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도약 앞둔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발로 뛰는 현장맨, 글로벌 시장 정복 꿈꾸다

 

(주)훌랄라의 김병갑 회장은 ‘청개구리 CEO’로 통한다. 수많은 회사들이 연이어 도산하던 IMF 시절 기업을 설립했고, 브랜드가 궤도에 오른 후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대규모 물류센터 설립으로 직영체제 프랜차이징에 주력함은 물론, 공격적인 해외진출에도 나섰다. 혹자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김 회장에게는 장수기업을 위한 도약대였을 뿐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현장맨’ 김병갑 회장을 만났다.

글 김성은 기자 fresh017@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패션왕’에서 ‘치킨왕’으로 거듭나다 

지난 1999년 경기도 이천에서 작은 매장으로 시작한 「훌랄라 바비큐 치킨」(이하 훌랄라 치킨)은 현재 숯불바비큐 치킨의 대표브랜드로 손꼽힌다. 대중성 높은 치킨이라는 아이템과 웰빙 트렌드에 어울리는 바비큐라는 콘셉트, 그리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소스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 2010년에는 가맹 1000호점 오픈을 달성하는 등 단단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훌랄라 치킨의 창업주인 김병갑 회장은 대부분의 1세대 치킨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의 수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도전한 첫 번째 사업은 의외로 외식업이 아닌 의류업이었다. 패션사업에 뛰어들어 한동안 큰 성공도 맛봤던 김 회장은 재고관리의 어려움, 의류업이 가진 여러 가지 한계에 따른 장기적인 비전 등을 고민하다가 방향을 틀어 식품 유통사업에 도전하게 됐다. 부분육 납품으로 본격적인 식자재 유통사업에 뛰어든 그는 특유의 사업수완으로 외식업 창업에도 도전, 점차 사세를 넓혀갔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경험해보니 답은 간단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면 1차 소비자인 고객은 물론이고, 가맹점주까지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을요. 방향을 명확히 하니 브랜드 성장에 날개가 달리더군요.”

 

‘청개구리 경영’으로 브랜드 경쟁력 강화 

김 회장 경영방침의 바탕처럼 훌랄라 치킨의 경쟁력은 단연 맛이다. 흉내내기 힘든 균일화된 맛의 비법은 자체개발한 조리기기와 비법 소스로, 치킨을 굽는 바비큐 조리기기인 ‘매직 화이어’는 김 회장이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이 기기는 한번에 5마리의 닭을 12분 안에 구울 수 있는 기기로,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를 따로 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한번에 굽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고, 바비큐치킨전문점 운영의 어려움으로 꼽히는 번거로운 조리과정을 단순화 했다는 것이 강점이다. 

자체개발한 고추장소스 역시 고객들이 훌랄라 치킨을 바비큐치킨 전문점 가운데 최고로 꼽는 이유다. 이처럼 훌랄라 치킨이 타브랜드에서 모방하기 힘든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사업 초기부터 김 회장이 강조해왔던 안정적인 자체 제조·유통라인 덕분이다. 

(주)훌랄라는 경기도 용인 2만3000㎡ 규모 부지에 식자재 생산공장과 물류센터, 창업지원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 및 물류, 가맹점주 창업 교육, 신제품 개발 연구가 이뤄진다. 이외에도 남부(대구)물류센터, 영천물류센터 등 전국 거점에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프랜차이즈는 일반적으로 관리의 용이함을 위해 지사를 많이 활용하지만, 훌랄라 치킨은 100% 직영체제로 물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김병갑 회장의 ‘보수적’인 방침 때문이다. 

“브랜드를 론칭할 때부터 자체물류를 구비했습니다. 거제든, 여주든 단 한 곳의 가맹점이라도 직접 물류를 유통했죠. 단계를 최소화해야 가맹점의 마진율도 높아지고 품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는 거점별 지사를 운영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품질 저하나 가맹점 관리미비를 우려해 초기 투자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직영체제를 고집한 것입니다. 남들은 그런 저를 보고 ‘청개구리 운영’을 한다고 하더군요. 제 스스로도 고집이라고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부끄럽지 않은 고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로 뛰는 현장맨, 가맹점과의 파트너십에 중점 

“제가 직접 계약한 가맹점이 1000개는 넘을 겁니다.” 괜한 농담이 아니다. 실제 김 회장은 부서를 막론하고 전천후로 뛰어다니는 ‘현장맨’이다. 수백 명의 구성원을 거느리는 기업의 수장이지만 여전히 메뉴개발, 신규브랜드 론칭, 인테리어 리뉴얼, 심지어 예비창업자를 위한 사업설명회까지 직접 참여한다. 김 회장은 흔한 골프나 낚시 등의 취미도 없다. 그에게는 가맹점 방문, 벤치마킹을 위한 해외 견학이나 개발실에 틀어 박혀 하는 연구가 놀이이자 취미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 워커홀릭 김 회장의 이 같은 기행(?)은 그에게 ‘현장맨’, ‘발바리’, ‘교주’ 등의 웃지 못할 별명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저 역시 현장을 경험한 창업자였다는 것이 제가 책상에만 앉아있지 못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서류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도 있지만 결국은 현장이 가장 중요하죠. 제가 가맹점주 혹은 예비창업자들과 자주 만나는 이유는 훌랄라 치킨을 선택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그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일종의 약속 같은 것입니다. 저는 가맹점주, 그리고 고객을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이런 그의 노력을 알아준 것일까. 김 회장의 집무실에는 마치 훈장처럼 가맹점주들의 정성어린 손편지가 몇 장 놓여있었다.  

‘회장님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시작한 한 손편지에는 ‘10년 넘게 매장을 운영해서 작은 집도 사고, 아이들 대학도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살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소박한 감사의 말이 적혀있다. 김 회장의 점주들에 대한 소통의 노력과 진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는 우리 회사의 어느 직원보다도 제가 가장 현장에 있다고 자신합니다. 경영에서 소통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요. 가맹점주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지속적인 발전을 함께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브랜드 전략으로 재도약 나서 

김병갑 회장의 표현을 빌자면 ‘고지식하게’ 한 브랜드만 고집해왔던 (주)훌랄라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약 4년 전부터다. 시스템 노하우와 물류 인프라 등의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신규 브랜드 론칭에 나선 것이다.  

2011년 커피전문점 「라떼떼」를 론칭했으며, 이듬해에는 이탈리안 피자전문점 「애플틴」을 선보였다. 이후에도 곱창·닭발, 초밥, 회전꼬치 전문점 등을 오픈했으며, 최근 족발전문점 「천하제일왕족발(천족)」을 론칭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메인 브랜드가 있는 경우 안주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변에서도 이미 충분히 잘되고 있는데 왜 투자를 계속해서 리스크를 감수하냐고 하죠. 하지만 저는 기업의 성장동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잘될 때일 수록 더욱 투자·연구·개발해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려는 노력을 지속해야죠. 향후 거대한 ‘식품왕국’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훌랄라 치킨 업그레이드로 원조 브랜드 ‘리프레쉬’

숯불바비큐치킨의 원조 훌랄라 치킨의 ‘카페형’ 업그레이드도 최근 김 회장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치킨카페는 말 그대로 치킨 위주의 메뉴 외에 커피, 돈가스 등 다양한 외식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외식공간이다. 치킨의 대중성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카페 트렌드를 더해 간단한 식사 및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까지 함께 제공,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매장 환경 역시 카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최근 외식 트렌드가 먹거리와 분위기를 함께 즐기는 문화인만큼 과거의 다소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유러피안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도입, 자유로운 카페문화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로 매장을 리뉴얼했다. 

“치킨시장을 보면 유행은 돌고 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기구이 통닭에서 후라이드 치킨, 간장치킨, 오븐치킨 등 몇 년 단위로 계속 트렌드가 바뀌고 있죠. 하지만 숯불바비큐는 특정 트렌드로 언급된 적이 없습니다. 저는 바비큐 치킨 자체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스테디셀러 아이템임을 증명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비큐 치킨이 가진 대중성은 유지하되 매장 환경은 고객 니즈를 반영해 트렌디하게 업그레이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은 훌랄라 치킨이 바비큐 치킨의 원조 격이라는 말에 질색을 한다. 원조라는 말이 오래되고 고루한, 고여 있는 느낌이라 싫단다. 늘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하는 것. 이것이 그가 추구하는 경영철학이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을 꿈꾸다  

김병갑 회장의 단기적인 계획은 새롭게 시작한 브랜드의 안정화와 더불어 치킨카페의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것이다. 특히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족발 브랜드 천하제일왕족발을 필두로, 후발 브랜드들을 제2의 훌랄라 치킨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탄탄한 기초가 바탕이 된 만큼 단시간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김 회장은 브랜드의 경쟁력이 국내에서는 충분히 검증됐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해외진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류열풍으로 한식이 세계적인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요즘, 훌랄라 역시 한국식 바비큐, 한국적인 소스를 내세운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미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 커피전문점 라떼떼와 애플틴을 오픈했으며, 향후 본격적인 중국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현지에 물류센터도 준공해 확장을 위한 기초를 다져놨다고. 

김 회장은 중국시장의 안정화 기간으로 5년을 바라보고 있다며, 이 5년을 기반으로 향후 중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할 포부를 밝혔다. 

“훌랄라의 장기적인 계획은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세계 1등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이미 세계를 제패한 글로벌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브랜드를 팔고, 더불어 우리만의 기업 문화를 전파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 목표는 100년을 잇는 기업입니다. 기업의 10년을 보장하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일찍부터 장수기업을 목표로 기초를 다지는 데 노력한 만큼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영리와 이윤을 떠나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꾸준히 사회환원 활동을 하고 본받을만한 경영철학을 펼쳐야겠죠. (주)훌랄라가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