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촌은 ‘꿈의 공간’이고 저희는 친형제나 다름없죠
민속촌 / 황의남 대표이사·김범철 상무이사

「민속촌」의 황의남 대표와 김범철 상무는 왠지 모르게 닮아있다. 외모보다는 마음에서 배어 나오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차곡차곡 채워져 본인들도 모르는 새 비슷해진 느낌이다. 아마도 함께 한 많은 시간들이 만들어 낸 신의의 결과물이 아닐까.
글/이지연 기자 praise@foodbank.co.kr, 사진/이종호 기자


둘도 없는 ‘호형호제’ 가 되다
민속촌의 황의남 대표와 김범철 상무는 1993년 민속촌 도청점 개점부터 한솥밥을 먹게 됐다. 어느새 햇수로 19년째니 두 사람 사이에 두터운 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초창기에는 한집에서 합숙하며 지냈던 시간이 있어서 더욱 각별하다. 그래서일까, 황의남 대표는 김범철 상무를 친동생과 진배없다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일로 만났지만 지금은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가 됐지요. 그래서 좋은 일보다는 힘든 일을 더 많이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멘토로서 지혜를 주는 것이 저의 바람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김범철 상무다. 그래서 김범철 상무는 마음속에 담아뒀던 고마움을 유독 많이 표현했다.
“민속촌에 장기근속자가 많은 이유가 바로 대표님 때문이에요. 직원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아시죠. 늘 조그마한 어려움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해결해주려고 노력하십니다. 무엇보다 빈말이 없는 분이죠. 무엇이든 진심으로 대하시니 지금껏 신뢰하며 따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두 사람이 함께 일궈낸 민속촌은 도청점과 충장점에 이어 최근 상무점을 오픈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과(過)는 자기 자신에게 공(功)은 직원들에게
두 사람이 닮은 것은 이미지뿐만이 아니다. 과(過)는 본인이 안고 공(功)은 아랫사람들에게 돌리는 겸손한 리더십 역시 빼닮았다.
“처음 김 상무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의 심성이 느껴졌습니다. 매우 긍정적이고 아집이 없는 성격이지요. 흔히 주방에 근무하는 조리사들에게는 ‘곤조’가 있다고들 하는데, 김 상무의 쓴 소리는 허투루 하는 말들이 없었어요. 그저 있는 그대로 솔직한 사람이죠.”
황 대표는 김 상무의 그런 성품이 가장 좋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대표의 잘못된 점을 가감 없이 지적할 줄 아는 용기와 솔직함, 또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수긍하는 겸손함이 지금의 김 상무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김 상무의 이러한 품성은 늘 솔선수범하는 황 대표의 리더십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아침 일찍 시장을 보는 것에서부터 카운터를 보는 일, 손님들에게 문을 열고 환대하는 일, 음식을 챙겨 서빙하고 중간 점검하는 일, 명함을 드리고 배웅하는 일 등 현장에서의 모든 업무를 본인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황의남 대표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직접 뛰어다니며 경험해봐야 직원들이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느낄 수 있고, 손님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두 사람은 외식업의 특성상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절제하고 행동이나 말에 실수가 없도록 주의한다. 관리자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솔선수범이기 때문이다. 솔선수범이야말로 세대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키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은다.
한편 황 대표가 솔선수범과 함께 가장 중요시 하는 경영철학 중 하나는 바로 나눔이다. 민속촌의 직원들이 본인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많은 것을 누리며 사는 것이 그의 꿈이다. 덕분에 상무점의 성공은 오랜 기간 함께 고생해 온 직원들에게 그 공이 고스란히 돌아갔다.
“상무점을 준비하면서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에게 투자금을 거둬 경영에 참여하도록 했어요. 자연스럽게 주인의식을 심어줄 수 있고 참여경영을 통해 누구나 오너가 될 수 있죠. 무엇보다 상무점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정말 잘 될 때 참여경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우리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나눠줄 수 있으니까요.”
직원들에 대한 아낌없는 나눔은 투자 배당금뿐만이 아니다. 황 대표는 올해 장기근속자들을 위한 표창으로 고급 승용차를 선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만 시키고 더 많이 잘해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는 황의남 대표의 말이 지켜보는 사람까지도 훈훈하게 만든다.

서로에게 스승이 되어주다
김범철 상무가 직원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황 대표에게 배웠다면 황 대표는 주방과 음식에 관한 모든 것을 그에게 배웠다. 오랜 시간 두 사람은 서로의 스승이 되어 준 셈이다.
“음식점 운영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제가 민속촌을 지금까지 이끌어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제 독학에 남몰래 스승이 되어 준 김 상무의 역할이 컸지요. 주방 프로세스며 식자재 고르는 법, 칼질하는 법까지도 김 상무에게 하나하나 배웠죠.”
전국의 유명한 음식점을 다니며 함께 공부하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두 사람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요즘은 전국에서 민속촌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외식업 경영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두 사람은 일주일에 한번 반드시 메뉴품평회를 진행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특히 영업이 잘된다고 해서 늘 제자리인 똑같은 맛을 고집하기보다는 맛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관리자급 모임도 한 몫 한다. 직원들의 고향에서 나는 토속 식재료를 직접 구매해 다양한 요리들을 만들어 먹어보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한번은 사장님께서 저에게 서울의 유명한 냉면전문점에서 일주일 동안 허드렛일을 하며 냉면을 배워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당시엔 자존심도 상하고 참 섭섭했는데 막상 서울에 가서 보니 새로운 세계가 있더라고요. 설거지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그것들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두 사람이 하나부터 열까지 몸소 만들어 낸 시너지는 민속촌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금 광주 최고의 맛집으로 손꼽히는 민속촌의 역사는 이러한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안에서만 머물러 있으면 발전이 없지요. 전국을 다니며 보았던 많은 과정들이 식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릅니다. 다른 시스템과 환경 속에서 배우고 느끼는 일은 생각하고 보는 시각을 다르게 만들죠. 그야말로 넓게 보고 깊게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배움과 노력인 것 같습니다.”

자식 같은 민속촌, 훌륭하게 키울 터
민속촌 상무점의 성공에는 황 대표가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상무점 오픈을 준비하면서 입지선정부터 자료수집을 철저히 했어요. 광주는 현재 정치, 경제, 사회 이동이 서구로 몰리고 있어요. 대규모 택지개발 호재와 사통팔달 교통이 편리한 점 등을 바탕으로 현재보다 미래에 더 활성화 될 지역이죠. 눈앞의 이익보다는 발전가능성을 높게 점친 것이 지금의 성공을 가져온 것 같아요.”
그의 정확한 판단력은 적중했고 황 대표를 신뢰하고 따른 직원들 모두 상무점의 성공을 함께 기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민속촌의 의미를 다시금 물어보았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황 대표는 민속촌은 한마디로 자식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하나의 식당을 오픈해 키우는 과정은 자식농사와 비슷해요. 잘 낳아서 잘 기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죠. 좋은 조건에서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민속촌을 훌륭하게 만들어 식당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으로 키우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단순히 밥을 먹는 공간이 아니라 직원들과 손님들이 꿈을 이야기하고 생산해내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일까 김범철 상무는 민속촌은 오랫동안 간직한 꿈을 이뤄가는 터전이라고 답했다.
“민속촌이 더 크게 성장해 더 많은 직원들이 꿈을 꾸고 또 그 꿈이 실현되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대표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누구나 오너가 될 수 있는 꿈의 공간이 될 거라 믿어요. 그때까지 대표님과 함께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나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