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하는 맥주 플랫폼 만들겠다
생활맥주
생활맥주 대표 임상진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생활맥주가 지향하는 가치는 상생이다. 지역에 있는 소규모 양조장들의 맥주 플랫폼으로서, 가맹점 수익을 우선시하고 로열티나 광고비 등을 요구하지 않는 착한 프랜차이즈로서, 상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다양하고 특색있는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글 강수원 기자 사진 이경섭·업체제공
2년 연속 착한프랜차이즈 선정
생활맥주는 ‘수제맥주를 생활에서 즐기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상호명이다. 2014년 론칭 당시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등 특정상권 위주로 판매됐던 수제맥주를 생활 속에서 즐기자는 의미에서 명명됐다. 생활맥주 임상진 대표는 수제맥주를 수면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메뉴인 치킨을 내세워 수제맥주 브랜드를 오픈했다. 임 대표는 “치킨집을 운영한 적이 있다. 수익구조를 계산해보니 치킨이 아니라 주로 맥주에서 수익이 났다. 맥주판매를 늘릴 방법을 생각했고 당시 수제맥주시장이 좀 더 대중적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수제맥주를 선택해 브랜드를 론칭했다”고 설명했다.
생활맥주는 현재 250여개의 가맹점, 39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고 매출은 직영점 매출이 전체의 70%에 육박하는 구조다. 직영점이 많은 이유는 수십개의 직영점 운영을 통해 노하우를 쌓을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브랜드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임상진 대표의 신념 때문이다. 임 대표는 “수익은 가맹점에 의존하기보다 직영점을 통해 창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다 보니 가맹점에 요구하는 사항이 거의 없다. 로열티나 광고비 등을 요구하지 않고 유통마진 또한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로 인해 생활맥주는 2020,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착한프랜차이즈로 선정됐으며 지난달에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발전 유공 시상식에서 식약처 표창도 수상했다. 임 대표는 “착한 프랜차이즈라는 거창한 타이틀보다 그게 우리를 위한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맹점은 대부분 수도권 중심이지만 영남 지역에도 진출했다. 현재 부산을 중심으로 영남 지역에 40여개 매장이 위치해 있고 지난해에는 영남지사를 만들면서 전국으로 활발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지역 양조장과 동반 성장 추구
생활맥주는 지역 양조장과의 협업을 통해 맥주플랫폼으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면서 국내 소규모 양조장의 독보적인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는 수백개의 소규모 양조장이 있지만 많은 이들이 판로를 뚫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생활맥주에서는 지역의 150여개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개성있고 특색있는 수제맥주를 고객들에게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광안리 위트 ▲대청봉 IPA ▲안동 밀맥주 ▲서해안 페일에일 등 다양한 지역의 수제맥주를 판매하고 있으며 특히 국보IPA는 김해쌀, 군산맥아, 진주앉은뱅이밀 등 국산곡물과 국산홉을 사용한 맥주다. 생활맥주의 이러한 행보는 지역 양조장뿐 아니라 지역의 농가에도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임 대표는 “다른 제조사와 함께 협업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그게 국내 수제맥주시장을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몇년새 급성장한 수제맥주시장을 두고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수제맥주시장이 성장하긴 했으나 제조사나 브랜드에 대한 인식없이 편의점이 주도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다. 임 대표는 “좋은 퀄리티의 잘 브랜딩된 맥주를 유통하기 위해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T업계 종사…외식업 뛰어들어
지금은 외식업 19년 경력의 베테랑 전문가이지만 임 대표는 IT 기업을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회의감이 들 때면 언젠가 식당을 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임 대표는 “식당을 여는 건 모든 직장인들의 꿈 아닌가. 내가 차린 식당에서 고객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면 보람된 인생일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어느날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고 객단가가 높은 참치집부터 치킨집 등을 운영하며 노하우와 경험을 쌓아갔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 서울 여의도 진주상가에 처음으로 선보인 생활맥주 1호점은 성공적이었다. 임 대표는 “그 작은 매장에서 하루 300만원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성공적인 1호점 론칭 이후 바로 가맹사업에 착수했다. 매해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생활맥주지만 다른 외식업소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영업 제한으로 오후 9시 이후 운영을 못하게 되면서 매출은 반토막 나고 제로에 가까웠던 가맹점의 폐점률이 늘었다. 오픈시간을 앞당기는 건 주점업에서 큰 의미가 없었다.
영업을 거의 못하다시피 했던 생활맥주가 그럼에도 1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며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찍이 배달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웠기 때문이다. 생활맥주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부터 숍인숍 브랜드 생활치킨을 론칭하고 배달시장을 공략했다.
생활맥주의 대표 메뉴인 앵그리버드는 바삭한 튀김옷과 느끼함을 잡아주는 매콤한 맛이 특징인 크리스피 후라이드치킨으로, 생활맥주 단골고객들이 팬덤을 형성할 만큼 인기가 높다. ‘치킨이 맛있으니 치킨만 포장해달라’, ‘치킨 배달은 왜 안하냐’는 지속적인 고객요청으로 직영점 한해 포장과 배달을 시작했고 점차 희망 가맹점 중심으로 배달을 확대해 나갔다. 2019년에는 생활치킨 브랜드를 정식으로 론칭하고 배달 서비스를 본격화했으며 가맹점 매출 활성화를 위해 개발된 브랜드인 만큼 추가 브랜드 사용료 없이 매장운영 외 추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했다. 임 대표는 “운이 좋았다. 배달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전부터 생활치킨이라는 이름으로 배달을 계속 시도한 게 코로나19 사태 때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다양한 시도
생활맥주가 배달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해 코로나19로부터 살아남았듯이 끊임없는 시도와 도전만이 브랜드를 지속가능하게 한다고 임상진 대표는 말한다. 생활맥주는 2020년 경기 고양시의 한 소규모 양조장을 인수해 생활맥주 양조장 브루원을 운영중에 있다.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실험적인 제품을 개발해 선보이기 위해서다.
생활맥주는 매월 초 ‘초신선 맥주’라는 이름으로 흔하게 볼 수 없는 고품질의 홉으로 맥주를 만들거나 실험적인 제품을 출시한다. 지난해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펠트(FELT)와 협업해 커피원두를 천천히 맥주에 우려내 은은한 커피향과 구수한 향미가 어우러진 맥주를 출시했다.
이외에도 생활맥주는 공간자체가 소비자에게 소구될 수 있도록 매장내 인테리어에도 변화를 준다. 생활맥주의 기본 콘셉트인 레트로라는 틀안에서 개화기, 인더스트리얼 등으로 디자인 하는 등 끊임없이 시도한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가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정하고 모든 매장에 획일화된 공간을 만드는 대신 소비자들이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임 대표는 “맥주와 치킨만 생각하면 편의점이 더 저렴하다. 생활맥주는 공간 비즈니스로서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문화와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진 대표의 다음 도전은 해외시장 진출이다. 임 대표는 코로나19 이전 동남아시아시장 진출을 목표로 미얀마와 소통하다 미얀마 내전과 코로나19로 인해 한차례 무산을 겪은 바 있다. 현재 해외시장 진출 계획을 재정비하고 미국,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있다.
임 대표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우리 목표는 국내 1등이 아니라 세계 1등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 장면을 보며 나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면서 “특색있는 수제 맥주로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