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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요리를 혁명하다  <통권 449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2-07-28 오전 06:00:02

우드파이어, 숯, 훈연…다채로운 불맛

불, 요리를 혁명하다


불을 활용한 다양한 조리법이 생기면서 ‘불맛’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를 잡았다. 외식업계는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단순했던 요리에 불맛이 강조된 조리법을 선보였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은은한 불의 향을 입힌 다양한 조리법이 떠오르고 있다. 숯과 나무를 이용한 우드파이어, 비장탄을 활용한 야키토리 등 원물의 맛을 중요시하는 다양한 불 조리법이 뜨겁다.
글 김종훈 기자  사진 이경섭

 

태초의 불 사용
인간은 불을 발견함으로써 다양한 조리법을 고안했다. 생식에서 화식으로 식생활이 달라지면서 지구라는 행성을 지배한 우세종으로 거듭났다. 불을 사용하는 인간에게 고기는 조리의 대상이 됐다. 고기를 불에 구워 먹기 시작하면서 단백질 섭취량이 증가했고 효율적인 영양 흡수가 가능해졌다. 다양한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몸집이 커지는 건 물론 인간의 뇌 용량이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화식이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인간은 불을 발견함과 동시에 숯도 사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도 인간이 처음 사용한 숯은 나무가 탄 후에 빨갛게 열기가 남은, 불이 피어오르지 않은 상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은 이 숯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대표적인 방법으로 삼국시대 때부터 즐긴 설야멱(雪夜覓)과 조선 후기에 유행한 난로회(暖爐會)가 있다. 설야멱은 눈 내리는 밤에 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뜻을 의미한다. 일종의 꼬치구이로 대나무에 소고기를 끼워 숯불에 굽는다. 여항시인 조수삼의 추재집(秋齋集)을 보면 ‘신라에서는 새해 첫날 왕이 단양회를 열고, 불을 피워 대나무 꼬챙이에 쇠고기를 꽂아 굽는 설야멱을 먹는다’고 기록돼 있다. 난로회는 화로 안에 숯을 피워 놓고 기름장·달걀·파·마늘과 함께 양념한 소고기를 석쇠 위에 올려 구우면서 먹는 풍속이다. 조선시대 화가 단원 김흥도의 설후야연과 성협의 야연을 보면 선조들이 화로를 가운데 놓고 둘러앉아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은은한 불향으로 미식을 사로잡다
인간은 혀를 통해 단맛, 쓴맛, 신맛, 짠맛 4가지의 맛을 느낀다. 열감에 의한 통증으로 규정되는 매운맛에 이어 불맛이라는 맛이 최근 미식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이에 외식업계는 물론 식품업계까지 불맛을 강조한 메뉴와 제품을 선보이며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불맛은 정확한 정의가 없다. 어떻게 보면 불맛은 불의 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몽탄과 연남동에 있는 야키토리 묵은 짚불을 이용해 고기에 불향을 입히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두 업소의 공통점은 은은한 불향이다. 인위적인 불맛보다는 고기 본연의 맛에 초점을 맞췄고 은은한 불향이 음식의 조연 역할을 하도록 했다.
미국에서 주로 즐기는 바비큐 또한 나무를 태워 발생하는 연기와 열기로 익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나무에 불을 붙였을 때 발생하는 스모크라고 하는 훈연향이 고기에 더해지며 독특한 풍미를 갖게 된다. 최근 유행하는 우드파이어 그릴도 숯과 나무를 활용해 고기에 풍미를 더한다. 마이야르 반응에 훈연향까지 더해져 바비큐와 그릴링의 장점을 동시에 취할 수 있어 인기 요리법으로 자리 잡으며 미식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드파이어 그릴로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머지다이닝 데이비드 리 셰프는 “고객들이 스테이크를 먹을 때 ‘스모크한 훈연향이 고기에 배어 더 맛있다’라고 평가했다. 이 점에서 착안해 훈연향을 입힌 시저스모크샐러드 메뉴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숯불로 구운 고기는 더 맛있을까
흔히 사람들은 ‘고기는 숯불에 구워야 제맛이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원초적 불인 숯불은 고기 맛에 영향을 미칠까? 
아래 자료는 KBS가 식품연구원에 의뢰한 실험 결과를 표로 나타낸 것이다. 고기는 소의 안심 부위를 사용했고 굽는 방식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측정했다.
▲가열감량이 낮을수록 육즙의 삼출이 적다. ▲전단력은 고기를 자를 때 필요한 힘을 의미하며 수치가 낮을수록 고기가 연하다. ▲명도가 높은 값일수록 고기가 덜 탔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분함량은 고기가 가지고 있는 수분량을 뜻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육즙이 손실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숯불에 구운 고기가 수분 손실이 적고 육질이 더 부드럽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숯불은 고기에 이러한 영향을 미칠까? 그 이유는 숯불에서 방출하는 복사열과 원적외선에서 찾을 수 있다. 복사열은 중간 매개체 없이 열이 고기에 직접 투과된다. 겉은 물론 속까지 열이 전달돼 골고루 고기를 익힌다. 원적외선은 고기의 표면을 빠르고 균일하게 구워 수분과 풍미를 잃지 않게 한다. 더불어 숯불을 피울 때 생기는 재 역시 자연 조미료 역할을 한다. 재에 포함된 칼륨 성분이 고기의 지방산을 중화시켜 누린 맛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숯으로 펼치는 요리의 대향연

요조라 


다양한 식재료로 일식이라는 악상에 변주를 더하는 오재성 셰프. 탄광과 오븟을 운영하며 퓨전일식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에는 숯을 활용한 대중적 요리를 소개하려 한다. 한가지 숯에 국한하지 않고 참숯, 비장탄, 열탄을 적절히 활용해 요리 대향연을 펼친다.




숯을 활용한 새로운 미식 소개
요조라는 ‘밤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다. 어두운 지하에서 펼쳐지는 숯 요리를 밤하늘의 별에 빗대어 요조라로 이름을 지었다. 
오재성 셰프는 “오븟과 달리 요조라는 숯을 활용해 더욱 일식에 다가가려고 한다. 단순히 숯을 착화해 굽는 용도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스시 표면을 숯으로 굽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거나 고객이 직접 요리에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한다”며 “숯 오일을 음식에 곁들여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미식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요조라의 코스 중 하나인 야키모노(구이)는 리조또와 함께 신선한 해산물이 제공된다. 생물로 나오는 해산물은 요리실력이 없어도 맛에 큰 변화가 없고 취향대로 구울 수 있기에 고객의 반응이 좋다. 

숯을 활용한 요리 향연 
요조라는 3가지의 숯을 다방면으로 사용하고 있다. 참숯은 고등어봉초밥의 표면을 굽는 데 사용한다. 향을 입히는 이유도 있지만 굳어 있는 지방을 달궈진 숯으로 활성화해 고소함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또 숯으로 오일을 만들어 사용한다. 오재성 셰프는 “15년 전 일본 유학생활 중 오징어 회를 먹고 큰 충격을 받았다. 분명히 신선한 회인데 숯의 향이 강하게 났다”며 “일본에서 느꼈던 진기한 경험을 한국에서도 선보이고 싶어 숯 오일을 활용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숯 오일은 비장탄을 사용해 제조한다. 뜨겁게 달군 비장탄을 깨끗한 오일에 넣어 향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밀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숯 오일은 육회 메뉴에 사용한다. 신선한 육회는 숯 오일을 곁들였을 뿐인데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숯의 훈연향이 코를 자극한다. 자칫 숯 오일이 과하지 않도록 절인 고추장아찌를 올려 밸런스도 맞췄다. 마지막 열탄은 요조라의 시그니처 메뉴인 치킨에 사용된다. 염지한 치킨은 전기오븐에서 1시간 초벌 후 320도에서 15분 더 구워 껍질을 크리스피한 식감으로 만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설탕, 간장, 마늘 등을 배합한 소스를 닭 표면에 바른 후 토치로 그을려 코팅한다. 열탄으로 마무리 하면 캐러멜라이즈 되면서 풍부한 풍미를 자랑한다. 숯으로 구운 초당옥수수와 꽈리고추를 올려 자칫 부족할 수 있는 훈연향을 추가해 마지막을 장식한다.     
오재성 셰프는 “3주마다 주기적으로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이려고 한다. 숯은 고기 구울때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숯을 활용한 요리가 이토록 다채롭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원초적 불맛의 정수

머지다이닝 


더 미트 퀴진 메뉴를 총괄했던 데이비드 리 셰프가 서울 연남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머지다이닝은 드라이에이징으로 풍미를 끌어올린 스테이크부터 숯과 참나무 장작으로 훈연한 샐러드까지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국의 외식문화를 전파한다.




다수 레스토랑 경험으로 진짜 외식문화 전파 
피콜린(Picholine), 더 스포티드 피그(The Spotted Pig), 마사(Masa) 등 미국 뉴욕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데이비드 리 셰프는 발골에서 커팅, 조리까지 육류 작업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미트 전문가로 유명하다. 데이비드 리 셰프는 “머지다이닝은 아메리칸 다이닝이다. 전반적인 메뉴는 유럽전역에서 온 음식이다. 그 음식을 현지인의 입맛에 변형한 것이 미국 음식이다”며 “미국에서 경험한 브런치 문화와 디너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머지다이닝은 오픈형 주방, 야외 테라스, 테이블, 카운터 바가 한곳에 있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화덕에서 숯과 참나무로 굽는 고기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또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커다란 톱으로 고깃덩어리를 천천히 써는 모습도 볼 수 있어 고객의 오감을 다채롭게 자극한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라이브파이어 
머지다이닝은 참숯과 참나무를 활용한 조리법인 우드파이어를 선보인다. 최대 1000℃ 이상 올라가는 화력으로 고기와 채소를 구워 제공한다. 데이비드 리 셰프는 “머지다이닝은 우드파이어로 소개되고 있지만 숯 착화과정부터 나무에 불붙이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정확하게 말하면 라이브파이어를 선보이는 곳이다”며 “주관적이지만 고기에서 떨어지는 기름과 가스 그릴이 만났을 때나는 냄새가 나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가스 불과 달리 숯을 착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숯의 향과 참나무의 훈연 향이 채소와 고기에 뱄을 때 조화가 훌륭하다”라고 원초적인 불사용을 고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머지다이닝에서 선보이는 스테이크 요리는 채끝, 등심, 티본 등의 부위를 드라이에이징 기법으로 숙성해 제공한다. 숙성을 통해서 육향을 한층 끌어올렸고 육질도 더 부드럽다. 이렇게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고기는 우드파이어 그릴에 올린다. 강력한 화력의 불로 겉을 바삭하게 굽고 스모키한 훈연향으로 후각을 자극한다. 



비장탄에 구운 20가지 부위 닭요리

토리야 


토리야는 ‘닭요리를 파는 가게’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다. 당일 도계한 신선한 닭을 공수 받아 약 20가지의 부위를 직접 발골한다. 각각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닭 특수부위를 훈연해 다채로운 맛의 세계로 인도한다.




신선한 닭으로 선보이는 본연의 맛
토리야는 재료 본연의 맛을 중요시한다. 당일 도계는 물론 당일 사용·폐기가 철칙이다. 양두석 셰프는 “토리야는 냉동육이나 부분육을 사용하지 않는다. 닭 중에서도 양계닭인 16호(1.6kg)를 사용한다”며 “뛰어난 사육기술로 자란 양계닭은 지방이 전체적으로 퍼져있어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유통과정을 최소화해 최고의 신선도를 자랑하는 야키토리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닭의 신선도에 대한 자부심을 표했다. 
토리야는 최대한 닭 본연의 맛을 선보이기 위해 참나뭇과에 속하는 라오스산 미이띠유나무로 만든 비장탄을 사용한다. 비장탄은 화력이 강하고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야키토리에 적합하다. 더불어 숯향이 비교적 약해 닭의 풍미를 해치지 않아 본연의 맛을 낼 수 있다. 양두석 셰프는 “비장탄은 강한 화력이 장점으로 센 불에 육즙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닭고기에서 떨어진 기름이 숯에 닿을 때 완전히 연소돼 그을림 현상이 적다”며 “비장탄은 연소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다른 숯에 비해 지속력이 길다”라고 비장탄을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양한 부위로 만나는 닭의 세계 
토리야는 염통, 가슴연골, 알집, 힘줄, 대동맥 등 각각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평소 접하기 힘든 부위를 선보인다. 직접 발골한 부위는 불의 세기, 뒤집는 타이밍, 훈연 등 3가지의 기술로 굽는다. 양두석 셰프는 “닭의 부위 별로 불의 세기와 뒤집는 타이밍이 모두 다르다. 섬세한 불 조절을 통해 각 부위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고자 한다”며 “숯을 다루는 기술에 따라 은은하게 향을 입힐 수 있고, 과도한 향이 날 수 있다. 조리사의 굽는 기술이 동반돼야 최고의 야키토리를 선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토리야의 시그니처 메뉴는 껍질이다. 껍질은 닭 목뒤에 있는 두꺼운 부위만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껍질과 달리 부드럽고 지방층이 두꺼워 더욱 고소하다. 엄지손가락 크기로 닭 한마리당 극소량 나온다. 하나의 꼬치를 만들기 위해 6마리의 닭을 사용해야 한다. 하루 한 개의 꼬치만 판매돼 가장 귀한 부위로 손꼽힌다.
양두석 셰프는 토리야에서 꼭 맛봐야 하는 메뉴로 닭의 난소와 내장을 이용해서 만든 알집을 추천했다. 알집은 살짝 익혀서 제공하기 때문에 최상의 선도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부위다. 한편 토리야는 캠핑이나 집에서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도록 RMR 제품을 선보이며 야키토리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2년 8월호를 참고하세요. 

 
2022-07-28 오전 06:00:02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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