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영입으로 변화의 발판 마련

“조직환경 개선 통해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것”  

오븐치킨의 대명사 「굽네치킨」이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칼을 뽑아들었다. 급격한 성장, 정점, 그리고 정체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전문경영인이라는 새로운 피를 수혈한 것이다. 지난 1월 지엔푸드의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한 김주형 상임고문은 쉽지 않은 자리의 첫 단추를 ‘신뢰’로 끼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 김성은 기자 fresh017@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중소기업을 넘어 중견기업을 바라보다 

연매출 800억 원, 870여 개의 가맹점, 100여 명의 본사 임직원, 정점을 찍은 후 정체기에 접어든 브랜드 성장세. 오븐구이치킨의 리딩 브랜드로 평가받는 「굽네치킨」의 2014년 현재 객관적인 지표다. 

지난 2005년 론칭해 오븐구이 치킨시장을 선도한 굽네치킨은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보증금, 교육비, 로열티, 가맹비를 받지 않는 4무(無)정책으로 대변되는 가맹점 위주의 영업방침으로 본사와 가맹점 간 선순환 구조를 구축,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외식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경기불황과 더불어 수많은 경쟁 브랜드 난립, 고객니즈의 다변화로 인해 굽네치킨의 성장은 다소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설립 10주년을 앞둔 (주)지엔푸드의 홍경호 대표가 중소기업을 넘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자 연초부터 새롭게 뽑아든 칼은 바로 전문경영인의 영입이다. 

지엔푸드는 대기업의 조직운영과 업무역량 강화 경험을 갖고 있는 김주형 상임고문을 실질적인 CEO 역할로 선임, 지엔푸드의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30년 경영전문가 생면부지 치킨과의 만남

“사실 두세 달 전만해도 치킨브랜드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굽네치킨도 한 번쯤 들어본 브랜드 정도였죠. 지금은 두 달 동안 평생 먹을 치킨을 다 먹어본 것 같네요(웃음).”

지난 1월 지엔푸드의 상임고문으로 선임된 김주형 고문은 CJ제일제당, CJ오쇼핑, CGV 등 식품분야,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비즈니스, 온라인 영역까지 다양한 분야의 임원 및 대표이사직을 수행한 경영전문가다. 그가 굽네치킨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브랜드에 대한 사전정보는 다소 미약했다. 

“외부인이 객관적으로 브랜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성장지표뿐입니다. 굽네치킨은 짧은 시간 동안 매우 가파르게 성장해왔더군요. 조직원들의 열정과 선도 브랜드의 이점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빠르게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업은 영속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속 성장을 해야하는데 급성장한 조직일수록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홍경호 대표님을 처음 만났을 때 그 문제의식에 전문경영인으로서 공감할 수 있었죠.”

김주형 고문은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이 다소 생소했지만 그래서 더욱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업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 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굽네치킨과의 연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오너의 경영철학에서 비롯한 기업문화 존중 

김주형 고문이 굽네치킨의 손을 맞잡은 것은 비전이 통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김 고문은 무엇보다 홍경호 대표의 경영철학에서 비롯한 기업문화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대표님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선입견이 깨졌다고 할까요. 많은 중소외식기업이 개인업소 창업을 시작으로 기업화된 만큼 오너중심의 회사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굽네치킨에 와보니 대표님의 직원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남다르더군요.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굳이 이분법화 할 필요가 없는 이곳만의 기업문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전문경영인으로 온다면 무엇을 ‘바꿔야겠다’가 아니라 시너지를 내는 것이 제몫이라는 판단이 들었죠. 경영 관련 일을 30년쯤 하게 되면 돈, 명예, 권위 등 그 어떤 것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굽네치킨에서 일하면 보람이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김 고문이 홍경호 대표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직원들에 대한 기다림이었다. 성과나 결과에 대한 다그침 없이 신뢰를 가지고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는 오너라면 기업의 미래를 함께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기업 조직문화가 익숙한 김주형 고문은 의외로 대기업 역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대기업은 내부 원칙에 따른 프로세스가 세분화된 만큼 소위 ‘일이 일을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반대로 오너위주 중소기업의 경우 시의를 다투는 일에 있어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김 고문은 자신의 경험과 굽네치킨의 기업문화를 융합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변화의 첫 단추는 ‘신뢰’ 얻기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앞두고 영입한 경영고문에 대한 기대치는 적지 않을 터. 그 무게감에 무리하게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대다수 전문경영인들의 패착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 고문은 변화에 있어 기업 고유의 문화를 존중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굽네치킨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그 중추 역할을 하기 위해 온 것이고요. 하지만 굽네치킨이 현재의 시스템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뤄냈다는 것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제가 의욕만 넘쳐 무작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조직원들과의 융화를 위해서는 첫 단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 첫 단추가 바로 조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새로운 변화를 제시했을 때 직원들이 이를 터부시하지 않고 발전적인 비전제시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이 신뢰 쌓기를 위해 그는 현장업무를 파악하고 각 부서의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고문은 첫 단추를 조심스럽게 끼우는 와중에 분명한 목표의식을 설정했다. 빠르게 성장한 조직인 만큼 추스르고 가야할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보고 특히 조직력, 직원의 개인능력, 인재육성 등 기초적인 부분을 다잡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치밀하고 촘촘하게 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조직력을 재점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것이 저의 주요 역할 중 하나라고 봅니다.” 

 

토론문화 장려해 배려와 이해의 조직력 강화

너털웃음을 지을 때 눈가에 깊게 패는 주름은 그가 ‘보스기질’의 CEO라기보다는 부드러운 스타일의 감성경영자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 챌 수 있게 한다. 실제로도 그는 부하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편이라고. 

하지만 그런 김 고문도 일에 있어서만큼은 엄격함이 앞서는 전형적인 CEO다. 경영은 ‘숫자’로 말한다는 기치 아래 수치상 단 하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 꼼꼼한 성격이 특징이다. 

“저는 숫자에 민감합니다. 경영은 긴 문장 필요 없이 숫자로만 말하면 되거든요. 그런 숫자에 하나라도 오류가 생기면 바로 임원들에게 날선 질문을 하곤 했죠. 업무영역에 있어서만큼은 원리원칙을 추구했으니, 결코 편한 상사는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웃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 하지만 명확한 성과를 동반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그가 향후 시도하려고 하는 것은 대기업 문화, 중소기업 문화의 택일이 아닌 굽네만의 새로운 기업문화 창출이다. 

“대기업은 완벽하게 백업(back-up)할 수 있는 조직 프로세스를 갖춘 것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이로인해 매니지먼트 차원의 문제점이 덜하고, 갑작스러운 인력 이동에도 대응이 쉽죠. 몇십 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도 전혀 흔들림 없는 조직 시스템이 구축돼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쉽지 않고, 리스크 역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단점이기도 합니다. 인적 구조조정에도 회사가 무탈하게 이어지는 것은 중소기업에서도 적용할만한 부분이지만, 반대로 개인의 역량은 묻히고 조직의 부품처럼 활용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봅니다.”

김 고문이 ‘첫 단추’를 잘 끼운 후 시도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바로 ‘토론문화’의 활성화다. 토론은 팀플레이가 중요한 기업에서 상호간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김 고문의 전언이다. 

“제일 나쁜 것은 ‘경청의 토론’입니다. 듣기만 할 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는 것이죠. 상명하복의 국내 조직문화에서는 어쩔 수 없는 토론방식이기도 합니다. 토론을 통해 동료를 이해하고 각자의 업무분야에서 배울 점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토론문화가 활발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겠지만,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과에 ‘연연하는’ 전문경영인 될 것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과 그에 따른 실행방안이 존재한다. 하지만 김주형 고문은 경영이 ‘정답’을 찾는 게임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힌다. 틀에 박힌 정답이 아닌 회사의 규모, 기업문화, 오너의 경영철학, 비전에 따라 맞춤형 프로세스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에게 성과주의에 연연하는 국내기업문화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단기적인 성과’와 ‘장기적인 성과’ 어느 것에 더욱 집중하겠냐는 우문(愚問)에 김 고문의 대답은 명쾌했다. 단기든, 장기든 성과에 대한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CEO의 책무라는 것.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무책임한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기적인 성과가 모여 장기적인 성과가 되는 것인데, 당장은 보여줄 것이 없다는 것도 경영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말이죠. 다만 개인의 명예를 위한 단기 성과에만 집착해 성과주의로 변질되는 것은 제가 가장 지양하는 방식입니다. 큰 그림과 더불어 그 큰 그림을 실행하기 위한 작은 그림부터 서서히 그려 나가야죠.” 

김 고문이 생각하는 단기적인 성과는 기존의 잘못된 관행, 관습 등의 개선이다. 이 개선작업이 먼저 이뤄지고 본격적인 시스템 변화가 동반돼야 장기적인 플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나무는 싹이 뿌리를 내리는 데만 5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튼튼하게 뿌리를 내린 후에는 하루에도 수십 센티 씩 자란다고 하죠. 우리 회사도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새로운 씨를 뿌렸습니다. 이제 위로 쭉쭉 뻗어나갈 일만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