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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밥의 조건  <통권 431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02-03 오전 10:40:14

맛있는 밥의 조건


원산지나 품종, 생산연도 등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인 커피 원두나 와인처럼 쌀 또한 복잡미묘한 미각의 세계를 갖고 있다. 밥맛이 다 거기서 거기란 표현은 옛말. 최근에는 차지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쌀, 쌀알이 크고 단단한 쌀, 독특한 향미를 지닌 쌀 등 취향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의 섬세한 취향소비를 충족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품종쌀과 맛있는 밥의 조건에 대해 알아봤다.
글 안혜경 객원기자 사진 이경섭 






명품처럼, 쌀도 고관여 제품 시대
내 취향에 맞춘, 건강하고 맛있는 쌀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쌀의 성분, 맛, 재배방식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등 이른바 쌀도 명품처럼 시간과 노력을 들여 구매하는 고관여 제품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9 식품소비형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쌀 구매 시 고려하는 기준은 품질(33.2%), 맛(30.5%), 가격(17.5%), 안전성(9.9%) 순으로 나타났다. 쌀을 구매하는 단위나 품종도 대량 혼합미에서 소량 단일미를 선호하는 추세며, 신선도와 건강을 고려해 즉석 도정미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러 품종의 쌀을 골고루 살펴볼 수 있는 쌀 편집숍도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동네정미소, 도정공장, 동수상회, 현대쌀집 등이 대표적인 예다. 동네정미소는 품종쌀은 물론 토종쌀, 블렌딩 쌀 등 다양한 쌀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네정미소의 백미 4종, 현미 1종으로 구성된 쌀큐레이션 세트 ‘정미오미’는 취향에 맞는 쌀을 찾아볼 수 있다는 요즘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제대로 저격하고 있다.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도정공장은 무농약 삼색미, 하이아미, 밥의 진미, 미소미 등 단순하지만 명확한 스토리가 있는 4종의 쌀 제품을 선보이며 탄탄한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무농약 삼색미는 밀키퀸, 보성흑찰, 적미, 녹미를 블렌딩한 쌀로 식감과 건강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으로 인기다. 


다양한 쌀 품종 개발 활발
과거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던 벼는 약 1451종에 이를 정도로 매우 다양했으나, 일제강점기 일본의 산미증식계획과 토지조사사업 등에 의해 토종벼가 거의 사라지게 됐다. 1945년 광복 이후에 새나라, 배달, 농광 등의 품종이 개발돼 보급됐고 1970년대에는 통일벼가 대대적으로 보급됐으나 자연재해와 병충해로 문제가 발생하고 밥맛도 좋지 않았다. 이후에는 밥맛이 좋은 품종을 집중 개발한 결과 90년대 들어서는 오대, 동진, 일품 같은 벼가 개발됐다.
현재 국내 쌀 품종은 300여종. 쌀 품종별 성분, 맛도 다채로워졌다. 찰기가 많고 부드러운 골드퀸, 삼광, 백진주와 같은 품종에서부터 담백하고 단단한 식감의 영호진미, 오대, 신동진 등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쌀 종류가 많아졌다. 성인병 예방에 좋은 큰눈흑찰, 성장발육에 좋은 하이아미 등 건강 기능성 쌀을 비롯해 이유식에 좋은 쌀로 소문난 백진주 등 쌀마다 갖고 있는 성분이나 특성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역을 강조한 품종쌀도 탄탄한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다. 강원도 오대, 충청도 삼광, 전라도 신동진, 경상도 영호진미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2020년 12월 최고품질 벼로 ‘안평’ ‘알찬미’를 선정했다. 밥맛, 외관품질, 도정특성, 내병충성 등을 심사기준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안평은 수확 후 상온에서 오래 보관해도 밥알이 희고 찰기가 있는 등 밥알의 고유 특성이 잘 유지된다고. 
농촌진흥청에서 선정한 최고품질 벼는 현재까지 삼광벼, 운광벼, 고품벼, 호품벼, 칠보벼, 하이아미, 진수미, 영호진미, 미품, 수광, 대보, 현품, 해품, 해담쌀, 청풍, 진광, 해들, 예찬 등 총 18종이다.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필쌀기
많은 외식업소가 식자재 유통업체에서 추천하는 쌀이나 가격 부담이 적은 쌀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밥이 주요 메뉴가 아닌 음식점의 경우 매출 영향력이 미비한 밥 메뉴에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점이나 면요리 전문점 등과 밥을 찾는 고객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간편하게 제공 가능한 즉석밥을 데워 내기도 한다. 
품질을 중요시 하는 소비 트렌드와 작은 부분에도 관심과 의미를 찾는 마이크로 니즈에 발맞춰 섬세한 디테일 전략이 필요한 시대. 어떤 쌀을 이용해 밥을 짓는가도 음식점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도구가 될 수 있다. 돌솥밥, 비빔밥, 초밥 등 밥이 주요 테마인 음식점의 경우 좋은 쌀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지사. 구이 전문점, 탕요리 전문점 등 밥이 함께 제공되는 음식점 또한 양질의 쌀을 사용해 고객 만족도 향상 및 매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가든형 고깃집 고반가든은 여러 품종의 쌀을 테스트해 차지고 부드러운 맛이 좋은 백진주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 혼합미와 비교 2배 이상 비싼 쌀이지만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고급화, 차별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제주산 돼지고기 전문점인 제주도그릴 역시 올해 3월부터 쌀 편집숍 동네정미소와 협업으로 새청무를 사용할 계획으로 맛과 품질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좋은 쌀, 맛있는 밥을 만들기 위한 디깅 전략 
음식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좋은 쌀을 찾고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한 방법을 디깅(Digging)*할 필요가 있다. 쌀의 품종이나 산지 정보 등을 찾아볼 수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관련 기관 사이트나 백화점, 대형마트 내 양곡코너나 쌀 편집숍을 방문해 여러 종류의 쌀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주요 고객층을 대상으로 밥맛 테스트나 만족도 평가를 통해 실질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 또한 쌀에 대한 디깅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소통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쌀의 품질을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쌀 포장재에 표기되어있는 쌀 품질표시사항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품종, 등급, 생산자, 생산연도, 도정일, 단백질 함량 등 표시사항 내용을 통해 고품질의 신선한 쌀을 택할 수 있다. 
양인환대 극진은 쌀 농가의 재배환경과 수확한 쌀의 수분함량 등을 연구해 최적의 쌀을 발굴, 경기도 화성의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쌀을 수급하고 있다. 양인환대 극진의 이정현 메뉴개발팀장은 “햅쌀과 묵은쌀의 기준은 쌀이 갖고 있는 수분함량의 차이에 있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쌀의 수분함량은 15% 정도인데 양인환대 극진은 햅쌀이 갖고 있는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16% 수분함량의 쌀을 공수해 오고 있다”며 “진공 보관 등 체계적인 관리도 선도 유지에 필수다”고 강조했다.  



밥맛 좋은 음식점에 끌린다

2020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단일품종 판매 비중은 38% 정도. 전년 동기대비 1.4% 정도 높아진 것으로 소폭의 증가세이나, 품종쌀에 대한 소비 경향은 꾸준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도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양곡코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지역 브랜드 쌀이나 현미, 잡곡 등 단순한 구성에서 맛과 성분이 우수한 품종쌀, 기능성쌀을 비롯해 신뢰할 수 있는 재배농가나 양곡브랜드를 앞세운 마케팅도 활발하다. 음식점에서도 품종쌀로 지은 밥을 스토리텔링 도구로 활용해 고객 신뢰를 쌓는 동시에 맛의 고급화를 도모하는 곳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단일 품종쌀과 혼합미를 비교 시 절대적으로 단일 품종쌀이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없지만 품종마다 갖고 있는 맛과 특징에 대해 보다 섬세하게 알리는 노력을 통해 쌀 소비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맛있는 밥의 필수조건 4가지



‘양질의 쌀’ 좋은 쌀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서는 첫째로 좋은 쌀을 선택해야 한다. 
쌀의 품질은 품종, 재배조건, 재배방식, 도정 및 저장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혼합미보다 단일미 즉, 품종 쌀이 품질 관리에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쌀 품종에 대한 견문을 쌓아 여러 품종의 쌀을 블렌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양곡표시제에 따른 쌀 포장재 겉면의 표시사항을 꼼꼼히 살펴봐도 품종, 등급, 도정연월일, 단백질함량표시 등 품질과 관련한 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쌀 등급별 기준을 살펴볼 수 있는 ‘쌀 등급 알리米 QR코드’가 함께 표시되어 있을 시에는 등급별 수분함량, 싸라기, 낟알 상태 등 자세한 정보 파악도 가능하다. 

‘적정취반’ 정성을 다한 밥짓기  
제아무리 양질의 쌀이라 할지라도 밥 짓는 과정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맛좋은 밥을 완성할 수 없다. 쌀을 정성껏 씻고 수분이 쌀알에 고루 흡수되도록 물에 불리고, 쌀과 물이 고루 섞이도록 저은 뒤 수평을 이룬 상태에서  밥을 지어줘야 비로소 제대로 된 밥맛을 볼 수 있다. 전기밥솥, 압력밥솥, 가마솥 등 어떤 밥솥에 밥을 짓는 지에 따라서도 조리방법과 시간을 달리해야 한다. 또한 쌀을 씻을 때 첫 물은 재빠르게 헹궈 버리고 쌀을 충분히 불려야 쌀의 전분 사이사이에 수분이 잘 스며들어 쌀알이 고루 익는다. 

‘저온·건조·밀폐’ 쌀 본연의 품질을 지키는 보관
쌀의 적정 저장 온도는 15℃ 이하, 습도는 70% 이하다. (단, 보관온도가 0℃ 이하로 떨어지면 쌀알에 균열이 생길 수 있으므로 냉동보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저온 저장 방식은 저장기간 중에 쌀의 호흡을 억제시켜 성분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으며 부패성 박테리아 번식을 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저장법이다. 밀폐 저장 방식은 저온 저장 방식과 유사하게 쌀의 호흡을 억제하고 해충 및 유해 미생물 발생 또한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쌀의 품질유지 핵심은 습도와 온도, 햇빛으로부터 차단된 환경에서 보관하는 것.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어 본연의 맛과 풍미를 잃을 수 있는 쌀은 밀폐할 수 있는 용기에 담아둬야 한다. 수분을 쉽게 빨아들이는 쌀의 특성 상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햇빛에 노출되면 쌀의 수분함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쌀알에 금이 생기고 전분이 새어 나와 밥이 푸석해질 수 있다. 상온 보관 시에는 쌀벌레가 생길 수 있고 밀폐하지 않은 채로 장시간 방치하면 이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저온, 건조, 밀폐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보관 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15일’ 짧은 주기로 신선한 쌀 수급
쌀의 유통기한은 거의 표시되어 있지 않다. 보관방법에 따라 상미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도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15일 내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쌀은 도정 후 15일 정도가 지나면 산패가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 저온·건조·밀폐 보관을 철저히 하는 것과 동시에 짧은 주기로 신선한 쌀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1년 2월호를 참고하세요.

 
2021-02-03 오전 10:40:14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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