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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띠에르 박태윤 대표  <통권 449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2-07-27 오전 04:55:19

한 우물만 파지 말고 한눈 팔아라

뚜르띠에르 박태윤 대표



“한 자리에서 단일 메뉴로 장사하는 시대는 끝났다.” 누군가에게는 자칫 오만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을 던지는 이는 뚜르띠에르 박태윤 대표다. 그가 누구냐 묻는다면 여러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그의 직업이 여럿인데다 뭐 하나 빠지지 않고 ‘잘 나간다’는 점이 필연적으로 그의 정체성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서울 성수동에서 가장 유명세를 떨치는 뚜르띠에르에서 외식업 경영주로 그를 만났다.
글 이지혜 기자  사진 이경섭



 

 


담양식 떡갈비를 페이스트리 안에 담아 재탄생

‘해외 호텔에서 스위트룸 체크인하면 이용할 수 있는 VIP라운지나 이그제큐티브 룸에서 만날 수 있는 고급 식재료를 만날 수 있는 뷔페, 그런 공간을 드나들 때 우쭐한 기분이 들지않나. 1인 4만8000원에 이런 느낌을 살려보려고 노력했다.’ 
박태윤 대표가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극심했던 작년 새롭게 타파스 메뉴를 SNS에 올린 소개글이다. 메뉴를 줄줄이 소개하기보다 두어줄 묘사한 그의 글은 자연스레 ‘이곳에 가고 싶다’라는 욕구를 자석처럼 흡인한다. 이력이나 포트폴리오가 그 사람의 성취를 간파하기 위한 최적의 워딩이라면 한사람이 고심해 써내려 간 문장은 글 주인의 결이나 감성 철학을 진득하게 느낄 수 있는 여운을 준다. 박태윤 대표의 맛집 소개글에서도 여실히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짐작케한다. ‘젓가락질 하는 게 힙한거라 생각했던 2000년대 초반, 뉴욕 맨하탄의 제냐 수트를 입은 증권가 남자들이 몰려다니는 재패니스 바같은 분위기’라는 글로 그는 삼성동의 한 일식집을 소개했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기발하고 위트 넘치는 이 짧은 글을 읽으며 박태윤 대표가 더욱 궁금해졌다. 한 개인의 섬세한 취향이 켜켜이 쌓이고 공고히 다져져 고객들을 유혹하는 ‘뚜르띠에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으리라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성수동에 위치한 뚜르띠에르는 박태윤 대표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다. 국내산 한우 떡갈비로 만든 미트파이가 대표 메뉴로, 소셜미디어에서 ‘파이맛집’이라는 검색어와 해시태그로 수없이 확대 재생산되며 젊은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모았다. 하루에 정해진 양만 일정 시간에 판매하는데도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뚜르띠에르는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 등 러브콜을 받아 팝업스토어로도 꾸준히 고객에게 얼굴을 선보이고 있다.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린 뚜르띠에르의 첫번째 메뉴 떡갈비파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박태윤 대표는 한식 메뉴지만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핑거푸드 형태의 베이커리가 접목된 것이 흥행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처음에 어떤 고기 요리를 할까 고민했다. 스테이크는 잘하는 곳도 많고 전문점에 가서 먹는다는 인식의 고객이 대다수다. 또 우리나라는 고기를 굉장히 잘 다루는 요리법이 발전되어 있는데 양념육이 대부분이라 갈비나 불고기, 떡갈비 등을 생각하다가 떡갈비를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메뉴 자체가 너무 평범했다. 내 생각엔 떡갈비 메뉴 자체만으로는 마케팅 요소가 약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떡갈비에 파이를 접목해보면 어떨까 떠올렸고 셰프와 함께 이러저런 시도를 하다 만들었다. 오븐에서 처음 꺼내자마자 맛을 본 셰프가 ‘자기 평생 앞으로 이것보다 더 맛있게 못 만든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박태윤 대표가 선보인 떡갈비파이는 담양식 떡갈비 레시피에 기초한 동그란 고기를 바삭바삭 부서지는 겹겹의 페이스트리 안에 담아 구워내는 요리다. 얼핏 보기엔 빵집에서 판매하는 아이 주먹만한 사이즈의 빵과 모양이 흡사하다. 떡갈비를 만들기 위한 식재료와 조리과정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고기는 전분이나 달걀 같은 접착제 역할을 하는 재료는 일절 쓰지 않고 전통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서양 요리에 들어가는 이러한 재료가 들어가서 떡갈비가 아닌 미트볼 같은 맛이 연상될 것을 의도적으로 피한 조리법이다. 여기에 박 대표만의 위트 넘치는 아이디어가 더해진 것은 역시 파이로 재탄생하게 한 페이스트리의 역할이다. 담양식 떡갈비라는 철저한 한식 메뉴를 핑거푸드 형태로 빵 안에 담아 선보이면서 최근 수년간 큰 유행을 이끄는 베이커리, 디저트 유행의 대세에 올라탄 것이다. 
“젊은 고객들의 입맛은 우리들과 다르다. 해외 경험이나 미식의 바운더리가 굉장히 넓다. 또 입맛 자체가 굉장히 ‘단짠’이라는 맛에 사로잡혀 있더라. 뚜르띠에르의 떡갈비파이도 이 점을 고려해 마롱 페이스트라고 하는 밤으로 만든 청을 마지막에 소스처럼 뿌려 먹도록 했다. 밤의 단맛이 은은하고 풍미가 좋아서 고기 요리랑 잘 어울리기도 하고 살짝 당도가 떨어지는 떡갈비 요리의 맛을 완성시키기 위해 더했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트렌드 최정점 경험으로 외식업도 디렉팅   

박태윤 대표가 처음 외식업에 발을 들여 성수동에 2021년 ‘퍼블릭키친’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오픈하기 전까지 그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약 중인 이다. 과거형을 쓰지 않는 이유는 그는 여전히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제스젭’이라는 뷰티 브랜드 대표, SNS 채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신민아, 이효리, 손예진, 엄정화 등 톱스타들의 얼굴을 책임졌다. 그는 전라도 광주 출신으로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하다 백스테이지에서 모델 메이크업을 하다 흥미가 생겨 일본으로 메이크업 유학을 떠났다. 6개월간 속성으로 수업을 들었다는 그는 오만하게 들릴지 우려되지만 당시 가르치는 강사보다 자신의 화장 실력이 더 뛰어났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타고난 손재주가 여러 분야에서 그로 하여금 팔방미인의 두각을 나타내게 한 걸까. 패션과 뷰티 업계의 최전방에서 트렌드를 익힌 경험과 감각은 ‘박태윤’스러운 재능을 펼쳐보이게 한 지금의 자양분이 되었다고 말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화보 촬영장이나 세계 4대 패션 컬렉션 현장에서 일했다. 컬렉션이 6개월을 앞서 내다보는 트렌드의 장이다보니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패션, 문화 등을 온몸으로 보고 흡수했다. 문화의 모든 영역은 연결되어 있다 보니 그런 면에서 절로 트레이닝이 됐다. 이런 경험들이 외식업을 하게 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어졌고 어쩌다 보니 성수동과 백화점에서 이렇게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모여 아지트같은 장소를 만들어볼까 하고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왔다는 그다. 패션과 뷰티 업계에서 축적되어온 날 선 감각과 취향을 바탕으로 음식이라는 소재를 멋지게 포장하고 편집해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능력이 제대로 발휘됐다는 이야기다.   
식재료에 대한 그의 철칙도 뚜렷하다. 어릴 적 식재료 도매상을 했던 외가 덕에 학창시절 유난히 풍부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접했다는 박 대표는 설명했다. “학창 시절 할머니 집에서 라면에 전복을 넣어 끓여 먹고 좋은 고기는 연탄불에 구워 먹곤 했는데 그때부터 연구를 많이 했다. 최근에는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박수지 셰프와 컬래버레이션하면서 미트파이를 영국식으로 선보인 행사도 진행했다. 뚜르띠에르의 시그니처 떡갈비파이에 들어가는 달임간장도 여기에 넣었다. 우리가 갈비찜 먹고 남은 국물에 고기랑 채소 건더기가 남아 밥 비벼 먹던 그 맛이 오묘히 난다.” 
담양식 떡갈비의 레시피를 그대로 담기 위해 간장도 직접 달임간장을 쓴다는 뚜르띠에르는 달임간장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갖가지 재료를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그려 매장 벽면에 액자로 만들어 걸었다. ‘뚜르띠에르 프렌치 미트 파이’라고 쓰인 이 포스터에는 생강, 고추, 양파, 대파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달임간장의 한국 식재료가 세밀화로 그려진 모습이 마치 프랑스 파리 앤틱숍에서나 발견할 법한 액자 안을 채우고 있으니 그 재미난 표현 방식에 웃음이 난다. 
박태윤 대표는 많은 양의 대추와 배를 넣어 만들고 시간을 들여 달이는 이 간장을 곧 고객들에게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새끼 손가락으로 한번 찍어 먹으면 단맛과 깊은 맛이 기가 막힌다고. 배를 많이 넣어 단맛을 낸다고 해서 직원들끼리 ‘배간장’이라 부르는 이 달임간장을 곧 시중에서 만나볼 수 있을 듯 하다.      


 

 


인스타그램 트렌드, 따라가지 않고 선도하려면 

뚜르띠에르가 구두 브랜드인 슈콤마보니, 피크닉과 박수지 셰프와의 협업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도 박태윤 대표가 추구하는 외식업의 미래를 담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도구로 엄청난 흥행을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박태윤 대표는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의 등장 이후 외식업 산업의 기존 룰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유는 어떤 업계보다 변화와 트렌드가 빠르고 생명 주기가 짧은 외식업 특성때문이란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위해 초기에 거금의 비용을 쏟아 붓는 경영주들이 많다. 하지만 이 투자 비용 뽑기 전에 트렌드는 또 바뀐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업소는 그만큼 사이클이 짧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또 하나의 요리로 승부를 봐서 이윤을 남기겠다는 방식은 나랑은 맞지 않는다. 단일 메뉴로 롱런하겠다는 고집보다는 고객들이 원하는 니즈를 간파해서 빠르게 선보여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가까운 미래에 일본이나 동남아시아권 나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식점을 새롭게 열고 싶다는 그는 현재 성공한 떡갈비파이같은 K-미트파이로 진출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식 미트파이 콘셉트로 박태윤 대표가 펼칠 미래의 뚜르띠에르는 어떤 특별함을 담고 있을지 기대된다.



 
2022-07-27 오전 04:55:19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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