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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돋보기] 우리가 잊고 있던 맛 - 토종 식재료  <통권 437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08-02 오전 02:33:14



우리가 잊고 있던 맛

 

토종 식재료

 

 

생각해 보면 새로운 식재료는 없다.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잊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새로운 식재료를 찾는다면 토종 종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배추, 마늘, 고춧가루 등 토종 식재료로 김치를 담그려고 한다. 본격 생산은 내년이고 올해는 배추와 고춧가루를 시험 생산할 계획이다. 별거 아닌 듯 보여도 꼭 해보고 싶다.

 


 

동네마다 달랐던 배추 이름

작년에 자연 건조 쌀을 만들면서 오랫동안 품고 있던 꿈을 이뤘다. 90% 정도 익었을 때 벼째 베어내 들판에서 사나흘 말린 다음 탈곡하고 찧었다. 그렇게 만든 쌀은 특별했다. 쫀득거림은 처음 먹어본 특별한 식감이었다. 건조와 도정을 도와준 90세 노모가 ‘옛날 밥맛’이라며 평소와 달리 밥을 두공기나 드셨다. 하나의 꿈을 이뤘으니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특별한 배추와 마늘,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그는 계획이다. 사실 별거 아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별거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배추는 호(胡)배추다. 100년 전 즈음 중국 산둥성에서 넘어온 것으로 결구가 잘 되는 것이 특징이다. 호배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동네마다 재래종 배추가 있었다. 지금처럼 물류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여서 동네마다 키우는 배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유는 현재 남아 있는 배추의 이름 때문이다. 서울 배추, 개성 배추, 의성 배추, 구억 배추 등 대부분 지역명에서 이름을 따왔다. 

굳이 배추가 아니더라도 토종 벼를 유추하기는 쉽다. 토종 벼를 재배하는 우보농장에서 들은 이야기는 하천 건너 사이, 재 너머에서 키우는 쌀의 품종이 달랐다고 한다. 

동네마다 주식이 되는 쌀이 각각 달랐으니 채소, 마늘도 달랐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토종 배추의 맛 

제주 대정읍 구억리에서 씨를 받은 배추가 구억 배추다. 재래종 배추 중에서 결구가 되는 배추다. 결구가 다른 재래종보다는 낫더라도 지금 먹고 있는 배추보다는 속이 차지 않는다. 지금이야 속 꽉 찬 배추가 대세지만 1980년대 초반까지는 재래종 배추가 같이 유통됐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속 꽉 찬 배추김치 이미지는 1980년대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주영하 교수가 쓴 《식탁 위에 한국사》에 ‘1980년대 초반이 되자 호배추로만 김장김치를 담갔다. 당연히 시장에서 조선 배추는 찾기 어렵게 되었고, 호배추란 이름도 그냥 배추로 바뀌었다’라고 나와 있다. 

지난해 여름, 경기도 양평에 장터 취재를 갔다가 개성 배추를 봤다. 얼핏 봤을 때는 묵은 열무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고 옆에 적혀 있는 글씨를 보니 ‘개성 배추’라 쓰여 있었다. 판매하는 이에게 물으니 개성 배추가 맞다고 했다. 모양새가 얼갈이와 무, 갓을 잘 섞어 놓았다. 집에 가서 배추를 절이고 김치를 담갔다. 며칠 지난 후 익은 김치를 맛봤다. 희한한 맛이 났다. 보통의 배추라면 아삭함과 시원함 2가지만 있다. 익으면서 조직은 연해지고 신맛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개성 배추는 여기에 갓과 열무의 쌉싸름함까지 있었다. 열무 김치 담글 때 얼갈이를 함께 넣는데 얼갈이와 열무를 같이 먹을 때 나는 맛과 비슷했다. 열무와 얼갈이 보다 씹는 맛이 더 좋았다. 맛을 보면서 든 생각이 여름 김치로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배추는 맛이 없다. 고랭지에서 나온다고 하더라도 겨울에 나오는 배추와 비교해 맛이 심심하다. 심심한 배추 대신에 개성 배추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도 생소한 토종 고추

올여름에도 혹시나 하고 양평 양수리에서 열리는 장터에 배추를 사러 갔었다. 장터를 둘러 봐도 배추는 없었다. 대신 몇가지 토종 고추가 반겨주고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화천 재래초, 유월초와 작년에 한번 소개한 수비초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판매하는 이가 내미는 유월초를 맛봤다. 청양고추보다 맵다는 말을 들으면서 씹었다. 밍밍하던 맛이 매운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죽을 정도로 매운맛은 아니었다. 대신 매운맛 여운이 제법 길었다. 꽈리고추 비슷한 식감이 나는, 유월초보다 더 매운 화천 재래초는 고기와 볶으니 맛이 좋았다. 

올해 괴산 고춧가루 생산자에게 음성 재래초를 부탁했다. 매운맛이 상당히 깔끔했다. 음성 재래초와 가을에 나는 개성 배추로 김치를 담가 볼 생각이다.

 

 


 
2021-08-02 오전 02:33:14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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