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패션으로 갈아입은 이태원 상권
꼼데가르송 길 효과 볼까?
서울 속 작은 외국이라 일컬어지는 이태원. 이국적인 레스토랑을 비롯한 상가들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길거리를 누비는 것 자체가 볼거리인 이태원은 수년 동안 세계의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외식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이태원 상권에 최근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하이 패션(high fashion, 최첨단의 고급스러운) 문화가 입성하면서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글/안혜경 , 이선희 기자, 사진/이종호 기자
한강진역 일대, 레스토랑의 하이 패션 선도
주로 의류 업계에서 사용하는 표현인 하이패션은 오뜨 꾸뛰르라고도 하며 최신의 트렌드와 고급스러움을 겸비한 패션을 의미한다. 외식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에 경험할 수 없었던 혁신적이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며 트렌드 세터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다. 최근 트렌드 세터들의 시선이 꽂힌 곳은 바로 한강진역 일대다.
한강진역 일대는 지난 8월 말 전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인 꼼데가르송(Comme des Gar ons)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입점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꼼데가르송은 아방가르드 패션의 대표 브랜드로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플래그십 스토어는 패션, 향수, 아트, 카페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1층에 자리한 유기농 카페 로즈 베이커리는 미식가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힙(hip) 플레이스로 꼽히고 있다.
꼼데가르송 길, 고소득자의 힙 플레이스
트렌드 세터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꼼데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가 자리하고 있는 한강진역 일대가 새로운 이태원 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명 ‘꼼데가르송 길’이라 일컬어지며 한강진역부터 제일기획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이 신흥 상권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꼼데가르송이 이슈가 되기 전부터 이미 이 지역은 엣지있는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차례로 입점해 외식고객을 유도하고 있었다. SPC그룹에서 운영 중인 고급 디저트 카페&레스토랑 패션 5(2007년 10월), 스타셰프 에드워드 권의 더 스파이스(2010년 5월), 한국야쿠르트에서 최근에 선보인 초콜릿 디저트 카페 코코브루니(2010년 11월), 비 키친(2010년 8월) 등이 대표적인 곳들이다. 기존 이태원 상권이라 불리는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사이에 즐비한 레스토랑과 비교해 하이 콘셉트를 지향하는 레스토랑들이 자리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대형 공연장, 한남뉴타운 등 탄탄한 배후세력
꼼데가르송 길 일대는 매력적인 배후 세력이 형성돼있다. 2015년부터 약 1965세대가 입주 예정인 보광동 한남뉴타운을 비롯해 내년 초 완공 예정인 대형 공연장, 리움미술관, IP부티크 호텔 등 인근 지역주민부터 관광·관람객까지 다양한 잠재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우디, BMW 등과 같은 수입 명차 매장 등이 자리하고 있어 소비력이 강한 고소득자들을 모객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다.
특히 공연장은 그간 국내외 유명가수의 수퍼콘서트를 주관해 온 현대카드에서 기획한 대형 공연장으로 완공과 함께 수많은 유동인구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공연장 역시 꼼데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꼼데가르송의 디자이너 레이 카와쿠보가 건축 디자인까지 총괄 기획함)와 유사하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 니시자와 류에가 건축 디자인을 도맡고 있어 더욱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타깃·입지 제한적, 상권 발달에 걸림돌
꼼데가르송 길이 핫 플레이스로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트렌드에도 민감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레스토랑 사업이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고급 레스토랑의 경우 가격적인 부담감이 높아 타깃층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또한 평일 매출에 비해 주말 매출 의존도가 높은 점도 취약점이다.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단계지만 이미 점포비가 2배 이상 상승한 터라 초기 투자비의 부담도 만만치 않고 주차 공간도 현재로서는 미흡한 상태다. 일부 레스토랑은 자체 주차 공간이나 주차 대행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 역시 향후 늘어나는 외식소비자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꼼데가르송 길이 향후 가로수길이나 청담동 일대와 같은 고급 외식 상권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고는 있지만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입점할 수 있는 건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대중적인 콘셉트의 캐주얼 레스토랑이나 카페보다는 국내에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글로벌 브랜드로서 로열티가 높은 레스토랑이나 고급 콘셉트의 레스토랑으로 차별화 하는 것이 성공의 키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평이다.
▶Tip
꼼데가르송 입점으로 상권으로서의 가치가 급상승 중인 한강진역 일대는 3.3㎡(1평) 기준 평균 매매가가 1년전과 비교해 약 2배 정도 상승한 7000만~8000만원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음식점의 평균 임대 시세도 껑충 올랐다. 66㎡(20평) 기준 권리금 1억5000만원, 보증금 3500만~4000만원, 월 임대료 200만~3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남아있는 매물이 많지 않다. 이에 더해 내년에는 권리금이 3억원 정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점포비 부담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꼼데가르송 길의 핫플레이스
꼼데가르송 길에 들어서 있는 레스토랑 및 카페의 주요 특징은 고급화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맛과 품질에 민감한 미식가나 디자인 등의 콘셉트를 유심히 살피는 트렌드 세터들을 겨냥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고급화를 꾀한 것이다.
◆ 로즈베이커리
꼼데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위치한 로즈 베이커리는 런던, 파리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한국에 처음으로 상륙한 유기농 베이커리숍이다. 런던 스타일의 라따뚜이, 치즈스콘 등과 같은 가벼운 식사와 캐러멜타르트, 캐롯케이크 등 디저트가 주 메뉴이며 유기농 버섯, 가지, 브로콜리 등의 토핑이 올라간 1인용 피자도 선보이고 있다.
문의 02-790-7225 / 메뉴 로즈베이커리 피자와 두 종류 샐러드(1만5000원), 캐롯케이크(8000원), 캐러멜타르트(9000원)
◆비트윈
모던 라운지 바를 추구하는 비트윈은 1~3층에 걸쳐 다양한 콘셉트의 식공간을 구성했다. 1층에서는 식사 및 주류를 즐길 수 있으며, 2~3층은 프라이빗 파티를 위한 대여 공간으로 마련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이태원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발레파킹 서비스로 고객 편의를 고려했다.
문의 02-795-6164 / 메뉴 버섯, 베이컨, 파마산 치즈를 곁들인 크림스파게티(1만7000원), 블랙 올리브 소스의 비트윈 수제 생면 딸리아텔레(2만3000원)
◆더 스파이스
런치 코스 3만원대, 디너 코스 5만원대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레스토랑으로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이 운영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맛이나 품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곳이기도 하지만 오너셰프 레스토랑으로서 끊임없는 관심을 얻고 있는 곳이다.
문의 02-749-2596 / 메뉴 런치코스(3만원대), 디너코스(5만원대)
◆ 비 키친
건축가 유이화, 패션디자이너 박수우 부부가 운영하는 아트숍 비-숍(b-shop)에는 오가닉 레스토랑 비 키친(b-kitchen)이 자리하고 있다. 꽁치 파스타, 갈비찜, 전복닭칼국수, 낙지 타파스 등 한국 식재료와 서양식 조리법을 접목한 유기농 요리들을 선보인다. 1940년대 지은 가옥의 구조를 변형 없이 그대로 활용한 흥미로운 공간 연출이 특징.
문의 02-3445-4511 / 메뉴 런치스페셜 (2만8000원), 디너세트(6만5000원)
◆ 교토푸
전 제품을 유기농 재료로 만든다. 두부를 테마로 한 디저트와 세이보리(가벼운 식사) 메뉴가 엣지있는 카페. 콩, 현미, 미소, 말차, 고추냉이 등의 재료를 사용해 만든 일본식 디저트를 표방하며 그 중 두부 푸딩 위에 쿠로(흙설탕)시럽을 곁들여 낸 시그니처 스위트 토푸가 인기 메뉴다.
문의 02-749-1488 / 메뉴 시그니처 스위트 토푸(9000원), 가이세키 셰프 디저트 셀렉션(1만9000원)
이태원역~녹사평역
다양한 음식점들 혼재
이태원 상권을 대표하는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사이 외식상권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외국인들이 많아 중동, 동남아시아,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요리들을 맛볼 수 있는 점이 매력인 이태원은 소박한 분위기의 캐주얼한 레스토랑들이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다. 새로 생겨난 레스토랑 역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수제버거, 샌드위치 등 객단가 1만~2만원을 넘지 않는 대중적인 콘셉트가 대부분이다.
운영한 지 10년이 되는 프랑스 요리 전문점 르쌩텍스는 이태원 맛집을 대표하는 곳으로 작지만 내공 있는 레스토랑으로 손꼽힌다. 르쌩텍스의 벤자민 주아노 대표는 “이태원 지역은 개성있고 훌륭한 레스토랑들이 있는 지역으로 손꼽히지만 최근들어 우후죽순 생겨난 곳들이 많아 몰개성화가 우려되고 있다”며 “이 가운데 장기적으로 음식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맛과 품질 그리고 세심한 고객 서비스가 바탕이 된 장인정신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내외국인 고객 고루 형성, 레스토랑도 다채로워
1970년대 용산에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 이태원 일대는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웨스턴 펍과 유흥업소들이 주를 이뤘다. 1980~1990년대 상권으로서 최고정점에 달할 당시에는 내국인은 출입이 불가능한 외국인전용업소도 제법 많았다. 2004년 이후 미군부대가 오산, 평택 등지로 이전하면서 외국인 고객수는 감소한 반면 내국인 고객수는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브런치 레스토랑, 다양한 음식점 및 카페들이 생겨났다. 미군 등 몸집이 큰 외국인을 위한 큰옷 전문점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20~30대 여성 고객을 위한 보세의류숍과 액세서리숍들이 증가함에 따라 내국인들의 유입도 많아진 것. 또한 최근에는 일본, 중국인 관광객들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레스토랑과 상가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소방도로 정비사업, 상권 업그레이드 기대
이태원역부터 녹사평역, 더 나아가 경리단길에 이르는 이태원 상권에는 수제버거전문점, 브런치 카페, 웨스턴 펍, 클럽, 아시안 퀴진 등 다채로운 먹을거리가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태원을 찾는 외식 소비자도 레스토랑 선택의 폭이 넓고, 이국적인 곳들이 많아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반면에 보광동 방면 이면도로의 경우, 낡고 영세한 상가들로 이뤄져 있어 이태원 상권이 활성화되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올해 이 일대의 대대적인 소방도로 재정비 사업이 진행되면서 향후 새로운 레스토랑과 카페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 잘 되는 곳 어디??
쪾명품 수제버거 전문점 ‘비스트로 코너’ 직접 훈제한 패티와 립으로 품질 좋은 버거와 립 메뉴를 제공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곳으로 녹사평역 근처 언덕의 외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입소문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쪾라운지 바 ‘뮤(MU:)’ 해밀턴 호텔 뒤 편에 위치한 뮤(MU:)는 1층에는 빈티지숍, 2층은 레스토랑 겸 와인바, 3~4층은 라운지바로 운영 중인 멀티 플레이스로 최근 이태원 상권 내 가장 인기있는 곳 중 하나다.
▶Tip
꼼데가르송 길이 1년 사이 임대 시세가 2배 가까이 올라간 것과 달리 기존 이태원 상권인 이태원역~녹사평역 사이 임대 시세는 대동소이하다.
165㎡(50평) 기준 권리금 1억~3억원, 보증금 1억원, 월 임대료 400만~500만원 사이가 평균 점포비로 새로 지은 상가 건물이 적고, 기존에 레스토랑으로 운영하던 곳이거나 가정집을 개조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