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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수산 홍명완 대표  <통권 426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09-02 오전 04:05:57

멸치의 신세계를 열다

다정수산 홍명완 대표


홍명완 다정수산 대표는 충남연안에서 2개 선단을 이끌고 있는 
선장이자 수산물 가공 및 직판 사업을 하고 있는 청년 사업가다. 아직 대표보다는 선장이라는 직함이 더 익숙하다는 그.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이 사나이의 꿈은 ‘지속가능한 어업을 실현하는 것’이다.
글 이서영 기자 young@foodbank.co.kr  사진 조지철




8월 5일 오후 2시 충남 보령시 오천항. 하루종일 내린다고 예보돼 있던 비가 잠시 멈췄다. 대신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태양이 과시하듯 직사광선을 내리쬐었다. 몇 주에 걸쳐 쏟아진 비 때문에 바다는 온통 황토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날 새벽 5시부터 항구에 나와 일을 했다는 홍명완 대표의 얼굴에는 까칠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오늘 새벽부터 배 엔진 사고가 났거든요. 선원 한 명은 술 먹고 도망갔고요. 이게 일상입니다.” 그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빙긋 웃어 보였다.
그의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3명의 아낙이 짐 보따리를 싸들고 부둣가로 나왔다.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것 같은 평범한 차림새의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바닥에 음식을 펼쳤다. 음식이 다 차려지자 그 중 한 사람이 꽹과리를 들고 치기 시작했다. 나머지 두 명은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기도를 드렸다. 바다는 인간이 정복할 수 없는 대자연이었다.

미쉐린 셰프들이 사랑하는 선장
그는 오천항에서 유명한 어부다. 2018년 8월에는 KBS 인간극장 ‘멸치를 기다리며’ 편에 주인공으로 출연했고 지난 5월에는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게스트로 등장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무엇보다 ‘셰프들이 사랑하는 선장’으로 유명하다. 미쉐린가이드에서 별을 단 레스토랑들이 앞다퉈 그를 찾기 때문. 조희숙 셰프의 한식공방,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 정호영 셰프의 비스트로 카덴, 박누리 셰프의 갈리나 데이지 등이 그의 멸치를 사용했다. 현재까지 미쉐린 레스토랑 13곳에 멸치를 공급해 왔다. 무엇이 셰프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일까? 바로 자숙멸치다. 
홍명완 대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숙멸치를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자숙멸치란 크기 1.5cm 정도의 세멸을 어획한 즉시 삶아 급랭한 것으로 부드러운 식감과 감칠맛이 일품이다. 그는 일본의 식재료인 ‘시라스(멸치 치어)’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나라에 맞는 가공방식을 연구, 촉촉하고 말랑한 자숙멸치를 탄생시켰다. 셰프들은 자숙멸치의 등장에 열광했다. 그리고 곧 자숙멸치를 전면에 세운 새로운 메뉴를 속속 선보였다.





국내 최초 반건조 멸치 개발
그러나 다정수산의 시그니처 멸치는 따로 있다. 바로 반건조 멸치다. 그는 국내 최초로 반건조 멸치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그가 반건조 멸치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어느 날 두 살짜리 아들이 멸치볶음을 먹다 켁켁거렸다. 딱딱한 멸치가 목에 걸려 그랬던 것이다. 멸치잡이 선장이자 아빠로서 아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그래서 아들을 위한 멸치를 개발하기로 했다. 부드럽고 날카롭지 않아 아이 목에 걸리지 않을 멸치. 동생과 함께 개발에 몰두했고 약 3개월 만에 제품을 출시했다.”
그렇게 개발한 반건조 멸치는 지난해 5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 ‘아빠멸치’라는 이름으로 첫 선을 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목표금액이었던 100만 원을 훌쩍 뛰어 넘는 금액인 885만여 원이 모금됐다. 2차 프로젝트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인플루언서 공동구매 등을 통해 판매를 진행했고 지난해 반건조 멸치로만 8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홍 대표는 “반건조 멸치는 부드럽기 때문에 아이는 물론 어르신들도 좋아한다”며 “한 번 맛보고는 부모님 선물용 등으로 구매하는 이들도 많아 재구매율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현재 품절 상태인 반건조 멸치는 올해 10월쯤 다시 만날 수 있다. 

13년차 베테랑 어부… 부도 위기도 넘겨
서해안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멸치 어장이다. 연간 멸치 총어획량의 30~40%가량이 서해안에서 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남해안의 멸치 어획량은 16만507톤, 서해안은 4만7874톤이었다. 홍명완 대표는 연간 마른멸치 10만~15만 상자(1.5kg 기준)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전체의 0.3%쯤 되는 양이다. 
올해로 38살인 홍 대표는 아직 그가 속해 있는 충남연안선망협회에서 막내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어부로서의 경력은 짧지 않다. 25살 때 겁 없이 바다로 나와 어언 13년째 배를 타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멸치 가공 공장을 설립했고 지난해부터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직영판매 사업도 시작했다.
“땡전 한 푼 없는 상태에서 지인의 도움을 받아 어업에 뛰어들었다. 내 배 한 척에 임대 배 두 척. 그게 나의 전부였다. 첫 해에 3억 원을 까먹었다. 부도날 뻔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버티고 또 버티다 보니 운 좋게 여기까지 왔다.”

지속가능한 어업 위해 나서야 할 때
홍 대표는 지난 7월 충남 서천 마량포 앞바다에서 벌어진 집단 해상 시위에 참가했다. 이 시위는 해양수산부가 7월 한 달 동안 서해에서 멸치잡이를 금지한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해양수산부의 규제가 어민의 생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멸치의 어족자원 고갈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충남연안선망협회의 이사이기도 한 홍 대표는 이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서해 멸치떼는 4월부터 5월 충남 서해 연안으로 들어와 산란을 한다. 이 산란철의 멸치를 일부 대형어업들이 무분별히 잡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멸치 성어기인 7월 한 달, 해수부는 멸치같은 작은 물고기를 잡는 그물인 세목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충남 연안에서 멸치 어군이 형성되는 시기는 6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단 4개월 뿐이다. 정작 금지해야 할 산란기에는 대형어업들의 조업을 허가하고 중소 어민들이 조업을 해야하는 7월에는 세목망을 쓰지 말라고 하니 어불성설이다.”
실제 7월 한 달은 충남지역 한 해 멸치 생산량의 40~50%가 어획되는 시기다. 홍 대표는 행정기관이 현지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 어민들의 생계와 지속가능한 어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씨름 선수였던 사나이,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가다
바다로 나오기 전, 홍 대표는 모래 사장에 있었다. 그는 씨름 선수였다. 어린 시절 고된 훈련을 통해 다져진 몸과 정신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자양분이다. 
그는 “멸치 조업 시즌에는 쉬지 않고 24시간도 일하고 48시간도 일한다”며 “일반인이라면 견디기 어려운 노동 강도이지만 운동을 했던 덕에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토록 힘든 일을 왜 하느냐고 물으니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부이니 멸치를 잡고, 식품 가공 사업자이니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 또 판매 업자이니 소비자들이 가장 좋은 상태의 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은 신조에 따라 그는 올해 멸치 어획 후 3일 만에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3일 멸치’를 기획해 판매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제품을 전달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소비자에게 진실함으로 와닿는다. 지난 2018년, 그의 멸치가 국내 최상급의 식재료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서울고메2018’에 소개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최근엔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식품관인 명인명촌에도 입점키로 했다.
홍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한다’고 말했다. 어부가 식품 가공에서 판매까지 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수산물을 판매하는 강소기업을 만들고 싶단다. 그의 뚝심이 언젠가는 식품업계에 한 획을 긋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020-09-02 오전 04:05:5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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