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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는 좋은 식재료다  <통권 432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03-05 오전 02:55:37


홍어는 좋은 식재료다

얼굴 마주 보면 나도 모르게 싱긋 웃는다. 어느 순간 어떤 심리 상태든 상관없이 말이다. 항상 귀여운 장난꾸러기 표정이다. 홍어 이야기다. 홍어를 바라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맛있겠다’는 그 다음이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홍어는 두개의 고정 관념에 꽁꽁 묶여 있는 식재료다. 메뉴로서 활용가치가 높지만 전문점 아니면 잘 취급하지 않는다. 


 

 


홍어에 대한 고정관념
홍어의 첫 번째 고정 관념은 ‘삭힘’이다. 홍어는 삭혀야 제맛이라 생각한다. 삭히는 것은 홍어를 먹는 방법 중 하나일 뿐 절대는 아니다. 삭힘은 냄새를 동반한다. 부드럽게 코를 간지럽히지 않는다. 코를 찌르고 목구멍까지 후벼 판다. 홍어 살 속에는 요산이 많다. 요산은 숙성 과정에서 암모니아 가스를 배출한다. 홍어에서 나는 냄새 주인공이다. 삭힌 홍어를 많이 파는 나주 영산포나 목포 항동시장에서는 삭힌 홍어 향을 쉽게 맡을 수 있다. 삭힌 냄새가 나야 홍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대청도 보다 비싼 흑산도 홍어 
지역 편중에 대한 것도 생각해볼만하다. 물론 가격이 홍어를 식재료로 취급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 역할이다. 가격이 낮고 맛있으면 뭔들 활용하지 못하겠는가. 그렇다. 가격이 문제다. 홍어의 높은 가격은 예전에 홍어가 잡히지 않았을 때 형성된 고가 이미지가 있다. 제대로 된 홍어는 비싸다는 이미지가 사람들 머릿속에 대못이 되어 박혀 있다. 
예전보다는 싸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홍어는 비싸다. 이는 흑산도 지역에 한정했을 때 이야기다. 홍어는 흑산도 근해에서도 많이 잡히지만 서해를 크게 회유한다. 흑산도에서 놀던 홍어가 350km 떨어진 대청도 근해에서도 많이 잡힌다. 대청도 홍어는 목포에서 가장 많이 경매에 부쳐진다. 일부는 인천종합어시장이나 서울 노량진에 공급된다.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는 별도의 표식이 있다. 그렇지 않은 국내산 대부분은 대청도라 보면 될 듯 싶다. 


현지인이 즐기는 홍어회
대청도 홍어를 맛보면 홍어에 박힌 두가지 고정 관념이 깨진다. 일단은 삭히지 않는다. 삭힌 것도 있지만 대부분 선어 상태로 냄새가 없다. 흑산도나 대청도 현지에서도 삭힌 것은 외지인들만 찾는다. 현지인들은 그냥 다른 생선처럼 신선할 때 회로 썰어 먹기 때문이다. 신김치나 돼지고기도 필요 없다. 삭히지 않은 홍어회는 차진 식감이 예술이다. 초장이든 초된장이든 푹 찍어서 먹으면 이 맛을 왜 이제 알았는지 하는 후회가 들 정도다. 
서남해안의 작은 포구에 가면 간재미(간자미) 무침을 많이 판다. 흔히들 작은 가오리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 생선도 엄연히 홍어다. 홍어는 참홍어와 홍어 두가지가 있다. 참홍어는 전체적으로 마름모 모양이고 홍어는 참홍어처럼 각이 없고 둥그스름하다. 그렇다고 가오리처럼 둥글지도 않다. 흑산도나 대청도에서 홍어는 정확하게는 참홍어로 불러야 한다. 
간재미 무침은 별미로 먹는다. 큰 홍어를 무침으로 하면 별미 이상이다. 여기에 삶은 국수까지 더하면 이보다 맛있는 회국수는 없을 듯싶다. 삭히지 않은 홍어의 활용 가치는 여느 생선과 같다.


비싸도 맛있는 홍어간
홍어의 두 번째 문제는 가격이다. 흑산도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가격은 많이 내려간다. 2월 중순 기준으로 대청도 홍어의 가격은 kg당 1만5000원 정도. 시세는 그때그때 달라지지만 작년, 재작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같은 시기에 나는 대방어나 다른 어종과 비교해도 저렴하면 저렴했지 비싸지 않다. 아래 사진에서 맨 위 가장 큰 홍어가 15만원대이고 아래로 각각 8만원, 5만원, 4만원으로 내려간다. 
고객이 홍어를 고르면 업주는 회 혹은 무침에 대한 용도를 묻는다. 회는 썰어 주지 않고 무침은 썰어 준다. 손질할 때 처음하는 작업은 내장에서 간을 먼저 분리하는 것. 전문점에서 보던 분홍색과 회색빛이 섞여 있던 모양새가 아니다. 흰색 바탕에 분홍빛이 돈다. 그만큼 신선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간(애)은 참기름이 필요 없다. 맛을 끌어내는 소금만 있으면 충분하다. 


선택적 어두일미
식재료에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고정 관념이 있다. 어두일미(魚頭一味, 생선은 대가리 쪽이 맛있다)는 생선 먹을 때 많이 이야기한다. 신선한 것은 어두일미가 맞다. 삭히거나 말린 생선은 어두일미가 아닐 수도 있다. 특히 말린 커다란 생선의 대가리는 아무 맛도 없거니와 잡내의 주범이다. 보리 굴비로 파는 말린 부세를 요리할 때 대가리만 떼도 잡내가 반으로 준다. 내장까지 제거하면 냄새는 반의반으로 준다. 
식재료를 볼 때 고정 관념을 버리는 습관을 들이면 다양한 맛을 그릴 수 있다. 누군가가 만든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면 나만의 메뉴 만들기는 한없이 어려워진다.  

 
2021-03-05 오전 02:55:3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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