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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C FNB 김왕일 대표  <통권 443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2-02-03 오전 05:03:35

야생마, 질주하다

CIC FNB 김왕일 대표



괴물이 나타났다. CIC FNB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오픈하는 매장마다 웨이팅 행렬이 길게 늘어서고 SNS에서는 ‘인증샷’을 자랑하는 게시물들이 하루에도 수백개씩 올라온다. 이제 막 설립 5년차에 접어든 이 신생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이들도 줄을 섰다. 국내 주요 대기업과 숨은 재력가들이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누적된 투자 금액만 500억원을 웃돈다. 이토록 핫한 CIC FNB를 이끌고 있는 이는 92년생, 김왕일 대표다. 어떤 감성과 철학과 가치관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글 이서영 기자  사진 이경섭



김왕일 대표는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매장으로 기자를 불렀다. CIC FNB의 새로운 카페 브랜드 ‘콰트로 박스’의 공사 현장이었다. 콰트로 박스의 전용면적은 1050평. 국내 카페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매장 규모에 놀라고, 공사장에서 인터뷰를 하겠다는 김 대표의 발상에 더 놀랐다. 그는 “현재 7개 매장의 공사를 진행중이다. 나는 언제나 일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이런 모습이 가장 나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패도, 갈등도 창작의 밑거름
회사명 CIC FNB에서 CIC는 창의(Creativity), 혁신(Inovation), 광기(Craziness)의 앞글자를 따와 만들었다. 여기서 광기, 우리 사이에서는 ‘똘끼’라고 하는 이 단어에는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진부하고 지루하고 틀에 박힌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면 나 자신의 개성이 중요하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때 모방이 아닌 창작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 모토에 충실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고 우리가 재밌는 것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가 만든 브랜드를 좋아한다. 이것이야 말로 금상첨화 아닌가. 나도 좋고 남도 좋으니.
우리 회사에는 15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25.6세다. 다들 개성이 흘러 넘친다. 16살에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한 친구도 있고 동대문에서 자재 납품하던 친구도 있다. 나같은 반항아들도 많다. 서로 개성과 주장이 강하다 보니 많이 부딪친다. 그런데 재밌는 건, 부딪치니까 새로운 것이 나오더라. 그 맛에 사업을 한다. 이 친구들이 나이는 어리지만 실행력은 번개같다. 일례로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입점해 있는 ‘노 닷 프라이즈’ 매장의 경우 인테리어부터 시공, MD, 브랜딩, 패키징까지 딱 3주만에 완성했다. 
CIC는 F&B로 시작한 회사지만 사업 영역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올해 100개의 브랜드를 오픈할 계획인데 그 중에는 패션숍, 가구숍, 청과물 시장, 호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식업은 우리의 핵심 콘텐츠다. 외식업이야말로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시각), 음악(청각), 음식(후각 및 미각), MD와 서비스(촉각)까지. 이제는 IT기술도 들어간다. 어찌 보면 종합예술이기도 하다. 앞으로 외식업을 근간으로 해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다. 

생각 많은 반항아
나는 어릴 때부터 반항심이 많았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몰라서 부모님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부모님은 내가 공부를 잘 해서 명문대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하셨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명문대는 도대체 뭐가 다를까 궁금해서 중학생 때 무작정 서울의 한 명문대에 찾아가 지나가는 대학생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꿈이 뭐냐, 뭘 하고 싶냐’고 물으니 ‘꿈이 없다’고들 했다. ‘그렇다면 명문대를 가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생각했다.
나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했다. 나는 리더십이 강했고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또 남들에게 무언가를 해줬을 때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가치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그것은 큰 기쁨이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서비스쪽으로 진로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 진학을 두고 고민하다가 서비스의 끝판왕이라고 하는 스위스의 ‘글리옹 호스피탈리티 경영대학교’에 입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금수저? 틀렸어
유학생활이 쉽지는 않았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옥탑방에서 지낸 적도 있고 도서관 사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기도 했다. 그 시절 나의 꿈은 아보로코라는 F&B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방학이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해 돈을 벌어 유럽의 유명 레스토랑들을 찾아 다녔다. 교통비와 식비는 자린고비처럼 최소한으로만 쓰면서 레스토랑은 최고로 좋은 곳들을 갔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갔다. 레스토랑 브랜드의 콘셉트부터 디자인, 메뉴 라인업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포트폴리오였다. 졸업할 즈음에는 9개를 완성했다. 
졸업 후 처음 취업한 곳은 세계최고의 호텔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더 브레이커스 팜 비치(The Breakers Palm Beach)였다. 호텔업은 서비스 산업의 정점에 있는 카테고리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 호텔의 서비스는 어떨지 궁금했다. 1년여간 호텔에서 근무하며 깨달은 건 ‘개성있는 서비스가 최고’라는 것이었다. 틀에 박힌 서비스는 지루하고 진부했다. 개성있고 새롭고 재밌는 서비스가 필요해 보였다.


 

오는 3월 오픈 예정인 콰트로 박스는 네개의 공간으로 분류된다. 섹션 1은 갤러리 카페, 2는 식사가 가능한 수제맥주 펍, 3은 런웨이 겸 파티 공간, 4는 ‘어른들의 놀이터’ 콘셉트의 키덜트 플레이 그라운드다. 출판사의 폐공장이었던 공간을 어반아트를 통해 재탄생시켰다.




실력은 있는데 돈이 없으면?
2016년 말에 한국에 귀국한 직후부터 투자자를 찾으러 다녔다. 레스토랑을 열고 싶은데 자본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 청담동으로 갔다. 한국에서 부자들이 제일 많이 사는 곳이니까. 유명 레스토랑 오너, 연예인, 부자할 것 없이 다짜고짜 들이댔다. 15장짜리 프레젠테이션을 들고 다니며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무시, 거절, 비웃음이 이어졌지만 상관없었다. 
그러다 드디어 첫 투자자를 만났다. 지금의 볼트 스테이크 하우스 건물을 지나다 1층에 시가바가 있는 것을 보고 ‘이 곳에 브런치 카페를 열면 참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장을 만나 내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그는 “아이디어는 좋으나 요리실력을 봐야 할 것 같다”며 “내일 볼트 스테이크 하우스의 브레이크 타임에 와서 요리를 해보라”고 말했다. 다음날 15명 앞에서 즉석으로 6가지의 요리를 선보였다. 손을 덜덜 떨면서 말이다. 투자자들은 내 열정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렇게 투자를 받고 2017년 5월, 첫번째 브랜드 ‘오프닛’을 열었다. 대박이 났다. 월매출이 4000만~5000만원씩 나왔다. 투자금은 4개월만에 회수했다. 이후 또다시 투자를 받아 경기도 파주에 올인원 카페 브랜드 ‘더티 트렁크’를 오픈했다. 2018년 크리스마스였다. 월매출을 8억원씩 찍으면서 6개월도 되기 전에 투자금을 돌려줬다. 

꼴리는대로 하라
내가 젊은 세대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이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지만 쉽게 생각하면 모든 게 쉽다.”
외식업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나중에 돈 모아서 창업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것이 정답은 아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 실행하라. 꿈을 이루는 방법은 한가지가 아니다. 또 기성세대가 비판을 하든 어떻든 자신이 ‘꼴리는대로’ 하라. 무엇을 어떻게 만들었든 결과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면 장땡 아닌가. 우리 회사가 만든 브랜드는 욕을 많이 먹는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장사가 잘 된다. 기성세대가 깔아놓은 판에서 놀지 말고 우리가 새로운 판을 깔아야 한다. 
앞으로는 종합예술을 사업적으로 잘 풀어내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외식업도 마찬가지다. 외식업이라는 카테고리에 한정을 두지 않고 다른 분야와 계속해서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경험에 돈을 지불한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2년2월호를 참고하세요. 

 
2022-02-03 오전 05:03:35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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