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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음주자를 위한 맛있는 선택지 논알콜 칵테일  <통권 439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10-12 오전 05:20:05

비음주자를 위한 맛있는 선택지

논알콜 칵테일 



술자리 문화가 바뀌고 있다. 다 같이 마시고 취하던 분위기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에 더 가치를 두는 흐름이 생겨남에 따라 저알콜, 논알콜 음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술을 소비하는 대표 공간인 바에서도 적극적으로 논알콜 메뉴를 개발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맛있는 선택지가 늘고 있다. 
글 장새별 객원 기자  사진 이경섭·문선웅 



국내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논알콜 소비 

지난 몇년간 전 세계적으로 논알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파인 다이닝에서는 저마다 크래프트 주스와 티 등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이들을 위한 옵션을 갖췄고, 논알콜 스피릿과 와인 등이 활발하게 출시되기도 했다. 그에 비해 국내에서는 큰 반응이 없던 것이 사실. 그런데 최근 미풍을 감지한 이들이 있다. 술의 최전선에 서 있는 바텐더들이다. 
청담동 믹솔로지의 김현 오너 바텐더는 “최근 논알콜 칵테일의 매출 비율이 20% 정도를 차지한다”라며 “술이 주가 되는 ‘바’라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라고 말했다. 최근 논알콜 칵테일 메뉴를 새롭게 개발한 앨리스의 박용우 헤드 바텐더 역시 “현재 논알콜시장은 시중에 판매되는 맥주 정도에 머물러 있지만 음료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바텐더들이 개발한 논알콜 칵테일 메뉴들이 트렌드의 견인 역할을 할 것이다”라며 시장의 확장을 점쳤다. 


알콜은 빼고, 분위기와 맛은 더하고

바텐더들이 말하는 논알콜 고객의 주된 특징은 술을 본래 마시지 못해서가 아니라 임신, 운전 등의 일시적인 이유가 있거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술을 삼간다는 것이다. 일부러 술을 마시지 않는 문화를 일컫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논알콜 음주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술은 마시지 않지만 공간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하는, 소위 말해 술맛을 아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바텐더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알콜이 가진 맛이나 바디감을 표현하는 데 신경을 쓰고, 맛 외에 퍼포먼스 측면도 고려해 새로운 메뉴들을 개발하는 이유다. 바텐더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고객과 마시는 고객이 동행했을 때에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같은 환경에 놓여 있어도 공감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최대한 동등한 서비스와 분위기를 누릴 수 있도록 비주류 메뉴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티, 약재, 수제 시럽으로 알콜의 맛 표현 

논알콜 칵테일에서 전형적인 알콜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대한 가깝게 구현할 수 있는 재료들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티와 약재. 특유의 쌉쌀한 맛을 가지고 있어 알콜의 드라이한 풍미와 바디감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성 제품을 가볍게 우리거나, 혹은 재료를 건조해 만들고, 수비드, 오버 콜드 부루잉 등 바텐더 저마다의 방식으로 알콜을 대신할 베이스를 만든다. 여기에 허브, 약재, 과일로 만든 시럽 등을 더해 복합적인 향과 맛을 지닌 음료를 만들어 내고 있다. 김현 바텐더는 “음료 한잔의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 물론 여러가지 부수적인 비용이 포함된 것이지만 고객이 그 부분까지 생각할 수는 없는 법”이라며 “기존의 칵테일에서 알콜만 제외하고 소다를 넣는 형식적인 논알콜 칵테일 대신 새로운 조합으로 성의 있게 만들어 고객을 충족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맛,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엮는 한잔 

믹솔로지


믹솔로지는 본래 칵테일을 만드는 기술을 뜻하는 용어다. 제조의 범위에 머무르는 단어지만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다. 맛과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엮은 한 잔으로 바와 고객이 조화를 이루는 믹솔로지의 새로운 의미를 경험할 수 있다. 




클래스, 제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과 만나 
다양한 맛의 조화를 찾고, 때로는 형식을 탈피해 신선함을 던지고, 음료와 가장 잘 어울리는 형태로 글라스에 담아내는 바텐딩의 과정은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믹솔로지의 두축인 김현, 김봉하 오너 바텐더의 숨겨진 또 다른 직함은 선생님이다. 현재 바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젊은 바텐더들이 이들에게서 배움을 얻었다. 
비단 전문가들뿐만이 아니다. 믹솔로지는 고객이 자신의 취향을 찾고, 집에서도 칵테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클래스를 열어 바와 대중의 접점을 넓혀왔다. 또 지난해 말부터 알콜도수 1% 미만의 논알콜 칵테일 젤리, 칵테일 초콜릿, 홈칵테일 키트 등 믹솔로지의 노하우를 녹여낸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영업제한으로 타격을 입은 바의 강구책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바를 찾지 못하는 고객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잔에 담긴 이야기도 맛이 된다
클래스와 제품들이 바 밖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이라면, 바 안에서는 음료가 그 역할을 한다. 특히 김현 바텐더는 발상, 재료의 혼합, 완성된 비주얼까지 ‘왜, 어떻게’가 존재하는 구조가 단단한 음료를 만들어 고객과의 대화를 이끌어낸다고 이야기한다. 
논알콜 칵테일을 만들 때 맛은 기본이고 비주얼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어 “원초적으로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게 시각적인 요소다.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비주얼을 갖추면 설명을 할 때 고객이 더욱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음료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세이브 디 어스(Save the Earth)’는 푸른색 음료가 담긴 상부 플라스크 밸브를 열어 아래로 떨어뜨리면 지구를 형상화 한 아이스 볼이 점점 녹아드는 형태의 논알콜 칵테일이다. 이름과 달리 음료에 붙은 부제는 ‘한잔의 칵테일을 마시며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이다. 이 아이러니를 통해 음료를 마실 때 한번이라도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음료를 만들 때에는 재료의 호환성도 중요하다. 그래서 세이브 디 어스와 더불어 ‘부다스 블렌드’라는 논알콜 칵테일에는 모두 용담 시럽을 기본으로 맛의 레이어드를 쌓아갔다. 한약재에서 오는 쌉쌀한 맛이 알콜을 마시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에 택한 재료인데, 공통의 재료로 만든 전혀 다른 두잔을 경험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재래시장에서 찾은 한국적인 맛  

장생건강원


겉보기에 여느 재래시장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강남 영동시장의 독특한 매력을 꼽으라면 바 ‘장생건강원’의 존재일 것이다. 이곳이 오픈한 후 2년 새 시장 안에 트렌디한 소규모 바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새로운 바 상권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과의 상생으로 빚은 독특한 메뉴
서정현 오너 바텐더가 재래시장을 택한 것은 서양에서 기인한 바 문화를 어느 지점까지 한국적인 감성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함이었다. 장생건강원이라는 이름과 공간도 시장 안에서 20년간 운영됐던 한약방의 것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그에 걸맞게 약초로 직접 만든 담금주, 한국 술을 사용해 독창적이고 한국적인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거의 모든 재료를 시장에서 매입할 뿐 아니라 한달에 한번씩 상인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칵테일도 선보이며 상생을 이어간다. 시장 내 분식집의 떡볶이 소스와 냉면 육수를 사용해 칵테일을 만들고 각각 고추 튀김과 냉면 사리를 가니시로 얹어 내는 재치로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건네고, 때로는 상인들의 숨겨진 삶의 이야기로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모든 컬래버레이션 칵테일은 단순히 재료만 받아 쓰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교류하고 상인들의 최종 확인을 받은 후에야 정식 메뉴로 출시된다고 하니 진정한 의미의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논알콜 칵테일로도 바의 정체성 이어가 
장생건강원은 오픈 때부터 논알콜 칵테일 메뉴를 준비해 뒀다. 한국적인 것을 지향하면서도 전 세계적인 논알콜, 저알콜 트렌드를 흡수하기 위함이었는데 찾는 이들이 점차 많아져 현재는 하루 다섯잔 이상은 주문이 들어온다. 일부러 논알콜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도 있는데, 시장 안에서 재료를 찾는 장생건강원만의 특징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정현 바텐더는 “재미있는 건 대부분이 술 맛 좀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건강에 관심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약을 복용 중이거나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등의 이유로 술을 삼가고 있는 이들이 많다”며 약재를 달이거나 티를 오버 브루잉해 아로마와 쌉쌀한 맛을 진하게 뽑은 뒤 베이스로 사용해 알콜 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칵테일과 달리 논알콜 칵테일에 사용하는 진저비어는 꼭 직접 만든다. 생강을 많이 넣어 스파이시한 느낌을 살릴 수 있고, 특유의 강한 탄산향이 알코올의 드라이한 뉘앙스를 표현해주기 때문. 그는 “잘 만든 논알콜 칵테일이란 결국 알콜감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료가 가진 쌉쌀한 맛과 스파이스한 맛, 아로마를 활용하면 최대한 가깝게 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티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다 

티센트 



몇년 전부터 티(Tea)가 트렌드로 꼽히며 음료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 고 있다. 그 가운데 티센트는 국내에서 가장 본격적으로 티의 풍미를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바텐더가 수비드, 액화질소 등 현대적 기법을 통해 티라는 전통을 새롭게 표현한다.





티 마시러 가는 바 
티센트는 기본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이들에게도 열려 있는 공간이다. 티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가능한 것. 자리에 앉으면 웰컴티로 시작해 고객의 취향에 따라 티를 활용한 다양한 음료를 준비한다. 원심분리기, 초음파 분산기 등의 기계를 통해 티와 술을 접목한 스피릿부터 그를 활용한 칵테일은 물론 녹차와 홍차, 백차, 우롱차, 밀크티까지 카테고리별로 즐길 수 있는 티의 종류도 수십 가지에 티 푸드를 겸한 오마카세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선택의 폭이 넓을뿐더러 피아노 선율로 재해석한 K-pop이 흐르고 개량 한복을 차려 입은 바텐더들이 서비스를 하는, 그간의 티 하우스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찾는 고객들도 많다. 

한뼘 더 넓힌 선택의 폭 
티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티센트가 논알콜 칵테일을 준비한 이유는 술과 티를 받아들였을 때 고객의 감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박동건 바텐더는 “특히 칵테일과 티는 완성하는 과정 속 분위기부터 다르다. 술을 먹는 고객과 먹지 않는 고객이 동행했을 때 다 같이 즐길 수 없는 제약이 생기면 서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최대한 동등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 논알콜 칵테일 메뉴를 준비해 둔다”며 “생과일주스를 비롯해 시중에 이미 다양한 맛의 음료가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논알콜 칵테일을 만들 때에는 그와 다른 맛과 퍼포먼스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맛차차’라는 논알콜 칵테일은 맛차 가루와 일본 최상급 녹차인 교쿠로티로 만든 코디얼(재료에 설탕과 물을 넣어 조린후 맑게 여과한 일종의 시럽), 우유, 생크림 등 모든 재료를 섞은 뒤 -196℃의 액화질소를 분사해 즉석에서 아이스크림 형태로 만든다. 고객 입장에서는 보는 재미를 더할 뿐 아니라 입안에서 아이스크림이 녹으면서 다채로운 맛을 층층이 경험할 수 있다. 기성 아이스크림은 낮은 온도에서 얼리기 위해 첨가물을 넣기도 하는데 액화질소를 사용하면 신선한 재료의 맛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박 바텐더는 “논알코올 칵테일을 마시는 것이 목적인 고객은 거의 없다. 그래서 맛에 대한 기대도 적은 편인데 티센트를 통해 티를 중심으로 한 무궁무진한 맛의 스펙트럼, 더불어 오감적 경험까지 하고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1년10월호를 참고하세요. 

 
2021-10-12 오전 05:20:05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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