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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옷 박래은 파티시에  <통권 436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06-28 오전 06:04:00

디저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다

띠옷 박래은 파티시에


‘제철 지역 산물로 만든 로컬 디저트’. 디저트 전문점 띠옷의 슬로건이다. 이 문구에는 시선을 끄는 묘한 마력이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띠옷의 중심에는 박래은 파티시에가 있다. 그는 세상에 없던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이다.
글 이서영 기자  사진 이경섭




디저트의 틀을 깨다
‘디저트=달콤한 음식’. 세상의 모든 디저트는 이 공식 안에서 생산되고 소비돼 왔다. 단맛이야말로 디저트의 존재 이유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디저트에 사용되는 식재료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단맛을 지니지 못한 채소, 해산물, 소스 등은 디저트의 재료가 될 수 없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구촌 어디를 가든 비슷한 맛과 풍미의 디저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달콤함. 그래서 언제나 만족하지만 새로울 것이 없는 맛에 조금은 실망하기도 한다.
박래은 파티시에는 이 공식을 과감히 깨버렸다. 그래서 그의 디저트 세계는 새롭다. 달콤할뿐 아니라 씁쓸하기도 하고 짭짤하기도 하며 알싸하기도 하다. 어느 때는 꽃향기가 은은하게 감돈다. 혀의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자극하는 맛의 향연. 마치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듯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띠옷 디저트, SNS서 호평
완도 매생이 간장 와사비 스콘, 씀바귀 라즈베리 초코 갸또, 가지 화이트와인 비네가 밀푀유, 겨울딸기 유자 무스, 레몬 치즈케이크 라벤더 무스, 파프리카 달래 스콘, 지리산 밤꿀 진달래 타르트…. 띠옷이 지금까지 선보인 디저트 메뉴다. 
대다수의 메뉴들은 이름만으로 그 맛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매생이, 와사비, 씀바귀, 파프리카, 가지, 달래, 라벤더 등이 의외의 식재료라서다. 단맛이 풍부한 과일과 달리 이들 재료는 달지 않다. 그래서 디저트의 재료로는 잘 활용되지 못했다. 
보통의 파티시에라면 디저트에 해조류나 채소를 넣겠다는 발상 자체를 못하겠지만 셰프 경력을 갖고 있는 박래은 파티시에는 다르다. 식재료에 대한 편견이 없기 때문. 그는 “20대 때 양식, 일식, 아시안 푸드 등 다양한 업종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1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았다”며 “다양한 요리를 접하면서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이는 디저트를 만들 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띠옷의 디저트는 최근 SNS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오픈한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게시물이 수백개다. 대부분 맛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룬다. 박래은 파티시에의 도전이 성공한 셈이다. 


영국 유명 레스토랑서 디저트 총괄
파티시에로서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29살에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나 운 좋게 유명 파인 다이닝에서 실습할 기회를 얻게 됐다. 호주의 미쉐린가이드로 불리는 ‘햇(hat)’에서 2햇을 획득한 로건 브라운 레스토랑 앤 바(Logan Brown Restaurant&Bar)라는 레스토랑이었다. 박 파티시에는 “이곳에서 의도치 않게 디저트 파트로 배치가 되면서 디저트와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실습이 끝난 후에는 영국으로 자리를 옮겨 런던의 유명 레스토랑인 히비스커스(Hibiscus)와 클로드 보시 앳 비벤덤(Claude Bosi at Bibendum)에서 근무했다. 두 레스토랑은 모두 미쉐린 2스타를 획득한 곳으로 프렌치 퀴진의 권위자인 클로드 보시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히비스커스는 영국 유명 음식 평론가가 꼽은 ‘영국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무수한 영예를 누렸다. 또 클로드 보시 앳 비벤덤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선(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 등재돼 있을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다. 박래은 파티시에는 클로드 보시 앳 비벤덤에서 디저트 파트장으로 포지셔닝했다. 




‘한국적인 디테일’ 유감없이 펼쳐
박래은 파티시에가 외국에서 머문 기간은 5년가량에 불과하다. 한 분야의 책임자로 성장하기에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그는 유학생활에서 자신이 목표했던 모든 것을 이뤘다. 
“한국에서 요리사로 일했을 때 학벌의 장벽이 높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요리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래서 유학을 선택했다. 20대에 번 돈을 모두 쏟아 부어 1년짜리 유학을 갔다. 그때 당시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2가지였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그리고 그곳에서의 포지션. 쉽지 않았다. 하루에 18시간씩 일하며 악착같이 버텼다. 어느 순간 그들이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셰프 경력이 많은 도움이 됐다. 각종 스킬을 빠르게 습득했고 세밀한 지시사항을 오차 없이 시행하는 데에도 능숙했다. 동료들은 그런 그에게 ‘디테일이 남다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외국인, 동양인, 여성이라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열정과 실력 앞에서는 단점도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한국인 여성 파티시에로서 ‘한국적인 디테일’이 무엇인지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박 파티시에는 “셰프들이 한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나를 더욱 특별하게 봐줬던 것 같다”며 “유학생활을 통해 자존감을 확실하게 회복했다”고 말했다. 


띠옷 통해 ‘나만의 디저트’ 완성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직책을 맡으며 커리어를 쌓아 갔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유롭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레스토랑에서는 내 의견을 100% 반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총괄 셰프의 의견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조금씩 내 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찰나에 좋은 동업자를 만났다. 그분들과 함께 브랜드를 기획하고 만들어 갔다. 국내 디저트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띠옷만의 강력한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콘셉트가 필요했다. 오랜 고민 끝에 ‘제철 지역 산물로 만든 디저트’로 방향을 잡았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콘셉트였지만 파티시에로서 나의 강점도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기에 충분히 멋지게 구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박래은 파티시에는 “각각의 식재료를 특성에 맞게 조합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맛의 흐름(Flow of Tasty)을 상상하며 첫맛, 중간맛, 끝맛을 설계하고 맛의 질감(Texture of Tasty)을 고려해 재료를 선택한다.  





장학재단 설립이 인생 목표
우리나라 사계절의 색조, 온도, 습도, 바람의 냄새와 같은 자연의 변화들은 영감의 원천이 된다.
제철 식재료로 디저트를 만든다는 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다. 레시피 자체를 아예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 식재료마다 수분, 밀도, 질감, 맛 등이 모두 다른 데다 과일처럼 흔히 디저트에 사용하는 재료만 넣는 게 아니므로 기존 레시피를 그대로 쓸 수가 없다. 수 십번의 실험과 실패를 겪어야만 하나의 디저트를 제대로 완성할 수 있다. 띠옷의 디저트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박래은 파티시에는 “일을 마치고 잠을 자려고 누우면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며 “침대 옆에 늘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놓아 두고 순간순간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해 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직업에 100% 만족한다고 하면서도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선 올해엔 디저트 클래스를 개최할 생각이란다. 자신이 외국에서 배운 것들을 후배들에게 하나하나 전수하고 싶다고.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가 이루고 싶은 인생의 목표는 따로 있다. 
“20대 때 유학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 당시 나는 모아 둔 돈이라도 있었지만 주변에는 형편이 너무 어려워 유학은 커녕 요리공부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할 것 같다. 그런 이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싶다. 그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와의 인터뷰를 끝냈을 때 머릿속에 한 문구가 떠올랐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주인공인 천사 미하일이 했던 말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2021-06-28 오전 06:04:00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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