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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한국의 채식을 찾아서] 온고지신의 나물요리  <통권 443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2-02-04 오전 05:31:08

사찰음식은 1700년 동안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전통 채식이다. 각 사찰마다 고유의 채식 요리와 레시피를 갖고 있다. 이름하여 ‘내림 음식’이다. 오랫동안 사찰음식을 연구해 온 오경순 교수와 함께 사찰의 내림음식을 소개하는 코너를 선보인다. 
요리 정관스님  진행 오경순 교수·이서영 기자  사진 이종호

 

 

백양사 천진암 주지 정관스님

 

온고지신의 나물요리

 

 

 

정관스님은 ‘비건인들의 BTS’로 불리는 인물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Chef’s table’에 출연한 이후 세계적인 명성까지 얻게 됐다. 오경순 교수는 정관스님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함께 해 온 제자다. 정관스님의 사찰음식을 직접 배우기 위해 오경순 교수와 함께 백양사 천진암을 찾았다. 서울에서 새벽부터 차를 타고 4시간 이상을 달려서야 겨우 산 중턱의 암자에 닿을 수 있었다. 


 


언제나 새로운 정관스님의 요리

천진암은 백암산 백양사에 속한 암자다. 백양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로 호남권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천진암은 본래 온전히 스님들의 수행만을 위한 공간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돼 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정관스님을 찾아 오는 발길이 끊이지 않자 백양사에서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도 이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천진암에는 스님에게 음식을 배우려는 셰프들도 많이 찾아 온다. 국내는 물론 해외 타국에서도 오곤 한다. 이들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씩 스님 옆에 거하며 음식을 배운다. 철학과 문화, 가치관도 더불어 익힌다. 

 

배추를 통해 섭리를 깨닫다

스님은 이날 4가지 음식을 알려줬다. 시금치 무침, 배추 숙주 무침, 콩나물 무침, 경상도식 무 배추 생채가 그것이다. 이날의 핵심 요리는 배추 숙주 나물이었다. 제철에 수확해 땅에 묻어놓았던 배추를 가지고 만든 채식 반찬이다. 

“김장철 배추는 매운 맛을 내. 자기 생명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지. 그것을 거둬 땅속에 묻어 놓으면 수분을 뺏기지 않기 위해 단맛을 내게 돼. 그래서 배추가 지금 아주 달아. 사람도 똑같아. 나이가 들수록 유하고 부드러워지지.”

자연과 인간은 그 이치와 순리가 같다. 식재료를 통해, 음식을 통해 섭리를 배운다.

“밭에서 뿌리를 뽑은 배추는 6개월이 가. 그만큼의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지. 배추가 6개월간의 생이 다 할 때까지 관리해주고, 잘 다듬어서 먹거리로 만들고, 종자를 받아 세대를 잇도록 해주는 거야. 이것이 바로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야. 우리가 채식을 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어. 동물의 생명이 귀한 것처럼 채소의 생명도 귀하다는 것이야. 그렇기에 썩히거나 마구잡이로 잘라 버리면 안 되는 것이지. 중요한 것은 ‘생명’ 그 자체이지 동물이냐 식물이냐가 아니야. 이 관계를 잘 알아야 진정한 채식을 할 수 있어.”

 

들깨소금으로 새로운 맛 창조

스님은 배추의 상태에 따른 조리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어리고 부드러운 배추는 간장양념으로 무치고 조금 세월이 지나서 늙으면 된장으로 무쳐. 좀 더 늙어서 수분이 다 빠지고 말라 비틀어지면 식초를 넣어서 무치면 돼. 수분이 마르면 아무런 맛이 없거든. 그래서 식초를 넣어서 산도를 만들어 주는 거지. 오미(五味, 단맛·쓴맛·짠맛·신맛·감칠맛)를 내가 창조하는 거야.”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들깨소금이었다. 본래 깨소금이란 깨와 소금을 반씩 넣고 빻아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 자체로 양념이 된다. 그런데 오늘날 와서는 깨소금이 깻가루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어쨌든 깨소금은 보통 참깨로 만드는데 스님이 들깨를 빻아 만드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들깨소금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들깨소금과 어우러진 배추 숙추 간장무침의 맛은 신세계였다. 들깨 특유의 알싸한 고소함이 밀려왔다. 스님은 이것을 요리의 ‘묘미’, 묘한 맛이라고 했다. 

 

쌈박한 콩나물 무침과 샐러드 같은 무생채

스님은 콩나물 무침을 시작하기 전 흰색으로 뒤덮힌 바깥의 풍경을 바라봤다. “오늘 눈이 왔어. 눈이 내리면 뭔가 쌈박한 게 먹고 싶단 말이야. 그럼 채소를 가지고 어떻게 쌈박한 맛을 낼 것이냐? 콩나물을 새콤 달콤 매콤하게 무칠거야.”

콩나물 무침에는 스님의 온갖 발효청들이 아낌없이 들어갔다. 복분자청, 오미자청, 탱자청까지. 그야말로 오미가 다 들어간 음식인 것이다. 스님은 ‘청 중에서도 특히 탱자청은 500년 된 탱자나무의 열매로 만든 것으로 올해로 담근지 7년차를 맞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경상도식 무 배추 생채. 이 음식은 가히 ‘한국 전통 샐러드’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생채는 고춧가루를 넣어 만드는 게 정석이나 스님은 고추장을 넣어 감칠맛을 살렸다. 요즘 김치를 안 먹는 이들이 많은데 업장에서 김치 대신 반찬으로 내면 매우 인기가 좋을 것 같았다. 

촬영이 끝난 후 사찰 식구들을 모두 모아 오늘 만든 음식들로 비빔밥을 해 먹었다. 그 맛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새로운데 맛있고 친근했다. 그야말로 ‘묘미’다.

 

 

레시피

 

 


 

시금치 나물

 

재료  삶은 시금치

양념  간장 2큰술, 깨소금 1큰술, 참기름 적당량

 

스님의 조리 포인트 

시금치는 데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밑동쪽 줄기를 눌렀을 때 쑥 들어갈 정도로 연해질 때까지 삶아야 한다. 나물 요리는 입에 들어가서 부드럽게 감기는 식감이어야 좋다. 양념은 최소한으로만 한다. 그래야 시금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시금치의 단맛과 간장의 짭쪼름한 맛, 깨소금의 고소한 맛과 참기름 특유의 맛이 잘 어우러지도록 균형을 잡아야 한다.

 

 

땅속 배추 숙주나물 간장무침

 

재료  삶은 배추(배추 숙주)

양념  간장 2큰술, 들깨소금 3큰술, 들기름 적당량

 

스님의 조리 포인트  

삶은 채소의 물기를 짤 때는 하나로 뭉쳐 힘을 줬을 때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물기만 제거한다. 그 이상 물기를 짜면 수분이 없어 질겨지고 음식을 해놓고 조금만 지나도 버석버석 마른다. 시금치도 마찬가지다.

 

 

콩나물 무침

 

재료  데친 콩나물

양념  간장 3큰술, 중간 입자 고춧가루 1큰술, 가는 입자 고춧가루 1큰술 반, 굵은 입자 고춧가루 1큰술, 들깨소금 2큰술, 감식초 적당량, 오미자청 적당량, 탱자청 약간

 

스님의 조리 포인트  

설탕을 넣지 않고 오미자청과 탱자청만 넣어 은은한 단맛을 낸다. 인위적인 단맛은 나물에 어울리지 않는다. 고춧가루는 입자가 가는 것과 중간 것, 굵은 것 3가지를 함께 넣는다. 그래야 좀 더 재밌는 매운맛을 낼 수 있다. 굵은 고춧가루가 없을 경우 말린 고추를 다져 사용해도 된다. 

 

 

경상도식 무·배추 생채

 

재료  무, 배추

생채 밑간  매실청, 소금, 감식초

양념  중간 입자 고춧가루 2큰술, 가는 입자 고춧가루 1큰술, 굵은 입자 고춧가루 1큰술, 감식초 적당량, 오미자청·복분자청 적당량, 조청 2큰술

 

스님의 조리 포인트  

무와 배추는 밑간을 해야 맛있다. 밑간을 해 놓은 생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샐러드다. 여기에 각종 고춧가루와 고추장, 청을 넣은 양념으로 샐러드 같은 생채를 완성했다. 

 

 

 
2022-02-04 오전 05:31:08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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