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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酒] 서울  <통권 445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2-03-29 오전 05:05:02

디캔터에 마시는 크래프트 막걸리

서울 


우유처럼 새하얀 색깔에 ‘어른 우유’라는 별칭이 붙은 이 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와인처럼 디캔터에 따라 마시는 거다. 위의 맑은 부분부터 조심스럽게 따른 뒤 가라앉은 흰 부분을 천천히 부으면 막걸리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아직 마시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좋아지는 막걸리 ‘서울’이다. 
글 박선정 기자  사진 이경섭




전통주 전문가 류인수 소장의 야심작 
‘서울’ 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양조장’은 전통주 교육기관인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이 운영하는 소규모 양조장이다. 한국가양주연구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 중 하나로 이곳 수료생들이 설립한 소규모 양조장 수만 50곳이 넘는다. 한강주조, 술샘, 술아원, 추연당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전통주 업체 대표들이 모두 이곳을 거쳤다. 류 소장에 따르면 국내 전체 양조장 사업주의 5% 정도가 한국가양주연구소 출신이다.  
전문 양조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상업양조에까지 뛰어든 데는 이유가 있다. 교육을 위해서는 실제 양조장의 양조과정과 설비 등을 눈으로 보면서 실무적인 부분을 배워야 하는데, 연구소 시설만으로는 이 부분이 부족했던 것. 이에 연구소 한쪽을 소규모 양조장으로 꾸미고 면허를 취득해 교육을 진행했다. 
제품을 출시한 건 2021년 1월이다. “주세법상 면허 취득 후 2년 이내에 제품 출시를 하지 않으면 면허 취소다. 양조장을 없앨지 술을 출시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는 류인수 소장은 결국 출시를 택했다. 전통주 업계에서 만들지 않는 특별한 술이라면 교육기관으로서의 다양성을 보여주면서 수료생들과 경쟁할 일도 없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막걸리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다
첫 제품 서울은 출시되자마자 전통주 업계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새하얀 술 색깔에 크라운 캡을 씌운 유리병까지 영락없는 우유의 모습으로 ‘어른 우유’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류인수 소장에 따르면 막걸리 용기에 돌려 따는 뚜껑 대신 크라운 캡을 적용한 것은 서울이 처음이다.
효모가 살아 있는 생막걸리는 병입 후에도 계속해서 발효가 일어나기 때문에 개봉할 때 탄산이 폭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돌려 따는 뚜껑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금씩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탄산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한번에 따야 하는 크라운 캡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류 소장은 “생막걸리에 크라운 캡을 씌우기 위해 최대한 발효를 제어하는 기법을 사용했다”며 “그래서 서울은 탄산감이 없고 목넘김이 매우 부드럽다”고 말했다. 
마시는 방법도 색다르다. 먼저 디켄터를 준비한다. 그리고 흔들지 않고 가만히 보관해 침전물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맑은 부분만 조심스럽게 디켄터에 따른다. 맑은 부분을 한 모금 맛본 뒤 병 안에 남은 침전물을 잘 흔들어 디켄터에 천천히 따르면 마치 구름이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 막걸리를 마시면서 접할 수 없었던 모습이라 새롭고 흥미롭다. 

세상에 하나뿐인 누룩 ‘설화곡’ 
서울의 재료는 설화곡과 쌀, 물 오로지 3가지다. 막걸리의 캐릭터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누룩. 서울에 사용하는 누룩은 바로 자가누룩인 설화곡으로 류인수 소장이 직접 개발하고 이름까지 붙인 세상에 하나뿐인 누룩이다. 
설화곡은 밀이나 다른 곡물 없이 오로지 생쌀만을 빻아 만드는 흩임누룩 형태다. 인위적으로 효모를 배양하지 않고 자연 상태의 곰팡이만을 이용하는 만큼 어지간한 노력과 정성 없이는 완성하기 힘들다. 완성된 설화곡은 쌀가루 위에 하얀 곰팡이가 소복하게 내려앉은, 말 그대로 설화(雪花)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 움큼 쥐어 냄새를 맡아 보니 오묘하고 은은한 단내가 콧속으로 훅 들어온다. 이것이 쌀과 함께 당화와 발효를 거치면서 끈적하고 달콤한 열대과일향을 만들어내고 쌀 본연의 단맛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서울은 새하얀 설화곡과 고두밥(쌀), 물을 잘 섞어 밑술을 담근 뒤 4차례의 덧술을 거쳐 만든, 즉 5번 빚은 오양주(五釀酒)다. 마지막 덧술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달 정도. 이후 다시 한달을 발효하고, 완성된 술은 병입 후 최소 한달의 냉장숙성을 거쳐야만 비로소 출고를 할 수 있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2년 4월호를 참고하세요. 

 
2022-03-29 오전 05:05:02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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