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먹을 건 귀찮아서 밥도 잘 안 해 먹는데, 친구들이 놀러오거나 손님들이 오면 즐겁게 요리를 합니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또 맛있다는 얘길 듣는 게 너무 좋거든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자그마한 심야식당을 운영하는 젊은 오너 셰프 채낙영 씨의 말이다. 채 셰프는 지난 2010년 건대 인근에서 파스타에 소주 먹는 트럭 포장마차를 선보이며 일명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다한) 요리를 선보이는 거리의 셰프’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2009년 대구보건대 호텔조리과를 졸업한 그는 2010년까지 짧은 기간에 참 많은 일을 경험했다. 호주에서 반년동안 호텔 레스토랑에서 주방 청소도 했고,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력이 없다고 무시 받으며 참가자 중 다섯 번째로 탈락하기도 했다. 이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요리 수업을 받으며 실력을 키워갔지만 자신만의 요리를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그는 결국 2개월 만에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포장마차를 개업했다.

“부족한 점이 많은 만큼 배움에 대한 욕구도 컸지만 보조만 하는 요리가 즐겁지는 않더군요. 나 잘났다, 내가 최고다라고 외치듯 어렵고 테크닉이 풍부한 요리가 아닌 그냥 즐겁고 재미난 요리, 먹는 사람이 행복해 하는 나만의 요리를 만들고 싶었죠.”

철부지 소년처럼 마음 내키는 대로 두려움 없이 즉시 실행에 옮긴 그가 포차를 선택한 것은 사실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철없는 그를 보고 선배 요리사가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던진 “너 그럴 거면 차라리 포장마차나 해”라는 말을 듣고 “어 그것도 괜찮겠네”란 생각에 덥석 일부터 저지르고 본 것이다.

하지만 포장마차에서 소주와 함께 즐기는 ‘제육 푸실리 파스타’나 ‘커리 크림 파스타’와 같은 듣도 보도 못한 그의 개성 넘치는 요리가 입소문을 타며 방송에도 소개가 되는 등 세간의 화제가 됐고, 덕분에 그는 건대 인근에 자그마한 매장을 오픈할 수 있었다.

‘요리연구소 소년상회’라는 문구가 새겨진 빨간 어닝간판을 내건 이곳은 채 셰프가 만들고 싶은 다양한 요리들을 마음껏 실험해보고 펼쳐 보이는 그만의 레스토랑이다. 시골에 가면 모든 것이 다 있는 ‘상회’처럼 그저 즐겁게 요리하며 자신의 모든 요리를 펼쳐 보이겠다는 소년의 마음으로 ‘소년상회’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이곳에서는 소주와 여러 술을 조합한 이색 주류를 비롯해 매달 고정 메뉴가 아닌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양식과 한식을 접목한 국적불명의 퓨전요리를 선보인다.

“레스토랑하면 다소 무겁고 또 마음먹고 들어가야 하는 이미지가 강한데 늦은 밤에도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 소년상회는 그냥 지나가다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심야식당으로 고객과 주인 너나 할 것 없이 왁자지껄하게 즐기면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소년상회를 프랜차이즈화 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일식을 선보이는 소년상회, 중식을 선보이는 소년상회 등 저마다의 다양한 개성을 가진 소년상회를 곳곳에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현재 소년상회는 상수점과 건대점 두 곳이 있다. 상수점은 채 셰프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캐주얼 주점으로, 요리에 포커스를 맞춘 건대점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주인과 고객이 함께 음식으로 소통하고 어우러지는 소년상회 특유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한편 소년상회를 통해 자신의 요리세계를 당당히 오픈한 채낙영 셰프는 고객들에게도 당당히 열린 마음을 주문한다.

“고객들도 셰프와 레스토랑에 대한 고정관념을 좀 깼으면 좋겠어요. 셰프는 단순히 요리를 해주는 사람이고 고객은 요리를 먹는 사람이라고 구분하지 말고 그냥 함께 어울려 음식을 나누며 소통하는 그런 소년상회가 전국에 더욱 많아지기를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