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준 인재 키우는 설탕공예 아카데미 설립하고 싶어요”

독일에서 열린 ‘2012세계요리올림픽대회(IKA Culinary Olympic)’에서 국내 참가자들의 선전이 눈에 띈 가운데 가장 주목 받은 이가 있다. 쟁쟁한 실력의 세계 프로 요리사들과 겨뤄 대학생 신분으로는 대회 최초이자 최연소로 금·은메달을 동시 수상한 이관우 씨가 그 주인공이다. 스물다섯, 한창 무언가를 배우고 자신의 꿈을 고민할 나이에 세계 일등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를 직접 만났다.
글•이지연 기자 praise@foodbank.co.kr / 사진•이종호 팀장

뒤늦게 배운 설탕공예로 세계 일등이 되다
이관우 씨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천안의 한 요리아카데미였다. 그의 어머니 임금란 원장이 15년 째 운영하는 곳이자 그가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육장소다. 인터뷰와 함께 갑작스럽게 표지촬영에 쓰일 설탕공예 작품을 요청한 덕분에(?) 밤샘작업으로 수척해진 얼굴이었지만 밝은 미소와 경쾌한 목소리로 큰 대회를 마친 소감을 담담하게 풀어놨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나요. 경험삼아 나가보자 생각하고 출전했던 대회였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얼떨떨합니다. 한편으론 어깨가 더 무겁기도 하고요.”
그가 이번에 출전한 IKA 세계요리올림픽은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로 WACS(세계조리사연맹)에서 승인된 국제요리대회 중 규모와 전통 면에서 단연 최고로 손꼽힌다. 올해는 전 세계 50개국 1600여 명의 조리사가 참여했으며 한국은 종합 13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둬 큰 이슈가 되었다.
이관우 씨는 첫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카테고리 C 제과부문 설탕공예 금메달을, 카테고리 D 디저트 부문 은메달을 수상하는 쾌거를 낳았다. 특히 그가 본격적으로 설탕공예를 배운 지 이제 겨우 3년 남짓이라는 사실은 반전 그 자체였다.
“원래 건축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제가 다니던 학교의 기능반이 폐지되면서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죠. 어머니가 오랜 기간 이 일을 해오셨지만 처음에 저는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설탕공예를 접하게 됐고, 신기하게도 하면 할수록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요리 그랜드슬램 달성 후 최종 꿈은 좋은 지도자 되는 것
타고난 손재주 덕분에 숨은 기량을 맘껏 펼치고 있는 이관우 씨는 앞으로도 국제무대를 바탕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실력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목표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2014년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요리월드컵에서 수상하는 거예요. 이미 국제대회 2곳에서 상을 받았으니 소위 말하는 3대 세계요리대회에서 그랜드 슬램을 꼭 달성하고 싶어요.”
한편 뒤늦게 찾은 꿈 덕분에 현재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이관우 씨는 학생임과 동시에 열정적인 교육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도할 때는 좀 쌀쌀맞고 엄격한 편이에요. 좋은 교육자가 되려면 연습을 도와주는 역할에서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도록, 또 실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니까요.”
그는 본인이 지도한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먼 미래에는 외국에서도 유학 올만큼 명성있는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뛰어난 테크닉을 배울 수 있도록 좋은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일본이나 유럽 등으로 유학가지 않고서도 이 분야의 인재들이 많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저의 최종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부터 꾸준히 실력을 쌓아야겠죠. 언제나 명분이 있으려면 실력은 기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