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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테이블 이남곤 대표  <통권 448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2-06-29 오전 04:45:29

성수동 개국공신, 외식업 미래를 묻다

33테이블 이남곤 대표


성수동 토박이였던 이남곤 대표가 지난 8년간 10개의 외식 브랜드를 펼쳐 보이며 서울 성수동의 터줏대감이 된 지금. 소위 대박 신화가 숱한 외식업계에서 이남곤 대표의 성공 스토리는 기존의 궤와는 멀찍이 떨어져 지금도 자가 진화 중이다. 성수동이라는 하드웨어에 담은 이남곤 대표만의 소프트웨어가 궁금했다. 성수동의 ‘찐 로컬 플레이어’가 되기까지 그의 여정을 찬찬히 들어 봤다.
글 이지혜 기자  사진 이경섭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으로 꼽히는 성동구 성수동, 이 ‘핫플’ 동네의 외식업과 F&B 업계를 논할 때 ‘이남곤’이라는 이름을 떼어놓고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게 됐다. 인터뷰를 위해 지하철 서울숲역에 내려 기자가 목격한 일상적 풍경에서도 성수동 골목의 어딘가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이남곤 대표의 업소들이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숲역과 뚝섬역 일대에 포진해 있는 그의 식당만 5곳. 서울숲을 배후로 두고 있는 윤경양식당을 기점으로 건너편의 YGY, 뚝섬역 블루보틀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윤경과 스시슈퍼마켓, 연무장길에는 성수명당이 성업 중이다. 
2015년 윤경양식당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10개의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기획하고 운영한 이남곤 대표는 식당들의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33테이블의 수장이기도 하다. 앞서 나열한 성수동 라인업에서 확장해 지난 2021년 10월에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에 윤경양식당이 입점 돼 명실공히 F&B 그룹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여정들이 불과 7년 사이 벌어졌다는 점과 뜨고 지는 부침이 심한 성수동의 창업이나 부동산 시장에서조차 단골로 ‘이남곤’이 거론된다는 점에서 그는 ‘대표적인 예’가 됐다.
인터뷰 내내 이남곤 대표는 기술이나 효율, 혁신 같은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외식업 성장은 한계가 분명하다며 업계를 향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식자재 수급이나 인력난, 지속가능한 식당 운영까지 다양한 화두를 넘나드는 와중에 예기치 못한 이야기로 허를 찌르기도 했다.

건물주 영입 0순위 임차인이 되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IBM에서는 세일즈 담당자로 일했다. 이후 우아한형제들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던 시기, 아내가 오픈한 윤경양식당에 함께 뛰어들어 외식업에 발을 들였다.  
그가 펼쳐놓은 외식업 필모그래피를 둘러보자면 돈까스와 폭립, 파스타를 주로 내는 윤경양식당, 생참치연어김밥과 고등어봉초밥이 인기인 성수명당, 미국 필라델피아의 명물 필리치즈스테이크와 햄버거를 선보이는 YGY가 있으며 과거에는 타코와 수제버거, 일식 초밥을 주로 선보인 가게를 운영하다 업태를 바꾸기도 했다. 음식의 일관성도 없고 메뉴 변경도 수시로 한다. 무용학원 콘셉트의 술집도 운영했다. 최근까지 운영한 그랩 앤 고(Grab & Go) 형태의 스시슈퍼마켓은 곧 분식집 샘솜이네로 바뀌어 오픈을 앞두고 있다. 그가 문 연 식당마다 웨이팅이 장사진이니 성수동 상권 부흥의 가장 큰 공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왕왕 들렸으니, 건물주들이 가장 ‘모시고 싶어하는 임차인’이라는 스토리도 업계에선 유명했다. 급기야 ‘성수동 백종원’이라는 타이틀로도 회자됐던 이남곤 대표에게 보따리 장수 같다는 말부터 건넸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성격이다. 스시슈퍼마켓은 성수동의 오피스 상권을 고려해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초밥과 스시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계절성을 고려해서 분식집으로 새롭게 문을 열려고 한다.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 외식업에 몸담아서 일까. 꼭 메뉴 하나만으로 승부 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성수동 상권의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우직하게 단일 메뉴로 오랜 시간 매출을 올리겠다는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말이었다. 그래서 언제든 신메뉴를 추가할 수 있도록 메뉴 이름을 상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만의 철칙이라고. 변화를 두려워 않는 그의 철학은 결국 외식업 운영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와 직결돼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장사가 잘 돼도 고민인 것이 투입할 직원, 치솟는 인건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식자재 수급이 그야말로 ‘폭탄’처럼 다가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내내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인력난, 인건비였다. 고객이 몰려들고 장사가 잘 될수록 주방과 홀을 맡아줄 직원수도 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어도 고정비용이 같이 오르니 재미가 없더라. 우리나라에서는 벽제갈비나 삼원가든 규모 정도는 돼야 이러한 인프라나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가게들은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우리의 일하는 방식은 10년 전, 50년 전과 다름없이 전국의 모든 식당에서 아침마다 직원이 양파를 다듬고 자르고 있다. 생각해 보자. 기계가 몇분이면 해낼 일을 사람이 몇시간 들여 하고 있으니 바깥 세상은 디지털 4차 산업시대인데 가장 낙후된 방법을 고수하며 변화가 없는 시장이 외식업이라는 생각이 들게 됐다.”
이남곤 대표는 기본적인 비즈니스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타 산업군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외식업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음식에 대한 장인정신도 필요하지만 현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지 않으면 규모의 확대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주방과 홀에 반드시 일하는 인력이 필요한, 사람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업태이다 보니 인건비가 저렴하던 과거에는 가능했으나 최근의 상황처럼 인건비와 배달비가 치솟고 식재료 값도 폭등하는 현재는 외식업의 효율을 높이려면 ‘바닥부터 완전히 갈아엎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이남곤 대표는 이미 여러 가지 모델들을 적용하고 대입하며 길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브레이크 타임이 시작되기 30분 전에 기자가 찾은 윤경양식당의 입구에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 기계 앞으로 고객들이 줄을 서 장사진이었다. 주문을 받고 음식값을 계산하는 직원이 따로 없는 셈이다. 일손을 구할 수 없던 주말에 이 대표가 주방을 홀로 맡아 매출 400만원을 올린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외식업 효율 고민의 지점은 이 대표가 말하는 식당 운영 곳곳에 대입할 수 있다.





인건비와 식재료 굴레에서 벗어나야 
이남곤 대표가 창업 시 메뉴 선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식자재 수급 여력, 트렌디한 메뉴 선정, 주고객층 분석보다 우선하는 것이 바로 조리 과정의 오퍼레이션이다. 최근 문을 연 YGY의 대표 메뉴인 필리치즈스테이크도 이렇게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주방에서 직원이 고기를 볶아 바로 빵에 담고 그 위에 채소와 소스만 올리면 조리가 끝난다. 처음에는 함박 스테이크를 생각했는데 고기 다지는 인력이 필요해서 안 했다. 재료를 소분하고 자르고 다듬는 과정을 생략하도록 조리 환경을 세팅한다. 마찬가지로 최근에는 주방의 오퍼레이션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햄버거 메뉴를 추가했다. 빵가루 묻히기 직전의 단계까지 완벽한 패티로 납품받는 업체를 발굴했기 때문”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외식업소를 운영하면서 식재료나 인건비가 적힌 장부와 사투를 벌이는 시간에 식당에 효율적인 시스템을 하루 빨리 안착시키는 것이 경영주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영업 기밀이기도 한데 윤경양식당의 베스트 메뉴인 돈까스도 1인분씩 가공된 고기 팩제품을 납품받는다. 직원이 봉지만 뜯어 빵가루만 묻혀 튀겨서 고객에게 제공한다. 애초에 생고기를 사와서 다듬어서 밑간 후 숙성하는 과정을 거치려면 주말 영업을 위해 며칠을 투자해야 한다. 이걸 나 대신 잘해줄 수 있는 육가공 업체를 찾는 일, 그게 내가 할 일이다. 경영주들은 내가 음식을 잘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 대신 고객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잘 버무린 뒤 어떻게 이 과정을 최소화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덧붙여 이남곤 대표는 이 비싼 성수동 매장 안 주방에 냉장고가 차지하는 면적을 생각해보라고 반문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우리보다 앞서가는 일본의 외식업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었다. 이 대표는 일본의 거대 외식업체 ‘사이제리야’를 예로 들며 조리 표준화, 직원 동선 최적화, 저렴하지만 양질의 식재료 수급 등의 외식업 운영을 위한 고도의 효율성을 언급했다. 고품질 수준의 원팩 제품과 최소한의 인력으로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그가 꿈꾸는 외식업은 어떤 청사진을 품고 있을지 물었다. 

주방 없는 키친리스(Kitchen Less) 식당을 꿈꾸다
이남곤 대표는 불쑥 식당이라는 단어의 한자어를 설명했다. 먹을 식(食), 집 당(堂)이라는 글자에 먹는 행위와 공간이 있을 뿐 음식을 조리하는 부엌은 존재하지 않는데 자신이 꿈꾸는 이남곤식 모델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먹는 공간이라는 본질에 천착하고 부엌이 없는 식당 즉, 키친리스 레스토랑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스타벅스가 앞서가는 기업인 이유가 있다. 카페지만 누구나 편하게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지않나. 주방이 없는 이곳에서 식사와 커피를 충분히 즐긴다는 것이다. 더불어 가장 디지털 전환이 빠른 곳이기도 하다. 식당을 운영하는 저를 비롯해 경영주들도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의 여파에서 벗어나 윤경양식당 매장에서만 6월 한달간 약 9000만원을 선회하는 매출을 올렸다는 이남곤 대표는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백각이 불여일행(百覺而 不如一行)이라는 말이 있다. 백번 깨닫기보다 한번 행하는 것이 낫다는 뜻으로 이남곤 대표의 미래형 식당이 담고 있을 가치의 뜻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2022-06-29 오전 04:45:29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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