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다른감子탕 (주)보하라 이정열 대표

남다름을 추구하는 열정의 외식 탐험가 

"외식전문학교 설립으로 외식산업 발전에 기여하고파” 

매장 입구에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큰 캐릭터 인형이 우뚝 서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흥겨운 CM송이 흘러나오고, 캐주얼한 모자에 붉은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직원들이 밝은 웃음으로 고객을 맞이한다. 여느 패밀리레스토랑의 모습이 아니다. 토속적인 서민음식의 선두주자, 감자탕전문점의 풍경이다. 「男다른감子탕」의 모든 것은 모험을 즐기고 열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이정열 대표의 모습과 꼭 닮아있다. 글 김성은 기자 fresh017@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부산으로 내려가 초심을 찾다

「男다른감子탕」의 이정열 대표는 최근 모든 일을 훌훌 털고 부산에 위치한 한 가맹점에서 3개월 정도 머물렀다. 이곳은 곧 폐점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부산에서도 악명 높았던 최저 매출 매장이었다. 이미 본사에서 2번이나 직원을 파견해 슈퍼바이징을 했지만 이렇다 할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정열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이다. 

약 10여 년 만에 직접 현장에 나간 이정열 대표는 어려운 걸음을 한 만큼 스스로에게 명확한 다짐이 필요했다. “3개월 안에 매출을 2배 이상 올리지 못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관리 직원을 길러내지 못하면 대표직을 물러나겠다”라고 공언한 것도 이 같은 결의를 다잡기 위함이었다. 초강수를 둔 그의 공약은 3개월 후 다행히 이행하지 않아도 됐다. 100여 일 동안 딱 2배의 매출을 보기 좋게 달성한 것. 이정열 대표가 실제 매장 직원처럼 기숙사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올린 성과다.

대외적으로는 대표의 위엄과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훈훈한 스토리였다. 뒤숭숭했던 부산지역의 인근 가맹점에도 다시 한 번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대표 스스로 잠시 잃어버렸던 초심을 다시 찾게 된 것이 더 큰 결실이었다.

“저 역시 15년간 장사를 해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쉽게 생각하고 부산에 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틀 만에 소위 ‘멘붕’이 왔어요. 직원들과 주방·홀 등 점포를 새롭게 뒤집다시피 쓸고 닦은 후 기숙사에 지친 몸을 뉘였는데, 갑자기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회의가 들더군요. 하지만 곧 그런 마음을 가진 스스로를 자책하고 더욱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마음을 다잡으니 단잠이 오더라고요. 무엇이든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오랜만에 다시 깨달을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이정열 대표가 이번 일을 통해 절실히 체감한 또 한 가지는 매장이 어려울 때 가맹점주가 받는 고통의 무게였다. 가맹점의 매출이 좋지 않을 때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골몰한 적은 많았지만, 그 마음까지 깊이 헤아려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단다. 

“이번 부산 장기 출장은 저에게 정말 큰 소득이었습니다. 가맹점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진심어린 다짐을 할 수 있는 기회였죠. 많은 분들이 어떻게 단기간에 매출을 두 배나 끌어올릴 수 있었는지 매출 향상의 비법을 물어보시는데 싱겁게도 별건 없습니다. 그저 소홀해진 기본을 다시 챙기고, 직원들에게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뿐이에요. 가맹점주들에게도 기본의 중요성을 보여준 계기가 됐고, 대표인 저에게는 초심을 찾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리스크를 안고 ‘빅딜’을 한 셈인데, 결과는 다행히 성공적이었습니다. 모험을 하지 않고는 큰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제 삶의 방식이 또 한 번 검증된 셈이죠.” 

직감을 믿는 모험가, 정직과 신의를 지키다

직감을 믿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정열 대표는 20대 때부터 다양한 사회생활을 했다.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직원에서부터 남대문 시장의 봇짐장사, 경호원까지 산업을 넘나드는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며 경험을 쌓았다. 

20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30대부터는 자신의 사업을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워놓았던 이정열 대표가 외식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스타일대로 ‘직감적’이었다. 

“아내와 함께 집 근처 감자탕집에 갔는데, 아내가 무척 맛있게 먹는 겁니다. 평소 감자탕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한 수저 떠먹어보니 불현듯 ‘이거다’싶었습니다.” 

이 대표는 바로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감자탕집을 차렸다. 회사원일 당시 잦은 해외출장으로 해외의 다양한 외식문화를 경험했던 것도 그를 큰 고민 없이 외식업으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유명 감자탕 체인점의 가맹점을 운영했는데 비교적 초창기에 시작해 꽤 많은 돈을 벌었다. 당시 감자탕전문점은 수익성이 좋았고, 대중적인 메뉴로 인기를 끌며 유망 창업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돈만을 좇는 인생을 살지 않겠다는 것이 삶의 모토였지만 그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돈이 따라오던 시절이었다.  

가맹점으로 대박 성공을 일궜지만 가맹점주의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아쉬움이 점점 커졌다. 이는 직접 경쟁력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설립해야겠다는 뜻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경험 없이 바로 본사를 설립하기보단 스스로의 능력 검증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기존에 운영하던 감자탕 프랜차이즈의 지사권을 가지고 아무런 연고도 없던 대구로 내려가게 된다. 

“대구는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그야말로 저에게는 혈혈단신의 무대였습니다. 생면부지의 지역에서 지사를 통해 스스로의 능력을 검증한 후 제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검증은 성공적이었다. 이정열 대표가 직접 운영하던 매장은 물론, 오픈 준비 및 관리를 도운 가맹점까지 모두 성공적인 경영을 이끌어냈다. 당시 18개의 매장에서 연 27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그렇게 만 3년간 스스로에 대한 능력을 검증하고 이정열 대표는 2006년 男다른감子탕의 모태가 되는 (주)보하라를 설립하게 됐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외였다. 실패를 모르며 순항하던 그의 외식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브레이크가 걸린 순간이었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 대구에 250평 규모의 감자탕 매장을 오픈했는데, 영 신통치 않았습니다. 감자탕도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많은 돈을 투자해 패밀리레스토랑처럼 인테리어를 했어요.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고객들이 부담스러워 매장을 들어오질 않는 겁니다. 감자탕은 편안하게 즐기는 서민음식인데, 고급 레스토랑 같은 환경이 언밸런스하다고 느꼈던 거죠. 고객을 관찰하고 그들이 뭘 원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한 게 패착이었다고 봅니다.”

그렇게 너무 앞서가도 안 된다는 것, 남들과 똑같은 메뉴, 똑같은 매장 인테리어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정열 대표는 이후 절치부심 끝에 공격적인 실행과 추진력으로 2010년 男다른감子탕이라는 브랜드를 정식 론칭해 대구 및 영남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렇게 차별화된 가맹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는 서울 송파직영점 등 5개 매장을 운영하며 서울 및 수도권 가맹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흔하디 흔한 감자탕, ‘남다르게’ 접근

男다른감子탕 론칭을 준비하면서 이정열 대표가 주목한 것은 프랜차이즈의 필수 요소인 차별화된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감자탕이 가진 대중성은 곧 차별점을 갖기 힘들다는 말과도 같았다. 고객에게 각인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로 고심할 때쯤 정답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직원들과 떡볶이를 먹고 있었는데, 한 직원이 그러더군요. 여기 떡볶이는 뭔가 참 ‘남다르다’라고요. 흔한 떡볶이가 남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은 엄청난 경쟁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남다름’에 모티브를 갖고 브랜드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男다른감子탕은 한식의 정체성을 고수하면서도 ‘감자탕 카페’로 불릴 정도로 감각적인 스타일을 연출해 20~30대 직장인, 특히 여성들에게도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기존 평범한 한식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아웃테리어, 조명, 집기, 유니폼, 테이블 등에 젊은 감각을 더해 기존 중장년층에 한정돼있던 고객 스펙트럼을 20대에서부터 70세까지 넓혔다.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할 당시인 2006년부터 인덕션레인지를 사용한 것도 남다름의 일환이다. 초기 투자비용을 감수하고 매장 내 환경 개선은 물론 직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과감히 인덕션레인지를 도입한 것이다. 내부고객인 직원들이 만족해야 더욱 고품질의 먹거리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장 내 고객 공간이 좁아지더라도 직원 휴게 공간을 꼭 확보하는 것도 男다른감子탕만의 방침이다. 이러한 경영방식 덕분에 이정열 대표는 식약청에서 주최한 주방문화 개선 유공자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건강’에 포커스를 맞춘 것도 男다른 감子탕의 또 하나의 차별점이다. 노화 방지와 관절 보호에 좋고 특히 남성에게 좋다는 달팽이를 넣은 ‘본좌뼈전골’이나 마늘과 한약재가 함께 들어가 기력이 쇠한 현대인들의 힘을 북돋아 줄 ‘활력보감뼈전골’ 등 힘과 기운을 돋우는 건강식을 제공하며 평범한 감자탕에서 한층 더 고객의 기억에 각인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깔끔하고 쾌적한 외식 공간은 감자탕과 다소 거리가 멀었던 여성 고객들을 매장으로 이끌고 있다. 기존 남녀의 비율이 8:2 정도였다면 현재는 6:4 정도로 여성 고객층이 두터워졌다. 

“혹자들은 감자탕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치가 평범한데, 왜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하고 시설에 공을 들이냐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이러한 소소한 경쟁력들이 모여 매장의 가치를 높이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자탕 대학 만들어 세계화 진출 꿈꿔 

이정열 대표의 경영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다가 꿈꾸게 된 것이 아니라 처음 브랜드를 론칭할 때부터 장기적인 경영플랜 중 하나였다고. 

“많은 이들이 한식 세계화를 외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수순을 밟아 성공을 거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전혀 기반이 없었던 대구에서 男다른감子탕이 성공했듯이 식문화가 발달한 유럽 본토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어 감자탕을 통한 한식 세계화를 보란 듯이 이루고 싶습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 대표가 우선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男다른감子탕을 국내시장에서 매출, 인지도 모두 최고의 감자탕 브랜드로 등극시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철저한 단계를 거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인 계획으로 서울 송파직영점 등 5개 매장을 필두로 서울 및 수도권 매장을 2년 내 60개까지 확장, 50~60평대 대형 매장 중심에서 20평대 소형 점포 개발, 고속도로 휴게소나 백화점 등의 다양한 유통매장에 입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男다른감子탕의 미래를 묻는 다양한 질문에 대한 이 대표의 대답은 인터뷰 내내 한가지로 귀결됐다. 속칭 ‘감자탕 대학’이라고 불릴 외식전문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것이었다. 

“제가 15년간 외식업에 종사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한 분야를 전문화해서 연구하고, 인재를 양성해야 그 업종이 장기적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빠른 시일 내에 감자탕 대학을 만들 계획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이곳에서 감자탕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신메뉴가 개발될 것이고, 매장을 잘 운영할 수 있는 경영을 가르칠 수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외식전문가가 다년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전문적으로 전수, 우리 브랜드뿐만 아니라 외식시장 전체가 발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감자탕 대학이 우리 한식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