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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비긴즈 채식의 시대가 열린다  <통권 434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04-29 오전 05:42:43

비건 비긴즈

채식의 시대가 열린다 


소수의 취향으로 여겨지던 채식문화가 최근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한 한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환경보호를 생각하는 친환경 소비 행태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웰빙 트렌드가 2000년대 들어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은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듯 채식 또한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 이서영 기자 사진 이경섭 




국내 채식 인구 1000만 시대 

사단법인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2009년 50만명에서 10년 사이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지향하는 인구까지 합하면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육식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채식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개인적 신념에 따라 육식을 멀리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 채식은 이미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2009년 300만명에 불과했던 비건 인구는 10년 만에 6배가 늘어나 2000만명에 달하게 됐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내 25~35세 인구 가운데 1/4가량이 채식주의자 또는 비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건 인구는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일본, 대만,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채식 인구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체육 산업 급성장…대체육 한식 간편식도 등장

비건이 핫 트렌드로 부상하게 된 건 대체육의 등장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체육 산업은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기업으로 비욘드 미트(byond meat)와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가 있다. 비욘드 미트는 2009년, 임파서블 푸즈는 2011년 각각 설립됐다. 이들 회사는 대체육으로 만든 버거 패티, 소시지, 미트볼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2019년 들어서는 샌드위치, 버거 등 간편식까지 출시하며 비건 열풍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가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Unlimeat)를 론칭하고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대체육 상품과 가공식품을 생산중이다. 또 동원F&B도 2019년 임파서블 푸즈와 독점 수입 계약을 맺으며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체육을 활용한 한식 가공식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농심그룹은 올해 초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통해 대체육으로 만든 떡갈비, 너비아니, 완자 제품을 선보였다.


채식 문화 확산 나서는 기관들

최근 들어서는 행정기관 등도 채식 문화 확산에 직접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월 채식식당 948곳을 발굴,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아울러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서울특별시 채식환경 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했다. 이 조례안에는 3~5년마다 채식환경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세워 시행하도록 하고, 채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해 채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지역에서도 ‘채식의 날’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충북 농업기술원은 지난 3월부터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월요일을 ‘채식의 날’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부터 모든 초·중·고에 월 2회 채식 식단을 제공하며, 울산시교육청은 이미 지난해부터 월 1회 ‘채식의 날’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 또한 학교별로 채식의 날 또는 ‘저탄소 식단의 날’을 지정·운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채식에 주목하는 식품·외식기업들

몇년 전만 해도 채식은 별난 사람들이 하는 식생활로 치부되곤 했다. 지천에 널린 게 고깃집인 나라에서 채식을 실천하는 일이란 한여름에 패딩 점퍼를 입는 것 만큼 부자연스럽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채식은 우리의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외국에서 대체육이 큰 이슈로 떠올랐을 때도 국내 식품·외식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기후변화는 전인류에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우쳐 줬다. 소비자들은 ‘친환경적 소비, 가치 소비, 지속가능한 소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식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적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채식 문화가 부상했다. 이에 식품·외식 기업들이 채식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롯데리아 미라클버거·스위트 어스 어썸버거

롯데리아는 지난해 2월 버거업계 최초로 식물성 패티와 빵, 소스로 만든 ‘미라클 버거’를 출시했다. 미라클 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푸드가 개발한 것으로 통밀과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그해 11월에는 대체육 버거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를 선보였다. 이 버거에는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의 대체육 브랜드 ‘스위트 어스’의 패티가 들어갔다. 
롯데GRS 마케팅팀 황도연 과장은 “윤리적 소비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국내 외식업계의 트렌드를 반영,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대체육을 활용해 버거를 만들었다”며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는 판매를 종료했지만 미라클버거는 앞으로도 판매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스타벅스 식물 기반 푸드 4종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 2월 육류는 물론 달걀이나 유제품도 먹지 않는 비건을 위한 케이크와 샌드위치를 출시했다. 제품은 4종류로 진한 초콜릿 퍼지 케이크, 리얼 감자 베이글, 멕시칸 라이스 브리또, 스윗 칠리 올리브 치아바타 등이다. 달걀과 우유, 버터 없이 식물성 원재료로 맛을 냈다. 
커뮤니케이션팀 정효주 파트너는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식물성 푸드에 대한 니즈가 높게 나타났다”며 “앞으로도 지속가능성에 의미를 둔 식물 기반 푸드 메뉴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심그룹 베지가든

농심그룹이 비건 식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농심그룹은 올해 초 대대적인 언론 홍보를 통해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Veggie Garden)’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베지가든은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다.
베지가든 제품은 식물성 대체육은 물론 조리냉동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양념, 식물성 치즈 등 총 18개로 구성됐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폭넓은 제품군이다.
태경농산 김민수 마케팅 팀장은 “2018년 시제품 개발 후 소비자 평가를 반영해 맛과 품질 완성도를 높였다”며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 일반인들도 비건 푸드를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채식 해장국 전문점

제로비건

순댓국, 소머리 국밥, 황태 해장국….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국밥에는 고기나 해산물이 들어간다. 그런데 고기를 일체 넣지 않고 오로지 채소만으로 만든 ‘채식 해장국’이 등장했다. 그게 가능하냐고? 물론이다. 맛과 비주얼은 물론 속까지 편하다.



제로비건 대표메뉴

특징
육류, 해산물, 달걀, 우유, 소고기맛 조미료 등 동물성 식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100% 식물성 재료만 사용

칼칼 채수 해장국   채수에 채식 양념장과 버섯, 시래기 등을 넣고 끓인 해장국
채식 감자탕  돼지뼈 대신 감자와 버섯, 시래기, 당면, 떡, 들깻가루 등을 넣은 칼칼한 전골
새송이 강정  새송이버섯을 강정처럼 튀긴 뒤 떡과 함께 채식 양념에 버무린 메뉴


부단한 연구로 채식 해장국 개발
제로비건은 채식주의자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한식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초의 채식 해장국 전문점이기 때문. 사실 그간 국내 채식요리 전문점들은 양식 메뉴가 메인인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샐러드, 햄버거, 파스타 등 양식요리는 채식 메뉴로 만들기 쉽지만 한식의 경우 나물, 해조류를 활용한 반찬 외에는 동물성 식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요리가 거의 없기에 채식 메뉴로 전환하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해서다. 
특히 탕, 전골, 국밥은 육수를 베이스로 하는 데다 소고기 맛 조미료등 동물성 재료 비중이 높아 채소로만 맛을 표현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런데 제로비건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현재 제로비건에서 판매중인 메뉴는 메인 8가지, 사이드 2가지 등 총 10가지다. 모두 제로비건 김보배 대표가 셰프와 함께 직접 개발한 메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차례 팝업 매장 운영…최근 정규 매장 오픈
제로비건은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배출량 최소화)’와 ‘비건(적극적 채식주의자)’의 합성어다. 상호명에도 드러나 있듯 김보배 대표는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해외 유학 시절 환경오염 문제를 절감하고 채식주의자의 길을 택했다. 해외에서는 채식주의자로서의 삶에 큰 불편이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말 그대로 ‘먹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든 식당이 제로비건이었다. 
김 대표는 “홍대 상수역쪽에 ‘프로젝트 하다’라는 공간이 있었다. 그곳을 대여해 팝업 식당을 오픈하고 2달간 운영했다. 반응이 좋아 이후 청년키움식당, 성균관대 창업 육성 프로그램 등에 지원했고 대상자로 선정돼 또 다시 단기적으로 식당을 운영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채식주의자 커뮤니티를 통해 바이럴이 일었고 호응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내 매장을 차렸다”고 말했다.



A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240 롯데마트 6F  
T 02-2143-1609
M 칼칼채수해장국 8000원, 채식 감자탕 2만6000원, 노루궁뎅이 보양해장국 1만2000원



중식의 잠재력을 깨우다

가원


중식은 육류와 상당히 친밀한 장르다. 중식의 대표 메뉴인 자장면, 짬뽕, 탕수육에는 당연히 고기가 들어가거니와 마파두부, 라조육, 난자완스 등 대부분의 요리 또한 고기를 기본 재료로 한다. ‘고기 없는 중식은 상상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도 될 정도다. 그런데 그것은 고정관념에 불과했다.



가원 채식 옵션 메뉴 베스트

특징
굴소스, 치킨스톡 등 동물성 소스와 식재료를 일체 넣지 않음

자장면   돼지고기 대신 튀긴 두부를 넣은 비건 자장면
짬뽕  채수를 베이스로 하며 해산물을 빼고 버섯을 듬뿍 넣은 짬뽕
가지칠리  가지 안에 두부소를 넣고 튀긴 뒤 칠리소스를 뿌려 내는 메뉴(메인 사진)

전체 매출 20% 비건 고객이 차지
가원은 지난 2003년 망원동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오래된 중식당이다. 조부때부터 집안 대대로 중식을 요리해 온 송수화 대표가 외삼촌이 운영하던 중식당을 인수해 새롭게 오픈한 것으로 사실상 그 역사는 더 길다고 할 수 있다. 
가원이 채식 옵션 메뉴를 운영하게 된 것은 10년전쯤이다. 송 대표는 “지인과 사촌동생이 채식주의자인데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식 메뉴를 만들게 됐다”며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현재 전체 매출의 20%가량을 채식주의자 고객들이 채워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채식주의자 고객 비율이 급증하면서 코로나19 위기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0여가지 메뉴 비건 옵션 가능
현재 가원에서는 자장면과 짬뽕을 비롯, 10여가지의 메뉴에 대해 채식 옵션을 마련해 놨다. 하지만 작은 중식당에서 일반 메뉴와 채식 메뉴를 분리해 운영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래서 송 대표는 소스, 국물 등 기본 식재료를 채식 레시피로 만들어 놓고 사용한다. 짬뽕 육수는 채수로, 자장면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는 튀긴 두부로 대체했다. 탕수육 소스 등 각종 소스 또한 굴소스나 치킨스톡 등 동물성 조미료를 넣지 않고 순수한 식물성 재료로만 만든다. 튀김옷도 달걀없이 전분으로만 반죽하고 있다. 
모든 레시피는 송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중식당에서 일했던 경험과 채식주의자 인구가 많은 대만에서의 유학생활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송 대표는 “채식 레시피를 개발할 때 고생이 많았다”며 “채소만 가지고 굴소스나 치킨스톡의 감칠맛을 구현하기 위해 수없이 연구했다”고 말했다.



A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65 
T 02-325-1580
M 자장면 6000원, 짬뽕 7000원, 탕수육(소) 1만6000원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1년 5월호를 참고하세요.

 
2021-04-29 오전 05:42:43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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