료로 사용되면 지역의 농가와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 최근 매실이 남아돌 정도로 생산량이 많아 처치가 곤란하다고 한다. 매실도 술의 원료로 매력이 충분한 과실인데 개발이 덜 돼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말한다. 
이종기 대표와 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대화의 끝이 없었다. 한국에 명주가 없어진 배경, 희석식 소주가 본격 보급된 이야기, 서양에서 들어온 와인과 와인문화에 대한 맹신의 아이러니, 1516년 독일 빌헬름 4세가 맥주 순수령을 내린 것이 오히려 맥주의 다양성을 말살시킨 악법이었다는 것, 영국이 스카치 위스키를 배타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배타조항을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주세법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야기는 술익는 향기와 함께 무르익었다. 

 
2020-07-29 오전 03:31:12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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