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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꿈꾼다 쓰리소사이어티스 도정한 대표, 앤드류 샌드 상무  <통권 434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04-29 오전 11:03:10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꿈꾼다

쓰리소사이어티스 

도정한 대표 & 앤드류 샌드 상무



음주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외식업소에서도 다양한 주류를 판매하게 됐지만 아직까지 낯선 것 중 하나가 위스키다. 유흥주점이나 값비싼 바(Bar)에서나 즐기는 ‘양주’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일까. 
여기,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한국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를 세운 두 남자가 있다. ‘한국 첫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들고 있는 쓰리소사이어티스 도정한 대표와 앤드류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글 박선정 기자  사진 이경섭





수제맥주를 만들다, 핸드앤몰트의 설립  
도정한 대표는 위스키 이전 수제맥주로 먼저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우리나라 수제맥주 1세대로 꼽히는 핸드앤몰트의 설립자가 바로 그다. 미국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으로 와 아리랑TV 앵커, 홍보대행사 AE로 일하다 당시 에이전시였던 MS 관계자의 맘에 들어 MS로 스카웃 돼 10년 정도 일했다. 
MS에서 최연소 임원을 달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2012년 돌연 회사를 나와 술집을 차렸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한국에 들어와서부터 취미로 홈 브루잉을 할 정도로 크래프트 맥주에 관심이 많았다”며 “수제맥주를 마시며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저 맥주가 내 맥주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 것이 핸드앤몰트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4년 창업한 핸드앤몰트는 좋은 재료와 일관성 있는 맛의 프리미엄 수제맥주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고 2018년에 오비맥주를 운영하는 AB인베브가 인수했다. 도 대표는 “지금은 그냥 바지사장”이라고 하지만 품질관리와 제품개발 등에는 여전히 관여하고 있다. 핸드앤몰트 양조장은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바로 옆에 자리한다. 


맥주에서 위스키로, 쓰리소사이어티스
도정한 대표는 맥주뿐 아니라 위스키에도 관심이 많았다. 직접 운영하던 술집 합스카치도 합(hop) 즉 맥주와 위스키가 주인공이었다. 
도 대표가 맥주사업을 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왜 한국에는 위스키가 없느냐’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위스키는 물과 맥아, 효모를 원료로 하는 술이다. 재료만으로 보면 맥주와 같다. ‘한국에는 이렇게 훌륭한 수제맥주 양조장이 많은데 왜 위스키를 만드는 곳은 없는 거지?’라는 의미가 아마 첫번째였을 거다. 두번째는 ‘한국인은 위스키를 그렇게 많이 소비하면서 왜 자체 생산은 안 하는 거지?’라는 의미 아니었을까.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의 위스키 소비량은 세계시장에서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위스키의 주요 소비시장이었던 유흥주점의 상당수가 사라지면서 과거에 비해 위스키 소비량이 크게 줄었다. 
외국에서는 수제맥주 하는 사람들이 맥주를 졸업하고 나서 증류소를 차려 위스키로 넘어가는 케이스가 많다. 그러한 커뮤니티가 많이 형성돼 있고 도정한 대표도 커뮤니티 일원의 하나였다. “‘한국에 증류소가 없어? 그럼 내가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위스키 역사를 찾아보며 공부를 할수록 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도정한 대표는 한국 첫 위스키 증류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앤드류 상무를 데리고 와 쓰리소사이어티스를 만들었다. 쓰리소사이어티스란 재미교포 출신인 도정한 대표와 스코틀랜드에서 온 앤드류 샌드 상무 그리고 한국의 직원들 3개의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뜻으로 모였다는 의미다. 도 대표와 앤드류 상무 공동주주 체제로 도정한 대표는 기획과 경영 전반을, 앤드류 상무는 설비를 포함한 제조를 총괄한다. 


맥주와 위스키가 손을 잡다 
앤드류 샌드 상무는 40년 경력의 마스터 디스틸러(위스키 증류 전문가)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그의 말에 따르면 ‘증류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실제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증류소 바로 옆에서 태어나 1980년 글렌리벳 증류소에 입사하면서 위스키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영국 시바스 브라더스, 일본 니카,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증류소에서 마스터 디스틸러로 일했다. 위스키 경력은 올해로 정확히 41년째. 이런 그가 한국을 택한 이유는 도정한 대표와 함께 한국 위스키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위스키야말로 세계 각국에서 즐겨 마시는 국제적인 술이다. 한국이 세계 위스키 생산국 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위스키가 아닌 전 세계 위스키 강국과 겨룰 수 있는 품질 좋은 위스키를 만들고 싶다.”
앤드류 상무는 3년 전 한국에 와 한국인 아내를 만났고 자연스럽게 정착했다. 한국 생활은 어떠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꺼내는 것은 음식 얘기.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먹었던 매운오징어볶음은 정말 맛있었다”며 “스코틀랜드에는 스파이시한 맛이 없는데, 한국음식 특유의 스파이시한 맛은 아주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다음 화제는 자전거다. 자전거 타는 것을 워낙 좋아해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매일 뚝섬에서 남양주 오르막에 있는 증류소까지 왕복 5시간을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을 정도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직원 중 제일 늦게 자동차를 구매한 것이 앤드류 상무라고. 앤드류 상무는 도정한 대표를 가리키며 “우리 둘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자전거를 타는 거다. 정한과는 비즈니스 관계 이전에 거의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라고 털어놨다. 




기다림의 맛, 위스키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과 맥아(몰트), 효모 세가지 재료가 필요하다. 첫번째 단계는 당화(糖化). 분쇄한 맥아를 80℃ 전후의 뜨거운 물에 넣어 당을 추출하는 작업으로 당화를 마친 맥즙은 맥주처럼 노란 색깔과 구수한 향을 띤다. 
다음은 발효다. 맥즙의 온도를 20℃ 정도로 낮춘 뒤 발효조로 옮겨 효모를 투입하면 효모가 당을 먹이로 삼아 알콜을 만들고 CO2를 배출한다. 이렇게 3일 정도 발효를 해 알콜도수 8.5% 정도의 맥주를 만든다. 
세번째는 증류다. 맥아를 분리해낸 액체를 2차례 증류하면 알콜도수 74%의 무색투명한 증류주를 얻을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원주 즉, 스피릿(Spirit)이다. 앤드류 상무는 위스키 제조의 마지막 단계를 ‘스피릿을 오크통 안에 넣어 숙성한다. 그리고 기다린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에서는 통상 3년 이상의 오크숙성을 거쳐야 위스키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3년은 스카치 위스키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한의 숙성기간”이라며 “한국은 주세법상 1년 이상 나무통에 저장한 술을 위스키로 정의하고 있다.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첫 제품은 1년 숙성 위스키가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사계절, 위스키 제조를 위한 최상의 조건  
쓰리소사이어티스는 2000평 대지에 증류시설을 포함한 양조장과 저장고를 갖추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오크통의 수는 650개. 최소 1년 이상 오크 숙성을 거쳐야 하는 위스키 특성상 좋은 술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적화된 환경의 저장공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양조장 내 자체 저장고와 남양주 공동 저장시설을 함께 사용 중이며 자체 저장시설 증설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도정한 대표와 앤드류 상무가 남양주 꼭대기의 이곳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스피릿은 오크통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오크의 향을 머금기 시작한다. 오크의 좋은 향과 성분이 얼마나 잘 녹아있느냐는 위스키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도정한 대표는 “한국은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나무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술에 좋은 성분이 빠르게 배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빠르게 숙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앤드류 상무는 “한국에서 4~5년 정도만 숙성해도 스코틀랜드에서 10년 숙성한 맛을 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와 부산 등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위스키 제조에는 이곳 남양주가 최적이라 판단했다고. 앤드류 상무는 “스코틀랜드의 여름 평균 기온은 17도, 여름을 제외하고는 가을 날씨가 계속 유지된다”며 “썬크림 한통을 사면 평생 쓸 수 있을 정도”라며 웃었다. 


‘한국적인 위스키’에 대한 꿈 
두사람은 쓰리소사이어티스를 통해 ‘한국적인’ 위스키‘를 선보이는 것이 꿈이다. 단순한 ’Made in Korea’가 아닌 정말 한국적인,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위스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도정한 대표는 “한국 하면 스파이시한 맛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나. 처음 마셨을 때 매콤한 맛이 나면서 다양한 플레이버가 느껴지는 위스키로 한국적인 맛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신념은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첫 제품인 진(Gin, 무색투명한 증류주의 하나)을 통해 먼저 발현했다. 프리미엄 진을 표방하는 ‘정원’ 진은 깻잎과 인삼, 초피나무 열매, 솔잎을 이용해 스파이시하고 프레시한 맛과 향을 끌어냈다. 일반적으로 진은 쌀이나 옥수수로 만든 원액을 증류해 만들지만 정원은 보리로 만든 위스키용 원액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 위스키 원액이 지니는 살짝 매운맛으로 한국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 
김영란법 이후 우리나라 위스키시장 전체 규모는 줄었지만 싱글몰트 위스키를 포함한 프리미엄 위스키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도정한 대표는 “럭셔리 위스키시장의 성장세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며 “우리나라에도 위스키를 전문으로 하는 바(Bar)가 현재 400여곳이나 된다. 특히 싱글몰트 바의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싱글몰트 위스키란 단일 증류소에서 나온 보리(맥아) 위스키를 말한다. 다른 곡물을 사용하지 않고 100% 보리만으로 만들어야 하고, 여러 증류소의 원액을 블렌딩해서도 안된다. 이러한 탓에 싱글몰트 위스키는 위스키 중에서도 가장 고급으로 분류된다. 
쓰리소사이어티스의 목표는 ‘우리나라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고집하는 이유는 이것이 위스키의 기본이자 표준화가 가장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 도 대표의 설명이다. 또 앤드류 상무가 40년 넘게 싱글몰트 위스키를 다뤄왔던 만큼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크통 안에 담긴 술들이 1년간의 숙성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빛을 보게 될 때 쓰리소사이어티스는 비로소 우리나라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라는 이름을 달게 될 것이다. 


‘K-Whisky’로 세계시장 공략할 것 
쓰리소사이어티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Made in Korea’ 이름을 단 위스키를 세계시장에 선보이는 거다. 전 세계적으로 한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좋은 기회다. 도정한 대표는 “아직 생산 전이지만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위스키를 기다리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한류열풍이 거세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보니 ‘한국의 위스키’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 진의 인기도 기대 이상으로 지난달에는 싱가포르에 한 팔레트를 내보냈다. ‘해외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국에서도 당당하게 선보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한국인이 ‘술’ 자체가 아닌 술을 마시는 ‘문화’를 좀 더 즐겼으면 좋겠다.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즐기는 문화 말이다. 다양한 음용법으로 다양한 음식과 즐길 수 있는 술이야말로 위스키가 제격이다. 그런 자리에 한국의 위스키가 함께 한다면 정말 좋지 않겠는가.” 두사람이 쓰리소사이어티스를 만든 이유이자 이끌어가는 힘이 여기에 있다.

 
2021-04-29 오전 11:03:10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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