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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버거, 버거시장의 판도를 흔들다  <통권 450호>
취재부 기자, foodbank@foodbank.co.kr, 2022-08-30 오전 05:47:14

구색 맞추기였던 사이드 메뉴의 부활

치킨버거, 버거시장의 판도를 흔들다


시장 규모 4조원의 버거, 그리고 8조원의 치킨.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있을까 싶을 만큼 포화 상태인 두 시장이 접목된 ‘치킨버거’가 외식업계에서 새롭게 고개를 들고 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지핀 불씨에 각자의 방법으로 화력을 더하고 있는 곳들을 찾아 치킨버거의 매력을 취재했다.
글 장새별 기자  사진 이경섭


 

 

 

의미있는 2등

치킨버거가 햄버거 매장의 구색 맞추기용 메뉴였던 시절이 있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개인 로드숍을 막론하고 그 마저도 없는 곳이 많았다. 그런 판도를 처음 흔든 것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맘스터치였다. 통째 튀겨 두툼한 치킨패티를 넣은 싸이버거는 ‘갓성비’로 통하며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매출 비공개로 정확한 시장 점유율 파악은 어렵지만 2021년 기준 버거 프랜차이즈 가맹점수 1위라는 유의미한 수치를 보여주며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로드숍에서는 롸카두들의 등장이 지금의 치킨버거 유행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FC의 하락세에 따라 “치킨버거 전문점이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내슈빌 핫 치킨’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장에 소개하며 일부러 찾아 먹는 메뉴로 안착 시켰다. 
국내 버거시장 전체를 보면 치킨버거는 여전히 2위다. 당장 주변만 둘러봐도 치킨버거를 즐길 수 있는 곳보다 일반적인 햄버거 전문점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순위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던 과거와 달리 곳곳에서 언급되는 라이징 스타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프리미엄 버거로 빠르게 진화

치킨버거가 인기를 견인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끼 떼우는 패스트푸드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진화했기 때문이다. 1984년과 1988년 각각 버거킹과 맥도날드가 국내에 진출하고 30년이 지나서야 프리미엄 수제 버거시장이 확장된 것을 생각하면 치킨버거의 질적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저마다 고민한 양질의 재료로 치킨버거의 프리미엄화를 이루고 있는 것. 그 이면에는 닭고기가 소고기패티에 비해 다양한 재료와 어울림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버드샵 김진우 대표는 “닭고기패티는 마치 도화지 같다”며 “여러가지 맛과 향, 식감을 덧입히기 용이하고 만드는 입장에서도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롸카두들 타일러 대표 역시 “소고기패티는 역사가 길고 정통으로 여기는 문법이 있는 반면 치킨패티는 그렇지 않다. 고객 입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더 잘 받아들이는 듯 하다”고 치킨패티의 매력에 대해 분석했다. 


버거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다

프리미엄 치킨버거란 단순히 높은 가격을 의미하지 않는다. 롸카두들 타일러 대표는 오히려 닭고기 값에 대한 인식 때문에 소고기패티에 비해 가격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통기한이 짧고, 판매되지 못했을 때 손실률이 더 높은데도 말이다. 취재로 만난 업장 모두 고객이 기꺼이 찾아오고, 소비하기 위해서는 버거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진짜 프리미엄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가치란 페어링 음료가 될 수도, 특색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공통점은 다양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 




치킨버거 대중화의 1등 공신  

롸카두들 


서울에 불어닥친 치킨버거 열풍의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것도 어언 4년전. 이제 새로움을 넘어 치킨버거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롸카두들은 다음 챕터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토록 다채로운 매운맛 
2018년 롸카두들이 처음 오픈할 때 국내 매운맛 트렌드는 ‘자극’이었다. 누가 더 맵게 만드나 경쟁하듯 치솟는 캡사이신 수치 전쟁에 양혁, 정현수, 타일러 대표는 가담하지 않았다. 대신에 ‘새로운 매운맛’을 내걸었다. 버터, 라드, 흑설탕을 주재료로 매운맛 단계에 따라 카이엔 페퍼, 하바네로 페퍼, 캐롤라이나 리퍼를 사용해 ‘맛있게 매운맛’ 말이다. 치킨패티와 조화를 이루는 번과 토핑을 고르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얼마나 많은 번을 테스트했는지 모르겠다. 소고기패티와 달리 불규칙한 모양을 커버할 수 있는 사이즈, 소스를 흡수해도 찢어지지 않는 견고함, 튀긴 패티와 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겁지 않은 맛 등을 고려해 참깨 번을 선택했다.” 이어 타일러 대표는 버거의 핵심 요소인 패티와 번이 정해졌다면, 이를 부각할 수 있는 토핑을 고르는 것이 쟁점이라고 덧붙였다.  

신메뉴 말고 신경험
롸카두들은 지점별로 다른 메뉴를 가지고 있다. 이태원점에는 치즈 마니아를 위한 허니버터, 그릴에 태우듯 구운 적양배추를 곁들인 훈연 치킨 풍미의 압구정점의 지-펑크, 치폴레 마요와 치커리 그리고 구운 채소를 곁들인 성수점의 포포 등이 대표적이다. 힙합, 스트리트, 미국스러움을 키워드로 매장 역시 조금씩 다르게 꾸몄다. 타일러 대표는 “이태원점을 찾은 고객이 다른 매장도 궁금해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고 싶었다. 이제 음식점은 단순히 음식만 판매하는 곳으로 남기 어렵다. 지금의 맛과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또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의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이번에 3년만에 출시한 굿즈가 그 일환이다. 향후 성수점은 프리마켓, 힙합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요소가 펼쳐지는 장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그. 당장의 화제성 보다 지속 가능한 버거집 이상의 버거집으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A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4길 25
T 02-465-2345
M 갱스타 7800원, 더클래식 8700원, 그랜파 8900원, 치킨2조각 5500원


치킨버거와 칵테일의 마리아주 

버드샵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치킨버거를 먹을 수 있는 곳, 또 누군가에게는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곳. 정확히는 다른 곳에 없는 버거와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통한다. 이곳에서 만큼은 ‘치맥’ 공식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노포들이 빽빽하게 들어 서 있는 서울 중구 신당동 골목 어귀에 저녁마다 불을 밝히는 버드샵. 언뜻 봐도 주변과는 다른 불빛에 호기심으로 방문한 발걸음들이 두세번 이어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치킨버거 때문이다. 기존의 신당동 상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바를 오픈하면서 친숙한 음식을 선보여야겠다고 생각한 김진우 대표. 그러면서도 이미 형성되어 있는 치킨버거시장에서 색다른 맛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버드샵이 자리한 신당동이 힌트가 됐다. “주변에 재래시장과 닭시장이 있다.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을 보면서 쉽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재료를 접목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김 대표. 그렇게 고추장, 간장, 쌈장, 마라 등 ‘동양의 맛’을 관통하는 치킨버거가 완성됐다. 

술과 즐길 때 빛을 발하는 메뉴들
버거집들의 음료 리스트는 아직까지 탄산음료 혹은 맥주 정도에 머물러 있다. 애주가를 자처하는 김진우 대표는 아쉬웠던 점을 이곳에 유감없이 풀어냈다. 와인, 와일드 에일 등 다양한 주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칵테일. 전문 칵테일바 못지않은 메뉴들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바 아마와 협업해 완성도를 높였다. 김 대표가 “치킨버거를 만들 때 처음부터 술과의 결합을 염두에 뒀다”며 술과 함께 즐기면 맛의 시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추천했다. 간장과 레드 와인 비니거, 쌈장, 포도젤리 등 새콤달콤 짭조름한 소스를 베이스로 깻잎, 파무침을 곁들인 소이-버드버거는 깻잎 줄렙의 산뜻하고 강렬한 깻잎 플레이버와 궁합이 좋다. 마라-버드버거는 마라 페이스트, 할라피뇨 요거트, 연근 피클 등을 조합했는데 마라의 매운 향이 입 안을 오래 자극하지 않고 향의 여운이 길게 남는 스타일. 막걸리와 다크 럼, 리큐르 등을 조합한 버드샵 막걸리를 곁들이면 은은한 단맛이 얼얼함을 상쇄해주고 향신료의 향은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모든 치킨패티는 밀가루, 옥수수 전분, 쌀가루, 타피오카 파우더를 배합해 가볍고 바삭할 뿐 아니라 소스를 입혀도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다. 술과 함께 천천히 안주로서 즐길 수 있도록 바삭함이 오래 유지 되는 김 대표만의 비결을 찾아낸 것이다.


A 서울 중구 퇴계로87길 15 2층
T 010-7392-8338
M 마라-버드버거 1만원, 소이-버드버거 1만원, 버디-버드버거 1만원


수수한 매력의 치킨버거 

펀치스낵 


시장의 경쟁은 치킨버거를 점점 더 화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수수함으로 승부를 거는 곳도 있다. 스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언제나 곁에 있는 치킨버거를 모토로 한 펀치스낵의 이야기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한 초석
펀치스낵은 5년간 일본 가정식당 멘쯔가 있던 자리다. 카페 하나 들어 서 있지 않았던 서울 광화문 뒷골목에 외롭게 자리해 있었지만 늘 고객으로 붐볐다. 영업 마지막 날까지 최고 매출을 기록한, 소위 ‘잘 나가는 식당’을 닫고 조용신 대표가 치킨버거로 선로를 바꾼 이유는 어려서부터 꿈꿨던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햄버거 포화 시장을 맘스터치가 치킨버거로 돌파했고 나아가 프리미엄 치킨버거를 표방하는 가게들이 가능성을 보여준 시점이었다”는 조 대표. “운영자 입장에서는 외식업 인력난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간결한 레시피,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의 프랜차이즈 보다 업그레이드 된 맛과 거부감 없는 친숙한 맛으로 다가가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일식 DNA를 불어 넣다
조용신 대표는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해 온 일식당의 맛을 최소한으로 불어 넣었다. 레드마요가 대표적이다. 핫소스와 고춧가루, 고추기름으로 낯설지 않은 매운맛을 덧입혔다. 여기에 일본 난반 치킨처럼 새콤한 타르타르 소스를 곁들여 완성했다. 먹을 때 타르타르 소스가 흘러내리지 않고 재료로써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농도는 되직하게 만들었다. 파파소이 역시 파를 많이 사용하는 일식 닭요리에서 힌트를 얻었다. 간장과 식초로 만든 새콤달콤한 소스에 치킨패티를 푹 적신 후 토치에 그을려 향을 살린 파를 곁들였다. 여기에 적당한 염도, 다른 재료와의 컬러 배합을 고려해 스위스 치즈를 올렸다. 번은 버터오일을 발라 기계에 넣으면 20초 안에 완성된다. 균일한 굽기를 유지하고 일손을 줄이기 위해 택한 방식이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완성한 레시피와 주방이지만 한가지 절대적으로 지키고 있는 것이 있다. 48시간의 닭다리살 숙성과 초벌하는 일 없이 주문과 동시에 튀기는 것이다. 치킨패티의 생명인 ‘겉바속촉’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주방을 통과 해야한다. 고객이 원한다면 물결치듯 튀김의 결이 살아 있는 치킨패티가 완성되는 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사이드 메뉴로 감자튀김 대신 감자수프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A 서울 종로구 경희궁1길 27 1층
T 02-730-1379
M 레드마요 7700원, 파파소이 7300원


요리같은 치킨버거 한 ‘접시’ 

153 스트리트


가성비로 승부하는 매장이 많은 대학가에서 프리미엄 버거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153 스트리트. 오픈 6개월여 만에 대학생뿐만 아니라 30대 젊은층, 외국인 단골 고객을 확보한 비결은 패스트푸드가 아닌 근사한 요리처럼 접근한 방식에 있다.




햄버거 집의 주인공 된 치킨버거 
“패스트푸드로 고착화된 버거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요리처럼 접근했다.” 메뉴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이장하 매니저가 이곳의 특징을 묻자 건넨 첫마디다. 평소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영감이 됐다. 이달 출시된 신메뉴 블랙비어버거는 치맥 팝업 방문이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흑맥주와 치킨 요리의 궁합이 정말 좋았다. 153 스트리트는 술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재료로 사용해봤다.” 흑맥주로 마리네이드한 후 숙성한 닭다리살은 튀김 옷 없이 기름에 초벌하고 그릴에 한번, 토치로 또 한번 그을려 완성한다. 쌉쌀한 맛과 묵직함이 닭다리살 깊숙이 배어들어 있다. 역시 신메뉴인 레드핫버거로는 진정한 K-버거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 매니저. 고추장, 마늘, 청양고추로 한국적인 매운 맛을 만들고, 유자 베이스 소스로 산미를 더했다. 버거는 모두 커다란 금빛 접시에 포크와 나이프를 함께 제공하지만 손으로 들고 한입에 먹을 것을 추천한다. 채소 토핑을 쌓는 순서도 입 안에서 느끼는 맛과 식감을 고려해 설계됐다는 것. 공들인 보람이 있는 걸까. 153 스트리트는 치킨버거 전문점이 아님에도 치킨버거 메뉴가 ‘삼대장’으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다. 

응원의 메시지 담은 공간
팀원들이 메뉴 개발에 애를 쓰는 동안 이해동 대표는 매장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다. 카페에서 버거집으로 탈바꿈하면서 대학가에 위치한 만큼 젊은 세대에게 응원의 기운을 불어 넣고 싶었다.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색, 생명을 상징하는 초록색을 콘셉트로 서울 세운상가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한 박현진 디자이너가 생기를 불어 넣었다. 객수를 늘리는 대신, 매장 한 가운데를 커다란 커뮤널 좌석으로 구성했다. “처음 욕심에 테이블 하나라도 더 놓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이 매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선택이 옳았음을 알았다.” 1만원대의 프리미엄 치킨버거와 더불어 4900원짜리 저렴한 세트 메뉴를 유지하는 것 또한 이 대표가 지금의 세대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의 메시지다.


A 서울 동대문구 휘경로 10 2층
T 02-2269-0654
M 블랙비어버거 1만1900원, 레드핫버거 1만1900원, 치킨버거 9900원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2022년 9월호를 참고하세요.  

 

 

 
2022-08-30 오전 05:47:14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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