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에 갇힌 외식업 경기 내년에나 녹을 듯…
2009년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에 돌입했다. 연초 ‘상반기 중 경기가 회복될 것이다’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시작했으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각종 지표 및 통계상으로는 서서히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떠들어 대지만 외식업 현장에서는 그저 수치는 수치일 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어렵게 상반기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를 맞은 가운데 외식업 경영주들은 하반기 경기전망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매년, 매 분기마다 ‘올해는, 이번 분기에는…’이라는 희망이 누차 깨지면서 이제는 누구도 쉽게 ‘희망적’이라는 전망을 내비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전국에 있는 외식업 경영주 438명을 대상으로 ‘2009년 상반기 결산 및 하반기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정부부처나 각종 경제연구소에서 제시하는 수치상의 전망이 아닌 외식업 현장의 실무 전망을 들어봤다.
통계프로그램 : SPSS 15.0 통계분석 및 글 : 윤은옥 차장


2009 상반기 결산
경기회복 신호 못느껴…불황·각종원가 상승으로 어려움 가중

■ 상반기, 전년보다 어려워
올 상반기 전체적인 외식업 경기는 연초 예상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59.3%가 상반기 경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거나(21.4%)나 어려웠다(37.9%)고 응답했으며, 실제 본인이 운영하는 업소의 영업 상황도 지난해 동기보다 어려웠다는 응답이 전체의 57.2%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역시 불황이었음을 감안, 지난해 동기와 비슷하다는 응답 역시 영업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것으로 간주할 경우 전체 응답자의 80.6%가 전년 동기 대비 더 어려운 상반기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올 상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좋다는 응답은 18.6%, 영업현황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좋아졌다는 응답은 19.3%에 불과했다.
불황으로 인한 폐점이나 업종전환, 무기한 휴업 등은 생각하지 않는 것(69.7%)으로 나타났으나 여기에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업소를 유지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했거나(2.8%), 조만간 할 계획(5.5%), 현재 심각하게 고민 중(7.6%), 그리고 불황이 장기화되면 고려해 보겠다(14.5%)는 응답도 30.4%로 나타나 그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 경기불황 ‘탓’ vs 시대에 맞는 변화 ‘덕’
지난해 상반기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가장 많은 수인 68.5%가 전반적인 경기불황을 이유로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식재 및 인력 등 원가관리의 문제(15.2%), 정부차원의 외식업 육성 및 발전을 위한 정책의 부재(5.4%), 영업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및 영업 전략의 부족(4.3%), 그리고 현재 운영하는 업종이 최근의 트렌드에 맞지 않기 때문, 시대에 맞춰 변화하려는 경영주의 노력 부족, 경기 불황에 둔감한 직원들의 노력 부족이 각각 2.2%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보다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두터운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2.5%로 가장 높게 나타나 단골고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그 다음으로 트렌드에 맞는 업종 혹은 운영 콘셉트의 변화라는 응답이 20.0%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트렌드에 맞지 않는 업종 때문이라는 응답이 2.2%에 불과했던 것과는 달리 성공 요인으로는 트렌드에 맞는 변화가 주 요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아이러니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많은 경영주들이 시대 및 트렌드의 변화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경기불황만을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 외에 전년대비 좋아진 원인으로 고객 서비스 강화(15.0%), 식재 및 인력 등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12.5), 경기불황 타개를 위한 전 직원이 단합된 노력(10.0%), 새로운 메뉴 개발(7.5%), 시대에 맞춰 변화하려는 경영주의 노력(7.5%), 기타(5.0%) 순으로 나타났다.

■ 소비심리 위축·식재료비 상승으로 외식업 운영 어려워
현재 지속되는 외식업 불황의 원인으로는 소비심리 위축과 내수경기 침체라는 응답이 각각 33.7%, 29.8%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외식업소(업체)의 노력이 미비해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응답도 21.4%를 차지했다. 경제정책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13.9%로 나타났다.
이어 외식업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에 대해 물었다. 이에 식재료비 상승(28.7%)과 소비심리 위축(28.0%)이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났으며, 음식점간 과다경쟁(11.9%), 인력난(9.6%), 외식업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맞춰가는 능력 부족(6.5%), 고임대료(5.7%), 조리 및 운영기술 부족(4.6%), 불합리한 관련 정책 및 제도(4.6%), 기타(0.4%) 순으로 나타났다.
매년 본지가 조사하는 ‘외식성향 및 경영’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시 마다 외식업 불황의 원인 및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내수경기 침체’, ‘소비심리 위축’, ‘식재료 인상’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09 하반기 전망
2010년에나 경기 회복될 듯맛·서비스 개선 노력 필요

■ 외식업 불황, 회복 청신호 감지되지 않아
이제 연초 예상보다 더 어려웠던 상반기를 보내고 하반기를 시작하게 됐다. 최근 각종 지표와 통계 등을 보면 국내 경기가 서서히 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까지 외식업 현장은 이러한 청신호가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외식업 경영주들은 올 하반기 역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반기 경기 전망에 대해 과반수를 넘는 50.7%가 상반기와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상반기보다 좋아질 것(27.4%)이라는 응답과 반대로 나빠질 것(21.9%)이라는 응답이 비슷하게 나타나 하반기 역시 녹록치 않은 시기를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의 경기불황은 언제쯤 해소될까. 이에 대해 36.4%가 2010년 하반기 중, 32.2%는 2010년 상반기 중 회복될 것이라고 응답해, 대부분의 경영주들이 내년쯤에는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리라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2011년 이후에나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도 28.0%로 높게 나타난 반면 연내에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은 3.5%에 불과해 외식업의 현실적 불황 못지않게 경영주들의 심리적 불황 역시 큰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불황탈출 전략, 맛과 서비스·시스템 개선
‘위기는 기회’란 말이 무색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위기에 대항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세워야 한다.
경영주들은 지금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메뉴 및 서비스를 보강하고(20.7%), 고객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하며(19.9%), 업무 효율화를 위한 운영 시스템을 보강(18.1%)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외식업 운영의 기본인 음식(맛)과 서비스, 운영 시스템을 통해 고객 만족 및 운영의 효율화를 꾀해 불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건비 축소(11.8%), 식재료비 축소(8.5%), 매장 규모 축소(1.8%) 등 ‘마른수건 짜기’ 전략을 대안책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 시장 트렌드에 맞는 콘셉트 변화(12.2%), 메뉴 가격 인하 또는 할인(4.1%), 경품 증정 및 판촉행사(0.4%), 기타(2.5%) 등의 방법도 나타났다.

■ 불황기, 익숙한 업종이 전망 밝아
외식산업이 성장할수록 기업형 외식시장과 전문점 형태의 개인 레스토랑, 일명 개미군단의 성장이 함께 이뤄지는 규모상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이에 따라 외식 업종 역시 더욱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형이건 혹은 개인이건 많은 외식업체(업소)들이 다점포와는 별도로 다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이러한 업종 세분화에 따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경영주들에게 향후 외식업에서 전망있는 업종은 무엇일까에 대해 물었더니 가장 많은 수가 한정식 등 전통음식점(18.1%)을 1위로 꼽았다. 이 역시 본지의 연간 정기 설문조사 시 마다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는 항목으로 호·불황과 무관하게 국내 외식시장 전체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또 급변하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오랫동안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업종이 바로 한정식 등 전통음식점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불황에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기보다는 익숙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 저렴한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보니 유망 업종 선정에 있어서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되기도 한다.
한편 지난해 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외식성향 설문조사’에서는 향후 전망있는 업종으로 에스닉 레스토랑, 와인 레스토랑, 퓨전 레스토랑, 디저트 전문점 등 트렌디한 업종이 상위를 차지한 반면, 경영주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는 분식(6.7%), 배달(6.7%), 일반한식(5.7%), 고깃집(4.8%) 등이 디저트전문점(4.1%), 퓨전 레스토랑(4.1%), 에스닉 레스토랑(3.7%), 이탈리안 레스토랑(3.3%), 베이커리 카페(3.3%)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트렌디한 업종보다 더 전망있는 업종으로 뽑혔다.
이는 일반 소비자들은 평소 본인이 방문하는 횟수와는 무관하게 가끔 특별한 날 가거나 가고 싶은 곳, 트렌드 세터들이 가는 곳 등을 전망있는 업종으로 생각하는 반면 직접 업소를 운영하는 경영주들은 보다 현실적으로 방문고객 비중 및 안정적인 영업 등을 바탕으로 업종의 전망을 판가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식인 직업 후회하지 않아…외식산업 질적 성장 필요

■현재 운영에는 만족하지 않지만 후회하지는 않아
경영주들의 업소 운영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이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30.8%(만족 30.1%, 매우 만족 0.7%)가 만족한다고 했으며, 이와 비슷한 26.6%(불만족 30.8%, 매우 불만족 1.4%)가 불만족 한다고 응답했다. 42.7%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반면 외식업에 몸담게 된 것에 대한 만족도는 과반수를 넘는 57.1%(후회하지 않음 42.3%, 절대 후회하지 않음 14.8%)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해 현재 불황 등 여러 가지 상황상 업소 운영에는 만족하지 않지만 외식인이 된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때로 후회(18.3%)하거나 아주 후회한다(0.7%)는 의견도 19.0%를 차지했으며, 보통이라는 의견은 23.9%를 나타냈다.

■ 다시 태어나도 외식업 하고 싶어
최근 외식업이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대를 이어 운영하는 2세 경영자들이 늘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우리 자식은 절대 식당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강했던 경영주들, 최근에는 그 마음이 많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2세에게 외식인이라는 직업을 권할 생각을 물었더니 17.6%가 권하고 싶다, 67.6%가 본인 의사에 따르겠다고 답해 ‘절대 안된다’는 과거와는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권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14.8%로 나타났다.
현재 외식업 경영주들은 다시 태어나도 외식업을 하고 싶을까? 이에 대해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8.5%에 불과한 반면 27.0%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응답해 외식인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4.5%로 나타났다.

■국내 외식산업, 질적 성장 도모 절실
마지막으로 외식업 경영주들이 생각하는 국내 외식산업의 현 수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가장 많은 수인 56.4%가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부족하다고 응답해 향후 외식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산·관·학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어 아직까지 산업이라고 하기에는 낙후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28.6%), 국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손색이 없다(10.7%), 질적 성장에 비해 양적 성장이 부족하다(1.4%), 기타(2.9%) 순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