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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1992 대표 홍학기  <통권 431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01-28 오전 05:44:11


추억과 향수를 간직한 오랜 술집


산울림1992 대표 홍학기


학사주점으로 시작한 산울림은 1992년에 오픈해 올해로 29년을 맞았다. 그냥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주점이 아니라 압도적인 비주얼의 음식과 다양한 전통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더욱이 주점이지만 맛있는 요리를 먹기 위해 예약을 해야하고 대기를 해야하는 곳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산울림1992의 
홍학기 대표를 만나봤다. 
글 육주희 국장  사진 이경섭





30년 전통 학사주점의 맥을 잇는 강북의 명소
서울시 마포구 홍대 근처 땡땡거리에 위치한 ‘산울림1992’는 요즘 보기드문 전통주점이다. 외관은 물론 실내도 1980~90년대 대학가 또는 종로통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학사주점 분위기가 물씬 풍겨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대학가 근처에 흔했던 학사주점이 모두 자취를 감추고 사라진 지금, 산울림 1992가 유일하게 살아남아 그 시절의 향수를 이끌어 내며 뉴트로에 열광하는 젊은층까지 사로잡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압도적인 비주얼과 맛으로 무장한 ‘반상’이다. 동그란 반상에 음식을 차려 테이블에 올린다. 반상메뉴는 4가지가 있는데 그중 한우 내장찜, 한우 육사시미, 수비드 된장 맥적, 토마토 절임으로 구성된 메뉴가 가장 인기다. 반상메뉴는 자유롭게 조합할 수도 있다. 또 지금은 없어졌지만 셰프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급 메뉴를 코스로 선보여 각각의 메뉴에 전통주를 페어링하는 스페셜코스 등은 전통주점 산울림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도전이었다. 어쩌면 평범한 전통주점으로 운영되다가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없어졌을지도 모를 산울림1992를 30년 가까이 지켜오고, 강북 제1의 우리술 전문점으로 안착시킨 지점에는 바로 홍학기 대표가 있었다. 

20대 시절 손님이 30대 때에는 주인장으로 변신
홍학기 대표가 산울림1992를 시작한 건 사실 2002년부터다. 그 전에는 마포구 용강동에서 30년 동안 식당 등 자영업을 했던 부모님을 돕다가 벤처 붐이 일 때 친구들과 강남에서 벤처 스타트업을 시작했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산울림 주인장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방에 내려가면서 거의 매일 아지트처럼 드나들고 바쁠땐 일도 곧잘 도와주었던 그에게 업소를 인수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막상 인수받아서 운영을 하니 번번히 주방에 문제가 생겨 직접 요리를 하지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팔을 걷어붙인 홍 대표는 주방에 들어가 파전에 오돌뼈, 치즈불닭, 과일안주 등 그 시절 학사주점에서 볼 수 있음직한 메뉴는 모두 섭렵했다.





홍대 인디문화를 꽃피운 젊은이들의 사랑방
홍 대표가 산울림을 인수한 이후인 2000년대는 홍대 인디문화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특히 홍대와 신촌을 이어주는 중간지역인 땡땡거리 일대는 임대료가 저렴해 젊고 가난한 인디밴드, 미술, 공연, 연극 등 예술가들이 허름한 창고에서 창작열을 불태우던 시절이었다. 산울림은 매일 밤 인디밴드 공연이 끝나면 팬들과 젊은 예술가들이 우르르 몰려와 밤새 술을 마시며 인디문화의 꽃을 피우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유명 밴드인 노브레인, 크라잉넛 등도 당시 이곳의 단골이었다. 다소 거창하게 말하면 산울림은 바로 홍대 인디문화의 산실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2010년대 중반부터 지가가 상승하면서 월세가 비싸지자 인디밴드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홍대 근처도 프랜차이즈 퓨전요리주점을 비롯해 다양한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전통주점 문화가 하향길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점포 임대료도 급등해 오랫동안 홍대를 지켜왔던 노포들이 젠트리피케이션 광풍에 밀려 하나둘씩 사라졌다. 위기였다. 


술과 음식, 서비스 등 경영전략의 변화와 혁신
홍학기 대표는 가게를 접어야 할지, 장소를 옮겨야 할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2016년 가을 결단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도전 해보자.’ 그렇게 마음먹은 후 점포를 새롭게 리뉴얼했다. 간판도 리모델링 하면서 산울림 오픈 당시의 연도를 붙여 산울림1992로 바꿨다. 다소 쾌쾌했던 분위기를 정돈해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고 조명을 바꿨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전통주 종류도 약 200여 종을 갖추고 음식도 리뉴얼했다. 김도윤 셰프와 의기투합해 한식을 기반으로 서양식 요리기법을 접목, 주점이지만 안주의 퀄리티를 높였다. 이때 선보인 콘셉트가 바로 테이블 위에 반상을 올려내는 상차림이다. 테이블 위에 상을 올리니 고객의 눈높이에 가까워져서 자연스럽게 음식에 집중 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었다. 이때부터 상차림을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면서 사람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예약 고객에 한해 메뉴의 포션을 작게해서 코스메뉴를 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하고 전통주를 마리아주 하도록 했다. 변화와 혁신이 성공을 이룬 순간이었다. 





매장 밖으로 나가 외식업 공부와 교류 통해 성장 
홍학기 대표는 산울림1992 리뉴얼을 계기로 외식업과 소비자들의 트렌드 등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여러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전통주와 요리, 마케팅 등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술 도수가 높기 때문에 안주가 자극적이어야 맛이 느껴진다고 생각해 양념을 강하게 해왔다면 메뉴를 리뉴얼하면서 안주의 간을 약하게 하고 대신 더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오히려 안주의 간이 세면 다양한 전통주의 맛을 음미할 수 없기 때문에 소스부터 음식까지 모든 메뉴를 직접 만들고 있다. 오후 5시에 오픈하지만 주방은 12시 이전에 나와서 음식 준비를 하는 등 주점이지만 안주가 맛있는 집, 요리가 맛있는 집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편, 홍학기 대표는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반상차림 메뉴를 선보이면서 코스메뉴를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2019년 홍대 인근에 다이닝 스타일의 한국술집 ‘윤서울’을 오픈했다. 산울림1992의 요리에 한 축을 담당했던 김도윤 셰프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윤서울은 이미 맛객들 사이에 파인다이닝 수준의 안주 요리와 다양한 술을 곁들여 한층 풍성한 미식을 경함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신 중
지난 한해동안 코로나19로 특히 주점업은 타격이 심했다. 그러나 산울림1992는 1차, 2차 대유행 때만해도 큰 타격이 없이 잘 지나가나 싶었다.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던 2019년 대비 약 70% 이상의 매출을 유지했을 정도. 그러나 3차 대유행을 맞은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는 상황이 심각해졌다. 매출이 전년대비 70~80%까지 곤두박질 친 것. 주점 특성상 저녁 장사 위주인데 9시 이후에는 영업을 할 수 없으니 영업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하고, 손님이 거의 방문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동안 함께 해왔던 직원 일부도 부득이하게 쉬고 가능하면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 홍 대표와 아내가 직접 일하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에게 산울림1992는 추억의 장소이자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 삶의 공간이다. 아내도 20대 초반 이곳에서 만나 결혼했다. 따라서 여기에서 좌절할 수는 없기에 홍학기 대표는 본격적으로 배달 준비를 하고 있다. 벌써 테이크아웃은 시작했다. 고객들 대부분 안주를 주문하면서 술까지 사가기 때문에 배달을 시작하면 안주 메뉴 외에 추가 매출을 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학기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경쟁력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며 “바람이 있다면 빨리 상황이 나아져서 현재 쉬고 있는 직원들이 다시 출근해 함께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2021-01-28 오전 05:44:11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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