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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솥 이영덕 대표이사  <통권 324호>
김성은 기자, fresh017@foodbank.co.kr, 2012-03-14 오전 10:22:55

외식업은 ‘착해야’ 성공한다
도시락 전문기업 한솥의 20년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도시락 업계 최초 ‘테이크아웃’ 개념을 도입해 업계를 선도하며 승승장구 한 것은 회사의 명(明)이었고, 일회용기 사용규제 등으로 사업확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암(暗)이었다. 다사다난을 거친 기업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 어떤 장애물에도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았던 이영덕 대표이사가 그 중심에 있다.
대담 육주희 부장 jhyuk@foodbank.co.kr / 글 김성은 기자 fresh017@foodbank.co.kr / 사진 이종호 팀장

도시락의 대명사 ‘한솥’
오랜시간 시장을 선점한 리딩 브랜드는 ‘미원’이나 ‘대일밴드’처럼 상품명 자체가 고유명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도시락 전문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도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의 대명사에 가깝다. 사람들에게 ‘우리 오늘 점심은 한솥 먹을까?’라는 것이 ‘도시락’을 먹자는 의미와 상통하는데 큰 무리가 없으니 말이다.
국내에 테이크아웃 도시락이란 개념을 처음 도입한 한솥도시락은 지난 1993년 종로구청 앞에 1호점을 오픈한 이래 다양한 메뉴구성과 철저한 품질관리를 앞세워 20년이란 시간 동안 업계 리딩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솥도시락을 이끈 이영덕 대표이사는 일본에서 나고자란 재일교포 출신이다. 이 대표는 ‘일본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교토에서 태어나 어릴때부터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부모님 밑에서 ‘미식’에 대한 감각을 키워왔다.
“미각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에 더해, 후천적인 환경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자랑같지만 저는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선천적인 미각과 함께 좋은 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생각됩니다. 어릴 때부터 우동 한그릇을 먹어도 아버지와 함께 숨겨진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우수한 식재료에 대해 관심이 많고 미식가 였던 아버지와 요리솜씨가 뛰어났던 어머니 밑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영덕 대표는 어릴 때부터 음식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훗날 한솥의 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국에 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무역업에 종사하던 이영덕 대표는 직장생활에 무료함을 느낄즈음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외식업에 도전하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한솥도시락. 도시락은 일본 외식시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외식 아이템이자, 한국시장에서도 발전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이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일 양국을 오가며 각 나라의 식문화를 잘 알고 있었던 이 대표는 본격적인 외식사업가로 변신한다.

한솥의 SWOT
- Strengths(강점) : 테이크아웃 시스템
한솥도시락이 지난 1993년 처음 론칭할 당시 국내 도시락 시장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다양한 도시락 브랜드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솥도시락이 ‘최초’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바로 테이크아웃을 처음으로 선보인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당시 도시락 브랜드들은 대부분 배달 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한솥은 종전의 방식에서 탈피, 고객이 직접 점포에 방문해 도시락을 사가는 방식을 정착시켰다. 이러한 테이크아웃 방식은 기본적으로 점포공간을 줄일 수 있어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들고 조리와 포장만 하면 되므로 인건비나 기타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점포 운영이 수월할 수 있었다. 배달에 수반되는 제반비용을 절감해 도시락을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저가격 고품질의 도시락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테이크아웃은 단순히 경영자의 입장에서 수월함을 위해 시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직접 사러오는 만큼 가격적인 메리트를 줄 수 있는 것이 고객 입장의 큰 장점입니다. 한솥도시락 품질 유지를 위해서 테이크아웃 정책 고수는 필수입니다.”
테이크아웃을 기반으로 20여년간 꾸준히 저가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도 한솥이 리딩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근간이다. 창업 이후 한솥도시락의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은 편이다. 그마저도 한꺼번에 올린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식자재 파동으로 불거지는 일부 품목에 한해서였다. 점심 한 끼를 제대로 먹으려면 객단가가 1만 원에 육박하는 요즘, 현재 한솥도시락에서 가장 저렴한 메뉴는 1700원일 정도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저가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협력업체의 노력과 프랜차이즈 규모의 경제, 생산효율성 향상 등을 통해 도시락 가격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 Weakness(약점) : 식재료 파동
최근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식재료 파동은 도시락 업체에게 끊임없는 해결과제다. 저가를 표방하는 만큼 소비자가를 올리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식자재 유통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지난해 구제역 파동이 한참일 때는 결국 돼지고기를 쓰는 일부 메뉴의 가격 인상을 감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환경적인 요인은 한솥도시락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도시락을 제공하면서 꾸준히 안고가야할 부분이라는 점이다.
“물가 인상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든 저렴한 가격에 만족할 만한 품질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가맹점의 이익, 본사의 이익을 고려하려면 조금 질낮은 식재료를 사용할 수도 있겠죠.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재료를 쓴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고품질의 식재료를 쓰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실제로 가맹점의 원가율은 45%에 달한다. 협력업체도 유명 식품외식기업들로 맛과 안정성, 품질을 인정받은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물론 가맹점의 이익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본사의 입장이기 때문에 코스트를 낮추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대표로서는 사명감이나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Threats(위협) & Opportunities(기회) : 위기는 곧 기회
국내 도시락 시장 규모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포함해 연간 2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매출이 증대되는 특징도 갖고 있다. 성숙기에 도래한 도시락 시장이 최근 환경적인 영향을 받아 더욱 탄력을 받으면서 다양한 경쟁 브랜드가 생기는 것은 한솥도시락에 위협적인 요소다.
이영덕 대표는 경쟁 도시락 브랜드의 론칭을 아직은 관망하고 있다. 도시락은 무엇보다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가 곧 신뢰로 이어지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콘셉트의 다양화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는 것.
“범위를 크게 보면 편의점 도시락과 일반 테이크아웃 도시락을 함께 볼 수 있는데, 한솥은 따뜻한 즉석 도시락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화입니다. 즉석에서 만든 도시락이면서도 가격적인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어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에 오히려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덕 대표는 도시락 시장도 점차 고객의 니즈가 세분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한솥 도시락 같은 저가형태의 도시락부터,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높은 단가의 도시락까지 단순한 ‘한끼 식사’의 개념에서 좀 더 진화된 새로운 형태의 식문화가 도시락을 통해 보여지고 있다고 말한다.
도시락 식문화 자체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이템인 만큼, 향후 도시락 시장 역시 일본의 전철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현재 수많은 도시락 브랜드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소비시장의 규모가 엄청난 일본의 경우를 봤을 때 한국 역시 도시락 시장의 성장은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 브랜드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시장이 커졌다는 말이고, 이렇게 파이가 넓어짐으로써 각각의 브랜드는 시장경쟁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도시락의 소비층이 한정적이었다면, 시장 확산을 통해 소비층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꾸준함과 변화가 공존하다
지난 20여 년간 꾸준함을 미덕으로 운영하고 있던 한솥도시락은 지난해부터 작은 변화를 도모했다. 대표적인 것이 일부 매장의 카페형태 오픈이다. 그동안 작은 매장에서 테이크아웃 위주로 운영되던 한솥도시락이 매장 규모를 넓히고 인테리어를 밝고 화사한 카페 분위기로 바꾼 것이다. 도시락 뿐이던 판매 제품도 다각화하고 다양한 음료수와 컵라면, 샐러드까지 함께 판매하고 있다. 도시락 시장이 다양화되면서 ‘프리미엄’에 대한 고객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이같은 모델이 나왔다는 것이 이영덕 대표의 전언이다.
“해가 거듭할수록 소비자의 욕구는 다양해지는데 한솥은 변화에 조금 더디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사는 물론이고 가맹점에 매출을 증대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최근의 트렌드인 프리미엄 시장에 주목한 것이죠. 가맹점 역시 테이크아웃 형태의 작은 매장을 선호하는 가맹점주도 있지만, 높은 창업비용으로 보다 크고 번듯한 점포를 오픈하고 싶어하는 가맹점주들도 있습니다. 시장이 커지고 다양해질 것을 예상해 제안하게 된 모델입니다.”
지속적인 메뉴개발 역시 한솥이 지향하는 기업 진화의 필수항목 중 하나다. 한솥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것이 당연한 기업이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 입맛의 변화에 맞춰 보다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한솥의 기본적인 아이덴티티를 지켜가면서 시장환경에 맞춰 변화무쌍함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이영덕 대표가 지향하는 기업의 이상향이다.

초심 잃지 않고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 될 것
이영덕 대표의 경영철학은 결국 ‘소비자에게 이익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흔하디 흔한 이야기 같지만 이 같은 올곧은 맥락이 지금의 한솥도시락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분야든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외식업의 경우 사회적인 사명감이 없다면 경영하기 힘든 사업이 아닐까 합니다. 프랜차이즈 외식사업은 소비자, 가맹점, 본부, 협력업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이익이 기운다면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적자를 보지 않는 선에서 본부의 마진이 적어야 기업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논리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운영된 한솥도시락이지만, 급변하는 외식시장에서 프랜차이즈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 같은 위기감을 바탕으로 영속하는 기업을 위한 노력을 정진하는 것이 이영덕 대표의 가장 큰 목표다.
“직원들에게 항상 말하는 것이 ‘외식업은 마음이 착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앞서 윤리와 도덕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낮은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2012-03-14 오전 10:22:55 (c) 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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