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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을 벗삼다 - 천관웅 셰프  <통권 439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10-08 오전 04:36:42

배움을 벗삼다

천관웅 셰프

천관웅 셰프는 젊은 셰프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셰프다. 훤칠한 키와 단정한 외모도 한몫을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팬들이 열광하는 건 그만의 창의적이고 맛있는 요리다. 일본 요리 분야에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펼치며 고점에 오른 천 셰프가 이번에는 한식에 도전했다. 그가 만든 한식은 어떤 맛일까.
글 이서영 기자  사진 이경섭




일식 셰프의 장작구이 통닭
서울에 있는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신당역 인근의 서울중앙시장. 복잡하고 어수선한 시장 골목 거리에서 눈에 띄게 깔끔한 외관의 식당을 발견했다. 노란색 외벽과 멋들어진 고어체의 한문이 쓰여 있는 나무 현판, 화려한 닭 그림이 그려진 아이보리색 입구 커튼까지. ‘군계일학’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사자성어가 아닐지. 
주변의 노포들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 식당의 이름은 계류관. 야키토리 코슌(이하 코슌)의 천관웅 셰프가 새롭게 오픈한 식당이다. 기자가 방문한 9월 초, 이곳은 가오픈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2시 개점과 동시에 고객들이 무서운 속도로 테이블에 들어 찼다. 저녁시간에는 벌써부터 웨이팅까지 있을 정도라니 머지않아 ‘신당동 핫플레이스’에 이름을 올리는 날이 올 듯 싶었다. 
계류관은 참나무 능이 장작구이와 자가제면 메밀 막국수 전문점이다. 참나무 훈연향을 입힌 통닭구이가 시그니처 메뉴이고 닭편육, 닭모래집 대파튀김, 닭모듬전 등 다양한 닭요리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매일 매장에서 직접 뽑은 메밀면으로 만드는 막국수 메뉴가 특별함을 더한다. 


도전하며 배우며
천관웅 셰프는 지난해 이맘때쯤부터 계류관 오픈을 준비했다. 그의 첫 독립 매장인 코슌이 지난해 3월 오픈했으니 쉴틈도 없이 바로 차기 매장 구상에 돌입한 셈이다. 
그가 계류관을 기획하게 된 건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식은 통닭구이’를 먹고 나서다. 천 셰프는 “어느 날 일이 끝나고 느즈막이 회식에 합류했는데 안주로 나와 있던 통닭구이가 차갑게 식었는데도 맛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여기서 통닭구이라는 메뉴에 매력을 느껴 새로운 콘셉트의 통닭집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관웅 셰프의 전문 분야는 일식. 한국식 통닭구이는 그의 분야를 벗어나는 메뉴였다. 앞서 ‘닭요리와 숯불구이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는 코슌을 오픈하면서 닭이라는 식재료에 대해 많은 공부와 연구를 한 그였지만 야키토리와 통닭구이는 결이 다른 요리였기에 또 다른 도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는 이 도전을 달갑게 받아 들였다. 
“브랜드 기획과 메뉴 개발 및 연구에만 300일 정도를 소요했다. 특히 메뉴를 연구하면서 많은 것을 새롭게 배웠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에 계신 박광희 김치 명인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고 한식주점 윤서울의 김도윤 셰프에게 자가제면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했다. 또 일본의 제면 기계 생산업체 ‘야마토제작소’의 한국지사인 야마토 코리아를 찾아가 다양한 자료들을 탐색했다.”


새롭게, 특별하게, 창의적으로
천관웅 셰프의 직업 철학은 이렇다.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을 만들자.’
“남들과 똑같은 것을 만들면 비교대상만 될 뿐이다. 그래서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이런 정신이 나를 여기까지 이끈 것 같다.”
그의 말처럼 그는 정말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냈다. 지금껏 계류관같은 콘셉트의 식당은 없었다. 일식과 한식의 경계에 있는 듯한 매장 인테리어와 메뉴들이 그렇다. 특히 음식 자체로만 보면 그 특징이 더욱 도드라진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훌륭한 맛의 밸런스, 조화로운 색감, 정갈한 담음새 등이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셰프의 예리한 컨트롤 아래에서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메뉴는 대중적이나 표현방식은 고급스럽다.
코슌 역시 마찬가지다. 갓포요리, 토사요리와 같은 하이엔드 일식을 전문으로 하던 셰프가 어느 날 갑자기 야키토리 레스토랑을 연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 했다. 하지만 코슌은 야키토리와 함께 창의성이 돋보이는 닭요리를 오마카세 형식으로 선보이며 새로운 일식의 세계를 열었고 미식가들의 호평 속에서 흥행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 요리 입문
올해는 천 셰프가 요리에 입문한지 20년이 되는 해다. 그는 “지난 2002년 고등학교를 조리과로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중학생 때 현대무용과 재즈댄스 등을 배우며 예술고 진학을 꿈꾸기도 했는데 조금 더 현실적으로 판단해 진로를 틀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런데 막상 학교를 다니면서 보니 요리가 쉽지 않았다. 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기술을 습득하는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 그래서 요리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셰프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아르바이트 실습을 나갔을 때였다. 고급 일식당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정복을 차려 입은 셰프들이 커다란 생선을 해체하고, 빠르게 손을 놀리며 요리를 하고, 깍듯이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첫 직장은 호텔 식음업장이었다. 이후 국내에 갓포요리 전성기의 포문을 연 레스토랑인 갓포 아키, 갓포 레이에서 경력을 쌓았고 갓포치유에서 메인 셰프의 직함을 달았다. 이어 짚불구이 전문 이자카야 란주쿠, 토사요리 전문점 로만테이 등에서도 총괄 셰프로 활약하며 일식 레스토랑의 흥행을 이끌었다.

“훈연향은 천연 조미료”
사실 그와 일식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고기보다 생선회를 더 좋아했던 것. 쫀득한 회의 식감, 신선한 쌈채소, 매콤짭짤한 장맛이 그렇게 좋았단다. 좋아하는 음식을 다루니 시너지가 일어날 수밖에.
어린 천관웅이 ‘날 것의 맛’에 매료됐다면 성인이 된 천관웅은 ‘불의 맛’에 끌렸다. 바로 훈연향이다. 
“훈연향은 최고의 천연 조미료다.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향도 중요하다. 미각과 후각이 함께 작용할 때 그 요리에 열광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식재료를 숯불이나 장작에 굽는 것을 요리의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가장 원초적인 맛과 향. 인간의 DNA를 자극하는 요리다.”
사람들이 천관웅 셰프의 요리에 열광하는 비밀이 여기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요리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한 소년이 서울 강남을 주름잡는 일식 셰프가 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새 고점에 올라와 있었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겸손한 답변이었다.
천 셰프는 1985년생이다. 그는 자신이 ‘검은 소의 해’에 태어났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소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소처럼,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성실과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2021-10-08 오전 04:36:42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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