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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문화는 모든 문화의 근간 -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  <통권 425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07-29 오전 05:54:57

“음식문화는 모든 문화의 근간”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 


음식을 먹거리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정치, 사회, 문화 등 거시적인 안목에서 종합 분석하는 경우는 드물다. 역사학과 문화인류학의 시점에서 음식과 문화의 관계를 분석한 주영하 교수의 시각은 그래서 흥미롭다. 때론 기존 주장과 상반돼 지자체들과 대척점에 서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료를 섭렵한 후 재구성한 그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 김은석 기자 kesh@foodbank.co.kr  사진 조지철


 

 

주영하 교수의 전공분야는 사학과 문화인류학으로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교수라는 직함 앞에 늘 따라다니는 타이틀은 바로 음식인문학자다. 음식에 관한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사회·문화적 의미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오늘날 한국인의 식사 방식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통해 형성됐는지 그 배경과 변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국내 최초의 음식인문학자로서 비판적 논쟁도 서슴지 않은 그는 35년 째 역사적,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음식을 연구하며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제자들 양성에 힘쓰고 있다. 

김치박물관 근무하며 음식 역사에 관심가져 
중국 정치사에 뜻을 두고 사학을 전공한 주영하 교수는 음식과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김치박물관에서 일하게 되면서 그의 생각은 바뀌었다. 김치박물관에서 근무하는 동안 만난 농학자, 식품영양학자를 통해 음식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음식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그는 북미와 서유럽, 일본의 사례에 눈을 돌렸다. 이미 세계 학계는 음식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주로 문화인류학자들을 중심으로 음식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들은 원주민 사회에 들어가 살며 그들의 문화를 연구한다. 이때 가장 먼저 접하는 부분이 바로 음식이다.”
문화인류학과 민속학자로서 음식을 연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를 음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음식은 식품영양학 또는 조리학의 대상으로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 주를 이뤘다. 이런 풍토에서 주영하 교수는 학문적 관점을 통해 음식에 접근함으로써 끊임없이 음식과 인문학을 접목해왔다. 그는 “음식은 흔히 1차원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음식문화는 모든 문화의 근간이 된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그 문화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음식, 한 사회를 파악하는 중요한 소재 
언제부터인가 식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냅킨을 깔고 그 위에 수저를 놓는다. 휴지에서 형광물질이 나와 오히려 좋지 않다는 얘기도 있지만 수저를 바로 테이블에 놓기 꺼려진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왜 이렇게 밥을 먹는가에 대해 주영하 교수는 명쾌한 답을 들려준다. 
그는 “냅킨을 이용하는 행위에는 식탁이 더럽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행주로 대충 훔친 식탁을 마주하게 된다. 본인들이 앉아서 테이블을 닦고 그마저도 못미더워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휴지를 깔아서 쓴다”고 말한다. 화학처리된 생산품은 위생적일 것이란 인식이 더해져 냅킨 깔기는 일종의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그가 강조한 ‘음식인문학’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일상적이라 의식하지 못했던 현재의 한국인의 식사방식을 통해 사회가 처한 상황까지 이해하게 되면서 음식문화가 한 사회의 현상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되는 이유를 알게 된다.  





책을 통해 음식인문학을 전하다
책을 통해 음식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고 있는 주영하 교수는 그의 연구만큼이나 다양한 주제의 책을 펴냈다. 수년간의 현지 조사와 문헌 연구를 토대로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를 상세하게 풀어낸 《차폰 잔폰 짬뽕》, 일제 강점기 시대의 자료를 10년 간 모으고 분석한 《식탁위의 한국사》가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제목인 《조선의 미식가들》에서는 조선시대 음식에 관한 글을 남긴 15명을 뽑아 그들의 음식 취향과 경험을 풀어놨다. 고추장을 즐겨 먹었던 영조를 포함해 조선의 미식가로 뽑힌 왕과 선비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시대에 유행했던 음식과 식재료, 요리법을 살필 수 있다. 특히 그림 한 장을 한 달 내내 바라본 후 그 속에서 음식 풍속을 살펴 본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는 음식 연구에 대한 그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 책에 대해 “실제로 현장을 볼 수 없다면 그림을 찾아보기로 했다. 음식이 담겨있는 그림을 크게 프린트 해 계속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오래 보다보면 안 보이던 게 보인다. 그렇게 한 작품, 한 작품마다 드러난 음식 이야기를 모았다”고 말했다. 

과거 문헌에 대한 고증 필요 
주영하 교수는 과거 문헌과 사료를 통해 책을 내고 음식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지만 실제 사료 자료는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왕과 관련된 일상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기초 자료인 《승정원일기》도 조선 전기 자료들은 소실되고 없다. 더 앞선 고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도경》이나 이색의 《문집》 등을 연구 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정도다. 사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글 번역과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은 더욱 절실하다.
“조선시대에는 선비가 먹을 것을 입에 담으면 군자가 아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식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다. 미식에 대한 글은 쓰지 않더라도 백성들이 앞으로 잘 먹고 잘 살길 바라는 바람으로 앞선 시대의 문헌에서 그대로 가져와 옮겨 적은 기록들이 존재한다.”
그는 이런 류의 글에서는 실제로 그 당시 사람이 해 먹은 음식을 소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보기에 추천하면 좋을만한 요리법을 소개한 글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당시 조선시대의 국가 통치이념은 유교였으며 이는 모두 고대 중국의 국가 예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때문에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먹었냐를 이해하려면 고대 중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9세기 후반 개항기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의 한국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이나 식품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을 알아야 한다. 그 예로 명란젓을 들 수 있다. 명란젓의 경우 우리나라가 먼저 먹었지만 이를 포장하고 상품화 한 것은 1930년대 일본인이다. 이것을 두고 일본이 빼앗아 간 것이라는 식의 이양대립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학문적 접근으로 음식의 기원 밝혀   
그는 지자체들의 공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지역이 음식의 원조라 주장하는 지자체들의 입장과 상반되는 근거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순창 고추장이다. 문헌연구를 통해 순창 고추장은 순창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한양에 살았던 순창 조 씨들이 만들었던 고추장이라는 걸 알렸다. 비빔밥만 해도 옛날엔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인데도 궁중에서 먹었던 전주식의 비빔밥을 정통으로 대접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런 주장들을 당연히 그 지역에서는 좋아하지 않는다. 
“100년 전 누가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한 몇 줄을 인용해 정확한 고증없이 일반화 시키고, 학문적 훈련과 접근이 필요한 사안들을 사회적으로 이슈화 시키거나 대중에 편승한 내용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런 그의 날선 주장에 주변 사람들은 ‘쉽게 가라’는 말도 건넨다고. 하지만 그는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되는 음식에 대해 그 이면에 깔려있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 누군가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한다. 

“문화적인 음식에는 생각이 담겨있다” 
현재까지도 주영하 교수는 음식을 주제로 한 책을 꾸준히 내고 있다. 답하기 곤란했던 한국인의 몸에 밴 식사 방식과 습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리거나 1950년대 이후 식품업과 음식업에서 활동해 온 인물들을 인터뷰 해 그들의 경험을 기록했다. 그는 책을 읽는 독자들이 한국음식의 원형을 찾기 보다 한국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어왔는지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
“생물학적인 음식에는 물질이 담겨 있지만 문화적인 음식에는 생각이 담겨 있다. 오늘날 한국인의 식사 방식이나 음식 문화의 문제들이 어떤 배경과 과정을 통해 형성됐는지, 현시점에 서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안목과 이해를 통해 미래 100년 먹거리에 대한 해답까지 찾을 수 있다.”
그가 낸 책을 통해 독자들은 영조가 고추장을 즐겨 먹는다는 것을 알았고 집안의 요리법을 기록해 대대로 전한 사대부 부인들이 살았던 시대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과거 조선시대 문헌의 몇 줄이 지금의 귀중한 사료로 남았듯 시대를 관통하는 그의 이야기가 후대에 얼마나 가치있고 의미있는 자료가 될지 모를 일이다. 생존의 기본 요건이자 식도락의 대상인 ‘음식’을 인문학 영역으로 끌어온 그의 노력이 음식으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음식학’의 가능성으로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2020-07-29 오전 05:54:5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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