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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돋보기] 식재료는 먹고 체험해 봐야 내 것이 된다 달곰한 맛의 모싯잎  <통권 429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0-12-07 오전 03:16:29


식재료는 먹고 체험해 봐야 내 것이 된다

 

달곰한 맛의 모싯잎

 

 

 

예전에 ‘사회과부도’라는 교과서가 있었다. 사회책에 딸려 나오는 부록으로 지리나 문화, 

특산품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사과는 대구, 인삼은 강화, 풍기, 금산 식으로 법칙처럼 선언을 해놓았다. 

식품관련 일을 하면서 한동안 저 법칙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애를 먹었다. 


 


 

식품 MD 초기, 인삼하면 금산이나 강화여야 하는데 뜬금없이 장수나 진안의 인삼을 누군가가 이야기하면 일단 색안경부터 꼈다. 상품을 보고 품질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버릇처럼 “인삼은 금산이지”하곤 했다. 출장 다니다가 사회과부도에 없던 지역에서 인삼밭을 보면 혀를 차곤 했다. 교과서에 품질 인증한 곳이 아니기에 품질이 별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시절이었다. 근래에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삼밭 구경이 조금 더 쉬워졌다. 일할 사람이 없어 노는 밭을 임대해서 삼 심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출장의 누적거리가 늘어나면서 어리석음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고정관념을 깨면서 다니고 있다. 모시도 나의 고정 관념을 깨고 있는 식재료다.

 

모싯잎 넣은 떡은 천천히 굳는다

모시, 한산 모시만 생각난다. 연이어 베틀에 앉아 모시 짜는 인형이 눈에 아른거린다. 1971년 생인 나는 주입식 교육으로 사회과부도를 배웠기에 모시는 옷 만드는 풀로만 알았다. 나중에 2000년 후반 영광에서 모싯잎 송편을 만났을 때부터는 모시하면 송편까지는 떠올린다. 그 다음은 없다. 모싯잎 송편도 금산 인삼과 같이 영광의 특산품인줄 알았다. 영광에서 처음 맛을 봤고, 쇼핑몰이나 방송에서도 내내 영광 모시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1990년대 초반 쌀 가공품 전시회에 경상도 특산품으로 모싯잎 송편이 출품됐고 전라도는 다른 떡을 특산품으로 출품했다. 

모시 농사를 짓는 곳이라면 모싯잎은 나물이나 쌈의 재료로 사용했을 것이다. 다만 특산품 굴비로 톡톡히 재미를 본 영광이 먼저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다. 

영광 모싯잎 떡을 먹으면 달다. 설탕처럼 훅하고 쳐들어오는 단맛은 아니지만 은은한 단맛이 있다. 게다가 모싯잎을 넣으면 떡이 천천히 굳는다. 시장 구경하다가 맛 본 모싯잎 떡은 아침에 한 것과 오후에 만든 것의 차이가 거의 없다. 쌀로만 한 절편이나 쑥떡하고는 전혀 다른 질감이다. 

모시는 옷감 재료와 떡 재료로 쓴다. 딱 거기까지다. 사실 알고보면 모싯잎은 장점이 꽤 있다. 우선 칼슘 함량이 대단히 높다. 우유에 든 칼슘보다 48배 많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을 정도다. 게다가 칼슘의 소화 흡수율이 다른 어떤 식품보다 높다고 한다. 우유에도 칼슘이 많지만 유당불내증으로 우유 소화가 힘든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관심을 가지면 비로소 식재료가 보인다. 우리가 몰랐을 뿐 모싯잎은 전국에서 난다. 

 

 


 

음식에 따라 모싯잎 수확·가공방법 다르다

지난 9월에 모싯잎 차 공장이 있는 전라북도 무주를 찾았다. 다른 일도 있었지만 고정 관념을 깨는 상품이었기에 궁금증 해결 차원에서 걸음을 옮겼다. 모싯잎 차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듣고, 맛을 봤다. 맛을 보는 순간 모싯잎 떡에서 느꼈던 청량한 단맛이 기억이 났다. 모싯잎 송편을 만들 때와 차를 만들 때 모싯잎은 수확과 가공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떡을 만들때는 줄기와 잎을 모두 사용한다. 모싯잎은 일년에 4~5차례 수확한다. 줄기째 베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어난 자리 옆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이내 숲을 이룬다고 한다. 가을에 마지막 수확하며 밑둥까지 잘라내도 이듬해 따스한 햇살이 비추면 그 자리에 다시 순이 돋는다. 생명력이 참 강한 풀이다. 떡을 만들기 위해 줄기까지 베어낸 것을 삶아서 쌀가루와 버무려 떡 반죽을 한다. 차를 만들 때는 줄기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새로 돋아난 부분의 부드러운 줄기와 잎만 사용한다. 베어낸 잎을 세척한 다음 뜨거운 증기로 쪄내고는 건조기에 말리면 차가 된다. 

녹차 만들 때처럼 덖지는 않는다. 

모싯잎 차를 마시면 은은한 단맛에 놀란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차 중에서 단맛이 나는 차들이 있다. 아주 비싼 녹차 중에서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살 수 있는 차 중에는 대나무 잎차, 수국차, 감잎차가 있다. 모싯잎 차도 감잎차나 수국차 못지 않게 은은한 향과 단맛이 꽤 매력적이다. 

모싯잎 차는 후식용으로 손색이 없다. 가루나 이파리를 면 반죽할 때 넣어 활용해도 좋을 듯싶다. 고깃집이라면 쌈채소로도 훌륭하다. 노년층이 증가하는 시대에 소화흡수율이 좋으면서 칼슘 함량이 높은 모싯잎으로 음식을 업그레이드 한다면 좋은 마케팅 포인트가 될 듯싶다. 게다가 은은한 단맛이 있어 맛까지 좋으니 금상첨화다. 

식재료는 글로만 봐서는 안 된다. 언제나 그렇듯 백문이불여일미(百聞不如一味)다. 먹어보고 체험해 봐야 내것이 된다.  

 
2020-12-07 오전 03:16:29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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