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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요리와 바이주, 그 매력에 빠지다  <통권 426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09-02 오전 05:08:50

중국요리와 바이주, 그 매력에 빠지다


무색투명한 중국의 증류주인 백주(白酒), 바이주가 부상하고 있다. 중식 레스토랑에서는 중화요리와 바이주를 
매칭한 코스요리가, ‘차이니즈 바’로 불리는 중식 주점에서는 바이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 인기다. 
바이주가 트렌디해지는 중식 외식시장에 방점을 찍는 요소로 활약하고 있는 것.
글 박선정 기자 sjpark@foodbank.co.kr  사진 신승희, 조지철


 

 


변화하는 중식 외식시장 
중식 외식시장이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자장면, 짬뽕, 탕수육 등 한국식 중식이 배달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왕육성, 이연복, 여경래, 곡금초 셰프 등 ‘올드스쿨’ 셰프들이 지휘하는 고급 중식, 젊은 셰프들이 선보이는 캐주얼 중식, 프렌치·이탈리안과 결합한 퓨전 중식, 딤섬·면류와 같은 단일메뉴를 취급하는 전문 중식 등 카테고리가 다양화·세분화·전문화하고 있다. 
‘현지 스타일 메뉴’에 대한 니즈도 뚜렷하다. 수년 전 양꼬치의 국내 도입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외식시장을 휩쓸었던 양꼬치는 ‘반짝인기에 그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는 달리 현재 외식시장에 하나의 카테고리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브랜드가 생겨났다 사라지면서 시장이 성숙해지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한때 열풍을 일으켰던 마라요리의 인기도 여전하다. 폭발적인 인기는 사그라들었지만 경쟁력 있는 마라요리 전문점이 여전히 성업 중이고, 마라탕과 마라샹궈 등은 중식당의 인기메뉴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딤섬, 우육면처럼 현지식 단일메뉴 전문점도 늘었다. 글로벌 중식 소스 브랜드 이금기의 영업 담당이자 중식 셰프 출신인 위진환 과장은 “과거 중식의 대명사였던 한국식 중식은 이제 중식의 다양한 장르 중 하나가 됐다. 그만큼 시장이 다양해지고 발전했다는 의미”라며 “앞으로는 여기에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요소를 입힌 곳들이 등장하면서 중식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식 트렌드 변화와 함께 바이주 시장 커져 
중식 외식시장의 변화·발전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국식 소주인 백주(白酒) 즉 바이주 시장이다. 고량주(고량은 곡물 중 수수를 칭함. 바이주의 주원료가 수수인 것에서 유래) 또는 속칭 빼갈로 불리던 바이주는 알콜도수가 높은 탓에 과거 ‘아저씨들의 술’로 불리며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모던눌랑을 비롯해 트렌디한 중식당을 표방하는 몇몇 곳이 칵테일을 앞세운 색다른 방식으로 바이주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미지를 쇄신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젊은층과 여성들을 끌어들이며 바이주를 즐기는 인구가 조금씩 늘어나고 그 연령대는 낮아졌다.
바이주 인기 확대에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차이니즈 바’ 또는 ‘차이니즈 주점’으로 불리는 중화주점이다. 지나치게 푸짐해 부담스럽기까지 한 중식이 아닌 안주 겸 가벼운 식사의 소(小)요리로 메뉴를 구성하고, 여기에 어울리는 바이주와 바이주 칵테일을 판매하면서 중식의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명성관, 레드문, 한남소관, 용용선생 등이 대표적이다. 
중식 시장에서 바이주가 ‘트렌디’의 대명사가 되면서 일반 중식당의 바이주 라인업도 화려해지고 있다. 잘 알려진 연태고량주, 공부가주, 이과두주 외에 중국 현지에서 인기가 있거나 유명한 제품을 음식과 매칭해 선보이는 것. 400여 종의 바이주를 취급하는 판다주류의 최무결 대표는 “같은 브랜드라도 등급이 높은 제품, 가성비가 높은 술, 현지에서 인기 있는 술 등으로 니즈가 세분화하고 있다”며 “트렌디해지는 중식 외식시장과 함께 바이주 시장 또한 계속해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에서 칵테일, 하이볼까지…
음용법 다양해져 
바이주를 마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상온 또는 차게 해서 그대로 마시는 스트레이트, 다른 재료를 혼합해 마시는 칵테일과 하이볼이다. 
바이주에 리큐르와 과일쥬스 등을 섞은 것이 칵테일이라면 하이볼은 탄산수를 섞은 것을 말한다. 일본 산토리社의 대표 제품 ‘하이볼’(산토리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제품으로 산토리가 자사 위스키 소비촉진을 위해 개발한 것이 대히트를 함)에서 따왔다. 
바이주 시장이 커지면서 수입·유통하는 업체의 수도 증가,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 종류도 크게 늘었다. 판다주류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태고량주(이하 연태구냥)와 공부가주 등 극소수 제품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제품이 들어오면서 양적·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한식당, 족발집, 장어집, 이자카야 등에서도 바이주를 찾는 것을 보면 확실히 바이주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INTERVIEW
남경무역 유호성 대표

“바이주 시장, 트렌디해지는 중식시장에 발맞춰 업그레이드”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요리와 중식당의 수준은 눈에 띄게 트렌디해지고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중국술 시장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동네 중식당에서도 호텔에서도 여전히 연태고량주 정도만을 내세우는 현실이다. 연태고량주가 나쁜 술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남경무역 유호성 대표는 중국 내 1만7000여 개 주류업체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소양하주업의 양하대곡과 천지람, 해지람, 몽지람을 독점 수입해 우리나라에 유통하고 있다. 
국내외 주류업체에 25년 넘게 몸담으며 소주와 맥주, 위스키 등 다양한 주종을 취급했던 그가 돌연 중국술을 수입하게 된 것은 바이주 시장의 가능성 때문이다. 일본 술인 사케를 파는 이자카야, 위스키의 주요 소비처인 유흥주점은 성장세가 하락하는 반면 중식 시장은 트렌디하게 변하고 있는 움직임을 읽었기 때문. 유 대표는 “배달, 철가방으로 인식되던 시대에서 벗어나 고급화·소형화·주점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이주 시장 또한 커질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바이주를 소개하겠다는 생각으로 2016년 처음 들여온 술이 양하대곡. 양하대곡을 생산하는 강소양하주업은 마오타이, 우량예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바이주 메이커다. 대표 제품 몽지람은 요즘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술이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랑하는 술로도 명성이 높다. 
유호성 대표는 우리나라 바이주 시장의 가능성을 매우 밝게 점쳤다. 양꼬치에서 훠궈, 마라 등의 히트메뉴가 반짝인기를 넘어 시장에 스며든 것처럼 중식주점이라는 카테고리 또한 서서히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 포장마차가 있다면 중국에는 대패당이라는 것이 있다. 편하고 부담 없이 중국술과 음식을 즐기는 현지 문화가 조만간 국내 외식시장에도 소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주 클래스 탐방

국내에 와인, 사케, 전통주, 맥주를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은 여럿 있지만 바이주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정식 교육기관은 아직 없는 현실. 이러한 가운데 전문 교육기관 설립을 목표로 운영되는 바이주 클래스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봤다.


품주사에게 배우는 바이주 
바이주 클래스를 운영하는 이승용 대표는 중국에서 바이주를 직접 생산·유통하는 생산자이자 품주사(品酒師)다. 품주사란 와인으로 치면 소믈리에, 사케로 치면 기키자케시와 같은 바이주 전문가로서 이론적 지식뿐 아니라 제조까지 가능한 사람을 칭한다. 중국에서 품주사는 국가 자격증으로 최고까지 몇 단계 등급으로 나뉜다. 이승용 대표는 2018년 중국 현지에서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최고등급 품주사 자격을 취득한 인물로 지난달 처음으로 서울에서 바이주 클래스를 열었다. 

바이주의 기초에서 시음, 요리 매칭까지 
바이주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 바이주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시점을 2016~2018년 사이로 본다. 일찍이 붐을 일으켰던 와인과 사케에 비해 한참 늦은 시기다. 당연히 관련 정보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 전문 교육기관 역시 없다 보니 바이주를 수입·유통하는 업자들도, 이를 판매하는 외식업체들도 고객에게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지난 8월 처음으로 개강한 바이주 클래스는 현재 기초반 1개 과정만을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초급-중급-고급 과정을 단계별로 개설해 바이주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초반 수업은 이론과 시음, 요리와의 매칭 등 크게 3가지 패턴으로 진행되며 수업은 주 1회, 총 4주에 걸쳐 진행된다.




젊은층 취향의 중화요리와 가벼운 백주 칵테일

<용용선생>

퓨전을 가미한 캐주얼 중식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바이주 칵테일의 조화가 돋보이는 곳. 
1호점 한양대점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상권답게 1만 원 미만의 소(小)요리와 부담이 적은 칵테일류를 내세워 대학생과 20~30대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메뉴 포인트 / 
퓨전·타파스·플레이팅 

홍콩 소호거리의 한 술집에서 영감을 얻어 ‘레트로 차이니즈 주점’을 콘셉트로 용용선생을 오픈했다. 어둑한 조명과 펑키한 음악 속에 동서양인이 섞여 칵테일을 즐기는 감성, 진중하기보다는 가볍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재현하고자 인테리어에서 메뉴까지 모두 퓨전 스타일로 기획했다. 
주점 특성상 여럿이 나눠 먹는 푸짐함보다는 안주로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요리를 지향, 작은 사이즈의 저렴한 요리들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닭냉채, 고수무침, 흑후추우삼겹, 블랙빈바지락볶음, 마라왕교자, 간장계란볶음밥 등 1만 원 미만으로 안주 겸 식사가 가능한 타파스 메뉴를 전면에 내세워 20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마라요리와 튀김류 등 시그니처이자 메인메뉴는 맛과 비주얼에 힘을 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대신 가격은 1만 원대 중후반으로 끌어올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라육회 연화반(1만8900원). 서양식 육회인 비프타르타르를 홍콩 스타일로 풀어낸 요리로 홍유와 마장, 마라로 맛을 낸 한우 육회를 고수, 파프리카와 함께 춘권피에 싸 먹는다. 가볍게 곁들일 수 있는 바이주 샘플러를 함께 제공해 맛과 멋, 비주얼을 살렸다. 바이주의 종류는 매달 달라지는데 8월에는 깔끔하게 마시기 좋은 연태아사간열을 매칭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 바이주 매칭 포인트 / 
저도주·부담 없는 가격  

주류 메뉴는 바이주에 익숙지 않은 이들도 직관적으로 고를 수 있도록 알콜도수가 낮고 저렴한 저가/저도주 라인과 알콜도수가 높은 중고가/고도주 라인으로 구분했다. 대학생을 포함한 20~30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바이주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연태’ 제품을 메인으로 해 진입장벽을 낮춘 것도 특징. 저가/저도주 제품으로는 연태구냥과 연태아사간열, 공부가주, 설원 등 4가지(30~39%, 125ml 내외 小 사이즈 기준 1만2000~1만8000원)를, 중고가/고도주 라인으로는 금화메괴로주, 양하대곡, 몽고왕(칸) 등 3가지(38~49%, 500ml 내외 5만~7만5000원)를 구비하고 있다. 
용용선생 브랜드를 기획한 이후인 팀장은 “바이주를 좀 더 고급스럽고 여성스럽게 풀어내고자 했던 점이 젊은층, 특히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며 “연태토닉세트와 칵테일은 물론 소용량 병 제품 판매율도 높아 바이주 계열이 전체 주류 판매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1  바이볼(480ml, 5900원):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에서 착안해 바이주에 탄산수, 레몬을 섞어 만든 칵테일이다. 알콜도수 부담 없이 바이주의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2  연태밀감주(480ml, 7900원): 연태구냥 특유의 파인애플향에 밀감맛이 어우러져 알콜향이 강하지 않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3  연태토닉세트: 연태구냥 또는 연태아사간열에 토닉워터, 레몬얼음잔을 세트로 구성한 메뉴. 연태아사간열(125ml, 1만7000원, 34%)은 연태에서 새롭게 만든 술로 포도를 증류해 만든 브랜디다. 바이주처럼 무색투명해 ‘포도주향이 나는 바이주’로 마케팅하고 있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0년 9월호를 참고하세요.

 
2020-09-02 오전 05:08:50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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