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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식품 박진선 대표이사  <통권 440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1-11-02 오전 10:56:10

“우리 맛으로 요리를 즐겁게, 세계를 즐겁게” 

샘표식품 박진선 대표이사



샘표식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뭐니 뭐니 해도 간장 그리고 연두다. 올해는 샘표가 창사 75주년을 맞는 해. 그런데 요즘 샘표의 행보가 조금 의아하다. 한식 소스 ‘새미네 부엌’에 이어 레토르트 커리 ‘티아시아 키친’ 등 간편식을 잇달아 출시하며 장류가 아닌 비장류 부문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샘표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박진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박선정 기자  사진 이경섭




75년 장수기업의 이유 있는 변신  
‘연두 해요~.’ 연두는 샘표가 지난 2010년 출시한 콩 발효 소스로 ‘요리 에센스’라는 별칭으로 유명하다. 분말 조미료가 대부분이던 소스시장에 액상 조미료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출시 10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을 넘어 미국, 스페인, 영국, 독일 등 글로벌시장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연두만큼이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샘표의 제품은 바로 새미네 부엌이다. 올해 4월 ‘즐거운 요리 혁명’을 슬로건으로 선보인 새미네 부엌은 김치양념과 반찬소스 등으로 구성된 가정용 간편 소스 브랜드. 즐거운 요리 혁명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단순한 맛내기용 소스 차원을 넘어 조리과정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배추를 절이지 않고 양념만 하면 바로 겉절이를 만들 수 있는 겉절이소스, 냄비와 불 없이 전자레인지만으로 조리가 가능한 멸치볶음소스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기업으로 70년 이상을 장류 사업에 주력해왔던 샘표가 장류 아닌 비장류시장으로 자꾸만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진선 대표의 답은 바로 ‘식생활의 변화’였다.

요리가 노동이 되는 게 아쉬워 
코로나19로 인해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집밥을 먹게 됐다. 직접 요리를 해 먹든, 배달앱에서 주문을 해 먹든, 밀키트나 간편식을 이용하든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말이다. 
지금이야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요리를 하거나 밥을 차려야 하는 현실이지만 사회·경제적인 구조 변화로 집에서 요리하는 인구가 감소한지는 오래다. 박진선 대표는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한식이 다른 요리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데에 있다. 현대인들이 요리하는 것을 노동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라며 “가능하면 요리를 안 하려 하고, 그러다 보니 영양적으로 부족한 음식을 먹게 되고….” 그는 이런 현상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요리를 하면 좋은 점이 아주 많다. 우선 가족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함께 요리하면서 대화하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다.”

즐거운 요리 혁명
새미네 부엌은 가정에서 요리하는 문화를 만들어주는 매개체다. 별거 아닌 것 같은 밑반찬 멸치볶음도 집에서 만들려면 마른 팬에 멸치 볶아 비린내 날리고, 양념장 만들고, 다시 볶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새미네 부엌 멸치볶음소스를 사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자레인지로 살짝 말린 멸치에 소스를 넣고 섞어 다시 한번 돌리기만 하면 끝. 불을 쓰지 않고도 뚝딱 완성할 수 있는 데다 설거지도 줄어든다. 
겉절이는 더욱 쉽다. 먹기 좋게 손질한 배추에 겉절이소스와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김치 담그기의 필수 과정이었던 절이는 과정 없이도 김치가 완성되니 2~3시간 걸리던 김치 담그는 시간이 5분으로 줄어든다. 말 그대로 요리 혁명이다. 이 정도면 요리가 노동이 아닌 즐거운 놀이다. 박진선 대표는 “요리가 즐거워지려면 먹는 것뿐 아니라 만드는 과정도 즐거워야 한다. 새미네 부엌은 그런 의도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사실 박진선 대표를 포함한 샘표 개발자들은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새미네 부엌에 열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예상외로 요리를 잘 하는 50대 이상 주부들의 구매 비율이 높았다. 박 대표에 따르면 노상 집에서 김치를 담가 먹던 이들이 새미네 부엌을 경험하고 난 뒤 자신들이 그동안 엄청난 육체노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요리 초보들의 반응도 뜨겁다. 겉절이, 오이소박이, 깍두기 등 그동안 집에서는 엄두도 못 내던 다양한 김치를 소스 하나로 뚝딱 만들어낼 수 있으니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요리는 미각교육의 가장 좋은 수단
식생활의 서구화로 요즘 아이들은 한식보다는 서양식을, 제대로 된 식사보다는 인스턴트 음식을 더욱 선호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가공식품을 먹고 자라다 보니 딸기맛 음료에서 나는 맛이 진짜 딸기의 맛인 줄 알고, 밤맛 아이스크림에서 나는 향이 진짜 밤의 향인 줄 안다. 가슴 아픈 일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식생활교육과 미각형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다. 입맛의 수준, 미각의 수준이란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식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알아야 음식의 맛을 알 수 있는 법이고, 음식의 맛을 알아야 미식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이 건강에 좋은지, 좋지 않은지도 많이 먹고 접해 봐야 알게 되는 법이다. 박진선 대표는 “현대인의 질병인 비만 등 생활습관병의 원인도 결국은 식생활의 불균형이다. 스스로 요리를 해 먹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부분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나 쉽게 요리를 하고, 요리에 흥미를 느끼면서 또 다른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미네 부엌이 그런 즐거움의 원천이 돼 많은 사람이 요리를 통해 즐거움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요리를 하면 자존감과 사회성이 높아지고,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조 중심에서 라이프 스타일 중심으로 
새미네 부엌은 샘표식품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샘표가 간장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 중심의 식품기업이었다면 앞으로의 샘표는 요리를 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들을 해소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품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단순히 음식을 맛있게 해 주는 역할이 아닌, 조리법에 대한 고민까지 해결해주겠다는 의미다. 지금까지의 요리 보조 제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다. 
샘표의 변신은 지난 75년간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 식품기업 중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한 샘표는 우리맛연구중심, 우리발효연구중심 등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며 한식 식재료와 발효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우리맛연구중심은 식재료와 레시피 연구, 가공식품 개발, 식생활과 요리에 대한 세미나 등을 주로 하는 부서이고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전통 장류 등 발효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세상에 없던 상품인 연두와 새미네 부엌은 이러한 연구개발의 산물이다. “가치 있는,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한 현대사회 아닌가. 요리하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은 곧 라이프 스타일을 개선해준다는 의미다. 보다 나은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업소용 간편식시장에도 관심 
요즘은 가정뿐 아니라 외식시장도 간편식 제품에 대한 니즈가 크다. 전처리와 소스 제조를 하지 않고 업소용 간편식만으로도 외식업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맥락에서 새미네 부엌은 B2B 식자재로서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특이하게도 새미네 부엌 김치소스에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처음에는 샘표 내부에서도 ‘고춧가루가 빠진 소스를 과연 김치소스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신의한수가 됐다. 집집마다 선호하는 고춧가루의 맛이 있고, 기호에 따라 김치에 넣는 양도 다르다. 아이가 있는 집은 고춧가루를 아주 적게 넣거나 아예 넣지 않기도 한다. 나만의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DIY 김치소스’로서 다양한 고객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B2B 제품으로서도 업소별 김치맛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샘표식품의 비전은 ‘우리맛으로 세계를 즐겁게’다. 연두를 통해 그 비전을 실현했다면 이제는 박진선 대표의 또 다른 관심사인 ‘식생활 개선을 통한 식문화 업그레이드’ 실현을 위해 나아갈 차례다. 바로 새미네 부엌과 함께. 


 
2021-11-02 오전 10:56:10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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