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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의 대표주자 앉은뱅이 밀  <통권 436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06-29 오전 05:45:43

우리밀의 대표주자 

앉은뱅이 밀


‘우리밀’이라는 이름은 수입 밀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다. 우리밀은 몇몇이 모여 운동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사업이 됐다. 생협, 한살림, 초록마을 등 유통업체와 연계한 각각의 공급처가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 그럼에도 수입 밀에 비해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다. 지난해 사료 포함 약 400만 톤의 밀이 수입됐으나 우리밀은 1%가 채 안 되는 것만 봐도 실감할 수 있다. 작은 시장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있는 게 우리밀이다.






우리밀로 만든 과자·국수·빵
예전에 초록마을에서 일할 때였다. 2004년도 봄이었을 듯싶다. 지금은 고인이 된 우리밀 과자 전문 생산업체인 산들촌의 대표가 찾아왔다. 사업 아이템 협의가 목적이었다. 우리밀로 사업을 해보라고 권했다. 이어 “품목은 저쪽(슈퍼마켓)에 있고 우리(초록마을)에게는 없는 것이면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 당시에는 없었던 새우 과자라든지, 옥수수 과자가 그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필자 역시 시장에 없던 상품인 우리밀 크래커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저런 시도가 시장에서 먹히면서 우리밀 관련 제품들이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업체에 입점했다. 초록마을의 경우 우리밀 제품을 선도적으로 출시하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도 했다. 
상품을 개발하면서 우리밀이 참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당시에는 변변한 제분 시설 역시 없었다. 제대로 된 제분 시설이 없기에 제대로 된 밀가루도 나오기 힘들었다. 밀가루가 제대로 된 것이 없어도 국수나 과자는 그럭저럭 만들 수 있었지만 빵은 달랐다. 만들 때마다 모양이나 맛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생산자를 애먹였다.

세상을 구한 앉은뱅이 밀 
뭉뚱그려 우리밀로만 알고 있으나 용도별로 품종이 나뉜다. 금강 밀은 국수, 조경은 빵, 퇴출 중인 백중, 과자용인 고소밀 등이 있다. 이들은 재래종 밀을 개량한 것이다. 이 가운데 앉은뱅이 밀은 토종 밀로 예전부터 재배해 온 품종이다. 앉은뱅이 밀은 국수나 과자용으로 적합하다. 
다른 작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통곡식을 먹는다. 반면에 밀은 가루를 내 활용한다. 빵이든 국수든 가루를 내야 만들 수 있다. 밀은 특별한 경우에만 통곡식을 활용한다. 이에 밀 쌀로 활용하면 특별한 음식을 완성할 수 있다. 밀 쌀은 보리 쌀보다 구수함이 좋다. 반반 섞어 사용해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맛이다. 
토종 밀로 우리와 같이 살아온 앉은뱅이 밀은 현재 수입 밀의 할아버지뻘이라고 할 수 있다. 앉은뱅이 밀이라 부르는 이유는 모양에서 연유한다. 외국 밀이나 다른 작물보다 키가 작기 때문이다. 키가 큰 작물은 수확 시기에 바람이라도 불면 쓰러지기 쉽다. 키가 작은 밀은 바람에 강하다. 게다가 밀기울이 얇아 가루가 많이 나온다. 이런 특성을 안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가져가 개량했다. 여기에 미국 농학자 노먼 볼로그가 추가로 개량을 더 했다. 이로 인해 노벨상까지 받았다고 전해진다. 노벨상 수상 이유는 수확량이 많은 밀 품종 개량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구했기 때문. 알게 모르게 세상을 구한 밀이 앉은뱅이 밀인 셈이다.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우리밀
우리밀은 빵이 안 된다고 한다. 사실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수많은 빵 종류 중에서 다소 거친 반죽을 해야 하는 것은 빵이 제법 잘 나온다. 전남 구례에 있는 ‘목월 빵집’은 우리밀을 혼합해서 빵을 만든다. 금강 밀은 구례, 앉은뱅이 밀은 금당정미소, 흑밀과 호밀은 자가생산한 것을 사용한다. 빵이 나오는 시간 전부터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우선 맛이 좋다. 우리밀이라서가 아니라 특성에 맞게 빵을 잘 만든다.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식재료 활용도 제대로 할 수 있는 법이다.
식재료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맛이다. 거기에 비법 양념 같은 스토리가 따라붙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2000년대 후반부터 앉은뱅이 밀이 있음을 알았다. 경남 진주를 근거로 일하는 이들에게 소개받았다. 소개만 받고 구체적으로 일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앉은뱅이 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거니와 알려고 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조금만 관심을 가졌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벌써 7월이다. 수확을 막 끝내 날 것의 밀이 있다. 날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요리사의 몫. 우리밀이 다양하게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021-06-29 오전 05:45:43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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