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산업이 전문화·다양화되면서 기업 내 자체 법무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제반비용에 대한 부담이나 여러 가지 문제로 내부 인력 구성이 쉽진 않지만 최근에는 그 중요성을 인식, 중소 외식기업에서도 점차 확산 되는 추세다. 기업을 위해, 소비자를 위해, 그리고 외식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법대로 사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최근 기업 내 자체 법무팀을 꾸리는 외식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외주로 관련 업무를 처리할 때보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외식기업 법무팀의 가장 큰 공통업무는 분쟁예방 및 대응, 그리고 해결업무다. 분쟁 발생 시 사안을 분석해 경중에 따라 자체 해결하거나, 혹은 최소비용으로 해결하는 송무업무를 통해 경영의 안정화를 도모한다.
상시적인 업무로는 계약서 검토 및 양식과 절차에 대한 개선·관리업무를 들 수 있다. 각종 계약서를 검토해 계약상 위험 요소는 최소화하고,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 계약 체결에 있어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토한다.
외식업계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리 역시 법무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회사의 특허나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을 출원하고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몫이다.
마지막은 가맹사업법에 따른 공정거래 관련 교육업무다. 회사 직원들에게 가맹사업공정화에 관한 내용의 교육을 진행, 조직원 전체가 기본적인 법률지식을 숙지하고, 가맹사업에 대한 준법의식과 공정거래의식을 고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외식업계에서 법무팀의 역할과 그에 따른 영향력이 매우 크고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분쟁 예방 및 해결 업무의 경우 기업의 존속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그 해의 매출을 좌우할 수도 있다”며 “법무팀은 단순 지원부서가 아닌 핵심부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팀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는 외식기업 3곳의 법무 담당자를 만나 팀의 주요 역할, 그리고 법무팀 운용으로 인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중장기적인 이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앤원(주) 법무팀 차장 김동진

“기업의 잠재적 손해 줄이는 중요한 역할 맡아”

원앤원(주)은 지난 2007년 별도의 법무법인을 구성한 데 이어 2010년부터 전략경영실 산하 조직으로 법무팀을 꾸려 관련 업무를 내부적으로 전담해왔다.
원앤원 법무팀의 김동진 차장을 만나 법무팀이 하는 일과 국내 외식업계의 발전을 위한
법적 자문을 들어보았다.
글•설현진 기자 hjseol@foodbank.co.kr / 사진•이종호 팀장

“사내 법무팀이 하는 주된 업무는 직접적인 분쟁처리보다는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요소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잠재적 손해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원앤원(주)은 가맹사업의 확장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 못지않게 위기관리를 통한 기업의 잠재적 손실을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정보공개서 제도 시행에 따라 자체 법무팀을 꾸려 법적 대응과 관련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김동진 차장은 팀 개설 초기부터 근 5년 넘게 원앤원의 법무팀에서 근무하며 외식업계의 주요 법률 관련 업무를 도맡아 왔다. 그는 “최근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가맹사업과 관련한 분쟁부터 상표권 침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대부분의 외식기업들이 규모가 작다보니 법률적인 사건 발생 후 사후 처리에 급급한 경우가 많은데, 자칫 작은 불씨 하나로 기업과 가맹점 전체가 휘청거리는 경우도 발생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서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법적 자문을 통한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차장은 자체 법무팀을 운영할 때의 장점으로 회사의 내부적 여건과 브랜드 환경을 잘 이해함으로써 즉각적이고 실무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기업 내부에 전문지식을 가진 법무팀이 있는 경우 리스크가 될 만한 요소를 사전에 검토해 문제의 소지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잠재적 손해비용을 줄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그는 “외부의 법무법인에 자문을 받게 되면 원론적인 조언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조직 내 법무팀을 두면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깊어 보다 실무적인 방안 마련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앤원에서는 신규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별도의 법률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가맹사업법과 관련한 내용뿐만 아니라 가맹점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률적 문제들을 짚어주는 것으로 임대차 계약, 외국인 근로자 고용문제, 토지 및 지역 분쟁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줌으로써 가맹점주의 이해를 돕고 있다. 원앤원 법무팀에서는 본사 업무 외에도 이처럼 가맹점이 당면한 다양한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조언과 자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합니다.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라면 최소한의 도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적 재산권 보호’, ‘가맹사업법’, ‘공정거래법’ 만큼은 반드시 알아둬야 합니다.”

(주)채선당 법무팀 과장 박수영
분쟁 예방하는 설득과 중재의 마법사

“외식산업에 있어서 법을 말할 때 늘 산업의 특수성을 먼저 언급하게 됩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상대적 강자의 위치에 있다는 사회적 인식, 그리고 소비자에게는 늘 ‘을(乙)’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있습니다. 외식기업에서 ‘외식을 아주 잘 아는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주)채선당 법무팀의 박수영 과장은 지난해 1월 입사해 채선당의 법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양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유명 법무법인에서 법무실장을 지내는 등 평범한 변호사로서 커리어를 쌓던 그는, 평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외식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가맹거래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수영 과장이 1년 남짓 채선당에서 경험하며 느낀점은 외식업계에는 예측가능한 일과 예측불가능한 일 모두 다양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외식산업에서는 다양한 분쟁사안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돕는 것 외에도 넓게는 가맹점의 피해예방, 그리고 소비자 피해보상에 대한 가이드라인 생성 등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기업의 윤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법이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한 이미지에 비해 그의 업무 방식은 집안 구석구석을 꼼꼼히 돌보는 살림꾼에 가깝다. 일의 경중을 떠나 문제가 불거졌을 때 냉정하게 “법대로 합시다”가 아닌, 진심어린 공감이나 따끔한 충고 등을 통해 중재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선행하는 것도 이 같은 그의 스타일에 기인한다.
“분쟁에 있어서 100%의 과실은 없습니다. 양쪽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인간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설득이 필요합니다. 빠른 판단으로 고객의 피해는 적극적으로 보상하되, 기업의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죠. 그게 제가 생각하는 법무팀의 소임입니다.”
박수영 과장은 향후 소속된 기업의 발전은 물론,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소명의식도 갖고 있다. “가맹사업법 관련 많은 논쟁이 있습니다. 필요성이 있는 부분도 있지만 너무나 거시적, 사전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법은 제도를 제대로 활용했을 때는 산업의 발전을 가져오지만 아닐 때는 후퇴를 가져올 수도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업계의 규제나 제도에 있어서 실무와 현장을 모두 아는 사람이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을까요? 외식업계에 법무팀이 더욱 많이 생겨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리치푸드(주) 인사총무팀 차장 김재우
위기에 더욱 빛나는 전천후 ‘미들맨’ 야구에서 ‘미들맨’은 선발투수처럼 승부 전면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선발투수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 경기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리치푸드(주)에도 이와 같은 미들맨의 운명을 타고 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인사총무팀 김재우 차장이다. 법무업무를 전담하고 있지만 소속은 인사총무팀이라는 사실에서 김 차장의 미들맨 운명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글•이정연 기자 jylee@foodbank.co.kr / 사진•이종호 팀장

「피쉬앤그릴」, 「짚동가리 쌩주」, 「치르치르」, 「히토기라쿠」 등 굵직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리치푸드(주)는 2008년 가맹사업법 개정을 계기로 기업 내에 법무업무를 전담할 직원을 별도로 채용했다. 그때 채용한 법무 담당자가 바로 김재우 차장이다. 큰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외부 고문 변호사가 제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김 차장은 지적재산권 관리나 간단한 소송, 그리고 위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차단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법적 분쟁이나 사고가 항상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예방하는 일이 저의 주된 업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의 일은 매뉴얼을 만들거나 교육을 통해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김 차장이 입사한 첫 해는 가맹사업법의 대폭적인 개정으로 프랜차이즈 업계가 떠들썩했던 때였다. 이전에는 법무인력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본사가 별도의 법무전담직원을 채용한 것도 바로 그 때문. 김 차장이 입사해 가장 먼저 한 것 역시 가맹사업법 개정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드는 일이었으며, 최근에는 ‘음식점 전면 금연제’ 시행에 대한 매뉴얼을 만드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입사 후 5년 동안 많은 일을 처리했지만 김 차장이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가맹점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다. 모든 사례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법과 관련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본사의 최종 목표는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있으므로 본사의 경영 원칙에 위배되는 가맹점이 있을 경우 부득이하게 가맹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도 김 차장의 주 업무 중 하나다. 이처럼 하는 일은 막강하지만 외식업계에서 기업 내에 법무전담 직원을 별도로 채용하는 곳은 극히 일부에 가깝다. 하지만 법적 지식 없이 법무 관련 업무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외식업계의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는 만큼 법무 인력에 대한 외식업계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김 차장의 생각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말씀 중에 ‘인간의 모든 제도는 어느 한 면에서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세상의 어떤 법이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외식업계에 적용되는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악법이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테고, 그 방법을 신속하게 찾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일이 저의 역할이자 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