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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상권의 비밀 - 3 용리단길  <통권 449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2-07-27 오전 05:53:47

서울 시내 ‘뜨는 상권’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이들 상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또 지역별 차별점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빅데이터 자료 분석과 현장 취재를 통해 요즘 뜨는 상권들의 비밀을 파헤쳐 봤다.


뜨는 상권의 비밀 -

용리단길


용리단길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으로 이어지는 이면도로의 골목에 형성돼 있는 상권이다. 이곳 상권은 지난 2017년 신용산역 인근에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최근 청와대가 국방부 청사로 이전해 오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글 이서영 기자  사진 이경섭·이종호



 

 


이번 상권 기획기사는 상권분석 플랫폼 나이스지니데이타와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 그리고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을 활용해 상권의 빅데이터를 도출했다. 나이스지니데이타는 지정상권의 유동인구, 직장인구, 주거인구 등 인구 구성과 매출 분석 자료 등을 볼 수 있어 전문적인 상권분석에 용이하다. 썸트렌드는 인스타그램, 블로그, 트위터 등 다양한 SNS 게시물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제공해 젊은층의 취향과 관심사를 분석하는 데 적합하다. 뜨는 상권의 중심에는 젊은층이 있고, 이들의 SNS 활용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4개 노선 품은 상권

용리단길의 가장 큰 강점은 뛰어난 접근성이다. 나이스지니데이타 상권 분석 시스템은 용리단길을 ‘역세권 상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용산역(4호선)과 삼각지역(4호선·6호선), 용산역(1호선·경의중앙선)이 근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나이스지니데이타는 상권별 특징을 기준으로 상권의 유형을 상업지역·주거지역·역세권·직장오피스가·대학/학원가·공업중심지역 등 9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시교통공사의 ‘2022년 1~4월 서울교통공사 수송실적’ 자료에 따르면 신용산역의 일평균 승하차 인원은 2만5000여명이며 삼각지역은 9800여명, 용산역(경부선)은 5만5000여명이었다. 이는 승하차 인원수 1위인 강남역(13만4000여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이기는 하다. 그러나 1·4·6호선과 경의중앙선 등 4개 철도 노선이 이 지역을 지나기에 어디서든 편리하게 오갈 수 있다는 점은 용리단길 상권의 잠재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중견기업 사옥 즐비

용리단길이 위치한 한강로동에는 직장인구도 적지 않다. 특히 대기업·중견기업 사옥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게 특징이다.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한강로동의 직장인구수는 4만7000여명이다. 특히 용리단길 반경 1km 내에는 신용산역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 사옥과 LS그룹의 사옥인 LS용산타워, 글로벌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 사옥과 홍보대행사인 커뮤니크 사옥이 자리해 젊은 여성층 직장 인구가 많은 것도 용산 상권 발달의 핵심적인 요로소 꼽힌다. 또한 새정부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되면서 용리단길 상권 성장에 큰 수혜가 되기도 했다. 한편 이 지역 직장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연령대는 30대(1만4000여명)였다. 이어 40대, 50대, 20대, 60대 이상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젊은 세대의 직장인이 많다는 점도 용리단길이 탄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2030대 직장인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미식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용리단길에 있는 개성 강한 외식업소들은 이들 M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공간으로서 역할하고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해외음식 레스토랑 중심

용리단길


주택단지 골목 상권에 홍콩, 베트남, 미국 등 해외여행 온듯한 외식업소들이 주를 이루는 용리단길 상권은 이국적인 멋이 가득하다.




과거 단독주택 단지가 골목 상권으로

용리단길 일대는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연립주택, 빌라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혼재한 지역이다. 아파트의 경우 최근 들어선 래미안 용산더센트럴, 용산푸르지오써밋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용산시티파크, 파크타워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빌라로는 삼각맨션, 다인아트빌 등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단독주택이다. 용리단길이 위치한 한강로2가는 단독주택과 다세대·연립주택이 밀집해 있다. 2017년 아모레퍼시픽 사옥이 들어선 후 유동인구가 늘면서 상가 수요가 증가하자 한강로2가 일대의 주택 건물주들이 업무·주거용이었던 건물을 카페, 식당 등으로 용도 변경하기 시작했다. 실제 용리단길 외식업소들을 살펴보면 주택 건물 1층에 입점해 있는 곳들이 대다수다. 용리단길 일대는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있는 주변 구역들과 달리 건물 신축이나 리모델링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같은 변화를 이룰 수 있었다. 
올해 가장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골목상권
용리단길 연관 키워드 가운데 전년 동기간 대비 언급량이 증가한 키워드는 핫플(핫플레이스), 분위기, 파스타, 맛집, 카페 등이었다. 특히 핫플은 1575%, 분위기는 1200% 언급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용리단길이 최근 들어 새롭게 떠오르는 ‘핫한 상권’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연관 키워드 중 특별히 눈에 띈 단어는 해외여행, 천국 등이 있었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단어들이다. SNS에서 용리단길과 각 단어들을 조합해 검색한 결과 해외여행은 ‘해외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라는 문장, 천국은 ‘해외(세계) 음식 천국’이라는 문장 내에서 각각 함께 언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왜 올해 들어 이같은 키워드가 부상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용리단길에 해외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이국적인 콘셉트의 레스토랑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용리단길 ‘핫플’의 원조는 남준영 셰프의 베트남 음식 전문점 효뜨다. 효뜨는 2019년 6월 용리단길에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21년 2월 남 셰프가 홍콩식 중식당 꺼거를 오픈한 이후부터 용리단길에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3월 이탈리아 핏제리아를 표방한 포카치아 델라스트라다가 오픈했고 이어 8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감성을 한껏 품은 쌤쌤쌤이, 9월에는 역시 남준영 셰프의 작품인 일본 스탠딩바 술집 콘셉트의 키보가 문을 열었다. 올해 1월에는 SG다인힐의 자회사인 캐비아에프가 유명 셰프들과 함께 기획한 레스토랑 굿손과 로스트 인 홍콩을 각각 용리단길에 선보였다.


이국적인 콘셉트 식당들 유명세

용리단길에서 핫플로 꼽히고 있는 레스토랑의 공통된 특징은 인테리어와 메뉴면에서 이국적인 해외 로컬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효뜨는 베트남 야시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테리어와 고수향 가득한 베트남 요리가 특징이다. 쌤쌤쌤은 샌프란시스코의 해변을 연상케 하는 강렬하면서 개방감 있는 인테리어와 캐주얼한 미국 스타일의 요리들이 인상적이다. 로스트 인 홍콩은 한자(漢字)와 홍콩 영화 포스터를 십분 활용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끌고 국내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홍콩식 요리들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용리단길에는 이들 외에도 유명한 식당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돈가스 전문점 오제제, 양고기 전문점 양인환대, 멕시코 음식 전문점 버뮤다 삼각지 등이 성업중이다. 최근 들어 이국적인 분위기의 식당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외국 현지 콘셉트가 이곳 상권의 메인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우연이 겹쳐 골목의 개성을 만들다

그렇다면 용리단길이 ‘해외 음식 천국’이라는 간판을 갖게 된 것은 의도된 현상이었을까? 아니면 우연이 겹친 결과일까? 답은 후자다. 
쌤쌤쌤의 김훈 오너셰프는 용리단길 상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당시 떠오르고 있던 상권들 중에서 임대료가 가장 합리적이어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만 해도 해외 현지 감성을 그대로 재현한 식당들이 많지 않았다. 지금처럼 이국적인 콘셉트의 식당이 많았다면 오히려 이곳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외식업은 키워드 경쟁인데 다른 외식 브랜드들과 키워드가 겹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로스트 인 홍콩을 기획한 캐비아에프의 남택호 팀장은 “용리단길에 동남아 음식 레스토랑이 많아서 특별한 효과를 기대하고 왔던 것은 아니다”라며 “캐비아에프의 브랜드들을 용리단길에 다수 출점시켜 ‘캐비아에프 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평일보다 주말 매출 ↑

용리단길은 평일보다 주말에 훨씬 활기를 띠는 상권이다. 평일 낮에는 점심식사 시간에만 잠깐 붐비고 오후 시간대에는 한산하다가 퇴근 시간 이후부터는 다시 북적인다. 
이 상권 일대 외식업소들에 따르면 평일 주고객은 직장인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LS산전 등에 근무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상권이다 보니 평일에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직장인들이 먼 곳으로 나가지 않고 구내식당이나 가까운 식당을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날씨가 좋으면 평일에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한다. 주말에는 타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외식 고객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SNS에서 유명한 곳에는 어김없이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선다. 이렇다 보니 평일과 주말의 매출 차이가 2배 이상인 곳들도 있다.


20평대 권리금 1억원대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목소리도

용리단길은 현재 상가 매물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엔데믹에 들어서면서 기존 점포들이 활성화하고 있는 데다 용리단길에 창업하려는 이들이 많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0평대 1층 상가를 기준으로 보증금 3000만원대에 월세 200만원 정도의 시세가 형성돼 있다. 놀라운 것은 권리금이 기본 1억원이라는 사실이다. 한강로2가에 위치한 A부동산 관계자는 “용리단길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임대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데다 대통령 집무실까지 삼각지역 인근으로 이전하면서 지역 발전과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권리금 시세도 전에 없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2~3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근 이 지역 임대료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이슈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다. 인근 상인들은 이른바 ‘용와대’ 시대가 열리면 직장인구 등 상주인구와 유동인구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골목 상권까지 임대료 등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겨 오면서 청와대 관계자들도 일대에서 미팅이나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최근에는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고급 식당들도 속속 생기고 있는 추세다.
삼각지역 인근에는 50년 이상 영업을 이어 온 노포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는 ‘대구탕골목’이 있다. 대구탕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B부동산은 “삼각지역에서 신용산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에 자리하고 있는 낡은 건물조차 임대 매물이 없는 상태”라며 “특히 재개발 지역의 경우 10평대 점포가 6000만원 이상의 권리금을 요구할 정도로 부르는 게 값이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 처음 들어섰던 2017년 당시에도 대로변 의류 상가를 중심으로 임대료가 30%가량 상승하고 권리금이 1억원을 웃도는 등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낡은 점포들이 잇따라 폐업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써 한차례 이 일대를 휩쓸고 지나간 상황이다. 
이번에는 골목 상권까지 임대료 상승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외식업 컨설팅 관계자는 “한강로2가의 경우 맛집은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 볼거리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기승을 부린다면 좋은 콘텐츠를 가진 브랜드가 진입하기도 어려워질뿐만 아니라 기존 브랜드도 버티지 못하고 떠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 성수동처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용리단길은 금방 뜨고 지는 상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용리단길 핫플은 어디?




앵커점포 01 꺼거

홍콩 골목의 작은 술집을 소환하다




꺼거는 스타 셰프로 유명한 남준영 셰프의 3번째 브랜드다. 이곳의 콘셉트는 광둥식 중식 전문점. 원앙볶음밥과 쏸라펀, 꾸라오로 등 중국 광둥성 지역의 로컬 음식을 꺼거만의 스타일로 해석한 요리들이 인상적이다. 남 셰프는 “짜장면과 짬뽕을 다루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매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브랜드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다양한 메뉴 중에서도 남준영 셰프가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는 깨장치킨미엔은 각종 채소와 약재를 함께 넣어 삶은 닭고기에 생(生)에그누들과 꺼거만의 비법이 담긴 두반장 소스를 곁들여 먹는 비빔국수다. 남 셰프는 “11년 전 호주에 있을 때 함께 일하던 중국인 할머니가 자주 해주셨던 요리의 맛을 회상하면서 만든 음식”이라며 “나에겐 소울푸드같은 음식이라서 고객들에게도 많이 소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꺼거(哥哥)라는 상호명은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다. 중국어로 꺼거의 사전적 의미는 3가지다. 첫번째는 ‘형 또는 오빠’이고 두번째는 ‘친척중의 동년배로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 세번째는 ‘사랑하는 그대’(여자가 자신의 애인이나 남편을 부르는 애칭)다. 사전적 의미 외에 홍콩에서 비공식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의미가 있다. 바로 홍콩의 대스타 고(故) 장국영의 애칭이다. 장국영의 애칭을 상호명으로 내걸고 있는 식당인 만큼 내부 곳곳에는 장국영 사진들이 붙어 있다. 이 가운데 LP판은 실제 장국영 팬이 대만에서 보내온 것이라고.
꺼거 매장은 남준영 셰프와 그의 아내가 직접 나서 꾸민 것으로도 유명하다. 1960년대부터 추어탕 식당이었던 곳을 외관과 내부 골조를 살려 리모델링했으며 내부 가구와 소품, 포스터도 일일이 발품을 팔아 구했다. 남 셰프는 “홍콩의 뒷골목에 있을법한 매장을 만들고 싶었다”며 “고객들이 홍콩에서의 추억을 기분좋게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2년 8월호를 참고하세요. 

 
2022-07-27 오전 05:53:47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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