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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가 만든 명품 조리복 븟 배건웅 대표  <통권 434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04-29 오전 11:53:46

셰프가 만든 명품 조리복

븟 배건웅 대표



스타 셰프들이 착용하며 화제가 된 조리복이 있다. 바로 ‘조리복계의 에르메스’로 불리고 있는 븟의 제품들이다. 한때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셰프에서 현재는 명품 조리복 메이커 대표로 거듭난 븟의 배건웅 대표를 만나봤다. 
글 신동민 기자  사진 이경섭




부엌을 뜻하는 순우리말 ‘븟’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븟은 부엌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2013년 오픈한 븟은 조리복 전문 브랜드다. 임직원 전체가 셰프 출신으로, 배건웅 대표 역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근무했다. 배 대표가 요리사의 꿈을 키운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사온 전자레인지에 딸린 요리 책자를 보면서부터다. 요리 책자를 보고 따라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요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당시만 해도 요리를 가르치는 고등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저녁에 따로 요리학원을 다닐 수 있도록 야간 자습이 없는 공업 고등학교로 진로를 택했다. 공업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식당, 호텔 뷔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학원을 다녔다. 이후 대학교도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했고 군에서도 취사병으로 복무했다. 


미국 그리고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 
배건웅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당시 세계에서 2번째로 컸던 미국의 유명 호텔 모히건 썬 인턴 선발에 1등으로 합격해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세계적인 셰프 토드 잉글리시가 주방장으로 있던 이탈리아 레스토랑 투스카니에서 1년 동안 근무하며 셰프로서의 실력을 닦았다. 
그런데 인턴을 마칠 무렵 대입 수능시험 이후에 앓았던 림프절염인 기쿠치병이 재발했다.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요리 유학에 대한 미련이 컸던 배건웅 대표는 치료를 병행하며 낮에는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고, 밤에는 일을 하면서 유학 비용을 모았다. 고단할 법도 했지만 셰프를 천직으로 생각한 그는 지치지 않았다. 새벽까지 일하다 레스토랑 부엌에서 잠시 눈붙이고 장 보러 가는 것이 행복이었다. 
그렇게 29세가 되던 해 이탈리아 파르마에 있는 유명 요리학교 알마로 다시 유학을 떠났다. 뛰어난 성적으로 알마를 졸업하고 알프스 산맥 끝자락에 있는 ‘알 카프리올로’라는  미쉐린 원스타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했다. 그는 “이탈리아 요리사로서 진짜 이탈리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기술적인 것은 물론이고 요리에 담긴 철학과 문화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두번의 사고
배 대표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고 한국에서 자리잡기 위해 다시 귀국했다. 국내로 복귀한 그는 이름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배 대표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사고가 연달아 터졌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는데 쇄골이 부러져 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겪으로 수술을 받고 퇴원하는 길에 자동차가 반파될 정도의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으나 그 사고로 인해 신경을 다쳐서 오른팔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계속해서 팔이 저리고 아픈 다발성 통증장애 증후군까지 찾아와 그토록 좋아하던 요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었기에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마침 사고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조리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좋은 조리복을 입고 근무하던 외국에서와 달리 국내 레스토랑에서는 셰프들이 다 헤져 너덜너덜한 조리복을 입고 일하더라. 어쩔 수 없이 품질 좋은 외국 브랜드 조리복을 사서 입어봤는데 한국인 체형엔 맞지 않았다”며 “주방에서 근무하는 동안 조리복에 대한 불편함을 많이 느껴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이 사업 아이템이 됐다”며 미소 지었다. 


가볍지만 내구성 뛰어난 조리복
당시만 해도 국내 조리복의 대부분은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많았다. 두꺼운 면 또는 나일론 재질로 만들어 뻣뻣할 뿐 아니라 땀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덥고 불편했다. 또 음식물이 튀면 제대로 지워지지 않아서 락스같은 강한 세제로 자주 세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금방 닳고 낡아서 오래 입을 수가 없다. 그래서 혼방소재를 사용하는 미국이나 유럽 제품을 구매하기도 했지만 외국인의 체형에 맞춰서 제작되기 때문에 몸통은 맞아도 팔이 끼는 단점이 있었다. 배건웅 대표는 이런 환경을 개선해보고자 과감하게 조리복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셰프가 요리할 때 가장 좋은 재료만 고집하는 것처럼 스냅버튼 하나까지도 최고의 소재만을 사용했다. 기존 조리복 원단보다 3배 이상 비싼 원단을 사용해 가볍지만 내구성은 뛰어나게 만들었다. 더운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를 생각해 등 부위에 공기가 통하도록 그물 형태 원단을 조리복에 최초로 도입했다. 븟의 조리복은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구겨지지 않는다. 또한 후가공에 많은 신경을 써서 조직감이 뛰어나며 뜨거운 물이나 기름이 튀어도 잘 막아준다. 셰프가 만든 조리복이기에 가능했던 것. 





‘요리사를 위한 조리복’ 입소문
물론 처음에는 무시도 당하고 실패도 맛봤다. 일반 조리복보다 3~5배 비싼 탓에 완제품을 선보였지만 반응도 미지근했다. 그때 배 대표에게 힘이 돼 준 것은 조리복 사업을 시작하며 함께 오픈한 비영리 모임인 ‘븟 요리사 커뮤니티’ 회원들이었다. 븟 제품을 접한 회원들 사이에서 요리사를 위한 조리복이라는 입소문이 퍼졌다. 상하의와 모자까지 합쳐 20만원가량하는 븟의 조리복은 점점 판매량이 늘어났고 재구매로 이어졌다. 덕분에 광고 한번 해본 적 없는데 ‘조리복계의 에르메스’라는 별칭이 따라 붙었다. 
현재 븟의 조리복은 연간 2만벌 이상 팔리고 있다. 국내에서 TV에 등장하는 유명 스타 셰프들의 80%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50% 정도는 븟의 조리복을 입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8억원을 달성했고,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현재 븟은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조리사 뿐만 아니라 농부, 목수, 공방 종사자 등 다양한 이들을 위한 작업복 전문 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회사를 개편해 나갈 방침이다. 
배 대표는 “요리사도 그렇고 업종별로 근무환경이나 몸을 쓰는 정도가 다르다. 앞으로 각 업종에 맞는 특화된 작업복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2021-04-29 오전 11:53:46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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