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호 

지호한방삼계탕  이지호 대표 

현장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조리인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산학연’ 모두 최고의 자리 우뚝 

삼계탕 프랜차이즈 「지호한방삼계탕」의 이지호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론칭하기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전에 도전을 멈추지 않은 그의 노력은 결국 적재적소에 빛을 발한 듯하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빛은 지호한방삼계탕이라는 걸출한 한식 프랜차이즈의 성공으로, 대학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는 길잡이 역할로 밝게 뻗어나가고 있다.

글 김성은 기자 fresh017@foodbank.co.kr 사진 이종호 팀장 

 

시골 소년, 요리사가 되다

경북 성주 출신의 이지호 대표는 여의치 않은 환경의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입학조차도 큰 욕심이었던 시절,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우연히 친척을 따라 서울행을 결심하게 된다. 2주간의 부역으로 간신히 교통비를 마련하고 그 길로 미련 없이 서울로 떠난 것이 그의 파란만장한 외식인생의 전초전이었다.    

“서울 약수동 달동네의 방 한 칸짜리 친척 아재집에 머물게 됐어요. 염치가 없어 숙식이 해결되는 일자리가 간절했죠. 정처 없이 걷다가 청계천 주변의 한 한식당에서 ‘직원모집’을 써 붙인걸 보고 홀린 듯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그곳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하게 됐죠.”

혈혈단신의 몸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일하게 된 청년 이지호 대표는 ‘먹여주고 재워주는’ 대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고 매장을 마감하는 12시가 돼서야 잠들 수 있는 고된 생활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카운터 보조일로 시작했으나 곧 자원해 주방에 들어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주방장이 없으면 모든 일이 ‘스톱’ 되더군요.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처음 생각하게 된 계기입니다. 절박했던 만큼 성실하게 일했고,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손재주도 있어 빠르게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요리사로서의 인생이 새롭게 펼쳐졌죠.”

 

끊임없이 지속된 배움에 대한 갈망

‘이지호’라는 이름이 한식 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스카우트 제의도 적지 않았다. 매장을 옮기며 경험을 쌓던 도중, 그는 문득 조리사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곧바로 시험을 쳐 자격증을 취득했다. 조리를 시작한 지 3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에는 자격증을 소지한 조리사가 많지 않았을뿐더러 특히 젊은 나이의 조리사는 더욱 드물던 시절이었다. 자격증 취득 후 바로 군에 입대하게 된 그는 보직으로 사령관 전담 요리사를 하게 되면서 자의반 타의반 조리기술 연마를 이어갈 수 있었다. 군 제대 후에도 그의 파란만장한 외식인생은 계속됐다. 

“그 시절부터 저는 도전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대 후에는 우연히 유명 건설사의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요리사 공고를 보고 지원했어요. 당시 지원자 중 제가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조리 자격증과 군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채용될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 나가서도 운이 좋았는지 현지 소장의 눈에 띄어 전용 요리사로 발탁돼 대량 급식이 아닌 더욱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었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우디에서 1년 반을 보내고 서울에 온 이지호 대표는 연이어 또 한 번의 도전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조리사로서 그의 이력에 정점이 된 롯데호텔 조리사다. 쟁쟁한 글로벌 셰프들 사이에서 당당히 면접을 통과하고, 그렇게 1979년 롯데호텔의 조리장으로 일하게 됐다. 이제는 끝인 줄 알았던 그의 도전 의지에 새롭게 불을 지핀 것은 이번에는 현장경험이 아닌 이론, 바로 학문에 대한 갈망이었다. 

“호텔이다 보니 주문서가 영어로 들어오는데 읽을 수가 없더군요. 조리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했던 제가 갑자기 부끄러워졌습니다. ‘기술’과 더불어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 시점입니다. 서울보건전문대학에 입학해 1년을 공부하고 1년 후에는 경희호텔경영전문대학의 호텔경영과에 입학했죠. 조리복과 사복을 수백 번 번갈아 입으며 숨 가쁘게 통학한 시간들이 모여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전문대학 졸업을 시작으로 그의 학구열은 편입, 대학원 공부 등으로 끊임없이 이어져 1993년에는 경희대 경영대학원 관광경영과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는데 이르렀다. 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 어떤 누구의 권유도 아닌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기에 늘 즐겁기만 했던 시절이었다. 

 

조리사, 강단에 서다 

오랜 경력의 호텔 조리사로서 석사까지 마친 그는 그야말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명실공한 전문 외식인이었다. 그런 이지호 대표에게 강단에 서주길 바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1994년 당시 신흥대학(현 신한대학교)에 조리과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적임자로 이지호 대표가 추천을 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지호 대표는 신흥대학의 교수로서 관련 강의는 물론 조리과 신설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학과장 역할을 하며 외식 인재를 양성하던 와중에 이번에는 박사학위에 대한 아쉬움이 생겨 결국 2002년 경기대 경영대학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왜 이렇게 몸을 혹사 시키느냐고, 이 정도면 되지 않느냐고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리도 공부처럼 왕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환경에 의해 자극을 받았을 때 그것을 동기부여로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 즐거운 일입니다.”  

 

평범한 메뉴에 ‘특허’를 입히다

지호한방삼계탕은 이지호 대표가 롯데호텔 조리부 최고책임자를 역임하던 시절인 1991년, 서울 장안동에 조그맣게 문을 연 한방삼계탕전문점이 모체가 된 브랜드다. 이지호 대표가 삼계탕 매장을 오픈하게 된 것은 자신의 조리 노하우와 역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브랜드 개발에 목말랐기 때문이었다. 오랜 연구를 거쳐 삼계탕과 어울리는 한약재를 발굴, 약재를 구분해 육수를 개발하고 일반 삼계닭이 아닌 토종웅추 삼계닭을 사용해 한방삼계탕을 개발했다.  

“삼계탕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반대로 다 비슷비슷해서 크게 변별력이 없는 메뉴이기도 합니다. 모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키워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바로 ‘한방’이었죠.”

한국인에게 ‘건강’을 연상시키는 한방은 삼계탕의 맛은 물론 보양식 이미지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이지호 대표는 고객으로 하여금 메뉴를 더욱 특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특허에도 관심을 가졌는데, 그가 본격적으로 특허출원을 실행하게 된 것은 어릴 적 할아버지와의 추억 덕분이다. 

“어릴 때 할아버지를 따라서 물고기를 잡으러 가면 꼭 매운탕을 끓여주셨어요. 그때마다 물가에 있는 풀을 뜯어서 집어 넣으셨는데 신기하게 매콤한 맛이 났습니다.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도 매콤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죠. 나중에 알고 보니 1급수가 흐르는 물에 자라는 역귀라는 풀이더군요. 그때의 기억을 살려 이명 등에 효능이 있는 역귀풀을 육수 만드는 데 사용했지요.” 

한방삼계탕(특허 제0371778)과 해계탕(제10-0635258)은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음식발명특허를 보유한 메뉴가 됐다. 

 

쉽고 평범한 음식은 재미없어 

지역 거점별로 지호한방삼계탕 매장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이지호 대표는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표준화·매뉴얼화가 어려운 한식을 성공적으로 프랜차이즈화시킨 비법을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지호한방삼계탕은 절대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저마다 본부의 매뉴얼에 따른 쉽고 간편한 창업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의아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맛에 대한 그의 욕심은 가맹사업에 있어서도 엄격하게 적용됐다. 

“오픈했다가 문을 닫은 매장이 있습니다. 외식업 경험이 없는 점주도 아니었는데 ‘지호삼계탕은 만들기 너무 어렵다’고 포기하더군요. 아쉬움이야 남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문 조리사 출신으로서 맛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쉽게 모방할 수 있어 경쟁력이 없다는 말과 다름없지 않나요?”

이지호 대표의 이러한 경영철학에 따라 지호한방삼계탕의 메뉴는 건강함과 더불어 특별한 맛을 추구하고 있다. 남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도록 레시피를 세분화하되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무엇보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선 채소 일부를 제외한 전체 식자재의 90% 이상을 본사에서 직접 공급하고 있으며, 핵심이 되는 한방재료는 약재를 잘게 잘라서 티백화하는 등 맛과 더불어 위생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요즘 새로운 메뉴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핵가족화 되고 있는 트렌드에 맞춰 ‘레토르트’ 제품이 각광받을 것으로 분석, 다양한 메뉴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자체 R&D 센터를 대대적으로 리뉴얼 중이라고. 

이지호 대표는 “향후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은 선호도는 높지만 집에서 쉽게 해먹을 수 없는 메뉴 위주로 선보여야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요리, 그리고 외식업은 평생을 해도 ‘미생’

한평생을 외식업계에 몸담은 이지호 대표는 사업적으로는 지호한방삼계탕의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교수로서는 후학을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늘 직접 음식을 만들어왔던 만큼 새로운 메뉴에 대한 개발 역시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지호한방삼계탕은 향후 국내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가까운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지사 설립 및 물류 공장 설립 준비 등 시범 매장 운영을 위한 밑거름을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류열풍으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음식 중 ‘삼계탕’이 늘 순위권에 꼽히는 만큼 중화권은 물론 동남아시아의 진출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삼계탕은 맛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건강식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외국인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메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자신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많은 사람은 이지호 대표를 현장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무림고수’로 칭하지만, 그의 대답은 겸손한 손사래가 대신한다. 음식은 평생을 해도, 영원히 해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음식을 배우고 만드는 것 역시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지름길은 물론, 도착점도 없습니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사람의 입맛도 계속 변하기 마련인데, 요리도 거기에 맞춰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야 하기 때문이죠. 음식은 평생을 해도, 영원히 해도 부족하다는 것이 저의 조리 철학입니다.”