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을 담은 한 접시의 예술
루카511 by 지훈 양

영화감독을 꿈꾸던 요리사
“요리는 영화와 같아요. 배우가 영화 속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연기하듯, 저는 요리로 모든 것을 표현합니다.”
뜨거운 열정과 톡톡 튀는 상상력을 고스란히 한 접시 요리로 담아내는 양지훈 셰프. 한때 영화감독을 꿈꿨던 그는 단순히 먹고 살 길을 찾기 위해 요리에 입문했다. 경희대 조리학과를 다니던 때만 해도 미적지근했던 그의 요리 열정은 졸업 후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일하면서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를 졸업한 이후 뉴욕, 파리, 도쿄, 아부다비의 스타급 레스토랑을 거쳐 두바이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그리고 청담동의 루카511까지 이어진 그의 열정은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다.

루카511 by 지훈 양
“걱정이 많으면 불면증이 생긴다던데, 저는 너무나도 잘 잡니다. 아주 뻗어버리죠.”
양 셰프는 얼마 전 자신의 이름을 건 프렌치 파인 다이닝 「루카511 by 지훈 양」을 오픈했다. 이곳은 오너 셰프가 양지훈이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오픈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루카511에서 선보였던 예술작품에 가까운 그의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양 셰프의 두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사람들의 기대에 걸맞는 훌륭한 요리를 선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에 엄청난 심적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그에겐 불면증 같은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주방과 홀을 오가며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밤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잠들어 버리기 일쑤다.

접시 위에 담아내는 감성
양 셰프가 요리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감성이다. 요리사가 오감을 총동원해 만든 요리로 고객의 감성을 충족시킬 때 비로소 진정 맛있는 음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그는 요리하는 기술보다 감성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고, 감성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양 셰프의 풍부한 감성은 요리로 표현된다. 알록달록한 색깔들을 배치해 포인트를 준 그의 요리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먹기 아까울 정도다.

프렌치 요리의 한국화
아무리 외국음식이 훌륭해도 정통 방식 그대로 요리할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양 셰프는 그의 레스토랑에서 컨템퍼러리 음식을 선보인다. 한국화된 프렌치 요리가 바로 그것. 프렌치 요리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맛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백김치 대신 앤다이브로 만든 피클을, 고추장 대신 빨간 피망으로 만든 처트니를 내는 식이다. 프렌치 요리를 한국화 시키는 것이 정통 프렌치 요리를 만드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렵지만, 고객들에게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 양 셰프의 철학이다.

루카511 by 지훈 양 2호점
앞으로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양 셰프는 주저 없이 “호주에 루카511 by 지훈 양 2호점을 여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의 요리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통하는지 시험해보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왜 하필 호주일까?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따뜻하기 때문에 호주가 좋다는 양지훈 셰프. 그의 요리가 전 세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세계 곳곳에 루카511 by 지훈 양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사진/이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