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평균 50만 명의 사람들이 오가는 강북 지역을 대표하는 외식 상권인 종로. 크게 구분해보면 종각역, 인사동, 피맛골, 종로3가, 대학로 등이 모두 종로 상권이다. 이중 구(舊) 피아노거리를 중심으로 동, 서로 길게 난 종각역 먹자골목은 다양한 외식업종이 밀집되어 있고 이를 찾는 사람들로 항시 북적대는 지역이다. 이 곳 먹자골목이 최근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나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안혜경, 이선희 기자, 사진/이종호 기자

외식 천국 종로, 서민형 음식점 대다수
적게는 15평부터 크게는 100여 평의 규모까지 다양한 음식점들이 촘촘하게 밀집되어 있는 종각역 먹자골목은 몇 년 전만 해도 각종 동호회나 번개팅 등 젊은이들의 모임공간 역할을 해왔다. 이 일대의 주요 외식업종은 고기구이전문점과 주점. 대개가 객단가 1만원대의 저렴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고기구이전문점은 현재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더욱 유명한 떡삼시대를 비롯해, 최근 돼지고기 부속부위로 맛과 가격을 차별화한 갈매기살 전문점 서래, 김해 사부작 뒷고기 등이 인기있다.
더불어 고객의 단위도 단체가 아닌 2~3인 정도의 소규모 모임 형태로 변모해가고, 이들의 외식 니즈 또한 양보다 질, 싼 맛에 먹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는다로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종각역 먹자골목의 외식업종이나 브랜드도 변화하기 시작, 몇 년 새 치킨, 분식, 한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부쩍 늘어났다. 특히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줄 지어 입점해 있는데 비비큐&호프, 보드람 호프, 오빠닭, 더 후라이팬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역세권다운 고임대료, 매물도 흔치 않은 상태
종각역 일대 지역은 강북을 대표하는 상업지구이자 다양한 외식 업종이 즐비해 있는 대형 외식상권이기도 하다. 증권회사나 은행, 관공서, 외국어 학원 등 배후 상권이 탄탄한 이 곳은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역세권 중의 초역세권에 해당한다. 이를 증명하듯 상가 임대에 있어 1층 15~20평 기준, 권리금 2억~4억원 정도며 적게는 1000만원부터 최대 800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마저도 매물이 많지 않고 목이 좋은 자리는 경쟁이 치열해 음식점 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또한 수많은 음식점들이 밀집되어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운영 리스크가 높은 편이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아 고객수 확보에 어려움은 없지만 고객이 몰리는 곳과 파리만 날리는 곳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행에 따른 인기 업종의 인앤아웃(in and out)이 빈번하게 이뤄지기도 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종로 등 역세권 매장 출점은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므로 신중해야 한다”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안테나숍이나 비교적 체계가 잘 잡힌 프랜차이즈에 적합한 상권”이라고 밝혔다.

종각역 먹자골목의 외식트렌드 현주소
종각역 먹자골목은 춘천집 닭갈비, 세계맥주전문점 산타페, 돼지불고기로 유명한 황소고집, 철판볶음밥 전문 퓨전플러스 등 이름만 들어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10년 넘은 음식점이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에 최근 새로 생긴 갈매기살전문점, 치킨전문점 등 프랜차이즈 형태의 음식점들이 종각역 먹자골목의 유행을 선도하는 등 구세대와 신세대가 공존하고 있다.


■ 치킨전문점의 빨대효과
종각역 먹자골목의 메인 도로라 할 수 있는 철물다리길 주변으로 오븐에 빠진 닭, 더 후라이팬, 돈치킨, 핫썬치킨, 비비큐 치킨, 보드람 치킨 등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치킨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메리트로 일대 주점 고객까지 흡수하는 빨대효과를 초래할 정도로 ‘치킨전문점 전성시대’를 일구고 있다. 그중에서도 감각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다양성이 돋보이는 메뉴로 젊은층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오빠닭, 더 후라이팬 등이 호응을 얻고 있다.


■ 청계천 인접 도로에는 커피 경쟁
상권의 또 다른 면이 바로 청계천 주변으로 2005년부터 기업형 외식업체들이 속속 입점해 청계천을 찾은 사람들의 내점을 꾀하고 있다. 현재 종각역과 종로2가 사이 청계천 일대 주요 외식업소로는 더 플레이스, 스타벅스, 할리스, 커피프린스, 코피티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카페 등 기업형 외식브랜드와 황소고집, 꼬꼬 숨은집 등 10년 이상된 개인 음식점들이다. 청계천 복구와 함께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들을 타깃으로 한 음식점 또한 청계천길을 따라 삽시간에 생겨났고 특히 커피 전문점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 커피전문점 사이 한식집의 활약(?)도 눈여겨볼만 하다. 바로 황소고집. 이미 수년 전부터 청계천 맛집으로 유명한 이 곳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돼지불고기를 선보이고 있다. 돼지불고기에 소박한 반찬들로 구성된 백반과 허름한 실내가 오히려 매력으로 느껴지고 매장 밖에 설치된 화로에서는 고추장 양념을 뒤집어 쓴 돼지고기가 익는 냄새가 절로 군침을 돌게 한다. 돼지불고기, 돼지고기 두루치기 등 단출한 메뉴 구성이지만 출출한 직장인들의 허기를 채워주는 데에는 황소고집의 돼지불고기만한 것이 없다. 종각역 외식 상권 중 손꼽히는 맛집 중 하나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황소고집의 후광효과 덕택에 주변 외식업소까지 모객을 꾀할 수 있을 정도라고.


■ 갈매기살 전문점 각축전
최근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제공되는 갈매기살이 곳곳에서 붐을 형성하고 있는데 종각역 먹자 골목이 대표적인 경우다. 서래 갈매기살, 김해 사부작 뒷고기, 돈키호테, 마포 갈매기 등 갈매기살(부속고기) 전문점이 종각역 먹자골목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종각역 먹자골목 중에서도 이면도로에 해당하는 좁은 골목길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갈매기살 전문점들은 고기 한 근에 1만~1만50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을 메리트로 내세워 대학생, 직장인들의 내점을 유도하고 있다.


■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층 공략
10여 곳의 외국어 학원이 주변에 위치한 턱에 종각역 먹자골목에는 10대 후반부터 20대 학생층의 외식 비중이 높다. 소비력이 약한 이들 학생층에게는 ‘싸고 배부른’ 먹을거리가 외식업소의 선택기준이 되고 있으며 분식집, 한스 델리, 고기주는 냉면집 등 5000원 미만의 가격대를 형성한 곳들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 생긴 고기주는 냉면집의 경우 4000원에 냉면과 숯불돼지고기를 푸짐하게 제공해 전체 고객 중 학생층이 약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 전통주 붐, 종각역을 달구다
국순당 백세주 마을, 짚쌩 등 종로에서 전통주 전문점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서민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종로의 이미지와 잘 매치되는 전통주점의 인기가 최근 막걸리 열풍에 힘입어 다시금 부활하고 있는 것. 백세주 마을 종각점은 생막걸리 뿐만 아니라 이화주, 두견주 등 각종 전통주를 맛볼 수 있고, 이에 걸맞는 다양한 전통 안주류를 제공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짚쌩 역시 오픈 초기부터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전통주점으로 각광받고 있다. 20여 종의 전통주와 퓨전한식 콘셉트의 안주 구성으로 젊은층에게 어필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편 와바를 운영 중인 인토외식산업도 전통주점 ‘창작’을 종로에 오픈, 전라남도 전통주와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 구성으로 차별화된 전통주 브랜드로 인지도를 형성해 가고 있다.


■ 노점상이 사라지고, 고객들도 사라졌다?
최근 종각역 일대 상권은 대로변에서 이면 도로로 활성화 양상이 이동해가고 있다. 더불어 과거 도로변에 늘어서있던 노점 분식집들이 대거 사라짐에 따라 이 같은 현상에 촉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노점상이 사라짐에 따른 역효과도 발생했다. 소위 ‘김떡순(노점 분식집의 대표메뉴인 김밥, 떡볶이, 순대 세트메뉴)’을 먹기 위해 이동 중 발걸음을 멈췄던 소비자들이 노점상이 없어짐에 따라 종각역 부근에서 머물지 않고 지나치게 된 것. 이에 따라 브랜드 노출 효과 및 내점 고객의 감소가 나타났다는 게 이 지역 외식업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종로의 베스트 레스토랑
강북지역 최대 역세상권이라 불리는 종로지역은 명성만큼이나 외식 업종의 흥망성쇄가 빠른 시간 내 판가름이 난다. 그 가운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음식점들도 있는데, 이들의 공통된 사항은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각자의 개성 있는 문화를 형성해 외식 소비자들을 공략한 데에 있다.


▶종로 피아노거리의 핫 플레이스 ‘오빠닭’
월 1억 6000만원(3월 기준)의 매출 기록을 달성하고 있는 오븐에 빠진 닭(이하 오빠닭) 종로점. 직영 1호점이기도 한 종로점은 2008년에 오픈한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오며 종로 일대 핫 플레이스로 손꼽히고 있다. 저녁 6시 30분경부터 이미 만석을 이루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데 젊은이의 니즈에 걸맞게 깔끔한 실내 분위기와 기름지지 않은 담백한 치킨 메뉴 구성이 성공요인이다.
웰빙을 콘셉트로 오픈 초기부터 메뉴 차별화를 추구한 오빠닭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오븐에서 조리한 크리스피 치킨, 베이크 치킨 등 참신한 메뉴들과 와사비마요 소스, 데리야키 소스 등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5종의 소스를 마련해 놓은 점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주기적인 신메뉴 출시로 고객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한편 기물에서도 오빠닭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차별화를 꾀했다. 손잡이가 달린 투박한 생맥주잔이 아닌 슬림한 맥주잔을 사용하는가 하면 치킨을 보다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포크와 집개를 제공하는 등 세심한 배려로 여성고객의 만족을 극대화했다.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검정색과 붉은색을 주조로 세련되면서도 탁 트인 느낌을 살려 젊은층의 호감을 샀다. 여기에 홀이 만석이어도 깨끗한 실내 공기를 유지하는 것도 인기 비결. 프라이드 중심의 치킨전문점과는 달리 오븐을 사용해 기름 냄새가 적고, 천정 곳곳에 닥트시설을 설치해 원활한 공기순환을 도모했다.


▶포장마차 닭도리탕으로 15년 장수 ‘꼬꼬숨은집’
청계천을 마주한 GS25 사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꼬꼬숨은집’이라는 작은 간판이 보인다. 이름처럼 비좁은 골목 사이에 위치한 이 곳은 청계천이 복구되기 전부터 닭도리탕, 전 등을 선보이는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종로에 포장마차들이 다 없어진 가운데 유일한 포장마차 음식점이기도 한 꼬꼬숨은집은 구청에서 이례적으로 영업 허가를 내준 곳이기도 하다. 이유인즉, 주변 건물들의 입지 및 구조 특성상 범죄 등이 발생하기 쉬운 사각지대가 생겨났는데, 그 자리에 꼬꼬숨은집이 생겨나면서 범죄 예방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꼬꼬숨은집의 주요 메뉴는 닭도리탕. 대파를 숭덩숭덩 썰어 얹고 얼큰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양념이 부어진 닭도리탕은 보글보글 끓는 순간부터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을 자극한다. ‘쐬주’ 한 잔이 생각나는 밤, 동료들과 살가운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고픈 밤이 생각나는 직장인들에게 꼬꼬숨은집은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포장마차만의 매력을 제공한다.


▶무한리필로 즐기는 해물요리 ‘섬마차’
다양한 콘셉트의 주점이 늘어선 종각역 먹자 골목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 ‘섬마차’. 이곳은 조개구이를 비롯해 막회, 광어회, 알탕, 조개탕, 매운탕, 조개칼국수 등 해산물 요리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또한 점심에는 알탕, 해물순두부, 조개칼국수, 해물찜뚝배기 등을 5000~6000원에 제공, 점심과 저녁 두루 내점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2명 고객은 1인당 1만5000원, 3명 고객은 1만2900원에 무한리필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점이 메리트. 가리비, 키조개, 소라, 새우 등 여러가지 해산물을 연탄불에 구워먹는 맛이 별미다. 여기에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관자요리와 매콤달콤한 양념을 버무린 오징어 등이 곁들여져 푸짐하다.
시선을 모으는 독특한 인테리어는 섬마차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 손바닥 크기만한 사각형 나무를 천정에 콕콕 박고, 벽면에도 나무판을 덧대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나무판 곳곳에 섬마차를 다녀간 고객들의 낙서 흔적이 정겨운 느낌을 자아낸다.


▶먹자골목 내 반가운 한식집 ‘된장예술과 술’
1996년 된장명가라는 상호를 걸고 시작해 현재 된장예술과 술로 업소명을 변경해 운영해오고 있다.
주점 일색인 종로 골목 사이에서 구수한 된장찌개와 짭조름한 간장게장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직장인들의 인기 음식점으로 자리 매김해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북어국과 숭늉, 각종 신선 채소들은 부담 없는 건강식을 표방한다. 된장정식은 6000원, 간장게장(양념게장)정식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