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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즐거운세상 회장 서기수  <통권 432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03-04 오전 10:59:17

새판짜기의 고수

(주)즐거운세상 회장 서기수


여기 27년 전 새벽배송과 정기배송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사나이가 있다. 주인공은 (주)즐거운세상의 서기수 회장. 그의 도전은 시대를 너무 앞선 탓에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후배 사업가들의 밑거름이 됐다. 이후 외식업으로 재기에 성공한 그는 숙박업으로 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 F&B를 필두로 한 호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호텔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글 이서영 기자  사진 이경섭






‘바르미 호텔 인터불고 대구’(이하 인터불고 대구)는 대구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5성 호텔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대구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서 외빈들의 숙소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이 때마다 찾아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인터불고 대구가 유명한 건 이 뿐만이 아니다. 호텔 안에 있는 ‘더 뷔페 앳 인터불고’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가성비 뷔페로 소문이 나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이 뷔페 매장 한 곳에서만 180억 여원의 매출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터불고 대구에 있어 뷔페 매장은 일개 식음공간이 아닌 핵심 콘텐츠다. 
인터불고 대구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대구에서 시작되면서 호텔 또한 오랜기간 폐쇄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으나 뷔페 매출을 통해 매출타격을 상쇄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호텔업계의 평균 매출이 2019년 대비 20~30%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는 2019년 매출의 60%까지 따라잡았다”고 밝혔다.


전국 최고의 가성비 뷔페로 입소문
호텔 뷔페 수준이 어느 정도이길래 전국에서 몰려 오는 걸까. 더 뷔페 앳 인터불고에서는 최고 품질의 양갈비와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완도에서 당일 채취해 올라온 전복과 싱싱한 참다랑어,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 메로 등 진귀한 해산물도 만날 수 있다. 음식 가짓수는 150개에 달한다. 서울에서는 10만원대에 먹을 법한 뷔페인데 이곳에서는 6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가능하다. 고급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식도락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불고 대구의 주인은 지역 토종 외식기업인 ‘바르미’다. 호텔 정식 명칭 앞에 바르미가 붙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바르미는 서기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사단법인 (주)즐거운세상의 대외 브랜드 명이다. 샤브샤브 칼국수, 스시 뷔페, 한우 구잇집 등 다양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르미는 지난 2015년 1025억원에 인터불고 호텔을 매입했다. 당시 지역에서는 이를 두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칼국수집이 호텔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전국 언론사들도 앞다퉈 서 회장을 취재해 갔다.


호텔 주 수입원, 객실 판매에서 F&B로 바꿔
서기수 회장은 호텔 인수 이후 리모델링에 600억원을 더 쏟아 부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투자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서 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인터불고 대구는 성공적으로 부활했다. 내부 시설이 개선된 것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전과 비교해 180도 바뀌었다. 
기존에 인터불고 대구는 객실 판매를 주수입원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F&B가 주수입원이고 객실은 부수입원이다. 실제 인터불고 대구에 따르면 연간 객실의 80% 이상이 판매되는 데도 객실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나머지 84%는 F&B와 웨딩, 휘트니스 멤버십 등이 차지하고 있다. 
“객실을 주력 상품으로 삼기에는 시내와 가까이 있는 호텔들과 경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업의 본질 자체를 바꿔 버렸다. 인터불고 대구를 인수하면서 식음 매장을 제일 먼저 리모델링하고 음식의 수준도 높였다. 특히 뷔페는 투숙객 조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 오는 곳’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숙박하는 김에 뷔페를 먹는 것이 아닌 뷔페를 먹기 위해 숙박하는 호텔을 만들고 싶었고 그 전략은 시장에 통했다.”


지역민 밀착형 고품격 서비스 ‘호응’
호텔사업에 있어 서기수 회장의 첫 번째 키워드가 ‘F&B’라면 두 번째 키워드는 ‘지역주민’이다. 
그는 “우리에게 중요한 고객은 외지인이 아닌 지역주민”이라고 말한다. 그는 호텔이란 기본적으로 여행객의 쉼터로서의 기능을 갖춰야 하지만 가까운 지역 주민들도 결혼식, 부모님 생신잔치, 기념일 등 생애 중요한 행사들을 치르고 언제나 쉽게 찾아와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같은 그의 생각을 전적으로 반영한 공간이 바로 라운지다. 인터불고 대구에는 2개의 라운지가 있다. 퍼스트 라운지와 아티스 라운지가 그것. 호텔 휘트니스 멤버십 이용객을 위한 공간으로 최고급 휴식 시설과 회의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휘트니스 멤버십 이용객의 대다수는 지역 주민들이다. 휘트니스와 라운지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호텔을 방문하면서 이전에 썰렁했던 호텔 로비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30대에 유통업으로 큰 성공 이뤄
서기수 회장의 과감한 도전정신은 하루아침에 키워진 것이 아니다. 20대부터 사업을 시작하며 다져온 내공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자양분이다. 그는 21살 때 학습지 배달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것을 시작으로 출판사와 제약사에서 세일즈맨으로 활약했다.
제약 회사에 근무할 당시 대리점주 겸임 사원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내면서 사업가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그가 개발한 첫 상품은 꿀인삼이었다.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군의 업체와 거래해 OEM 방식으로 꿀인삼을 생산해 판매했다. 이후 지역의 보훈회관과 협업하며 사업을 키워 나갔다. 한 때 매장 수가 10여개에 달하기도 했으나 보훈회관 측의 사업 실패로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다. ‘다다유통’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겁 없이 유통업에 뛰어들었지만 쉽지 않았다. 연면적 800평대의 슈퍼마켓을 오픈했지만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로 수개월을 지내야 했다. 
“새벽이 오는 게 두려웠다. 어음을 막을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창회에 나가니 ‘서기수는 사업하느라 머리가 다 빠졌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평생 빠질 머리가 그 때 다 빠진 것 같다. 그렇게 고민하다 돼지고기를 싸게 팔아 서비스 상품으로 내세우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서 돼지고기 한근을 1500원에 가져와 1280원에 팔았다. 당시 시중가격이 한근에 2700원이었으니 아주 싼 가격이었다. 한달도 안돼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때부터 4~5년 동안 사람들이 아침에 개점하기 전부터 수십미터씩 줄을 서서 돼지고기를 사갔다. 고기를 사러 왔다가 양념장도 사가고 야채도 사가니 손해보던 부분이 채워진 것은 물론 오히려 매출이 급상승했다.”


신선식품 정기배송의 선구자
당시 슈퍼마켓은 라면과 커피 등 가공식품 위주로 채워져 있었다. 고기, 생선과 같은 신선식품은 소량만 취급했다. 모든 업체들이 가공식품에 집중할 때 서기수 회장은 신선식품을 강화했다. 마켓 안에 정육점과 수산코너 등을 개설하고 품목을 대폭 늘린 것. 이같은 시도는 소비자의 니즈와 맞아 떨어졌다. 당시 매출의 70%가량이 신선식품에서 나왔다고 하니 서 회장의 ‘판을 깨는 전략’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상상이 간다.
그렇게 대구 전역에 매장을 구축하며 사업 규모를 키워가던 중 쓰레기 만두 사건과 농약 콩나물 사건이 발생했다. 의협심이 강했던 30대 초반의 열정 사업가 서기수는 ‘맛있고 몸에도 좋은 식품을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팔공산 자락 1만여평 험지에 ‘바르미 식품연구소’를 설립, 국산콩으로 만든 무공해 콩나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콩나물은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말았다. 가격이 일반 콩나물의 2배에 달했기 때문. 그는 고민 끝에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기로 한다. 고급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 시식행사를 하는가 하면 집집마다 콩나물을 한봉지씩 무료로 나눠줬다. 콩나물 봉지에는 정기배송을 원하는지 여부와 원한다면 양과 기간은 어떻게 할지를 묻는 종이가 담겨 있었다. 신문이 아닌 신선식품 정기배송 서비스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1994년에도 새벽배송이?
정기배송이 주부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지역 곳곳으로 구역이 확대되자 서 회장은 정기배송의 품목을 콩나물에서 두부, 달걀, 김까지 늘려 갔다. 그리고 상품 생산 24시간 안에 고객의 집에 배송해주는 ‘가정택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새벽배송을 한 셈이다. 당시 다다유통 가정택배업의 상징적인 품목은 ‘당일란’이었다. 달걀 껍질에 새겨져 있는 산란 시간에서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가정으로 보낸다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상품이었다.
사업은 번창했다. 그러나 방심이 화를 불렀다. 당시만 해도 집집마다 지로로 수금을 했는데 수금이 잘 되지 않았던 것. 대리점들이 수금에 손놓고 있는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생산에만 전념한 게 실수였다. 수금이 되지 않으니 자금줄이 막혔고 1998년 다다유통과 산하 바르미 식품연구소는 부도처리됐다.


사업 실패 후 찾아 온 작은 기회
잘 나가는 중소기업의 사장이던 그는 한순간에 모든 재산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는 신세로 전락했다. 30억원의 빚과 함께. 무엇보다 그를 더 괴롭게 했던 건 사업을 도와줬던 형제들도 다 같이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것이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고 있을 때 한줄기 빛이 비췄다. 친구가 자신이 갖고 있던 건물을 선뜻 내어준 것. 그러면서 “건물 1층에서 운영하다 폐업했던 칼국수 가게를 해보라”고 했다. 얼큰한 칼국수에 샤브샤브와 볶음밥을 접목한 신메뉴를 개발하고 ‘바르미 샤브샤브 칼국수’라고 간판을 달았다. 그런데 문제는 상권이었다. 도로에서 두 번이나 꺾어 들어와야 하는 외진 주택가 골목에 찾아올 식객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1인 무료 초대권’. 영업사원 시절 노하우를 가지고 보험회사와 부동산 등을 찾아다니며 초대권을 나눠줬다. 반신반의하며 찾아온 손님들은 곧 단골이 됐고 서기수 회장은 다시금 재기의 기회를 얻었다.
“들안길에 직영점을 오픈하면서 가맹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때 매장이 2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 그 덕에 30억원의 빚을 10년에 걸쳐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여행사 설립 인연으로 호텔 인수
서 회장은 2014년 여행사인 ‘바르미 투어’를 설립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인바운드 여행사다. 외식기업이 왜 여행사를 차린걸까? 의문이 들만도 하지만 설립 목적을 들여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그는 “동남아 진출 전 물밑작업 차원에서 여행사를 세운 것”이라며 “관광객들이 여행 중 최소 4번은 우리 매장에서 식사를 하도록 해 우리 브랜드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고 현지에서 바이럴이 일도록 만드는 게 여행사의 설립 취지다”라고 말했다. 바르미는 앞으로 수년 내에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여행사 설립 후 비즈니스 호텔을 건립하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던 중 인터불고 대구가 매물로 나왔고 서 회장은 호텔을 인수했다. 그런데 사실 그는 호텔 매입을 원하지 않았다.
“이런 얘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그걸 지켜보던 사람 가운데 노인이 힘차게 뛰어들어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오더라는 거다. 그 후 기자가 노인을 취재하면서 ‘왜 물에 뛰어들었냐’고 하니 노인이 ‘누가 뒤에서 밀어서’라고 대답했다는 거다. 나도 그랬다. 사실상 당시 자금력도 되지 않았고 호텔에 대한 경험이나 경영진이 전무한 상황이었지만 채권 은행에서는 우리가 적임자라며 호텔 인수를 밀어붙였다.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결국 매입하게 된거다. 큰 돈이 들어간 리모델링도 힘들지만 내가 걸어야 할 길이라고 받아들이며 단행했다.”


행복 전파 위해 밤낮없이 뛰는 사나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터불고 대구의 주인이 된 서기수 회장은 이제 호텔 리모델링을 마치고 다른 분야로 도전한다. IT사업이 그것이다. 바르미는 지난해 7월 ‘바르미&인터불고 호텔’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바르미 샤브샤브·스시뷔페와 더 뷔페 앳 인터불고 등 바르미가 운영하고 있는 식음 매장에 대한 자체 배달앱이다. 이 배달앱은 더 뷔페 앳 인터불고의 가성비 좋은 도시락 메뉴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현재 자체앱을 통한 더 뷔페 앳 인터불고의 매출은 월평균 50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이 앱을 대구시 공공배달앱으로 기부하는 등의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또 매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IT 기술을 어떻게 접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 우리 브랜드의 식재료 비율은 47~50% 정도다. 이론상으로는 60%까지 끌어 올려도 이익이 남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 더 고급스럽고 맛있는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싶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서 회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외식업과 호텔업, 여행업 등을 통틀어 ‘행복산업’이라고 부른다. 먹고 놀고 쉬는 모든 것이 행복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 더 큰 행복을 전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쉬지 않고 달린다. 

 
2021-03-04 오전 10:59:1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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