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청담동에 오픈, 핫(Hot)한 프렌치 비스트로로 떠오른 「비스트로 드 욘트빌」. 이곳은 오너셰프 토미 리가 머물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작은 마을 욘트빌을 추억하며 이름 지은 곳이다. 열정과 감동을 담아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는 토미 리 셰프를 만났다. 글/김여진 기자 ozoo@foodbank.co.kr, 사진/이종호 기자


요리로 시작한 제2의 인생 ‘토미 리’로 다시 태어나다
인터뷰 요청에 앞서 잠시 망설였다. ‘인터뷰를 영어로 진행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토미 리 셰프의 한국어 실력은 유창했다. 말투에서 사투리 억양까지 묻어나오는 부산 출신의 순수 토종 한국인이었던 것이다.
‘이동준’이라는 멋진 이름 대신 그는 ‘토미 리’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요리를 시작한 이래 저는 줄곧 토미로 살아왔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요리할 때는 앞으로도 토미로 살아가려 합니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면서 외국인 셰프가 쉽고 편하게 그를 부를 수 있도록 이름을 ‘토미’라 지은 것이다.
토미 리 셰프는 회계학을 공부하기 위해 중국 상해로 유학길에 오르면서 막연히 가지고 있던 외식업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게 되었다. 상해에서 접해본 각양각색의 다양한 요리들이 그의 미각을 깨우고 요리 열정에 불씨를 지폈다. 이후 그는 퓨전일식의 세계적인 장인 노부유끼 마쓰히사의 「노부의 쿡북」을 보고 2003년 29살이라는 나이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요리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리란 결심을 굳혔기 때문이다.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꿈을 이루다
미국의 명문 요리학교인 CIA에 진학한 토미 리 셰프. 낮에는 요리 공부에 매진하고 그 외의 시간에 뉴욕의 유명한 레스토랑이란 레스토랑은 모조리 찾아다녔다. 많이 맛본 만큼 더 훌륭한 셰프가 될 수 있다는 그의 철학 때문이었다. 또한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달 씩 레스토랑에서 무급으로 일하며 다양한 주방에서 실전 경험을 쌓아나갔다. 그중에서도 그의 요리인생의 계기가 되었던 「노부(Nobu)」 레스토랑에서의 인턴 생활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유난히도 뛰어난 주방 내 팀워크 덕분에 즐겁게 요리하는 법을 배웠으며 또한 이때 그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다. “일식 요리가 적성에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일식 주방을 경험해보니 제 길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항상 커다란 감동을 받은 요리들은 대부분 프렌치 요리였습니다.”
노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토미 리 셰프는 프렌치 레스토랑 「르서크(Le Cirque)」의 오픈 멤버로 합류, 엄격한 프렌치 주방에서 프렌치 요리의 기초를 다졌다. 이후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 「아쿠아(Aqua)」를 거쳐 미국에서 최초로 미슐랭 별 세 개를 받은 전설의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French Laundry)」 주방에 입성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꿈에 그리던 최고의 레스토랑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정신을 잃고 쓰러질 정도로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그는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정통 프렌치 요리의 무한한 발전
토미 리 셰프의 뜨거운 요리 열정을 이제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프렌치 요리는 고급스럽고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언제든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프렌치 비스트로를 지난해 오픈한 것이다. 그는 모든 메뉴에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담아낸다. 어떤 요리를 먹더라도 영양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모든 요리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프리픽스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주방의 조리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고객에게 다양한 맛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무엇보다도 토미 리 셰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주방의 팀워크. 팀워크가 좋아야 항상 같은 맛과 퀄리티를 내는 훌륭한 요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비스트로 외에도 파인다이닝, 베이커리, 프렌치 패밀리 레스토랑 등 각기 다른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오픈, 정통 프렌치 요리를 다양하게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는 토미 리 셰프. 그의 뜨거운 열정과 감동을 담은 요리의 무한한 발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