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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돋보기] 알배기 아닌 맛의 기준으로 생선 제철 정할 때  <통권 444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2-03-04 오전 11:06:27

 

 

 

알배기 아닌 맛의 기준으로

 

생선 제철 정할 때

 

 

 

지난 2019년 1월호 고추냉이로 시작한 식재료 돋보기 코너를 3년 가까이 연재해오면서 생각한 것은 하나다. 이제는 생선의 ‘제철’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봄 도다리의 오해

3월이면 봄이다. 통영을 비롯해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바닷가에 가면 ‘도다리쑥국 개시’ 포스터가 식당마다 붙어 있다. 일단 도다리부터 이야기하자면 쑥국으로 먹는 도다리 대부분은 가자미다. 문치가자미가 가장 많고, 크기가 작으면 용가자미다. 용가자미와 문치가자미는 생김새가 비슷해 옆줄 모양으로 구분한다. 길쭉한 모양의 문치가자미는 둥그스름한 도다리와 생김새 자체가 다르다. 

도다리쑥국이 인기다 보니 가자미라고 팔던 시장에서도 대놓고 도다리라 한다. 경상도를 가든, 전라도를 가든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는 안 된다. 도다리쑥국의 주인공은 도다리가 아닌 쑥이다. 

예전에 입춘이 지난 후 쑥이 올라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김장김치만 먹던 이들이 처음 맞이하는 싱싱한 채소가 바로 쑥이었기 때문이다. 산란하러 돌아온 생선을 골라 쑥과 함께 끓인 것이 시작이었다. 

게다가 봄의 가자미나 도다리, 광어는 맛이 없다. 산란을 끝낸 생선은 기름기가 쏙 빠져 있다. 멸치가 바다에 들어와야 몸에 지방이 쌓이기 시작한다. 맛의 기준으로 봐도 도다리쑥국의 주인공은 쑥이 맞다. 

 

가장 맛없는 산란 시기의 생선

생선은 산란하러 얕은 바다에 돌아온다. 생선에게는 산란철이지만 사람들에게는 멀리 나가지 않아도 생선이 많이 잡히니 제철로 인식이 된 것이다. 예전에는 명태, 민어, 조기, 삼치 등 파시(생선이 한창 잡힐 때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가 있었다. 생선의 산란철에 맞춰 파시가 열렸는데 지금처럼 좋지 않은 어구나 배였음에도 지금보다 몇배나 많은 어획량을 기록했었다. 이런 이유로 산란철은 곧 생선의 제철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산란 시기의 생선은 가장 맛이 없다. 산란철 암대구와 숫대구 가격 차이가 크게 난다. 그 이유는 암대구가 맛이 없기 때문이다. 곰치국을 끓이는 미거지 또한 가격 형성이 같다. 여름 보신 상품으로 알려진 민어 역시 제철이 잘못 알려진 생선이다. 

민어의 제철은 봄으로 산란을 준비할 때가 가장 기름지고 맛이 좋다. 백성의 물고기라서 민어인데 양반가에서 귀하게 복달임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혹한 이들이 여전히 많다. 봄철 민어를 먹어 봤다면 여름 민어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맛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어가 가장 비싼 초복 때가 가장 맛없는 시기다. 말복이 지나면 민어의 가격은 크게 떨어진다. 맛은 그대로지만 찾는 이가 적어서 그렇다. 

 

제2의 명태·조기 없어야

산란철을 제철로 알고 잡아먹은 결과가 지금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좋은 식재료나 맛있는 식재료가 한달도 안 돼 가격이 크게 변동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동해의 포구마다 지천으로 잡던 명태는 일본산이 당연하고, ‘국민 생선’ 갈치는 비싸서 제주에 가야 맛보는 생선으로 자리매김했다.

예전에는 그랬다. 기술이 없으니, 가까이 오는 생선을 다 잡을 수 없었다. 신안에서, 영광에서 그렇게 잡아도 다시 한번 연평도에서 조기 파시가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마구 잡다 보니 조기는 그 바다에서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오늘날 영광굴비가 비싼 식재료로 바뀐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부터라도 생선의 제철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가 알던 생선은 모두 명태와 조기처럼 사라진다. 알배기 생선은 잡지도, 먹지도, 자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에 지금 그대로의 바다를 넘겨줄 수 있다. 당장 봄 주꾸미부터 멀리해야 한다. 주꾸미의 제철은 지난 겨울이었다. 생선의 제철은 알배기가 아닌 맛의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이번 글로 식재료 돋보기 연재를 마무리한다. 다음에 색다른 주제로 인사드리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글을 마친다. <끝>


 
2022-03-04 오전 11:06:2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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