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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돋보기] 식재료 맛을 잘 살리는 상생의 매운맛 재래종 고추 ‘수비초’  <통권 428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12-07 오전 03:13:26


식재료 맛을 잘 살리는 상생의 매운맛


재래종 고추 ‘수비초’

 

 

 

고춧가루라고 다 같은 고춧가루가 아니다. 재래종 고추 중에서 청양고추보다 매운 것들이 있다. 붕어초도 그렇고 수비초도 청양고추보다 맵다. 남과 다른 고급스러운 매운맛을 내고 싶다면 재래종 고추를 찾으면 길이 보일 듯싶다. 


 


 

청양고추보다 매운맛이 좋은 고추 수비초

오랜만에 경상북도 영양을 찾았다. 영양을 간 이유는 오일장 취재 목적도 있었지만 수비초 농가 방문이 목적이었다. 

경상북도 영양은 고추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청양고추의 ‘양’이 바로 영양군을 의미한다. 청양고추 개발자가 신문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청양고추를 시험 재배한 곳이 경상북도 청송과 영양군이었다고 한다. 두 곳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청양고추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양고추의 원산지를 충청남도 청양군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심지어 청양군에서는 청양고추 축제를 열고 있다. 

청양고추가 탄생한 영양은 전국 시군에서 두 번째로 고추 생산량이 많다. 생산량도 많지만 다양한 고추 맛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청룡, 붕어(칠성), 대화, 음성, 수비, 빵빵이는 재래종 고추 이름으로 이중 수비초는 청양고추보다 매운맛이 강하다. 

1980년 때까지는 영양군에서 생산하는 고추 중 50%는 재래종이었다고 하니 영양군에서 생산한 고춧가루 중에서 매운 고춧가루를 먹었다면 수비초일 가능성이 높다. 

출장길에 영양에서 수비초를 유기농으로 생산하는 농가를 찾았다. 고춧가루 가공까지 하는 곳이어서 안 가볼 수가 없었다. 토종고추씨를 나눈다는 이야기는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고춧가루까지 파는 곳은 없었기에 기대가 컸다. 

 

고춧가루 종류에 따라 음식 맛 달라져 

2019년 충청북도 괴산에서 유기농 박람회가 열렸다. 전시회 구경을 하다가 ‘음성초’라는 이름을 가진 토종고추를 만났다. 호기심에 200g 한 봉지를 사서 집에 와 떡볶이를 만들었다. 고운 빛깔 만큼 맛도 빛났다. 

통상의 고춧가루는 맛만 맵다. 매운맛이 고춧가루의 매력이지만 음성초는 매운맛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매운맛인데 깔끔했다. 매운맛은 분명히 나는데 다른 식재료의 맛을 도드라지게 하는 매운맛이었다. 고춧가루만 맛을 보니 은은한 단맛이 매운맛을 받치고 있었다. 

고춧가루를 잘 못 사용하면 텁텁한 맛이 나는데 재래종 음성 고추는 깔끔했다. 몇 번 요리하고 나니 사 온 한 봉지가 금세 동났다. 인터넷을 뒤져도 음성초 사는 방법을 찾지 못해 잠시 잊고 지내던 중 수비초 이야기를 들으니 아니 갈 수가 없던 것이다. 

 

매운맛이 찌르지 않고 묘한 울림이 있는 수비초

수비초는 영양군 수비면에서 재배하던 고추라서 수비초라 부른다. 또 고추 끝이 날카로워 ‘칼초’라고도 한다. 

모양새는 칼처럼 생겼지만 매운맛은 망치 모양새다. 매운맛이 찌르지 않고 묘한 울림이 있다. 출장에서 돌아와 라면을 끓였다. 새로 사 온 고춧가루로 어떤 요리를 만들어 볼까 고민하다가 라면을 다 끓이고 불을 끄기 전 수비초 고춧가루 한 숟가락을 넣었다. 면을 다 먹고 찬밥을 말으니 그제야 수비초의 매운맛이 얼굴을 내밀었다. 밥알을 씹을 때마다 매운맛이 나타났다. 익숙한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날카롭게 입안을 헤집고 다닌다면 수비초는 세포 하나하나를 두더지 게임을 하듯 때리고 다녔다. 매운맛 임팩트가 청양고추보다 강했다. 수비초로 오삼불고기와 닭도리탕도 만들어 봤다. 매운맛은 있으면서 결코 음식 전체를 지배하지 않았다. 음식을 씹으면 재료의 맛이 나고 그 다음에 매운맛이 임팩트를 줬다. 

재래종 고추 중에서 청양고추보다 매운 것들이 있다. 붕어초도 그렇고 이번에 맛본 수비초도 그랬다. 

 

고추도 품종 이름을 불러주자 

우리 음식에는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많다. 남과 다른 고급스러운 매운맛을 내고 싶다면 재래종 고추를 찾으면 길이 보일 듯싶다. 재래종 고추는 찾는 이들이 적어 재배 면적이 줄고 있다. 작년에 맛봤던 음성초를 올해도 구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년에는 아예 괴산에서 생산하기로 했단다. 고춧가루가 다 같은 고춧가루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식재료의 이름을 부르면 같은 품종이라도 다양한 맛을 만난다. 고추의 이름을 부르면 매운맛의 그라데이션을 맛볼 수 있다. 다양한 매운맛 의 스펙트럼 중에서도 죽을 것 같은 매운맛이 아니라 식재료의 맛을 잘 살리는 상생의 매운맛을 찾을 수 있다. 매운 고추 말고 수비초, 붕어초로 부른다면 말이다. 식재료의 이름을 불러야 하는 까닭이다. 영양 해담는 집으로 검색하면 색다른 매운맛을 찾을 수 있다. 

 
2020-12-07 오전 03:13:26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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