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스폐셜 인터뷰

HOME > People > 스폐셜 인터뷰
리북방 최지형 셰프  <통권 443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2-02-03 오전 05:21:48

이북 음식에 담은 추억과 진심

리북방 최지형 셰프





평양냉면과 아바이순대 그리고 어복쟁반. 인식하지 못했을 뿐 이북 음식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번이라도 들어봤거나 먹어봤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생소하지만 이북 음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도 있다. 함경도 출신 외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순대 오마카세 전문점 리북방(LEE BUK BANG)을 운영 중인 최지형 셰프다.
글 박귀임 기자  사진 이경섭


1986년생 이북 음식 전문가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위치한 리북방은 ‘이북 음식을 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100년 이상 된 고재로 제작한 바테이블과 조선시대에 만든 서랍장 등이 고풍스러운 이곳에서 최지형 셰프는 함경남도 차호지방의 내림음식을 바탕으로 이북식 순대, 전통 명태식해, 저온조리 수육 등 정성을 다한 음식을 선보인다.  
리북방의 시그니처는 이북식 순대와 명태식해다. 피순대, 백순대, 양고기순대, 아바이순대 4종이 대표적. 이 가운데 튀긴 양고기순대는 최지형 셰프가 개발한 것으로 직접 만든 쯔란을 곁들여 먹으면 부드러운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명태식해까지 더하면 순대의 신세계가 열린다. 
“순대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없는 것 같다. 파스타나 스테이크를 얘기할 때는 상징적인 셰프가 떠오르지만 순대는 그렇지 않다. 그 어떤 음식보다 힘들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순대 하면 최지형을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리북방의 순대 4종을 만들기 위해 20시간여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 제주도산 흑돼지는 다짐육으로 판매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원육 상태로 특송 받아 직접 다져야 하고, 소창과 막창도 여러번 세척해야 한다. 순대 속재료 중 하나인 두부 역시 콩을 맷돌에 갈아 직접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순대마다 레시피가 달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순대는 최근 위생 논란에 휩싸이는 등 비위생적인 식품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그래서 위생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리북방에서 잡냄새 없는 순대를 맛볼 수 있는 이유다. 몇몇 고객들이 ‘대창막창순대는 냄새나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부드러운 막창순대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해줄 때 뿌듯하다.”
식재료 역시 남다르다. 제주산 흑돼지와 재래돼지 등 최고급 돼지고기와 육젓만 고집하며 명태식해도 가장 좋은 명태를 이용해 3주 이상 발효 과정을 거치는 것이 원칙이다. 어복쟁반, 꿩만두, 원산잡채 등 이북 음식을 대표하는 메뉴도 맛볼 수 있다. 평안도식 불고기나 녹두지짐 등 또 다른 이북 음식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1986년생인 최지형 셰프는 “이북 음식을 하는 젊은 세대다 보니까 우리만의 아이디어를 넣어 만든 메뉴도 있다. 양고기순대와 감태두부 등인데 반응이 좋다. 앞으로도 계속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할머니 순대와 함께한 어린시절
최지형 셰프가 리북방을 오픈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는 함경도 피난민인 외할머니와 함께 보냈던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최지형 셰프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순대부터 김치까지 이북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외할머니를 도와 이북식 순대나 명태식해를 만드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이북 음식을 먹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다른 이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이북 음식이 최지형 셰프에게 익숙한 일상식이었다.
외할머니를 따라 시장에 다니면서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안목도 가지게 됐다. 최지형 셰프는 지금도 리북방에서 사용하는 소창, 막창 등 각종 식재료를 직접 구입하고 있다.
최지형 셰프는 순대 전문점을 오픈했을 때 외할머니를 초대했다. 최 셰프의 순대를 맛본 외할머니는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언을 해줬다고. 외할머니의 조언을 실제로 반영해 레시피를 보완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가 순대 만드는 것을 워낙 많이 보면서 자랐다. 그래서 나 역시 스무살 무렵에 순대를 만들 수 있었다. 명태식해와 명란젓을 담그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결과적으로 리북방은 외할머니에게 큰 영향을 받아 탄생할 수 있었다. 지난해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더 자부심을 가지고 하고 있다.”
요리로 꽃피운 미국 생활 8년
최지형 셰프는 요리를 하기 전 오랜 시간 미술을 배웠으나 활동적인 것을 좋아했던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 어머니의 권유로 요리에 도전, 대학의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해 요리공부를 하면서 일식당에서 조리사로 근무하며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미국 문화에 관심이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 일식이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일식을 배우면 미국에서 쉽게 정착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최지형 셰프의 바람은 통했다. 졸업 후 미국 리츠칼튼 호텔의 멕시칸 가정식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2010년부터 2년 동안 일하면서 수셰프까지 맡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요리를 더욱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었던 최지형 셰프는 2012년 다시 존스 앤 웨일스대학교에 진학해 조리·호텔경영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뉴욕 미쉐린 2스타 마레아(Marea)를 거쳐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3스타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에서 근무하며 현지 경험을 쌓았다. 일레븐 매디슨 파크에서는 세계 최대 요리경연대회인 폴 보큐즈에서 2위에 오른 브라이언 라크우드 셰프에게 1년 이상 직접 사사하는 영광도 안았다.
“요리 인생의 황금기였던 것 같다. 2010년대는 뉴욕의 다이닝씬이 최고로 호황을 누릴 때다. 한국보다 시스템이 뛰어난 미국 외식업계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실력자들도 많이 만났다. 그러다 보니 힘들기도 했다. 매일매일 도마 위에 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정말 많이 배웠고 좋은 경험을 했다.” 





순대로 미쉐린 등극까지
존스 앤 웨일스대학원까지 마친 후 2017년 귀국한 최지형 셰프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고,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순대를 최종적으로 골랐다. 그해 서교고메를 오픈, 순대국밥과 순대크림뇨끼 등을 선보였는데 유명 맛집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것은 물론 미쉐린 가이드에도 선정됐다. 순대로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것은 최초라고. 2020년 서교고메에서 리북방으로 상호명만 변경한 후 차호 순대전골, 막국수 등을 추가하며 이북 음식에 또 한번 방점을 찍었다. 이마트 피코크와 손잡고 리북방 순대전골 밀키트까지 출시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리북방은 재정비 후 지난해 12월 현재의 위치에 새롭게 자리잡았다. 
“서교고메를 할 때는 ‘컨템퍼러리 코리안 레스토랑’을 지향했다. 퓨전이 유행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한식과 양식을 접목해서 메뉴를 만들었다. 그러던 중 시대는 바뀌는데 안 바뀌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다가 전통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전통적인 이북 음식을 오마카세 형식으로 선보이는 현재의 리북방이 탄생한 것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더 완벽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외국인들에게도 최지형 셰프의 순대는 ‘최고의 음식’으로 통한다. 이에 해외 진출에 대한 꿈도 가지고 있다. 그는 “뉴욕에 이북 음식점을 차리는 것이 목표다. 뉴욕은 요리하는 이들에게 꿈의 무대이자 상징적인 곳이다. 5년 안에는 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문화는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한 봉준호 감독의 말에도 공감한다. 젊은 세대인 나부터 이렇게 전통적으로 향토 음식을 시작하면 영감을 받는 친구들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나 역시 ‘베스트’가 아닌 ‘퍼펙트’를 하고 싶다.”


 
2022-02-03 오전 05:21:48 (c) Foodbank.co.kr
quickmenu
월간식당 식품외식경제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한국외식정보교육원 제8회 국제외식산업식자재박람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