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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플 풍미의 진가  <통권 443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2-02-04 오전 01:34:45

트러플 풍미의 진가


몇년간 지속되고 있는 트러플 열풍. 독특한 향에 새롭게 빠져든 이들이 있는가 하면,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는 아이러니한 식재료다. 하나의 맛과 향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트러플 풍미, 그래서 조합도 쉽지 않은 트러플 풍미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곳들을 찾았다. 다시, 트러플이 좋아질 시간이다.
글 장새별 객원 기자  사진 이경섭, 박성관




여전히 뜨거운 트러플 바람
2019년 초, 짜장 라면에 트러플 오일을 곁들이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전에 없는 트러플 열풍이 불어닥쳤다. 정확히는 트러플 풍미의 열풍이었다. 세계 3대 진미라는 고정 수식어와 함께 파인다이닝에서나 소비되던 트러플이 캐주얼 다이닝으로, 주점으로 넘어오면서 트러플 감자전, 트러플 짜장면, 트러플 육회 등의 메뉴를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고 각종 스낵에도 트러플 풍미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과도한 인기에는 문제가 따르기도 한다. 딱히 비유가 어려워 ‘특유의 트러플 향’으로 설명되는 이 재료와 다른 재료의 부조화를 느낀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트러플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트러플이 싫어진 사람들. 트러플 사용이 익숙하진 않지만 시대의 흐름을 간과할 수 없는 업장들 사이의 작은 해결책이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셰프들이 전하는 트러플 사용 팁
흙내음, 쿰쿰한 향, 그릴한 고기 향 등.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고 낯설기까지 한 트러플의 풍미. 그러나 셰프들은 몇가지 룰만 지키면 사용이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첫째 트러플이 들어갈 빈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 오스테리아 세콘디와 콘메, 생면 파스타 전문점 페코리노를 운영하며 트러플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트러플을 많이 접해온 최병준 셰프의 설명이다. 그는 “이미 완성된 맛에 트러플을 얹는 건 어렵다. 향이 독특한 재료들, 새우처럼 재료 자체의 맛과 향이 뚜렷한 재료들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향이 강한 간장과 트러플의 조합을 꾀한 수라선의 경우 채소를 넣고 간장을 푹 끓여 짠맛과 향을 감소시킨 후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둘째 트러플의 태생과 연관된 식재료 매칭이다. 땅속에서 난 재료는 대부분 서로 어울린다는 것이 란주쿠 이시카와 셰프의 설명. 토란, 감자나 땅속에 뿌리를 내린 채 맛을 응집해 나가는 대파 등의 채소와 좋은 궁합을 자랑한다. 또 치즈, 달걀처럼 이미 본토에서 사랑 받는 궁합을 고려해 그 맛과 비슷한 재료들로 가지치기를 해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어떤 요리에나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적정 사용량을 찾는 것. 하얀과자점의 김도연 셰프는 “트러플 풍미가 유행하면서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중요한 건 트러플 향이 ‘많이’ 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나느냐에 있다”며 적은 양으로도 맛과 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여러번 시도해보며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러플×이탈리아요리   

콘메


북적이는 송리단길 골목에서 두발짝 물러나 있는 석촌의 작은 골목. 지금처럼 식당이 하나둘 들어선 그 시작점에 최병준 셰프가 있었다. 이탈리아 외진 지역의 작지만 맛있고 친절한 식당의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해냈다. 




부담 없이 즐기는 트러플 요리 
트러플 마니아에게는 성지로 통하는 콘메. 이탈리아산 생트러플을 ‘원가에 제공’하는 친절함이 그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워낙 저렴한 가격에 진짜 트러플인지 의심을 산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원가 이상의 가격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는 최병준 셰프. 이어 “이탈리아 현지처럼 자주 접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식재료라는 인식도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런 최병준 셰프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대표 메뉴는 트러플 에그 후라이다. 달걀에 블랙트러플, 양송이 슬라이스, 트러플 오일과 제스트를 곁들인 간결한 요리로 와인과 잘 어우러진다. 반면 트러플 파스타 메뉴인 타르투포 풍기 에 살시치아에는 상당한 공이 들어갔다. 살시치아와 다양한 버섯을 굽고 포르치니 크림과 달걀 노른자, 직접 만든 트러플 살사를 더해 소스를 만들고 트러플 오일, 블랙 트러플까지 곁들여 완성한다. 소스가 골고루 배어든 리가토니면을 꼭꼭 씹어 먹는 내내 입 안에서 버섯 풍미가 폭죽처럼 터진다. 

콘메만의 친절함 
최병준 셰프는 콘메와 같은 골목에서 이미 오스테리아 세콘디를 운영 중이었다. 콘메를 론칭하면서 고려한 것은 이탈리아 메뉴이면서 오스테리아 세콘디와 경쟁하지 않는 구조일 것. 그렇게 택한 게 유기농 밀과 달걀로 만든 생면이다. 이탈리아 ICIF를 졸업하고 현지와 국내에서 경력을 쌓아 자신의 레스토랑을 오픈하기까지, 늘 해왔던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했다. 
콘메의 8가지 생면 파스타는 면의 종류가 모두 다르다. 주방의 강도 높은 노동을 감수하고 고객이 다양한 생면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소스마다 가장 잘 어울리는 면으로 최선의 한 접시를 선보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메뉴판에는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는 지, 맛을 연상할 수 있는 간략한 설명들이 이어져 있다. 동시 타임에 2~3팀만 서비스하면서 요리사들이 직접 나와 설명하는 것도 콘메의 철칙이다. 덕분일까. 이름 낯선 요리들에도 가족 단위부터 노년의 부부까지 고객층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A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2길 6-30 1층
T 010-5382-3419
M 트러플 에그 후라이 1만8000원, 타르투포 풍기 에 살시치아 3만3000원



트러플×일본요리
  
란주쿠


짚불과 숯불 구이를 필두로 한 일식 메뉴를 선보이는 란주쿠. 재료를 익히고 맛을 더하는 게 비단 뜨거운 불 뿐만은 아니다. 
잔뼈 굵은 소믈리에와 셰프의 농익은 서비스가 고객들이 말하는 이곳의 맛의 비결이다. 



베테랑들이 선보이는 술과 음식 
란주쿠의 백필규 대표는 치열하게 먹고 마시고 다닌다. 11년 전 삼성동 히라메키의 관리자로 근무를 시작했을 때도, 인수를 거쳐 대표가 되고 2호점 격으로 시작한 란주쿠가 4년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사케가 주력인데, 사케를 몰랐다. 가장 좋은 공부는 많이 마셔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백 대표. 그에 그치지 않고 일찍이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도 취득했다. 고객들에게 자신이 느낀 술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온도, 잔, 얼음, 그에 어울리는 음식까지 파인다이닝 못지 않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요리를 직접 하지는 않지만 주방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현재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이시카와 셰프 역시 베테랑 중의 베테랑. 일본 미쉐린 레스토랑 기쿠노이, 신라호텔 아리아께를 거쳐 란주쿠에 합류했다. “가급적이면 한국 재료를 사용해,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요리를 내려고 노력한다”는 셰프는 가츠오부시 대신 멸치 육수를 내는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 

식재료가 가진 전형적 이미지 탈피 
이시카와 셰프가 근무했던 일본 기쿠노이는 식재료 사용의 폭이 넓은 곳이다. 국적의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식재료를 일본 요리로 풀어낸 경험이 지금의 셰프를 만들었다. 트러플도 일찍이 접목해온 그에게 어려운 식재료는 아니라고. 다만 트러플이 가진 양식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일식의 느낌을 가미하는 건 언제나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는 겨울을 맞아 나베 형태의 요리를 준비했다. “온도가 따뜻하면 향이 더욱 풍부해지기 때문에 택한 방식이기도 하다”는 셰프. 복어 머리와 복어 뼈, 채소를 넣고 끓인 육수에 숯불에 구운 복어 고니를 더했다. 여기에 향이 진하고 부드러운 대파의 흰 부분, 채 썰어 튀긴 우엉, 트러플을 차례로 얹어낸다. 보글보글 끓는 국물에 푹 적셔 떠먹으면 치즈처럼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셰프는 “트러플은 향으로 먹는 재료이기 때문에 반대로 향은 적고 맛이 진한 재료들과 궁합을 맞추는 편이다. 녹진한 맛을 가진 복어 고니처럼 말이다”라며 “그외 트러플처럼 흙 밑에서 자라는 감자, 토란 등의 뿌리채소나 아주 추운 겨울에 맛과 향이 깃드는 대파같은 채소와 잘 어우러진다”고 덧붙였다.

A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82길 31 1층
T 02-539-6323
M 후구(복어) 트러플 코나베 5만5000원, 감자 트러플 하사미아게 3만원



트러플×한국요리   

수라선


임금에게 진상하는 밥상을 뜻하는 ‘수라’와 베풀 ‘선’. 매일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식재료를 활용해 이름처럼 귀한 밥상을 대접하는 곳, 수라선이다. 



아이를 위한 음식이 대표 메뉴로
수라선의 대표 메뉴 전복장 무쇠 솥밥은 김세훈 대표의 집밥에서 시작됐다. 고열에 시달려 입맛을 잃은 딸 아이에게 취미 삼아 만들어 둔 전복장과 밥을 비벼주자 그릇을 뚝딱 비운 것. 자신감을 얻어 이집 저집 나눠주었을 때도 반응이 좋았지만, 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문을 연 지 햇수로 8년 차. 그때와 변함 없이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음식을 모토로 매일같이 팔도에서 진미들을 올려 고객들의 밥상을 차려낸다. 
완도와 진도의 활전복, 여수와 목포에서 올라오는 민어, 제주의 딱새우와 흑돼지고기, 한우 안심까지. 신선하고 영양 가득한 재료에 인공 조미료 없이 감칠맛을 끌어낸 깔끔한 밥상. 여기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식당이 위치한 신라스테이 호텔 역삼에 묵는 고객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지로, 인근 직장인들에게는 한번씩 찾는 별미로 자리 잡았다.

트러플로 한번 더 주목받은 진미 
수라선의 전복장은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맛간장에 전복을 넣어 숙성한다. 질기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위해 반드시 활전복만 사용한다. 전복장 외에도 구이나 물회 등 다양한 메뉴에 사용하는 간판 재료이기 때문에 매일 완도나 진도에서 활전복을 올려 수조에 보관한다. 
대표 메뉴로 탄탄하게 자리 잡아 온 전복장의 변신이 시작된 건 2년여 전이다. 수라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맛에 부합하는 새로운 재료를 찾던 중 트러플이 눈에 띈 것. 김 대표와 함께 메뉴 개발을 주도한 박대희 팀장은 “트러플의 쿰쿰한 흙 향이 발효 간장의 짠 내음과 상통하는 지점이 있었다”며 “트러플의 향이 간장의 감칠맛을 도드라지게 하고, 반대로 간장의 발효 향이 트러플의 고급스러운 향을 한층 살려준다”고 말했다. 매장 내에서 자주 사용하는 재료가 아니고 보관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원물 대신 트러플 제스트를 선택했다.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트러플 향의 적정량을 찾기 위해 셀 수 없는 테스트를 반복한 끝에 완성됐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하며 단숨에 매장 내 인기 메뉴로 떠올랐고 마켓컬리, 현대식품관 투홈 등 온라인 몰에 입점하며 사랑받고 있다. 해당 제품들은 별도의 HACCP 인증 시설에서 위생적으로 제조하고 있다.


A 서울 강남구 언주로 517 신라스테이호텔 역삼 1층
T 02-557-8833
M 전복장 무쇠 솥밥 반상 1만6500원, 트러플 전복장 2만7000원


트러플×베이커리  
 
하얀 과자점


풍채 좋은 여의도 고층 빌딩 사이에 소담하게 자리 잡은 과자점. 스콘, 까눌레 등 구움과자를 중심으로 연신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도심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취향을 읽는 눈 
일본 동경제과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나폴레옹, 마망갸또를 거쳐 촘촘하게 경력을 쌓아온 김도연 셰프. “월요일이 오는 게 설레 잠을 못 잘 정도였다”고 회상할 만큼 제과를 사랑한 그는 2018년 자신의 첫 가게, 하얀 과자점을 오픈했다. 독립 클래스를 운영하던 중 많은 수강생들의 제안이 원동력이 됐다고. 
케이크, 몽블랑, 브라우니, 계절 메뉴인 슈톨렌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가운데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구움과자다. “클래스에서도 늘 한국인의 민족성에 대해 말한다. 하관이 발달한 한국인은 식감이 분명한 음식들을 즐긴다”며 크림, 무스류 등의 디저트에 비해 고소하고 씹는 맛이 있는 구움 과자를 많이 다룬다고 답했다. 예쁜 모양보다는 먹음직스러운 모양을 선호하고, 전형적인 형태나 레시피를 고집하기보다는 여러 조합을 꾀해보며 직원들과 테스트하기를 즐긴다는 그의 쇼케이스에는 늘 새롭고 투박한 과자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편견 없이 시도하는 재료의 조합 
트러플과의 첫 만남은 수입사의 요청 때문이었다. 마침 뇨끼 스타일의 타르트 제품을 시도하고 있던 중이라 흔쾌히 받아들였다. 치즈, 감자와 트러플의 조합은 수많은 이탈리안 요리에서도 검증된 바 테스트를 거쳐 제스트, 오일, 페이스트 중 반죽과 잘 섞이고 구운 후에도 향이 살아 있는 페이스트를 골랐다. 이후 겉은 바삭하고 속은 크리미한 까눌레, 녹진한 치즈 맛이 살아있는 바스크 치즈 케이크, 크림치즈 필링을 채워 넣은 스콘 등에 접목하며 트러플을 사용한 메뉴군을 늘려갔다. 
모든 반죽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숙성 과정이다. 충분한 숙성 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트러플 향이 다른 재료들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김도연 셰프는 “가장 중요한 건 맛의 균형이다. 트러플의 풍미를 특별하게 여기기보다는, 취향에 따라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맛이 될 수 있도록 균형이 맞는 지점을 찾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인지 다른 메뉴 못지 않게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A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9 중앙빌딩 120호
T 070-8844-0326
M 트러플 크림치즈 스콘 6000원, 트러플 까눌레 小 3500원 / 大 4200원, 트러플 바스크 치즈 케이크 7000원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2년2월호를 참고하세요.  

 
2022-02-04 오전 01:34:45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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