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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돋보기]지금 제철인 밤·고구마 겨울에 더 맛있다  <통권 427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12-07 오전 03:11:59



지금 제철인 밤·고구마 

겨울에 더 맛있다


숙성(熟成, aging)은 식재료가 가지고 있던 효소가 작용해 발효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흔히 숙성을 이야기하면 고기나 장류, 김치 등을 생각한다. 발효와 숙성을 대표하는 음식이기에 당연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과일도, 채소도 종류에 따라 숙성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특히 밤과 고구마는 갓 수확했을 때가 가장 맛이 없고 시간을 두고 맛이 점차로 올라온다.




밤과 고구마는 숙성이 필요한 대표 작물이다. 아이들과 농원에서 수확 체험을 하고는 집으로 와 삶아 먹으면 기대보다 맛이 없다. 밤이나 고구마 모두 같다. 밤은 수확 직후에 가장 단맛이 적다. 저온 저장고에서 적어도 한 달 정도 보관해야 비로소 제대로 단맛을 낸다. 밤과 비슷한 것이 요즘 한창 제철 맞은 고구마다. 고구마는 어두운 곳에서 며칠 수분을 증발시켜야 단맛이 난다. 갓 캔 것은 수분이 많아 단맛이 상대적으로 적다. 
밤은 한창 수확하는 9월이나 10월보다는 11월이나 12월에 더 맛있다. 같은 군밤이라도 한겨울에 먹는 것이 더 달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8주 정도 보관한 밤은 30~40% 정도 당도가 올라간다. 

용도와 조리법에 따라 밤의 품종 선택
단택, 병고, 만적, 이평은 밤의 품종 이름이다. 굽고 찌고 생으로 먹는 밤도 종류에 따라 용도가 다르고 맛도 다르다. 단택, 병고, 만적, 이평 4가지 품종의 밤을 사와 딸에게 깎아줬다. 군밤보다는 생밤을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평가자로서 딱 맞다. 하나하나 먹을 때마다 그저 ‘맛있네’ 하다가, ‘만적은 수분이 많아 보드랍고 달다’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생산자의 말을 들어서인지 내 입에는 병고가 가장 달았다. 생밤 특유의 아삭함도 괜찮았다. 
옥광은 중간 크기로 단맛과 밤 향이 짙다. 정안면에서 나는 옥광은 당도가 21%로 이웃인 청양에서 나는 옥광보다 단맛이 많다. 대신 청양에서는 정안의 옥광 못지않게 축파 품종이 달다.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단맛이 다르다. 
대보는 한·중·일 세 나라 밤의 특징을 살려 육종(育種)한 품종으로 당도가 높거니와 구웠을 때 안쪽 껍질이 잘 벗겨져 군밤용으로 좋다. 국립산림품종센터에서 육종하는 밤이 대부분이지만 농부가 육종한 품종도 있다. 경상남도 합천의 변영근 씨가 개발한 대명왕밤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1년 등록이 완료된 품종으로 왕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게가 40~60g으로 달걀 크기와 비슷할 정도다. 크기만 큰 게 아니라 숙성한 것은 당도가 18%까지 나가 일본 도입종과 비슷한 단맛을 낸다. 당도가 높고 아삭한 식감이 있어 깎아서 먹는 것도 좋지만, 찐 밤이 먹기에도 좋거니와 서너 개만 먹어도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다.

휴게소 군밤 알작고 당도 높은 중국산 단밤
군밤용으로 좋다는 단택으로 군밤을 만들었다. 집에서 군밤을 구우면 이상하리만큼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 어떤 것은 잘 벗겨지지만 어떤 것은 밤 속살과 딱 붙어있어 군밤을 까먹기 전에 애부터 먹는다. 군밤 파는 곳에서 산 군밤은 잘 까지는데 내가 하면 잘 안 된다. 
그래서 밤에 십자로 칼집 내고 물에 두 시간 이상 불렀다. 제사상 차리기 전 밤을 칠 때 껍질이 잘 까지라고 미리 불려 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에 불린 밤을 프라이팬에 넣어 뚜껑을 닫고 살살 흔들어 가며 구웠다. 물기를 품고 있던 밤이라 이내 뚜껑 유리에 김이 서렸다. 15분 정도 약한 불에 굽고 나니 노란 속살을 드러냈다. 군밤 장수가 구운 것처럼 알이 쏙 빠지겠지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쏙 빠지는 것은 한두 개고 나머지는 부서졌다. 아마도 십자로 칼집 내는 요령과 불리는 시간이 부족했던 탓인 듯 싶다. 나중에 다른 군밤용 품종인 대보로 해보니 숙련된 장사꾼이 구운 것처럼 잘 벗겨지게 구워졌다. 
휴게소에서 파는 군밤은 대부분 중국산 단밤이다. 화북지역에서 생산하는 밤으로 껍질이 잘 벗겨지고 일본 밤이나 국내 밤보다 단맛이 도드라진다. 추운 지역이라 알이 작은 대신 단맛이 좋다. 함경도와 평안도 북부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단밤이 난다고 한다. 

숙성은 밤과 고구마를 달곰하게 만든다
생밤에는 비타민도 많지만 자당, 과당, 포도당이 골고루 섞여 있어 시원한 단맛이 난다. 게다가 감칠맛의 대명사인 글루탐산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하나를 먹고 나면 또 하나를 자동으로 집게 만든다. 군밤을 좋아하면 대보, 생밤은 병고, 찌거나 생밤은 옥광, 한 끼 식사 대용식을 찾는다면 대명왕밤이 좋다. 밤이라고 같은 밤이 아니다. 이름을 구분해 찾으면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오면 밤이 길어진다. 밤이 길어질수록 냉장고에 들어 있는 밤의 당도가 올라간다. 숙성은 밤과 고구마를 달곰하게 만든다. 

 
2020-12-07 오전 03:11:59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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