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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닉 푸드의 귀환  <통권 433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03-31 오전 03:06:59

여행 대신 대리만족 

에스닉 푸드의 귀환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여포족(여행포기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에 해외여행 대신 이국적인 레스토랑을 찾아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같은 경향은 한·중·일·양식보다 동남아 음식이 주류를 이루는 에스닉 푸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글 이서영 기자 사진 이경섭 




국내 에스닉 푸드시장, 동남아 음식이 주류 이뤄
에스닉 푸드란 미국, 유럽권의 음식을 제외한 제3세계권의 음식을 뜻한다. 아시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대륙 국가의 음식이 이에 해당한다. 에스닉 푸드는 2000년 들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해외여행·유학·이민이 자유로워지는 등 사회적인 변화와 함께 웰빙 문화의 확산, 식문화의 다양화 등으로 인해 국내에도 에스닉 푸드 전문점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에스닉 푸드의 가장 큰 특징은 허브와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음식의 맛 자체가 매우 다채롭다. 또 동물성 식재료와 식물성 식재료를 균형있게 사용하기 때문에 건강식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국내에서 에스닉 푸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음식은 베트남 쌀국수, 태국 팟타이, 인도 커리, 멕시코 타코 등이다. 주로 동남아권 국가의 음식이 에스닉 푸드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국인, 동남아 여행 통해 식문화 경험치 쌓아
에스닉 푸드 중에서도 동남아 음식이 강세를 보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동남아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해 1월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항공권 및 호텔 예약률이 가장 높은 도시는 태국 방콕이었다. 이어 베트남 다낭, 대만 타이베이, 인도네시아 발리, 필리핀 보라카이 등이 뒤를 이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는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수년간 한국인 해외여행 목적지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이 동남아에게 왕관을 뺏기기도 했다. 한편 동남아는 한국인 신혼부부가 허니문 여행지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몰디브,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푸켓 등은 코로나19 전만 해도 각종 신혼여행 관련 통계자료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곤 했다.




에스닉 푸드 밀키트·HMR도 인기
국내에서 에스닉 푸드 전문점들이 인기를 끄는 결정적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집에서 요리해 먹기 힘든 음식’이라는 점. 레몬그라스, 갈랑가, 카다멈 등 향신료를 비롯해 소프트 크랩, 에그 누들, 안남미 등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식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아직까지 일반인들이 일상식으로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밀키트와 HMR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에스닉 푸드도 일상식의 범주에 한발짝 다가선 모습이다. 에스닉 푸드 밀키트와 HMR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 대표적으로 아시안푸드 전문 외식 브랜드 생어거스틴의 약진을 꼽을 수 있다. 생어거스틴은 지난해 마켓컬리에서 자사 메뉴를 상품화한 밀키트 4종을 컬리 단독 제품으로 판매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올해 추가로 4종을 새롭게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태국음식점 소이연남은 지난해 초 마켓컬리에서 쌀국수 HMR을 출시, 연간 20만개를 판매하는 등 인기를 끌기도 했다.

중국 식문화 영향 받은 에스닉 푸드
에스닉 푸드는 분명 한·중·일·양식과는 다른 장르의 요리이지만 사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에스닉 푸드 중 많은 음식들은 중국 식문화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미고렝과 태국의 팟타이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볶음국수 요리지만 둘 다 웍에 기름을 두르고 면과 채소를 볶아 만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웍으로 재료를 볶는 요리법과 면요리, 간장, 숙주, 두부 등은 먼 옛날 중국이 동남아 국가에 전파한 것이라는 점에서 두 요리 모두 중국에 빚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이 다양한 에스닉 푸드 가운데에서도 동남아 음식에 비교적 친근감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한식 역시 중국 식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에스닉 푸드 프랜차이즈 최근 급성장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에스닉 푸드 시장은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같은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외식업계였다. 지난 2015년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으로 출발한 에머이를 시작으로 생어거스틴, 베트남노상식당, 반포식스 등 에스닉 푸드 전문 프랜차이즈들이 공격적으로 가맹점을 늘리며 무섭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에스닉 푸드의 식재료에 대한 수입량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에서 국내에 수입되는 향신료나 소스류의 양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생어거스틴의 경우 2015년 처음으로 식재료를 정식 수입했을 당시 7억원가량을 들여왔으나 지난 2019년에는 4배가 늘어난 30억원가량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 에스닉 푸드 확산 주역
에스닉 푸드의 약진은 MZ세대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성인이 되기 시작한 시점인 2000년대를 기점으로 에스닉 푸드 문화가 서서히 국내에 확산됐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MZ세대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식문화를 경험한 세대로 한·중·일·양식 외에 새로운 식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높다. 이같은 MZ세대의 취향이 외식업은 물론 식·음료 업계 전반에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MZ세대는 왜 에스닉 푸드에 열광하는 것일까. 우선 해외여행이나 유학 등을 통한 경험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타국 식문화에 대한 향수가 이들을 에스닉 푸드 앞으로 이끌고 있는 것. 또 이국적인 인테리어를 통해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이는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을 선호하는 MZ세대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진짜 발리를 선보이다 <발리문>

발리문은 실제 발리에 있는 간이 식당이다. 성호진 오너셰프는 이 식당에서 발리 음식을 배워 한국에 똑같은 상호명의 식당을 차렸다. 연남동에 자리한 발리문은 성 오너셰프의 열정만큼 발리 음식의 깊이와 노하우가 남다른 곳이다.




발리문의 콘셉트는 ‘발리에 있는 유명 레스토랑의 시그니처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성호준 오너셰프는 여행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한국인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식당들을 직접 찾아가 레시피를 배운 뒤 한국으로 돌아와 발리문을 창업했다. 

발리 요리 배우기 위해 안간힘
발리문 성호진 오너셰프는 외식업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4개월 간 전라북도에서 전어잡이 배에 몸을 실었다. 이후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연남동의 유명하다는 식당들에서 일하며 음식과 경영을 배웠다. 이어 발리 음식으로 푸드트럭을 창업하기 위해 발리에서 6곳의 쿠킹클래스를 수강했고 각각의 레시피를 조합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그의 푸드트럭은 큰 사랑을 받았다. 매장을 오픈하기 전에는 발리 음식을 더욱 깊게 배우기 위해 다시 발리를 찾았다. 일주일간 발리의 50여개 식당을 찾아가 음식을 먹으면서 구직 전단을 뿌렸지만 결과는 실패.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오픈 예정인 식당에 합류하게 된다. 그곳이 바로 발리문이었다. 수개월 간 셰프를 도우며 현지 식문화를 익혔다. 이후 다른 식당들에서도 근무하면서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현지인·한국인 모두 호평하는 맛의 비결
성호진 오너셰프가 발리 현지 식당에서 일하며 얻은 가장 갚진 성과는 발리의 소스인 ‘붐부꾸닝’과 ‘붐부메라’의 레시피를 배운 것이다. 붐부꾸닝은 우리나라의 된장, 붐부메라는 고추장과 같은 발리의 전통 소스로 발리 각 지역, 각 식당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두 소스는 발리의 거의 모든 음식에 쓰일 만큼 활용도가 높다. 그런 점에서 발리문의 음식은 기본기가 탄탄하다고 할 수 있다.
발리문의 음식들은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칭찬할 정도로 호평받고 있을 뿐만아니라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것은 성호진 오너셰프의 ‘메뉴 현지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레시피의 기본은 지키되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요소를 살짝 가미한 것. 예를 들면 치킨른당에는 물보다 코코넛 밀크를 더 넣어 향신료의 향을 감소시키고 미고랭에는 근대 대신 양배추와 양파를 넣는 식이다. 




타이 퀴진의 재해석 <SAAP> 

SAAP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퀸스(QUINCE)’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김훈 셰프가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 2019년에 오픈한 퓨전 태국 음식점이다. 태국 요리에 파인다이닝 기법을 접목, 모던한 태국 요리를 선보인다. 




똠얌꿍, 쏨땀 등 태국 음식이 대중화된지도 오래다. 이에 최근에는 새로운 스타일의 태국 음식을 선보이는 식당들이 생겨 나고 있다. SAAP은 이같은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 SAAP은 태국어로 ‘맛있게 맵다’라는 뜻이다. 일종의 사투리로, 태국 북동쪽 주민들이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태국 요리에 파인다이닝 기법 접목
SAAP의 메뉴에는 하나같이 크고 먹음직스러운 식재료들이 등장한다. 성인 여자 손크기와 비슷한 아르헨티나 홍새우, 살점이 두둑히 붙어 있는 등뼈, 한마리를 통째로 구운 통닭, 수북히 올린 꼬막 등은 SAAP의 상징과도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SAAP을 돋보이게 하는 건 동·서양의 조화다. 김훈 셰프는 태국 요리에 양식 테크닉을 과감하게 접목한다. 수비드, 마리네이드, 래스팅 등 전통적인 태국 요리에서는 쓰지 않는 조리법을 차용하는가 하면 소스에 버터를 섞는 등 식재료도 다양하게 사용한다. 양식 파인다이닝에서의 경력이 그의 요리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태국을 비롯, 78개국 270여개 도시를 여행하며 얻은 미식 경험도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실제 SAAP의 시그니처인 라면 샐러드 ‘마마 드랍 더 누들’은 이탈리아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의 디저트 메뉴인 ‘이런! 레몬 타르트를 떨어뜨렸네(Oops! I Dropped the Lemon Tart)’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미국서 태국음식과 인연
김훈 셰프는 본래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외식업의 뜻을 품고 26살에 호주로 떠나 처음으로 양식 요리를 배웠다. 이후 영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셰프 경력을 쌓았다. 태국 음식과 인연을 맺게 된 건 미국에서였다. 올리브유와 버터, 스테이크에 익숙해져 있던 그에게 태국음식은 혁명 과 같았다. 김 셰프는 “시고 달고 짜고 맵고 자극적인 맛이 입에서 한꺼번에 터지는데 마치 우주를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의 감동을 설명했다. 그렇게 태국 요리의 매력에 빠진 그는 한국에 귀국하기 3달 전 미국의 태국 음식 전문점에서 직접 일하며 요리를 배웠다. 김 셰프에 따르면 미국의 태국 요리는 본토보다 서구화된 경향이 있다. SAAP이 모던 타이 퀴진을 지향하게 된 배경에는 이같은 사연이 숨어있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1년 4월호를 참고하세요.

 
2021-03-31 오전 03:06:59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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